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란의 어머니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혹여나 딸이 이 중요한 순간에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그녀는 긴장한 채 반 발 앞으로 다가서며 조심스럽게 소미란을 부르려 했다.그때, 소미란이 아주 작고 가볍게 비웃음을 흘렸다.그 소리는 너무 작고 미세해서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이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는 유난히 선명하고 날카롭게 들렸다.그녀의 눈빛에서 마지막 남아 있던 빛이 완전히 꺼졌다. 남은 건 끝없는 공허와 광기에 가까운 차분함뿐이었다.“나, 소미란은.”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건조하고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엔 듣는 이를 오싹하게 만드는 차가움이 스며 있었다.“이 자리에서 엄숙히 약속드립니다. 앞으로 배건 그룹, 이설 그룹, 화승 그룹이 속한 분야에는 영원히 관여하지 않겠습니다.”마지막 몇 단어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짜내듯 말했다.그 속에는 얼음 같은 한기가 서려 있었다.말이 끝나자, 그녀 얼굴에 걸린 묘하고 싸늘한 웃음이 순식간에 더 크게 번졌다. 눈빛은 여전히 무섭도록 공허했다.그리고 이내 몸이 휘청, 중심을 잃었다.소미란의 어머니가 재빨리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을 것이다.“오늘 기자회견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소미란의 어머니 목소리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그녀는 거의 반쯤 끌고 안아 올리듯 정신을 잃어가는 딸을 안고 보안 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황급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뒤에 남은 기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속삭였다.“방금 웃은 거 맞지?”“맞는 것 같아... 근데 그 표정, 와... 대단하더라.”“속으론 하나도 안 굽힌 거네.”“안 굽히면 뭐 해? 강씨 가문이랑 배씨 가문이 손잡았는데, 소씨 가문이 뭐로 버텨?”“영원히 사업에 관여 안 한다... 그건 소미란한테 죽으라는 말이랑 똑같을걸?”카메라 셔터 소리는 계속 울렸고 기자들은 그녀의 초라한 뒷모습을 끝까지 쫓았다.이 재벌가의 진흙탕 싸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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