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아가 허리를 숙여 또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사진 속 강연찬은 낯선 여자를 끌어안고 있었고 자세는 꽤 친밀해 보였다.그녀의 입가에 번진 미묘한 웃음은 희미해서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소미란 씨.” 남설아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또렷했다.“아침 일찍부터 고생 많으셨네요. 이렇게 예술 작품을 잔뜩 보내주고도 정작 본인은 나와서 저를 보지 않네요?”소미란의 얼굴에서 피기가 싹 사라졌다가 다시금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꼈다.고개를 들자 남설아와 시선이 마주쳤고 그 순간 땅속으로 숨고 싶을 만큼 당황스러웠다.소미란은 입술만 달싹였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강연찬은 어느새 사진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유심히 살폈지만,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설아야, 이런 건 신경 쓰지 마.”그러면서 사진을 배서준 앞으로 내밀었다.배서준이 이미 봤겠지만 대놓고 확인시키려는 듯했다.“배 대표님, 사업하는 사람이면 진짜와 가짜는 구분할 줄 알아야죠.”강연찬의 어조는 담담했고 손끝으로 사진 속 남자의 정장 깃을 톡 건드렸다.“여기 선이 안 맞네요. 합성입니다. 그리고 배경은...” 그는 사진 한쪽 구석의 커튼을 가리켰다.“힐튼의 예전 디자인이에요. 작년에 다 교체했죠. 소미란 씨, 이 포토샵 기사님 솜씨가 조금 부족한데요?”배서준의 표정은 원래도 좋지 않았지만, 강연찬의 말을 듣고는 더 어두워졌다.사진이 가짜라는 건 이미 눈치챘지만, 이제는 확신이 들었다.그가 소미란을 보는 눈빛에는 오직 혐오만 남았다. 멍청할 뿐 아니라 수법마저 허술해 창피하기 짝이 없었다.남설아는 두 사람의 대화를 굳이 받지 않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몇 장의 캡처 화면을 띄웠다.“주차장 B구역 입구, 새벽 3시부터 5시까지의 CCTV예요. 소미란 씨, 3시 15분에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손엔 이 가방 맞죠?”그녀는 소미란 발치에 놓인 빈 선물 봉투를 가리켰다.“주차장 전 구역의 차를 방문하셨더라고요. 아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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