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1001 - Chapter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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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결국 이리저리 가운데서 고생하는 건 불쌍한 직장인들뿐이었다.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안다혜은 재차 안으로 들어서며 심장도 덩달아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안에 안소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둘러보니 김미진만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그 외에는 아무도 없자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도무지 견디기 힘든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김미진은 안다혜의 작은 움직임을 보고 속으로 다소 의아해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다혜야, 뭘 그렇게 봐?”그 말을 듣고 안다혜는 깜짝 놀랐다.무의식적으로 오싹한 기운이 스치며 몸이 떨렸다.김미진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책상 쪽으로 걸어가서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안다혜는 정중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회장님,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어요?”낯선 호칭에 김미진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안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그녀와 안다혜의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 전만 해도 모녀가 함께 앉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는데 지금의 안다혜는 김미진에게 멀게만 느껴졌다.안다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이런 김미진의 생각을 읽었다면 피식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둘 사이를 서먹하게 만든 장본인은 김미진이었고 그녀가 먼저 등을 돌렸다.‘안소현을 선택했으면서 나와 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안다혜는 김미진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둘 다 어른인데 굳이 사랑을 둘로 나눌 필요가 있겠냐고.게다가 애초에 동등하게 둘로 나뉜 것도 아니었다.김미진은 안다혜의 굳은 표정을 보자 이번엔 그녀가 정말로 상처받았다는 걸 알았다.하지만 김미진도 잘 알고 있었다. 원래도 사이가 안 좋은 두 딸이 화해하는 건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라는 걸.시간이 필요했다.그런데 안다혜는 그 시간조차 주려 하지 않았다.안소현 쪽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말은 그럴듯하게 하면서 자매끼리 사이좋게 지내겠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단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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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늙은이?”김미진이 놀란 눈으로 안다혜를 바라보았다.“허 회장 말하는 거야?”안다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사람 말고 또 있나요.”김미진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보아하니 자기 딸도 만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분명 허씨 가문의 이상한 점을 일찌감치 눈치챘을 것이다.생각해 보니 제법 일리가 있었다.나약한 사람이었다면 오랫동안 재계에 머물면서 프로젝트를 수없이 따내진 못했을 거다.게다가 그것들은 전부 민성에서 내로라하는 프로젝트였다.김미진은 뿌듯한 눈빛으로 안다혜를 바라보았다.“역시 내 딸이네. 그래서?”김미진도 더 이상 감추지 않았다.안다혜는 이제야 엄마도 허씨 가문 늙은이와 서로 대립하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쪽이랑... 사돈 맺지 않았어요?”예전에 약혼했을 때 김미진은 잔뜩 신이 나서 쉴 새 없이 손뼉을 쳤다.그런데 이번에는 제법 빨리 상대의 본모습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사돈이어도 내 두 딸을 이렇게 상처 입히는 건 용납 못 해.”김미진의 눈빛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평소 온화한 모습과는 달랐다.딸은 그녀에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였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이었다.아무도 그들을 자신의 곁에서 뺏어갈 수 없었다.설령 사돈이라 해도, 온 가족이 다 뭉쳐도 소용없었다.안다혜는 김미진이 이렇게까지 자식을 감싸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그러면서 어머니가 되면 강해지는 게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알겠어요.”안다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실 허산 그룹은 상대하기 쉬워요. 망설일 필요 없이 빨리 손을 써야 해요. 거머리처럼 줄곧 우리 태안 그룹의 피를 빨아먹고 있으니까.”안다혜의 눈빛에도 살벌한 기색이 스쳤다.“회장님, 이제 와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그 결혼이 발목을 붙잡지만 않았어도 전 진작 식충이 같은 허산 그룹을 내쳤을 거예요.”협력해 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회사였기에 안다혜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껌딱지처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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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그때 이 회사도 공식적으로 네게 넘긴다고 발표할 거야.”김미진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마지막에 이르자 안다혜는 김미진의 목소리가 마치 자신의 바로 뒤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돌아보지 않았다.안소현도 어디까지나 허종혁이 자신을 해치도록 도운 공범인데 김미진은 그녀를 감싸주고 있었다.이런 어머니를 어떻게 온전히 믿고 따를 수 있겠나.안다혜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만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김미진은 한숨을 내쉬었다.꽉 닫힌 문을 바라보며 속이 쓰리지 않을 리 없었다.안다혜는 결국 이번 일로 자신과 멀어졌다.하지만 안소현의 목소리가 저렇게 변해버린 데다 자기 자식이 감옥에서 고생하는 걸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김미진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마음속으로는 이미 선택을 마친 상태였다.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틀렸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순간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길을 선택했다면 그 길을 따라가면 그만이었다....한편, 한문수는 문자를 보고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멀쩡하다가 왜 갑자기 안 간다는 거지?’이건 심서아답지 않았다.논리적으로 봤을 때 심서아처럼 야망이 큰 여자는 기회를 잡으면 반드시 그 기회를 붙잡고 위로 올라가려 한다.이 점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심서아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기에 한문수는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메시지를 보며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느꼈다.‘설마 심서아가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한 건가?’한문수는 메시지를 꼼꼼히 읽다가 심서아가 특히 강조한 몇 글자를 발견하고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한문수는 망설임 없이 차를 돌려 스튜디오로 돌아갔다.그는 이미 눈치챘다. 심서아가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한 거라는 걸.이렇게 뻔한 걸 못 알아챌 수가 없었다.게다가 그들은 이미 해외 진출을 하기로 합의한 상태인데 심서아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해외로 나가면 당연히 국내보다 기회가 많았다.게다가 심서아는 이미 국내 스튜디오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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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설령 떠난다고 해도 빚지고 싶진 않았기에 마무리를 잘 지어야 했다.그 생각을 하며 심서아는 이보현을 흘깃 쳐다봤다.그는 여전히 한시도 눈을 떼지 않은 채 그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심서아는 슬슬 짜증이 밀려와 무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그렇게 계속 쳐다보기만 할 거예요? 할 일 없어요?”그 말에 이보현은 오히려 억울한 기색을 보였다.그는 살짝 고개를 숙인 채 심서아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저한테 제일 중요한 일은 당신을 지켜보는 거예요. 서아 씨는 내가 서아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를 거예요. 난 서아 씨를 떠날 수 없어요. 못 떠나요.”심서아는 속으로 눈을 흘겼다.이런 사람이 하는 말은 절대 믿을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평범한 외모와 얼굴에는 여드름까지 있어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게다가 할 일이 많았기에 이보현과 여기서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시간 낭비였다.심서아는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미 한 약속은 지킬 거예요. 여기서 날 지켜본다고 될 일도 아니니까 가서 일이나 해요.”그 말을 듣자 이보현의 눈빛이 위험하게 번뜩였다.“지금 날 떼어내려는 건가요?”이보현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당신을 좋아하긴 하지만 난 멍청하지 않아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사랑한다고 선을 넘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얌전히 해외 일정 접어두고 나중에 우리 둘이 좋은 곳에서 잘살아 봐요.”그 말에 심서아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이 사람과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해졌다.컴퓨터 하단의 시계를 보며 불안함이 밀려왔다.‘한문수가 내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면 어떡하지?’그럼 정말 이보현의 뜻대로 될 수도 있었다.‘그럼 내 남은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야?’“차분하게 진정하고 제대로 얘기해 보는 게 어때요?”손을 들어 미간을 꾹 누른 심서아는 슬슬 인내심이 한계에 치닫고 있었다.자기 오른팔이 이런 모습으로 변할 줄은 예상도 못 했기에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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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평생 가장 싫었던 게 남자들이 자기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본인들이 원해서 한 짓인데 나와 무슨 상관이야?’원하는 건 스스로 얻어내면 그만이었기에 남의 동정 따위는 필요 없었다. 전부 거짓이니까.거대한 산도, 튼튼한 벽도 의지하기엔 언젠가 무너질 수가 있기에 그 어떤 것보다 본인에게 의지하는 게 나았다.심서아는 이 진리를 늘 마음 깊이 새기고 있었다.더 이상 사회 초년생인 어린 소녀가 아니었기에 이 정도로는 겁먹지 않았다.이보현은 심서아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바늘로 가슴을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그가 심서아의 턱을 꽉 잡으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그러게,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 아직도 안 나오네.”“도대체 무슨 일이야?”“이 비서님도 안에 계시던데.”그 시각 한문수는 문밖에 서서 이곳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묻고 있었다.‘자리를 비운 지 얼마 안 된 사이에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여러 사람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끝에 한문수는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그는 말을 건넨 사람을 바라보며 눈빛에 위험한 기색이 스쳤다.“그러니까, 이 비서도 안에 있다고요?”“네.”상대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들어간 지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어요.”“저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심 대표님이 걱정되네요.”이런 상황에서 남녀가 단둘이 있으니 모두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하고 있었다.한문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의 여자가 언제부터 이런 사람들이 함부로 평가하는 대상이 되었단 말인가.“열쇠 있나요?”그 말에 모두 고개를 저었다.한문수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심서아가 안에서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건가?’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긴 싫었다.적어도 아직은 심서아에게 질리지 않았고 심서아와 함께 있을 때 그 느낌이 좋았다.방 안에서는 이보현이 심서아의 턱을 세게 움켜쥐었다.이번에는 힘을 아끼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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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한문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서아야, 저놈이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 괜찮아?”심서아는 눈물을 삼키려 했다.뭐가 됐든 이곳 스튜디오 대표라 직원들에게 들키면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았다.심서아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보현은 당황한 채 제자리에 서서 몰려드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하나의 생각만 들었다.자신은 이제 끝장났다는 것.‘이번 생은 망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상사를 사무실에 가뒀다는 걸 들켰는데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나.앞날이 창창했던 젊은이가 한순간의 충동으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이 생각을 하자 이보현은 자신을 때리고 싶었다.하지만 곧바로 달려오는 한문수를 보고 깨달았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심서아 그 여자가 시간을 끌기 위해 벌인 수작이었음을.그는 심서아를 향해 악랄하게 삿대질하며 말했다.“이 망할 년이, 지금까지 다 일부러 그런 거였어?”한때 심서아에게 보였던 다정한 모습과 달리 지금은 두 눈에 증오만 가득했다.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이게 바로 가장 명백한 증거가 아니겠나.바로 저까지 사랑을 속삭이던 남자가 순식간에 조롱하듯 비웃으며 망할 년이라고 욕설까지 퍼붓고 있었다.이런 게 사랑이라면 심서아는 평생 다시는 사랑에 손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심서아는 고개를 저으며 한문수를 향해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정말 문제가 생기면 스튜디오 일이 또 지연될 것을 알았다.하지만 뭐가 됐든 이보현이란 사람은 두 번 다시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한문수는 심서아를 잠시 다독이면서 그녀가 정말로 괜찮은 걸 확인한 뒤 안심했다.심서아도 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지금처럼 중요한 순간에 자신과 미리 준비해 둔 모든 것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일개 직원 하나 때문에 겨우 이 정도 일로 해외 진출에 대한 결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그래, 괜찮으면 됐어.”한문수는 손을 들어 심서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었다.심서아에 대한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한문수도 심서아가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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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한문수는 고개를 돌려 주변 동료들을 노려보았다.“당신들이 뭔데,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날 평가해? 주제도 모르는 것들!”심서아는 여전히 뻔뻔하게 구는 이보현의 모습을 보니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이 사람들이 자격 없으면 당신은 있고요? 지금 그쪽이 어떤 모습인지 좀 봐요.”심서아는 한문수의 품에서 벗어나 천천히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나는 아무 잘못도 없어. 진짜 잘못한 건 너 같은 벌레지.”심서아는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이 사람들 말이 맞아요. 당신 같은 사람은 감옥에 보내야죠.”이보현은 받아들일 수 없어 뭔가에 씐 듯 온몸이 미친 듯이 떨렸다.“말도 안 돼, 받아들일 수 없어.”그는 손가락으로 심서아에게 삿대질하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망할 년이 나를 유혹해 놓고 무슨 변명을 하는 거야? 네가 날 꼬시지 않았으면 내가 이런 잘못을 하지도 않았을 거야.”그 말에 주위에서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이보현의 말을 비웃는 것이었다.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돈도 있고 외모도 훌륭한 심서아 같은 여자라면 원하는 남자는 충분히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왜 굳이 자기 부하직원을 유혹하겠나.게다가 이보현은 외모도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회사원일 뿐, 눈에 띄는 점이 전혀 없었다.기껏해야 업무 능력이 다소 뛰어나긴 하나 그렇게까지 대단한 편은 아니었다. 그저 이 바닥에서 조금 잘나가는 정도였다.하지만 이 또한 자기기만에 불과했고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이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웃음거리로 될 뿐이었다.이보현은 주변 사람들의 비웃는 표정을 보자 당황하기 시작했다.이제 겨우 20대 초반에 감옥에 들어가 이대로 인생을 망칠 수는 없었다.‘절대 그럴 수는 없어!’이보현은 가슴을 치며 속으로 무력감을 느꼈다.“왜, 왜 당신들은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야...”이보현은 동료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모두에게 자신을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했다.“제가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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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한문수는 곧장 이보현의 멱살을 잡고 그를 들어 올렸다.외국에서 자란 터라 그곳 환경의 영향을 받아 기골이 장대했다.이보현은 한문수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기에 이런 식으로 들어 올려지자 발끝까지 쭉 뻗어야 했다.지금 이보현은 자신의 자존심이 땅바닥에 내던져진 채 짓밟히는 것만 같았다.주변 동료 중 그를 위해 변호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평소 회사에서 그의 평판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었다.이보현은 경멸하듯 비웃었다.그는 지금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심서아와 한문수 두 사람에 비해 아무런 가진 게 없었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이보현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왜, 빌어먹을 인간 둘이 붙어먹고 지금 이러는 거잖아. 그리고 전에...”이보현은 한문수를 지나쳐 심서아를 향해 캐묻는 듯한 시선을 던졌다.“남자 하나 데리고 스튜디오에 온 적도 있지? 그때 그 남자는 지금 내 멱살을 잡은 사람이 아닌데.”능청스러운 이보현의 말투와 표정을 봐선 일부러 심서아를 자극하려는 듯했다.한문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뭐가 됐든 심서아는 자신과 만나는 여자인데 이런 식으로 그가 보는 앞에서 모욕당하는 건 원치 않았다.한문수는 주저 없이 이보현에게 주먹을 날렸다.“입이 더러우면 화장실에 가서 씻고 오지 그래? 나와 당신네 대표 사이의 일은 당신과 아무 상관이 없잖아.”한문수의 말투는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한 번도 빠짐없이 월급 챙겨줬으면 네 할 일이나 해.”그 말에 구경하던 직원들도 번뜩 정신이 들었다.남자의 말이 맞았다. 이 모든 건 대표 본인의 일이었고 그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뿐더러 자기네들은 월급만 꼬박꼬박 받아 가면 그만이었다.설령 대표가 남자를 수십 명이나 만나고 다녀도 그들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다.심서아 본인의 사생활이니까.하지만 이보현의 경우 심서아와는 달랐다.그는 순전히 자신의 앞날을 망치고 있을 뿐이었고 심지어 여전히 변명하고 있었다.이전에는 이보현이 이런 사람인 줄 몰랐기에 다들 의아한 눈치였다.한문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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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만약 지금 심서아가 능력 있는 상사가 아니라 평범한 여자였다면 억울해도 꾹 참고 넘어가야 했을 것이다.아무리 분해도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바로 그 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심서아는 이 남자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상대에게 다가갔다.이보현도 알았다. 오늘 본인은 절대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것도 모자라 싸움 실력이 대단해 보이는 건장한 남자까지 있었다.이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보현은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이보현은 벌떡 일어나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심서아 곁으로 기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울먹이는 목소리에 흐느낌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서아... 아니, 심 대표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정말 잘못했어요. 전 너무 무서워요.”이보현은 ‘서아’라고 부르기 무섭게 한문수에게 발길질을 당했다.그 호칭을 듣자마자 짜증이 확 밀려오며 더 세게 때리지 못한 게 후회되었다.이보현처럼 파렴치한 인간에겐 계속해서 매질을 가해야 했다.그래야 사람들도 괜히 판단이 흐려져 그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을 테니까.본인이 선택한 것이니 남을 탓할 수 없었다.이보현이 처음부터 심서아에게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이 비서로 불렸을 것이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테다.직장을 지키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심서아도 분명히 말했듯이 이보현이 열심히 일하기만 한다면 월급 인상 같은 건 문제 될 게 없었다.심지어 심서아는 열심히 일하기만 한다면 회사의 지분을 줄 수도 있다고 암시했었다.하지만 이젠 전부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한낱 인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심서아는 자신의 바지자락을 잡아당기는 이보현을 가볍게 걷어차고는 고개를 저었다.그녀의 목소리는 맑고도 선명했다.“이보현 씨, 그만해요. 그래도 한때는 진심으로 같이 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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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그쪽도 본인이 잘못한 걸 알죠?”심서아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그럼 경찰에 신고해요. 경찰이 오면 내가 자세한 상황을 전부 말하고 업계에도 당신의 모든 행동을 알릴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이 바닥에 발을 못 붙이겠죠. 설령 나오더라도 이런 일자리는 다시 못 찾을 거예요.”그 말을 듣고 주변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이런 인간은 그에 맞은 방식으로 처리해야 했다.“전 심 대표님 결정을 응원해요.“맞아요. 대표님께서 어쩌다 재수가 없어서 이런 사람을 만났네요.”“저런 사람이 어떻게 관리직까지 올라갔는지 모르겠어. 능력은 나보다 못한 것 같은데.”“정말 모르겠네. 본인이 직접 뽑은 사람이라 그렇게 믿은 건지.”“죽 쒀서 개를 준 셈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에 이보현은 경악했다.평소 동료들 사이에서 그의 평판은 엉망이었다.정작 이보현 본인은 그들과 나름 잘 지낸다고 생각했다.다들 공손하게 대했고 별다른 말도 없었으며 그를 부를 때도 정중하게 ‘이 비서님’이라고 불렀으니까.심서아가 이보현을 눈여겨본다는 걸 알았기에 사람들도 그를 존중해주었다.이보현에 대한 동료들의 태도는 사실 모두 심서아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심서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원과는 당연히 좋은 사이를 유지하려고 했었다.모두 대표인 심서아를 남달리 우러러보는 건 당연했다.순간 이보현은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게 느껴졌다.오랫동안 고생하고도 그는 별 볼 일 없는 존재에 불과했다.사람들 앞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고 심지어 그를 반기는 이도 없었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보현은 서글픔이 밀려와 가슴을 움켜쥔 채 심서아에게 말했다.“오랫동안 옆에서 딱히 해낸 건 없어도 성실하게 일했잖아요. 난 정말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나요?”이보현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한 줄기 희망이 남아 있었다.심서아가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을 너그럽게 대하길 바랐다.그러면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고 스튜디오에 남아 일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나.심서아는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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