Semua Bab 굿바이 쓰레기: Bab 811 - Bab 820

820 Bab

제811화

“맞아요. 그 여자는 다 연기하는 거예요. 분명 연찬이 앞에서는 순진하고 불쌍한 척 다 했을 거예요!”소미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절대 그냥 안 둘 거예요. 반드시 혼내줄 거예요.”서유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내밀어 소미란의 차가운 손등을 가볍게 덮었다.“미란 씨, 너무 흥분하지 말아요. 빗물에 젖은 데다가 마음까지 상하면 금방 아플 수 있어요.”목소리는 다시 한없이 다정하고 부드러워졌다.“우리 집이 이 근처인데 잠깐 들러서 옷도 갈아입고 따뜻한 차 한잔 하면서 몸 좀 녹이고 가요. 네?”“걱정하지 말아요. 다른 사람한테 알릴 생각 없어요. 그냥 미란 씨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요.”서유라의 눈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우리... 어쩌면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네요.”소미란은 서유라의 따뜻하고 공감 어린 눈길과 방금 들은 그 상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면서 경계심이 스르르 풀려버렸다.그녀는 콧등을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유라 씨...”서유라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손끝까지 다정해 보였지만 눈빛 어딘가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별말을요. 미란 씨 이제 출발해요.”서유라는 차를 부드럽게 몰아 골목을 빠져나와 자기 집인 배씨 가문의 별장으로 향했다.차가 조용히 별장 앞에 멈춰 섰고 서유라는 엔진을 끄고 소미란에게 차분하게 미소를 건넸다.“도착했어요. 여기가 제 집이에요.”소미란은 차창 너머로 밤 속에서도 고요하고 품격 있게 서 있는 저택을 바라보니 복잡한 생각이 스쳤다.“어서 내려요. 밤공기가 차가우니까.”서유라는 먼저 내려 소미란 쪽 차 문을 직접 열어주고 다정하게 이끌었다.소미란은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따라 내렸다.실내에 들어서자 포근한 온기가 비에 흠뻑 젖은 서미란의 온몸을 감싸안았다.서유라는 곧장 바 테이블로 가 두 잔의 따뜻한 물을 준비해 한 잔을 소미란에게 건넸다.“우선 이거 좀 마셔요. 몸부터 녹여야죠.”소미란은 손끝에 닿는 따스함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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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이리 와서 앉아요. 제가 머리 말려줄게요.”서유라는 자연스럽게 소미란을 침대 가장자리에 앉히고 드라이어를 들었다.소미란은 조금 어색해했지만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따뜻한 바람이 촉촉이 젖은 머리카락 사이를 부드럽게 스치고 서유라의 손길은 한없이 섬세하고 조심스러웠다.“미란 씨, 머릿결이 정말 좋네요. 이렇게 부드럽고 윤기가 나다니...”서유라의 칭찬 가득한 목소리였다.“피부도 참 곱고 깨끗해요. 하얗고 촉촉해서 진짜 부럽네요.”서유라는 거울 너머로 소미란의 반듯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안타까움이 서린 어조로 말을 돌렸다.“남설아... 그 여자를 볼 때마다 왜 그렇게 늘 피곤해 보이는지 몰라요. 세상 모든 걸 짊어진 표정이니 괜히 주변까지 기운 빠지게 만들잖아요.”남설아의 이름이 나오자 소미란의 눈빛은 금세 차가워졌다.서유라는 손을 멈추고 거울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넸다.“그러고 보니 이렇게 늦은 시간에 서준 씨는 아직 안 돌아왔네요. 오늘은 그냥 우리 집에서 쉬고 가요. 서준 씨가 돌아오면 제가 얘기해 둘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소미란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거울 너머로 놀란 듯 서유라를 바라보며 목소리가 높아졌다.“배서준? 아직도 같이 지내는 거예요? 배서준은 남설아 그 여자랑 엮인 거 아니었어요?”서유라는 소미란의 격한 반응에 일부러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드라이어를 잠시 껐다.곧장 고개를 돌려 눈가는 금세 붉어지고 목소리는 떨렸다.“미란 씨, 그건 오해예요...”그녀는 억울함에 가까운 목소리로 이어갔다.“나랑 서준 씨는 지금 상황이 정말 복잡해요. 남설아라는 여자는... 진짜 꾀가 많아요.”서유라는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미세하게 떨며 말을 이었다.“결국 그 여자가 온갖 술수를 써서 배건 그룹도 빼앗아 갔고 서준 씨는 지금 거의 빈털터리나 다름없어요.”“그런데도 그 힘든 시기에까지 그 여자는 서준 씨를 버리고 또 다른 남자랑 엮여서 잘 살고 있대요. 정말 너무하네요...”서유라는 애써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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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손을 잡자고요?”소미란은 의아한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봤다.“그래요.”서유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지금 남설아가 믿고 있는 건 강연찬 뿐만이 아니에요. 바로 막 손에 넣은 배건 그룹도 있죠.”“우리가 배건 그룹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남설아는 정신을 못 차릴 거고 강연찬 씨 쪽도 틀림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겠죠.”소미란의 마음이 서유라의 말에 흔들리기 시작했다.“배건 그룹을 어떻게 무너뜨릴 건데요?”서유라는 여유 있게 미소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건 미란 씨의 도움이 필요해요.”“저요?”“그래요.”서유라는 부드럽게 설득을 이어갔다.“미란 씨도 알다시피 예전엔 소씨 집안이랑 강씨 집안이 꽤 가까웠잖아요. 요즘엔 예전만 못해도 옛 인맥이나 정은 아직 남아 있을 거예요. 강씨 집안은 재계에서 워낙 영향력이 크니까 만약 우리가 잘만 하면 강씨 쪽에서 남설아가 배건 그룹을 제대로 못 이끈다고 여기게 만들 수도 있어요. 아니면 뭔가 걸림돌을 일부러 만들어 줄 수도 있고요. 게다가 남설아는 이제 막 배건 그룹을 맡은 상태라 입지도 약할 겁니다. 우리가 내부에서 흔들고 나쁜 소문이라도 퍼뜨리면 남설아는 안팎으로 정신 못 차릴 거야.”“미란 씨가 생각해 봐요. 자기 회사 하나 제대로 못 챙기는 여자를 강씨 집안이 정말 내버려둘까요? 강연찬 씨도 곧 실망하지 않겠어요?”소미란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서유라가 그려주는 미래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좋아요!”그러자 소미란은 주저 없이 외쳤다.“전 유라 씨의 편이에요. 남설아만 힘들게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거예요!”서유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미란의 손등을 살짝 두드렸다.“역시 미란 씨네요. 우리는 꼭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늦었으니까 오늘은 푹 쉬어요. 내일 아침에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상의하죠.”그러자 소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까지 자신을 짓누르던 고통과 분노가 새로운 목표를 만나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배건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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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네. 대표님.”진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대표님, 요즘 회사 안에서 안 좋은 소문이 돌고 있어요.”“나에 관한 거야?”남설아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진수연은 망설이다 결국 진실을 털어놨다.“네... 대표님이 경험이 부족해서 경영이 엉망이 됐고 그 때문에 회사 실적이 떨어지고 있고 또 대표님이 강연찬 씨랑 연애만 신경 쓰고 회사 일은 뒷전이라는 얘기까지...”남설아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이런 소문 퍼뜨리는 사람들이 타이밍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잡았네.”안팎으로 흔들리게 만들려는 의도가 뻔했고 분명히 상대는 자신이 정신을 못 차리게 하려는 게 분명했다.처음에는 마틴을 의심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틴처럼 거대한 세력이 굳이 이런 잔꾀를 쓸 필요는 없었다.그쪽은 그저 해외에서 에너지 사업만 해도 충분히 바쁠 테니, 이런 소란에는 신경 쓸 리 없었다.“알겠어. 그런 소문은 당분간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진실은 결국 드러나니까 우리는 결과로 보여주면 돼.”“하지만 대표님...”진수연이 뭔가 더 말하려 하자,“지금은 입찰 문제부터 해결해. 내부 분위기부터 바로잡고 외부 방해도 차단하는 게 우선이야.”“네. 알겠습니다.”진수연은 더 말하지 않고 서둘러 사무실을 나갔다.다시 고요해진 공간.남설아는 책상 앞으로 걸어가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 위엔 강연찬 이름이 떠 있었지만 쉽사리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는 강연찬이라는 이름이 떴고 남설아는 그제야 살짝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설아야.”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강연찬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묘한 긴장감도 섞여 있었다.“응. 연찬 오빠.”남설아의 목소리도 어느새 한결 부드러워졌다.“바빴어?”“아니. 이제 막 일 좀 정리하고 있었어.”남설아는 최대한 평온한 말투를 유지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설아,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강연찬이 바로 물었다.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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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동시에 도심 어딘가에 있는 비밀스러운 프라이빗 클럽 안.배서준은 잔뜩 언짢은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 맞은편에서 서도현이 정교한 라이터를 손에 굴리며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먼저 침묵을 깬 건 서도현이었다.“누나 쪽은 이미 다 정리됐어요. 소미란은 역시 예상대로 조금만 부추겨도 금세 폭주하더군요.”서도현은 한껏 우쭐한 목소리였다.“복수에 눈이 먼 사람은 다루기 쉽다니까요.”배서준은 천천히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고 목덜미가 움직였다.“그런데 소미란이 강씨 집안에서 과연 영향력이 있을까?”배서준은 여전히 의심스러웠다.이제 소씨 집안이 예전만 못하고 강씨 집안 같은 곳은 아무나 흔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서도현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매형, 여자들 질투심을 너무 얕보시는 거예요. 소미란이 강 어르신 앞에서 영향력은 없겠지만 강씨 집안에도 옛 인연을 생각하는 사람이나 남설아가 잘나가는 게 못마땅한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소미란이 옆에서 은근슬쩍 남설아의 험담하거나 강연찬이 요즘 뭘 하는지 넌지시 물어만 봐도 충분하죠. 우리는 굳이 그쪽 결정을 바꿀 필요도 없어요.”서도현은 라이터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원하는 건 정보예요. 특히 강씨 가문의 사업적인 움직임과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쪽 관련 내부 사정에 대한 정보는 조금만이라도 필요하죠. 그런 작은 소문 하나로도 충분히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예측할 수 있으니까요.”배서준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지.’강연찬이 남설아의 가장 든든한 방패라는 걸 잘 알기에 강씨 가문의 계획을 미리 알면 충분히 판을 뒤집을 수 있었다.“네가 소미란을 시켜서 강씨 가문의 사업 정보 캐오라는 거냐?”배서준이 물었다.“캔다기보다는 걱정하는 척하면서 알아내는 거죠.”서도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소씨 가문은 강씨 가문과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사이라 소미란이 강씨 가문 사람들한테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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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대표님, 요 며칠 사이에 우리 자금난 소문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 차질과 심지어 대표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익명 글과 기사까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발단은 알기 힘들지만 대부분은 근거 없는 찌라시고 퍼지는 속도가 엄청나서 이미 주주들과 사내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번지고 있습니다.”그러자 또 다른 임원이 말을 이었다.“홍보팀에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애쓰고 있지만 효과가... 신통치 않습니다. 오늘도 시작하자마자 주가가 또 3%나 하락했습니다. 더 문제는 지금 협상 중이던 핵심 사업 파트너사들이 갑자기 태도가 모호해지면서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겁니다. 사내 분위기도 뒤숭숭해서 직원들 의욕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습니다.”회의실 공기는 점점 더 무거워졌고 각자의 보고가 하나하나 돌덩이처럼 던져졌다.남설아는 말없이 그 모든 이야기를 들으며 냉철한 시선으로 화면의 데이터를 훑었다.보고가 잠시 멈추자 남설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뭘 그렇게 당황해요?”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단번에 회의실 전체가 조용해졌다.“주가 하락이든 악성 기사든 우리 배건 그룹이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었어요?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아야죠.”남설아는 마케팅팀장을 바라봤다.“계속 출처를 추적하세요. 모든 소문을 한꺼번에 해명하려 애쓰지 말고 결정적 증거를 모아 두세요. 그리고 한 번에 몰아치지 말고 타이밍 맞춰서 분산해서 반격하세요. 진행 속도가 느려진 사업 파트너사엔 먼저 연락해서 우리 상황을 솔직히 설명하고 우리 실력과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세요. 필요하면 제가 직접 나서서 설득할 테니까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남설아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사내 분위기를 바로잡으세요. 부서별로 회의를 열고 진짜 상황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건지 투명하게 알리세요. 직원 모두에게 배건 그룹은 무너지지 않을 거고 나 남설아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라고 분명히 말해 주세요.”회의가 끝나자 임원들은 무거운 얼굴로 하나둘 빠르게 자리를 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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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강연찬이 조용히 다가와 따뜻한 손바닥으로 남설아의 차가운 손등을 감쌌다.“설아야.”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고 단단하게 남설아의 마음을 어루만졌다.남설아는 잠시 그를 올려다봤고 조금 전까지 단단하게 버티던 결의가 슬며시 풀리면서 미세한 흔들림과 여린 마음이 얼굴에 번졌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한 번 저었다가 이내 살짝 끄덕였다.“배건 그룹 일은... 어느 정도 각오했으니까 그리 놀라지는 않아.”그녀는 말끝이 조금 흐려지고 복잡한 감정이 스며들었다.“다만...”끝내 말을 잇지 못했지만 강연찬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그는 바로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고는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시선으로 남설아를 바라봤다.“우리 가문의 일 때문이야?”남설아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고 그녀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연찬 오빠... 오빠가 나 때문에 가족들과 사이가 멀어질까 봐 그게 자꾸 신경 쓰여.”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요즘... 혹시 또 어른들이 오빠한테 무슨 얘기한 거 있어?”“조금 있었지.”강연찬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쓴웃음이 번졌다.“뻔한 얘기야. 늘 하던 소리를 반복하는 거지.”남설아의 마음이 조여왔다.그녀는 강씨 집안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특히 요즘처럼 배건 그룹이 흔들리고 소씨 집안까지 움직이려 드는 상황에서 자신을 곱게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혹시 또 소미란 얘기 꺼냈어?”남설아는 숨기지 않고 물었다.‘소미란.’이제는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모든 게 한 번에 뒤엉켜버릴 것만 같았다.강연찬은 미묘하게 이마를 찌푸렸다가 곧 표정을 풀었다.“응. 꺼냈지.”그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남설아의 마음이 조금 더 무거워졌다.“미안해. 오빠, 나 때문에 자꾸 곤란하게 해서...”강연찬은 바로 말을 잘랐다.“설아야, 내 눈 좀 봐.”그는 두 손으로 남설아의 얼굴을 감싸 올렸고 단호한 시선을 마주했다.“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누구랑 함께할지 누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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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그것도 우리가 예상했던 일이지.”강연찬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더더욱 주변에서 뭐라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 오히려 우리가 누군가의 밥그릇을 건드려서 그쪽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반발이 심할수록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뜻이야.”그는 남설아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설아야, 기억해. 바깥에 아무리 바람이 몰아치고 세상이 흔들려도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배건 그룹의 위기는 우리가 함께 넘어설 거고 우리 집안 쪽 반발은 내가 다 막아낼게. 넌 내 말만 믿고 우리를 믿어 줘.”남설아는 그의 품에 안겨 조용히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강연찬은 더 단단히 그녀를 안았다.잠시 따스한 시간이 흐른 뒤 남설아는 살짝 몸을 밀어내며 눈가의 촉촉함을 이내 이성으로 누르려 애썼다.강연찬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설아야,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남설아도 그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걱정하는 게 아니야. 더 이상 이렇게 끌려다닐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그녀의 눈빛이 단단해졌다.“우리가 자꾸 참고만 있으면 결국 우습게 보일 거야. 상대가 이미 수를 다 드러냈으니 우리도 가만히만 있지 않을 거야.”남설아는 바로 휴대폰을 들어 진수연에게 전화를 걸자 금세 연결됐다.“대표님, 말씀하세요.”“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어.”남설아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빠르게 이어졌다.“예전에 배서준 곁에서 쓸 수 있던 인맥이 남아 있으면 전부 동원해서 당장 조사해.특히 소미란, 서유라, 서도현 세 사람이 최근 누구를 만났고 무슨 일을 꾸몄는지, 서로 어떻게 연결됐는지 말이야. 그리고 배서준하고 어떤 식으로 엮였는지까지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와.”그녀는 숨 한 번 쉬지 않고 내리 말했다.진수연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말했다.“대표님, 이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고 꽤 민감한 부분도 건드릴 수 있습니다.”“알고 있어.”남설아는 담담히 말했다.“하지만 최대한 빨리 움직여 줘야 해. 그리고 네 안전부터 꼭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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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동시에 폭풍의 또 다른 한가운데에서도 거센 암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서유라가 있는 아파트 거실은 숨 막힐 듯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다.소미란은 들고 있던 컵을 탁자 위에 세게 내려놓으며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유라 씨, 도대체 저한테 뭘 얼마나 숨기고 있는 거죠?”서유라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손끝으로 옷자락만 꼭 쥔 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미란 씨, 그게 무슨 말이죠? 제가 뭘 숨긴다고 그래요?”“정말 몰라요?”소미란은 냉소를 머금은 채 서늘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유라 씨가 말했던 건 강씨 집안 사람들 만나서 우리 아빠한테 압박을 넣어 강연찬이 남설아랑 엮이지 못하게 하는 그게 아니었어요? 근데 지금 상황 봐요. 이렇게 일 커지고 배건 그룹까지 무너질 위기인데 남설아도 강연찬도 전혀 돌아설 생각이 없어요. 이게 정말 유라 씨가 처음부터 원한 거 맞아?”그러자 서유라는 눈빛이 흔들렸고 끝내 소미란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저는... 저는 그냥 남설아의 본모습을 모두가 알게 해서 강연찬이랑 떨어뜨리고 싶었을 뿐이에요!”계속 이용만 당하던 소미란도 드물게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배건 그룹을 일부러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유라 씨가 이득 보려고 한 거 같은데요?”서유라는 그 말에 정곡을 찔린 듯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미란 씨, 어떻게 저를 그렇게 볼 수 있어요?”목소리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우린 친구잖아요. 제가 이러는 건 다 우리 둘 다 남설아를 싫어해서 그런 거잖아요. 남설아가 우리의 공통의 적이니까요...”“공통의 적이라고요?”소미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천천히 거닐었다.“맞아요. 남설아는 우리의 적이죠. 하지만 저는 유라 씨가 그냥 입맛대로 이용할 수 있는 도구로 여기는 것 같아요. 왜 유라 씨는 계획의 세부적인 부분들을 항상 저한테는 숨기는 거죠? 혹시 제가 알면 유라 씨의 큰 그림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러는 거예요?”서유라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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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매형을 도와주려고 제 친누나까지 판에 끌어들였어요. 지금 누나는 소미란한테 의심까지 받아서 하루 종일 불안에 떨고 있다고요. 밖에서 사람들이 우리 남매를 어떻게 보는 줄 알아요? 배건 그룹을 망친 주범이라고 해요. 저는 돈 때문에 별짓 다 하고 심지어 누나 인생까지 이용한다고 손가락질해요.”배서준은 담배를 세게 비벼 끄며 냉랭하게 말했다.“그게 틀린 말이야? 처음에는 누가 나 찾아와서 이런 계획 짜자고 했는데?”서도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고 눈빛은 날카로워졌다.“그래요. 계획은 내가 냈지요. 근데 위험도 내가 다 짊어졌잖아요. 내 사람들이 앞장서서 판을 흔들고 누나는 한가운데 끼어서 이리저리 희생당하고 매형은 뒤에서 편하게 앉아 있다가 결국에는 성과만 챙길 생각이잖아요. 이제 곧 열매가 익어 가는데 그걸 나눠 주지도 않겠다고요? 그게 말이 돼요?”배서준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얼마나 원하는데?”서도현은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면서 말했다.“배건 그룹에서 앞으로 나올 이익의 30%만 주세요.”“미쳤냐?”배서준은 벌떡 일어나 서도현을 내려다봤다.“30%가 뭘 의미하는지 몰라? 그건 배씨 가문의 뿌리야. 내가 배건 그룹을 되찾으려는 건 우리 가문을 위해서지 네 욕심 채워주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서도현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도발적인 눈빛으로 마주 봤다.“집안의 뿌리라고요? 남설아가 조금만 정신 차리고 버티면 아니면 강연찬이 조금만 더 압박하면 매형이 믿는 뿌리도 하루아침에 무너질걸요? 잊지 마요. 매형, 마틴은 제 사람이에요. 제가 해외에 있을 때부터 알게 된 인맥이고 하워드도 제 말만 들어요.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마틴이 굳이 매형의 일에 뛰어들어 남설아를 상대로 강하게 나올 이유가 없어요. 그건 화승 그룹에까지 미운털 박히는 일일 테니까요.”배서준은 숨이 거칠게 오르내렸다.사실 서도현 말이 맞았다.마틴 라인은 지금 그가 가진 유일한 승부수였고 남설아를 무너뜨릴 가장 빠른 무기였고 그 키를 쥐고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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