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선화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부귀영화는 남편과 아들을 통해 얻은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아들이 곧 사라질 상황이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남편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뿐이었다.이제는 그 말이 박선화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자신의 부귀영화가 누구에게서 왔는지 알기 때문에 그만큼 더 놓치고 싶지 않았다.허종혁은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박선화에게 이끌려 걸었다. 그 순간 그는 박선화가 지나치게 위선적이라고 느꼈다.분명 그녀 역시 허승호가 자신을 넘기는 데 동의해놓고 김미진에게는 또 시간을 달라며 애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허종혁은 박선화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앞으로는 그저 자신을 위해 살기만 하면 됐다.박선화는 그를 위층으로 데려다준 뒤, 방 안에서 오랫동안 함께 앉아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에도 죄책감이 없진 않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이었다.박선화는 허종혁의 손을 잡고 옆에 앉아 말했다.“종혁아, 다 엄마 아빠 잘못이야. 감옥에 가게 되면 꼭 몸조심하고 잘 지내야 해.”그녀는 몇 번이고 다짐하듯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중에 내가 사람 시켜서 계속 물건도 보내줄게. 안에서 너무 힘들게 지내진 않게 해줄 거야.”허종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초점 없는 눈길로 어딘가만 바라볼 뿐이었다.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박선화가 거듭 당부하는 표정을 마음에 새기는 건지, 아니면 20년을 넘게 살아온 이 집이 아쉬운 건지 알 수 없었다.허종혁은 속으로 비웃었다. 이제 와서야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던지 깨달았다.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에 남을 만한 추억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예전에도 부모가 다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으나 그때는 어렸던 탓에 자신이 잘못 본 거라고만 생각했다.그래서 줄곧 부모의 사이가 좋다고 믿어 왔지만, 오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퍼붓는 모진 말을 직접 보았다.원래 이 집은 늘 이랬고 변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이혼을 원치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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