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씨 가문의 옛 저택 서재 안에는 숨 막히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평소엔 비교적 온화하던 소만석이 이번엔 탁자를 거세게 내리쳤다. 탁자 위의 찻잔이 덩달아 흔들리며 차가 조금 튀었다.“사람이 어디 갔어?”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는 집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무척 날카로웠다.“어떻게 멀쩡한 사람 하나를 이렇게 허투루 놓칠 수가 있어? 전부 쓸모없는 것들!”집사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 목소리마저 떨렸다.“회, 회장님... 아가씨께서 그냥 바람 좀 쐬고 오신다고 하셔서... 누가 이런 일을 예상했겠습니까...”“바람 좀 쐬러?”소만석의 가슴이 거칠게 들썩였다.“무슨 낯으로 산책해? 배씨 가문의 일은 아직도 해결이 안 됐는데, 얘는 이제 잠적까지 해? 대단하네, 아주!”옆에 있는 소미란의 어머니는 눈가가 벌겋게 부어 있었고 휴대폰을 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통화 버튼을 누를 때마다 들려오는 건 차가운 기계음뿐이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 미란이가... 설마 순간적으로 나쁜 마음을 먹고 엉뚱한 일을 벌인 건 아니겠죠?”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먹였다. 며칠간 딸의 상태를 지켜본 터라 더 불안했다.강씨 가문에서 결혼을 거부하고 배서준까지 그렇게 차갑게 돌아섰으니 딸이 무너진 건 분명했다.소만석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그 아이가? 간이 몇 개라도 그런 짓은 못 해. 정말 배짱이 있었다면 그렇게 창피한 일은 안 했겠지.”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 깊은 곳에는 걱정이 스쳤다.소미란은 그의 하나뿐인 딸이었다. 애지중지 키운 딸아이가 이런 수모를 겪은 건 처음이었다.바로 그때, 누군가 서재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회장님, 사모님.”젊은 비서가 반쯤 몸을 들이며 어딘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밖에... 변호사 두 분이 와 있는데요. 동아 대출 쪽에서 왔다고 합니다. 회장님을 뵙고 싶다고 하네요.”“동아 대출?”소만석은 미간을 찌푸렸다.“난 그쪽 회사랑 거래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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