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다혜는 마치 등에 눈이라도 달린 듯, 아니면 처음부터 소미란의 반응을 예견한 듯,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웃음기가 섞인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소미란 씨, 잘 생각해요. 우리 둘이 같이 여기 들어왔어요. 지금 내가 입은 이 새 드레스가, 혹은 내가 이 방에서 무슨 사고라도 당하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강 대표님은 또 어떻게 보실까요? 해코지하려거든 장소 좀 가려가면서 해요. 괜히 본인까지 같이 구렁텅이에 빠져버리면 손해죠, 안 그래요?”그 말은 마치 얼음물을 부은 듯 소미란의 가슴속에서 치솟던 화를 단숨에 꺼버렸다.아무리 분해도 임다혜 말이 틀린 게 없었다.정말 이 자리에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가장 먼저 욕먹을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소미란은 입술이 터질 듯 이를 악물었고 가슴은 답답했지만, 그 불쾌함과 억울함을 억지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떨리는 손끝으로 임다혜의 드레스 지퍼를 조금씩 끌어 올렸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심장까지 전해지는 듯했다.“수고했어요.”임다혜는 치맛자락을 고르고 몸을 돌리며 마치 조금 전 신경전이 없었던 듯 적당히 거리를 둔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소미란을 한번 훑어본 뒤, 더는 말하지 않고 곧장 문을 열고 나갔다.소미란은 혼자 한참 더 서 있다가 이를 악문 채 뒤따라 나갔다.밖으로 나온 임다혜는 금세 예전처럼 부드러운 표정을 했다.강연찬이 몇몇 손님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은 채 다가갔다.그는 그녀가 드레스를 갈아입은 모습을 확인하곤 짧게 인사하며 맞이했다.“다 처리했어요?”임다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기울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연찬 씨, 아까 일은... 소미란 씨가 아직 어려서 너무 성급했어요. 그래도 그 여자의 속마음은 오늘 조금 알겠더라고요.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괜히 그런 작은 수작에 기분 상하지 않게 말이에요.”강연찬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어요, 다혜 씨. 오늘은 괜히 다혜 씨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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