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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951 - Chapter 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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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1화

“강 대표님이 검토했다고요?”소미란은 비웃듯 목소리를 높였다.“그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가지 일을 처리하잖아요. 실수할 수도 있죠. 난 이 방안이 마음에 안 들어요. 전부 갈아엎고 내가 말한 방향으로 다시 하세요.”그녀는 마치 결정권이 자기에게 있는 사람처럼 손을 휙 내저었다.실험실 안의 공기는 더 싸늘해졌다. 젊은 연구원들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천시경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가 막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진동했다.화면에는 ‘강연찬’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강 대표님.”천시경은 구석진 곳으로 몸을 옮겨 전화를 받으며 상황을 간단히 보고했다.몇 분도 안 되어 실험실 문이 열리고 강연찬이 들어섰다.그는 먼저 천시경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소미란을 바라보았다. 마침 소미란은 기다리다 지친 듯 책상 위 보고서를 넘기다가 몇 장이 바닥에 떨어져 흩어졌다.그중 한 장은 핵심 데이터 그래프였는데 팔꿈치에 걸려 쏟아진 커피 때문에 종이에 얼룩이 졌다.순간 난처한 기색이 얼굴에 스쳤지만, 소미란은 태연한 척했다.강연찬은 아무 표정 없이 다가와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하나씩 주웠다. 커피 얼룩이 번진 그래프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잠시 번진 글씨를 내려다보던 그는 고개를 들어 소미란을 바라봤다.“미란아, 이 데이터는 엔지니어들이 몇 주 동안 매달려 만든 결과물이야. 기술에 대해 잘 모른다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아.”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소미란이 애써 유지하던 침착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강연찬은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고 주머니에서 새 출입 카드를 꺼내 천시경에게 건넸다.“시경 씨, 앞으로 실험실 출입은 시경 씨가 전담하세요. 제 허락 없이 외부인은 들이지 마시고요.”‘외부인’이라는 말이 또렷하게 머리에 박혔다.소미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숨까지 가빠졌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천시경은 고개 숙여 카드를 받으며 감사 인사를 했고 연구원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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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밤은 깊어가고 도시는 고요했다.가끔 지나가는 차량 소리만이 그 적막을 깨뜨렸다.남설아의 아파트 창가에는 여전히 불빛이 켜져 있었다.막 일을 마치고 겨우 한숨 돌리려던 참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이 시간에 누굴까?”투덜거리며 문 쪽으로 걸어간 그녀는 밖을 살폈다.‘서유라?’남설아는 문을 열었지만, 서유라를 안으로 들이지는 않았다.“무슨 일이야?”서유라는 평소와 달리 짙은 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힘들어 보이는 표정을 일부러 지어 보였지만 손에 꽉 쥔 USB와 시선을 피하는 눈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설아 씨, 이렇게 늦게 찾아와서 미안해.”목소리를 낮춘 서유라의 말투엔 이유를 알 수 없는 자부심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이걸 꼭 봐야 할 거 같아서.”그녀가 USB를 내밀었지만, 남설아는 받지 않았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어? 당신이 나한테 좋은 마음으로 뭘 주겠어?”이미 둘 사이의 협력은 오래전에 끝났다. 이유 없는 호의는 다른 속셈이 있는 법이다.서유라는 잠시 움찔했지만, 곧 뻔뻔하게 말을 이어갔다.“이건... 소미란에 관한 거야. 그 여자가 사설탐정을 고용해서 당신과 강연찬 씨를 미행했어.”서유라는 숨을 고른 뒤, 한층 힘을 주어 덧붙였다.“여기 들어 있는 건... 그 대화 녹음이야.”“소미란?”남설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결국 USB를 받아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머리까지 스며드는 듯했다.순수한 호의일 리 없었다.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려는 수작이 분명했다.“왜 나한테 이걸 주는 거지?”남설아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서유라는 시선을 피하다가 다시 억지로 웃으며 남설아를 마주 봤다.“우린 어쨌든 한 번은 손잡았던 사이잖아. 당연히 내가 아는 정보를 바로 알려야지. 게다가 소미란은 이제 강연찬 씨만 노리는 것 같지도 않더라고. 그 여자가 뭘 건드리든, 내 이익에 해가 된다면 가만둘 수 없어. 그러니 이걸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흐트러짐 없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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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강연찬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아직 바깥의 서늘한 기운이 몸에 배어 있었지만, 남설아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여전히 부드러웠다.“이 시간에 부르다니, 무슨 일 있어?”그는 이렇게 물으며 시선을 테이블 위 노트북과 USB로 옮겼다.남설아는 말없이 아까 들었던 녹음을 재생했다.강연찬은 묵묵히 들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미간이 점점 좁혀졌다.녹음이 끝났을 때 그의 얼굴에서 여유는 사라지고 대신 무거운 기운이 드리웠다.“이걸 서유라가 가져왔다는 건, 둘이 한때는 한편이었다는 얘기인데. 이제는 등 돌리고 소미란을 이렇게나 무너뜨리려 하네...”강연찬은 고개를 저으며 낮게 감탄을 뱉었다.이설 그룹 지하 주차장 B 구역, 막 동이 트기 시작했지만, 공기는 여전히 싸늘했다.소미란은 차를 구석에 세우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조수석에서 쇼핑백을 꺼냈다.손끝이 약간 떨리고 있었고 긴장감과 묘한 기대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쇼핑백 안에는 그녀가 준비한 ‘선물’인 사진 몇 장이 들어 있었다.사진 속 인물은 강연찬이였다. 옆에는 얼굴은 흐릿하지만, 몸매가 좋은 여자가 있었고 분위기는 다정해 보였다. 배경은 호텔 방처럼 연출돼 있었다.사실 이 사진들은 그녀가 새로 익힌 AI 기술로 공들여 조작한 사진이었다.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다듬어 얼핏 보면 진짜 같았다.소미란은 사진을 한 장씩 꺼내 남설아 차 옆 소화전 틈에 끼워 넣었다. 바깥으로 살짝 삐져나오게 해두면 누구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몇 번 위치를 조정하며 남설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볼 수 있도록 했다.이윽고 그녀는 자기 차로 돌아와 창문을 조금 내리고 시선을 그곳에 고정했다.소미란은 사냥감을 기다리는 맹수처럼 숨을 죽였다.그녀는 평소 침착한 남설아의 얼굴이 무너지는 순간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했다.분노와 상처가 뒤섞인 그 표정을 떠올리며 이 해프닝이 강연찬과의 관계까지 흔들기를 바랐다.강연찬은 반드시 자기 것이어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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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소미란의 얼굴에 더 큰 웃음이 번졌다.그녀는 겉으론 강한 척하다가 조금만 건드려도 산산이 부서지는 남설아의 모습을 보는 걸 좋아했다.전화기 너머 강연찬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들고 있었다.남설아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입꼬리를 살짝 움직였지만, 여전히 안정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설아야, 왜 그래? 천천히 말해. 무슨 일인데?”“사진이야. 오빠랑 관련된 거야...”남설아의 목소리는 더 떨렸고 믿기 힘든 듯 말을 이었다.“나는... 오빠가 이럴 거라고는...”강연찬은 금세 상황을 짐작했다. 남설아가 뭔가를 봤기에 이렇게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거라는 걸 말이다.그는 가볍게 웃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오직 남설아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장난기 섞인 말투로 속삭였다.“아, 그래? 사진 잘 나왔어? 듣자하니 울먹이는 연기 같은데 이 정도면 오스카에서 상 하나 줘야 하는 거 아냐? 곧 회사로 갈게. 거기서 기다려.”남설아는 소미란 쪽을 등지고 있었지만, 강연찬의 말에 순간 눈가에 웃음이 번졌다.그녀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코를 훌쩍이며 일부러 더 소미란이 들을 수 있게 울먹였다.“그렇지. 좀 오버해야지. 그래야 숨어 있는 쥐새끼가 지금 자신이 벌인 일이 얼마나 유치한지 똑똑히 볼 수 있잖아.”소미란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쥐새끼? 지금 나를 말하는 거야? 이게 무슨 뜻이지? 설마 남설아가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나는 완벽하게 해냈어.’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달래려 했지만, 가슴 깊숙이 불안이 스멀스멀 차올랐다.소미란은 입술을 세게 깨물며 남설아의 뒷모습을 노려봤다.그때, 주차장 입구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검은색 벤틀리와 은색 마이바흐가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전조등 불빛이 번쩍이며 소미란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벤틀리에서 내린 건 강연찬이였다. 표정은 평소처럼 차분했고 남설아를 보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곧이어 마이바흐에서 내린 건 배서준이었다. 얼굴은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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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남설아가 허리를 숙여 또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사진 속 강연찬은 낯선 여자를 끌어안고 있었고 자세는 꽤 친밀해 보였다.그녀의 입가에 번진 미묘한 웃음은 희미해서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소미란 씨.” 남설아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또렷했다.“아침 일찍부터 고생 많으셨네요. 이렇게 예술 작품을 잔뜩 보내주고도 정작 본인은 나와서 저를 보지 않네요?”소미란의 얼굴에서 피기가 싹 사라졌다가 다시금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꼈다.고개를 들자 남설아와 시선이 마주쳤고 그 순간 땅속으로 숨고 싶을 만큼 당황스러웠다.소미란은 입술만 달싹였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강연찬은 어느새 사진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유심히 살폈지만,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설아야, 이런 건 신경 쓰지 마.”그러면서 사진을 배서준 앞으로 내밀었다.배서준이 이미 봤겠지만 대놓고 확인시키려는 듯했다.“배 대표님, 사업하는 사람이면 진짜와 가짜는 구분할 줄 알아야죠.”강연찬의 어조는 담담했고 손끝으로 사진 속 남자의 정장 깃을 톡 건드렸다.“여기 선이 안 맞네요. 합성입니다. 그리고 배경은...” 그는 사진 한쪽 구석의 커튼을 가리켰다.“힐튼의 예전 디자인이에요. 작년에 다 교체했죠. 소미란 씨, 이 포토샵 기사님 솜씨가 조금 부족한데요?”배서준의 표정은 원래도 좋지 않았지만, 강연찬의 말을 듣고는 더 어두워졌다.사진이 가짜라는 건 이미 눈치챘지만, 이제는 확신이 들었다.그가 소미란을 보는 눈빛에는 오직 혐오만 남았다. 멍청할 뿐 아니라 수법마저 허술해 창피하기 짝이 없었다.남설아는 두 사람의 대화를 굳이 받지 않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몇 장의 캡처 화면을 띄웠다.“주차장 B구역 입구, 새벽 3시부터 5시까지의 CCTV예요. 소미란 씨, 3시 15분에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손엔 이 가방 맞죠?”그녀는 소미란 발치에 놓인 빈 선물 봉투를 가리켰다.“주차장 전 구역의 차를 방문하셨더라고요. 아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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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배서준에게 기대는 건 이제 끝이었다.소미란은 홱 돌아 강연찬을 향해 거의 미쳐버린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연찬! 강연찬! 너 남설아한테 속지 마. 저 여자는 자격 없어. 먼저 배서준에게 붙더니 이젠 널 꼬시잖아. 내가 이런 짓까지 한 건 다 너를 위해서야. 난 진심으로 널 좋아해, 연찬아.”강연찬은 남설아 어깨를 감싸 쥔 팔에 힘을 주었다.그 말, 특히 마지막 한마디를 들은 순간,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소미란을 더는 보기 싫다는 듯 차갑게 잘랐다.“미란아.”그는 그녀 말을 끊었다.“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평가할 자격 없어. 그 더러운 마음, 거둬.”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소미란은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리고.” 이번엔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했다.그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워 소미란의 마음을 얼려버릴 듯했다.“네가 무슨 수작을 부리든 상관 안 해. 하지만 다시 설아를 건드리거나 명예를 훼손하면 화승 그룹은 이설 그룹과 함께 소명 그룹을 특허 침해로 바로 고소할 거야. 너희 소씨 가문의 핵심 기술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조사받아도 괜찮아? 미란아, 네 부모님도 너 때문에 가문이 무너지는 건 원치 않을 거야.”순간, 소미란은 온몸이 굳었다.소씨 가문의 핵심 기술은 세계적으로 최첨단은 아니어도 가문의 목숨줄이나 다름없었다.그 기술에 문제가 있다는 건, 가문의 최대 비밀이었다.‘이걸 강연찬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그녀는 강연찬을 바라봤다.그동안 부드럽다고만 생각했던 이 남자가 지금은 뼛속까지 두렵게 만들었다.그때까지 침묵하던 배서준은 ‘화승 그룹이 이설 그룹과 손잡고 소명 그룹을 고소하겠다’라는 말에 눈꺼풀이 툭 떨렸다.강연찬이 화승 그룹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말은 결코 가벼운 위협이 아니었다.화승 그룹과 이설 그룹이 동시에 소씨 가문의 적으로 돌아선다면 그건 곧 소씨 가문의 자멸이었다.배서준은 지금 강연찬의 화가 배건 그룹으로 튀지 않게 하는 것만이 급선무였다.소미란이라는 말은 이미 쓸모없어진 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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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커다란 상실감이 온몸을 집어삼켰다.소미란은 홱 고개를 돌려 배서준을 노려봤다. 메마른 손가락이 그의 팔을 꽉 움켜쥐었고 손톱이 정장을 뚫고 살 속까지 파고들 듯 박혔다.“배서준! 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너 목숨을 구해줬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너 벌써 죽었어! 그런데 이렇게 뻔히 보면서도 저 두 사람이 한패가 돼서 날 괴롭히게 놔두겠다고? 네 목숨을 살려준 은인을 이렇게 버릴 거야?”그녀는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말을 강조하여 내뱉었다. 이건 지금 그녀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배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고 요동이 없었다.그는 느릿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소미란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냈다. 그 동작에는 가식 없는 혐오가 서려 있었다.“소미란, 목숨을 구해줬다고 해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아니야. 처음에 네가 먼저 날 찾아와서 제안했잖아. 남설아를 없애는 데 날 이용하고 대신 강연찬이 너한테 갈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는 조건 말이야.”그는 비웃으며 숨을 내쉬었다.“그런데 결과가 뭐야? 계획은 완전히 망했고 배건 그룹까지 휘말릴 뻔했어. 우리 협력 관계를 먼저 깨버린 건 너야, 소미란. 이건 분명하게 계산해야 할 문제지.”잠시 말을 멈춘 그는 새하얗게 질린 소미란의 얼굴을 바라봤다.“우리가 처음에 맺은 추가 계약서 기억하지? 네 본인의 잘못으로 협력이 이렇게 큰 구멍이 나고 배건 그룹에 명예와 잠재적 경제적 손해를 끼쳤을 경우, 소씨 가문이 배건 그룹에 적지 않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 말이야. 액수는 우리 법무팀이 소명 그룹과 직접 조율할 거야.”그리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웃음기는 전혀 없었다. 그 차가운 눈빛은 사람을 베일 듯 날카로웠다.“네 황당한 계획에 배건 그룹은 같이 미쳐줄 생각 없어. 소미란, 여기서 나랑 말싸움할 시간 있으면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어떻게 설명할지부터 고민해. 위약금은 어떻게 감당할 건지, 그리고 네 덕분에 소명 그룹이 앞으로 화승 그룹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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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닥쳐!”소만석이 날카롭게 소리쳤다.“곧 죽어도 뉘우치지 않네! 남자 하나 때문에 소씨 가문의 체면을 다 말아먹었어! 네가 저지른 짓을 남 탓으로 돌려? 강연찬이 어떤 사람인 줄 알아? 너 같은 악독한 심성을 가진 여자를 눈여겨볼 것 같아? 화승 그룹이 만만한 줄 알아? 강연찬이 직접 얘기했어. 이설 그룹과 손잡고 우리를 특허 침해로 고소하겠다고! 우리 가문의 기술 사정을 네가 몰라? 정말로 그들이 약점을 잡기라도 하면 소씨 가문은 끝장이야, 알기나 해?”소만석의 손가락이 분노로 떨렸다.“그리고 배서준! 조금 전에도 나한테 전화해서 경고하더구나! 예전에 우리 소씨 가문이 배건 그룹에 투자할 때 맺은 계약서, 거기 적힌 조항들 기억하지? 네가 벌인 바보 같은 짓 때문에 협력이 완전히 틀어졌어! 배서준이 그러더라. 네가 또 남설아를 건드리면 위약금을 청구할 뿐만 아니라 그 계약의 내용을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그렇게 되면 소씨 가문이 어떻게 될 것 같아?”소미란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피기가 사라졌다.‘배서준이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아버지, 저는...”목구멍이 솜으로 꽉 막힌 듯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말이 없던 소미란의 어머니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깊은 실망과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미란아, 이번 일은... 정말 네가 스스로 체면을 다 내던진 거야. 우리 소씨 가문이야 비록 강씨 가문이나 배씨 가문 같은 큰 가문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사업 판에서는 나름대로 체면 있는 집안이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이런... 이런 추잡한 일을 벌일 수 있어?”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우린 너무 실망했다. 정말, 너무 실망스러워.”평소라면 뭐든 다 들어주고 감싸주던 어머니마저 이제는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소미란의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아 차가운 심연으로 떨어져 갔다.소만석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다가 크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운이 빠진 채 손을 내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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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아!”그녀는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이어 팔을 뻗어 화장대 위 물건들을 힘껏 쓸어버렸다.값비싼 향수병들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고 유리 파편과 갖가지 색의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순식간에 방 안은 진하고 자극적인 향이 뒤섞여 퍼졌다.거울 속에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그 얼굴이 미치도록 싫었고 남설아가 더욱 증오스러웠다.도대체 그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모든 걸 손에 넣는단 말인가!소미란은 미친 듯 화장대 위에 있던 묵직한 크리스털 백조 장식을 움켜쥐더니 있는 힘껏 화장 거울을 내리쳤다.“쾅!”귀가 멍해질 정도의 굉음과 함께 거울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빠르게 번져갔다.결국 거울은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부서졌다. 크고 작은 거울 조각들이 우박처럼 바닥과 화장대 잔해 위로 쏟아졌다.그중 하나의 날카로운 파편이 튀어 올라 그녀의 손바닥을 스쳤다. 순식간에 피가 솟구쳐 올라 하얀 피부를 붉게 물들였다.하지만 그녀는 아픈 줄도 모른 채 멍하니 서 있었다.서서히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바닥을 들여다보던 그녀는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기묘하고도 파괴적인 쾌감이 스친 미소였다.그렇게 무너져 있던 순간, 침대 머리맡에 두었던 개인 휴대폰 화면이 번쩍였다.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었다. 발신인은 자신이 고용한 사설탐정이었다.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그녀는 거의 기어가듯 침대 쪽으로 가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고 메일을 열었다.곧 눈빛이 번뜩였다.‘안 돼. 이렇게만 있다간 모든 게 끝장이야.’집 안에 갇혀 있으면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사설탐정이 보내온 조사 결과를 따라 그녀는 병원으로 향했다.약 30분쯤 기다리자 남설아가 나타났다. 그 옆에는 강연찬이 함께였다.소미란은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오빠, 의사 선생님도 그러셨잖아. 회복 잘 되고 있다고. 오빠가 너무 걱정하는 거야.”남설아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다정했다.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만, 그 애정 어린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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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그는 이제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았고 간단히 대꾸했다.“네 일이나 잘해.”그리고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던지고 더는 보지 않았다.소미란의 이런 수작은 자신을 귀찮게 할 뿐이지, 아무 소용도 없었다.그의 머릿속은 온통 배건 그룹 문제와 서도현, 마틴 쪽 일로 가득 차 있었다.그것이야말로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었다.배서준의 무심한 답장에 소미란은 휴대폰을 집어 던질 뻔했다.“배서준, 이 무능한 인간!”원래는 그의 속을 뒤집어 놓으려 했건만 그는 아예 반응조차 없었다.‘좋아. 배서준이 안 먹히면 강연찬에게 가면 돼. 설마 강연찬이 자신에게 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지 않겠어?’며칠 뒤, 소미란은 일부러 차려입었다.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평소보다 훨씬 공들여 화장했다.그녀는 점심시간에 맞춰 이설 그룹 건물 앞으로 향했다.그리고 정말로 잠시 후에 강연찬이 건물에서 나왔다. 걸음걸이는 여유로웠고 근처 카페로 향하는 듯했다.“연찬아!”소미란은 성큼 다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목소리에는 서러운 기색이 가득했고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세상 가장 큰 억울함을 당한 사람 같았다.강연찬은 소미란을 보자 눈썹을 살짝 찡긋했지만, 눈길은 채 1초도 주지 않았다.그런데도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미란아, 무슨 일이야?”마치 우연히 마주친 지인에게 건네는 인사처럼 목소리는 담담했고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연찬아, 우리... 우리 진짜 이렇게 끝나는 거야?”소미란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나 알아. 예전엔 다 내 잘못이야. 남설아한테 그렇게 하면 안 됐어. 근데 그건 다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그랬던 거잖아. 잊었어?”말이 이어질수록 그녀는 감정이 점점 격해졌다. 마치 자신이 피해자라도 되는 듯 행동했다.강연찬은 그녀의 말을 끊고는 한 발 뒤로 물러서 거리를 벌렸다.“미란아, 지난번에 분명히 말했잖아. 나는 너에게 아무 감정이 없어. 우린 예전에도 그냥 평범한 친구였고 네가 오해한 거야. 그리고 설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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