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아는 돌아서서 강연찬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밤바람이 꽃과 풀의 신선한 향기를 머금고 불어왔다.한편, 배건 그룹 회장실 안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배서준은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책상 위엔 내부 보고서 한 장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위의 글자가 눈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그린라이트 테크 핵심 기술팀 전원 퇴사하고 이설 그룹에 입사.”“이게 뭐야!”그는 책상 위 종이를 움켜쥐었다가 다시 내리쳤다. 묵직한 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소씨 가문이 이제 막 무너졌는데, 감히 이런 짓을 해?”곁에 있던 비서는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고 대답했다.“배 대표님, 들은 바에 의하면... 강연찬 쪽에서 미리 접촉한 것 같습니다. 이설 그룹에서 제시한 조건이 매우 좋다고 합니다.”“강연찬, 남설아!”배서준은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뱉었다.그는 원래 소씨 가문의 잔여 이익을 발판 삼아 배건 그룹을 한층 더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꼴이 되어버렸다.그린라이트 테크의 핵심 기술이 빠져나간 이상, 배건 그룹의 주요 프로젝트는 모조리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그의 시선은 살기가 어린 듯 차갑기만 했다.교외의 작은 집, 소미란의 엄마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고 있었다.눈가는 벌겋게 부어 있었다.“미란아, 나와서 뭐라도 좀 먹자, 응? 이렇게 안 먹고 안 마시면 몸이 다 망가져.”쉰 목소리에는 간절한 애원이 섞여 있었다. 방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소미란의 엄마는 눈물을 훔치며 흐느꼈다.“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눈이 멀어 우리 소씨 가문이 대단한 줄만 알았어. 너를 이렇게 버릇없이 키워서 결국 네 아버지까지...”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삼켰다.방 안에서 소미란은 문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두 팔로 무릎을 감싸고 얼굴을 파묻었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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