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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011 - チャプター 1020

1058 チャプター

제1011화

한문수는 심서아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자기야, 저런 사람과 쓸데없이 말 섞지 말고 빨리 끝내. 해외 출국 문제도 생각해야 하는데 저런 광대는 경찰서로 넘겨.”심서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그녀 역시 한문수의 말에 동감했다.예전에는 제법 부려 먹기 좋은 직원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일개 직원일 뿐이었다.평생 이직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나.이런 이치를 심서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결코 자신이 그들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좋게 헤어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했다.“신고해요.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한문수는 심서아의 말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아는 경찰을 불러 이 일을 처리하도록 했다.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무엇보다 이보현같이 눈에 띄지 않는 하찮은 인물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이보현은 여전히 몸부림치려 했지만 그를 못마땅해하던 다른 직원들이 테이프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마지막으로 발로 걷어차기까지 했다.“그만해. 광대 주제에 여기서 뭐라고 떠들어대는 거야? 어디서 큰소리야!”“그러게, 쓰레기 같은 놈!”너도나도 발길질을 해대며 몰아붙였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심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어찌 모르겠나.이들은 앞으로 비워질 스튜디오 관리자 자리를 노리는 것뿐이었다.심서아가 해외로 나가면 국내 스튜디오는 껍데기만 남게 되지만 기존 고객들이 남아 있으니 잘만 운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심서아는 위로 올라가려는 이들의 출세욕이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노력해서 쟁취해야지 이런 비열한 수단을 써서는 안 된다.설령 그런 방식으로 얻는 데 성공해도 앞으로 평생 남에게 들키지 않고 잘 숨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심서아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경찰이 도착한 후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이보현을 데려가도록 했다.이후 이보현은 성추행 혐의로 체포되었다.심서아도 업계에서 그가 발붙일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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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우여름은 여전히 놀랍고도 기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심서아를 향해 연신 허리를 굽히며 반드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우여름도 이보현이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다면 이렇게 좋은 직위가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우여름은 거듭 다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 스튜디오를 제대로 관리할게요.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여쭤볼게요.”심서아는 살짝 미소 지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지금 이 자리는 누구나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었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은 국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그런 자리를 차지한 우여름이 그녀를 더 정중하게 대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심서아는 지시를 마치고 한문수를 따라 스튜디오를 떠났다.이곳은 지금 그녀에게 골칫거리였다.여기에 계속 머물면 이보현의 일이 자꾸 떠오를 것 같았다.그림자처럼 곁을 맴돌며 떨쳐낼 수 없었다.이렇듯 시종일관 불안함에 사로잡혀 있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아 가능한 한 빨리 도망쳤다.심서아는 한문수의 조수석에 앉아 선명한 윤곽을 자랑하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묘하게 편안해졌다.위험에 처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남자가 생겼다.예전엔 생각이 짧아서 몰랐는데 지금 보면 남자야말로 좋은 발판이 되어줄 수 있었다.과거에는 멋도 모르고 혼자서 다 짊어지는 게 좋은 건 줄 알았다.한문수는 심서아의 시선을 눈치채고 뿌듯한 마음에 가볍게 물었다.“왜 그렇게 날 계속 쳐다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심서아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쪽 옆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네요.”처음이었다. 심서아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은 건.심서아 본인도 안정감이 결핍된 사람이란 걸 잘 알았다.언젠가 이렇게 한문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한문수도 마음속에서 뿌듯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차를 운전하며 앞을 바라보면서도 은근슬쩍 옆에 있는 심서아를 신경 썼다.남자의 손이 정확하게 심서아의 손을 잡으며 살며시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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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괜히 찾아갔을 때 허씨 가문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이번에는 어떻게든 상대에게서 제대로 된 대답을 들어야지, 두 딸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그냥 넘어가게 두면 안 됐다.특히 안다혜는 병상에 그렇게 오래 누워 있었는데 그 잃어버린 시간은 누가 보상해 준단 말인가.회사에 끼친 손해까지 일일이 다 세어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그랬기에 김미진은 더욱더 허씨 가문과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 결혼은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안소현이 시집을 간다고 해도 손해를 볼 게 분명했다.김미진도 이제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허씨 가문 일가는 상대를 모조리 집어삼키는 짐승이라는 것을.그들의 소굴로 들어갔다가 살아서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딸을 시집보낸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었다.안소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이번 일 정말 무사히 해결될까요?”그녀의 쉰 목소리를 듣자 김미진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멀쩡한 딸이 해외로 가서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꾀꼬리 같던 목소리가 지금은 한껏 갈라져 있었다.김미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안소현의 손을 잡고 다독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넌 엄마만 믿어. 내가 너희 둘을 위해서 제대로 복수해 줄게. 엄마는 절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안소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시울을 붉혔다.감동 어린 눈빛으로 김미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저를 생각해 주는 건 엄마밖에 없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허씨 가문 쪽에서 정말 쉽게 사과할까요?”안소현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허씨 가문과는 오랫동안 협력을 해왔으니 단번에 쉽게 끊어질 사이가 아니었다.김미진이 강단 있는 성격을 지니긴 했어도 자신에게 적절한 게 무엇인지, 어떤 선택이 회사에 유리한지도 잘 알았다.바로 그런 이유로 안소현은 더 걱정스러웠다.만약 허승호가 혹하는 제안을 던졌을 때 김미진이 마음을 바꾼다면 어떡하나.이번엔 반드시 허종혁을 감옥에 가둬야 했다.그래야 앞으로 그가 다시 재기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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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무엇보다 안소현은 어딘가 이상하단 느낌이 들었다. 마치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어릴 때부터 이 집사는 안소현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고 그녀는 속내가 음침한 사람이었다.그 나이대 아이가 할 만한 행동이 전혀 아니었기에 이 집사는 무척 이상하게 여겼다.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늘 혼자서 마음속으로만 하고 있었다.이 집사는 모든 일을 마무리한 뒤 마지막으로 김미진과 안소현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들이 허씨 가문을 손봐주러 가는 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어쩐지 안다혜가 이 집에 있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집사로서 말을 많이 하면 상대의 짜증만 불러일으킨다는 걸 알았기에 그저 한숨만 내쉰 뒤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다른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안소현은 백미러를 통해 이 집사의 구부정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재밌네. 들킨 건가?’안소현은 입꼬리를 올렸다. 일이 점점 재미있어지는 것 같았다.김미진은 안소현의 기분이 갑자기 좋아진 것을 눈치채고 궁금해하며 물었다.“왜 그래, 소현아? 갑자기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안소현은 급히 표정을 가다듬으며 김미진의 말에 답했다.“아, 엄마. 그냥 목을 조르던 사람과 함께 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어요.”그녀는 손을 들어 자기 목을 만지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엄마, 사실 저도 지금 제 목소리가 싫어요. 엄마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실 거란 걸 알아요. 저도 이렇게 되길 원하진 않았어요...”김미진은 안타까운 마음에 안소현을 안아주었다.“소현아, 엄마는 네 잘못이 아니란 걸 알아. 네가 엄마에게 해준 건 그동안 다 지켜보고 있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가 널 위해 끝까지 싸우고 그놈한테 널 시집보내지도 않을 거니까.”안소현은 비로소 안심하며 김미진의 품에 기대었다.그녀의 미소는 안도감으로 가득했고 눈빛에는 김미진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었다.“엄마, 정말 고마워요. 엄마가 내 곁에 있어 줘서 정말 안심이 돼요. 엄마가 없으면 앞으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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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허씨 가문으로 찾아가면 또 두 사람과 말다툼을 벌여야 할 것이다.허승호와 박선화, 그 두 늙은이는 쉽지 않은 상대였다.안소현은 김미진이 데리고 온 경호원들을 보며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역시 노련하다니까.’허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 김미진은 안소현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경호원들이 모녀 둘을 둘러싸고 일렬로 늘어선 채 흉흉한 기세를 보였다. 딱 봐도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은 아니었다.안소현은 내심 만족스러웠다. 이래야만 순조롭게 파혼할 수 있으니까.허씨 가문에서 말을 바꿀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그들이 오늘 찾아온 목적은 너무도 분명했다.이 이상으로 덧붙여 말한다면 체면을 깎아내리는 꼴이었다.안소현은 김미진의 팔짱을 낀 채 나란히 앞으로 걸어갔다.경호원 일행은 그들의 뒤로 일제히 안으로 들어섰다.허씨 가문의 집사는 그 장면을 보고 덜컥 겁에 질려 서재에 있는 허승호를 찾아갔다.요 며칠 허승호는 마음 편히 지낼 수가 없었다.회사에선 계속해서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태안 그룹과 협력을 해지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허승호도 잘 알고 있었다. 회사의 대부분 프로젝트가 태안 그룹과 연관이 있었기에 그들과 협업을 해지하기만 하면 허산 그룹은 그대로 무너질 게 뻔했다.아무런 희망이 없는 상황이었다.이를 알고 있는 주주들은 계속해서 그를 압박하기만 했다.게다가 아들 허종혁도 저런 상태가 되어버리니 허승호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회사에 가기도 두려웠다.가면 그 늙은이들이 이것저것 잔소리를 할 테니까.태안 그룹과의 정략결혼을 서둘러 마무리하라고 재촉하면서 이유를 물을 텐데 허승호 본인도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니 주주들에겐 뭐라고 설명하겠나.방에 틀어박혀 혼자 고립된 채 해결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박선화도 요즘은 차마 그를 방해할 수가 없어서 잠도 따로 잤다.그녀는 김미진이 찾아오지 않으면 일이 이대로 흐지부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집사의 말을 듣자마자 금세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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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김미진은 차가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제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요. 얼른 나오라고 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 무단침입에 관해서는 경찰을 부르고 싶으면 얼마든지 부르세요. 저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김미진은 긁어 부스럼 만드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닥친 일을 회피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이 사람들이 지금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데 절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녀에게는 두 아이가 전부였는데 그 아이들이 모두 이 집 아들에게 상처를 입었다.미친 척, 바보인 척한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아들이 멍청해져서 사리분별을 못 한다면 그 뒤에는 가정과 회사가 있으니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실제로 발생한 일이니,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지금 여기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버티면서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박선화는 김미진의 강경한 태도에 제자리에 선 채로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녀는 누리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재벌가 사모님이었고 지금껏 냉철한 사업가들의 세계에는 전혀 발을 들이지 않았다.또한 그녀는 기업 간의 문제에 끼어들 능력도 없었다.박선화는 자신이 끼어들게 되면 오히려 허승호의 의심만 살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차라리 이렇게 아무 일에도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그러므로 김미진의 기세는 박선화 보다 몇 수는 위였다. 두 사람은 애초에 같은 세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저는 정말 몰라요... 이렇게 저를 다그쳐 봐야 소용없어요...”박선화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저는 사업 쪽에는 전혀 손을 안 대고 살아왔어요. 그러니 오늘 여기서 저를 아무리 몰아붙인다고 해도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김미진은 이제 확실히 알았다. 박선화는 작정하고 모르는 척 끝까지 버틸 생각이었다.어차피 그녀에게는 별로 큰 영향이 없는 일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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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그런 아버지의 이기적인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허종혁 역시 도저히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 아닌 이상 허승호가 모습을 드러낼 일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허승호는 허종혁이 말없이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자 속에서 이유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가 다시 허종혁에게 손을 대려는 순간, 아래층에서 격렬한 소란이 일고 여자의 비명까지 들려왔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다들 당장 멈춰요!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당신들은 법이 무섭지도 않아요? 대낮에 무단침입한 것도 모자라 물건까지 다 부수겠다는 거예요?”박선화가 목이 터지게 소리쳐도 김미진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꽤 흡족한 듯 공포에 질린 그녀의 표정을 바라봤다.“이 상황에서도 남편이랑 아들이 걱정되는 거예요?”김미진은 턱을 살짝 치켜들고 일부러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천천히 말했다.“봐요. 내가 집을 이렇게 망가뜨려도 그 두 사람은 당신 뒤에 숨어 있기만 하잖아요. 여자를 내세워서 방패막이로 삼는 사람들인데 그 꼴을 보고도 감싸줄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럽네요.”김미진의 말에 마음이 더 무너져내린 박선화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울음소리만 점점 커졌다.안소현은 김미진의 옆에 앉아 독한 말로 기강을 잡으려던 박선화가 이제는 처량하게 무너진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속이 다 시원했다.역시 김미진은 한발 앞서 있었고 무엇을 하던 자기만의 방식이 있었다.안소현은 그런 점이 꽤 만족스러웠고 엄마의 곁에 있으면 항상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박선화는 머릿속으로 김미진의 말을 되짚어 보다가 그 말이 정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까지 애쓰는 건 무엇을 위해서인가? 두 남자의 방패가 되어 주기 위해서였나?’박선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은 보기에 더없이 불쌍해 보였다.김미진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박선화의 처지도 참 딱하긴 했다. 여자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남편과 아들이 그 뒤에 숨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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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허승호는 관자놀이를 만지며 땀이 나지 않았는데도 괜히 땀을 닦는 척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김미진은 그를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왜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럼 제가 대신 말해 줄까요? 조금 전 우리가 허 회장님 아내한테 험한 말을 퍼부을 때, 회장님은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위층에서 지켜보고 있었죠.”김미진은 허승호의 뒤에 서서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허종혁을 바라봤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그녀는 한마디 덧붙였다.“아, 멍청한 아들을 보호하고 계셨네요. 참 눈물겨운 부성애군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회장님이 참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해요.”칭찬처럼 들리는 말이 끝나고 김미진은 갑자기 돌변하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하지만 회장님은 절대 좋은 남편이 아닙니다.”그녀는 멍하니 바닥에 앉아 있는 박선화를 가리켰다.“자기 아내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게 회장님의 방식이에요?”허승호는 김미진의 연이은 질타에 표정이 굳었다.자신은 민성에서 나름대로 이름 있는 인물인데 남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지적을 받은 게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김 회장님, 잊으신 것 같아서 제가 상기시켜드리죠.”허승호는 목소리를 낮췄다.“우리는 민성에 있습니다. 서로의 체면을 어느 정도 봐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 업계에 있으려면 피차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너무 몰아붙이면 마지막에는 아무도 회장님께 손을 내밀어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김미진은 그의 말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녀는 비서에게 계약서들을 가져오라고 눈짓하고는 탁자 위에 차례대로 내려놓았다.“이건 우리가 수년간 함께 진행해 온 협력 프로젝트의 계약서들이에요. 한번 직접 보세요.”김미진은 허승호의 말에 말려들지 않았다. 그 도발하는 말에 대해 해명하려 든다면 오늘 여기로 온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이런 일은 빠르게 끝내는 편이 낫다.허씨 가문의 이 터줏대감이 어떤 성격인지 김미진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허승호는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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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안소현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힘들다는 듯이 목을 움켜쥐었다.김미진의 말에 안소현의 행동까지, 모녀의 호흡은 아주 완벽했다.김미진은 흐름을 타고 말을 이어갔다.“멀쩡하던 제 딸이 지금은 입도 못 뗄 정도가 됐어요. 이 모든 게 그쪽 아들 때문이죠.”화살은 다시 허종혁에게로 향했다.사람들은 일제히 바보가 되어버린 허종혁을 바라봤다.허종혁은 바보 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그들을 향해 헤벌쭉 웃어 보였다.집사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 박선화는 그런 아들을 보며 속에 열불이 났다.김미진은 어떻게 저렇게 운이 좋을까, 자식들은 하나같이 잘나가고 엄마에게 효도도 잘한다.이건 업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그러나 이제 와서는 무슨 말을 해도 늦었다. 아이들은 이미 이렇게 커 버렸고 상황은 되돌릴 수 없었다.김미진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허종혁을 보며 멀쩡한 아들이 지금은 이렇게 변해 버렸으니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하지만 그게 그가 폭력을 저질러도 용서받는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남의 목을 졸랐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김미진은 다시 화제를 본론으로 돌렸다.“계약서들을 살펴보시죠. 앞으로는 태안 그룹은 허산 그룹과 협력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허산 그룹이 이익을 얻은 것에 대해서는 따로 따지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니 눈치껏 계약 해지서에 서명하세요.”김미진은 손을 들어 여유롭게 네일을 한 번 훑어보며 덧붙였다.“거부한다면 일이 너무 커져서 수습이 안 될 수도 있을 거예요.”허승호는 탁자 위에 쌓인 계약서 더미를 보며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김미진이 정말 허산 그룹의 숨통을 끊어 놓을 생각이라는 걸 그제야 실감한 것이다.박선화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급히 일어나 허승호의 옷자락을 붙잡고 작게 고개를 저었다.박선화는 알고 있었다. 저 서류에 서명하는 순간, 자신은 더 이상 사람들이 떠받드는 재벌가의 사모님이 아니게 된다.그럼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란 말인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은 우스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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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안소현은 옆에서 말없이 허종혁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왠지 오늘 허종혁이 너무 조용했다.‘저 사람 바보가 된 거 아니었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인데 지금은 아무 소리도 없이 가만히 있어서 겉보기에는 정상인처럼 보였다.게다가 그들이 하는 말을 몰래 엿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안소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이 느낀 점을 작은 목소리로 김미진에게 말했다.그 말을 듣고 김미진도 허종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확실히 오늘 허종혁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마치 오늘 이 자리에서 무엇을 담론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한편 허승호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탁자 위에 쌓인 계약서 더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이 종이들에 서명하는 순간 회사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결국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간신히 버티며 허덕이는 정도가 되거나 파산하게 될 것이다.허승호가 입을 열었다.“제가... 제가 아들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말하며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손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그는 마침내 결심한 듯 김미진과 안소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제 교육 방식이 잘못됐습니다. 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지금 제 아들은 이렇게 돼 버렸지만, 회사는 제가 지금껏 피땀으로 일궈온 것입니다. 절대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가족들과 주주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허승호는 평생 세워 온 자존심을 꺾었다.박선화와 허종혁은 충격을 받았다.허종혁은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처음 보아 눈이 휘둥그레졌다.박선화 역시 속으로 매우 놀랐다. 허승호와 반평생을 함께 살았지만, 그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박선화가 알고 있는 허승호는 늘 오만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했고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람이었고 젊었을 때 부부싸움을 할 때도 굽히고 들어가 그녀를 달래는 법이 거의 없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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