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1041 - Chapter 1050

1058 Chapters

제1041화

‘일부러 이러는 건가?’안소현도 속으로 가슴을 졸였다.“엄마, 혹시 도망간 거 아닐까요?”이렇게 말하고 나서 안소현은 곧바로 이상하다고 느꼈다.허승호는 회사에 집착할 정도로 애착이 있고 돈을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이다. 그건 누가 봐도 분명했다.만약 이 일로 회사를 버리고 도망칠 거였다면 애초에 자신들에게 고개까지 숙이며 사과하고 그렇게 굽어들 이유가 없었다.김미진도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 그럴 사람 아니야.”그 정도 신뢰는 있었다.김미진은 허승호를 오래 알고 지냈다. 그는 사업 판에서 지는 법을 모르는 자존심 강한 사람이었기에 도망갈 가능성은 없었다.무엇보다도 그가 전에 굽어든 태도 자체가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김미진은 이런 사정들을 다 꿰고 있었다.다만 오늘 상황은 확실히 이상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한 김미진은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그건 오래 알고 지낸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고 그들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김미진도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친아들을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일인데 누구라도 선뜻 결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잘못을 저질렀다면 벌을 받아야 했고 그건 모두가 아는 당연한 이치였다.안소현은 김미진의 태도를 보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짐작했고 더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결정은 김미진의 몫이고 자신이 간섭할 권리는 없다. 자신은 그저 피해자의 역할만 잘하면 된다.운전기사가 문을 한참 더 두드렸지만, 안쪽은 여전히 조용했다.그는 돌아와서 김미진에게 고개를 저었다.“사모님, 안에서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김미진은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빨리 마무리 지으려 했는데 며칠 사이에 이런 변수가 생기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일단 차 돌려서 돌아가자.”가을이 가까워졌다지만 늦더위는 만만치 않았다.햇볕 아래 잠깐 서 있었을 뿐인데도 김미진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웠다.안소현도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김미진이 얼마나 기분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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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걱정하지 마. 허종혁은 반드시 감옥에 처넣어 줄 거야.”딸이 당한 억울함과 고통을 김미진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딸을 해친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자기 딸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편히 살게 두지 않겠다는 게 김미진의 생각이었다.김미진의 목표는 처음부터 아주 분명했다.처음부터 그녀의 표적은 허산 그룹이 아니라 허종혁이었다. 허산 그룹을 무너뜨리는 데에 김미진은 아무런 흥미도 없었다.그녀는 딸들을 해친 사람은 허종혁 한 사람뿐이었다는 걸 똑똑히 알고 있었다. 안다혜든, 안소현이든, 두 딸이 입은 상처는 전부 허종혁 때문이었다.그러니 굳이 그 분노를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확대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허산 그룹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김미진의 마음에도 의심이 스쳤다.‘자신이 처음부터 목표를 잘못 잡은 건 아닐까? 허산 그룹까지 함께 겨냥했어야 했던 걸까?’이 순간 김미진은 자신의 선택에 강한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말을 꺼낸 이상, 쉽게 되돌릴 수는 없었다.일단은 잠시 후에 다시 와서 허승호가 대체 무슨 속셈인지 확인할 생각이었다.요 며칠 그는 허씨 가문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는데 김미진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김미진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허씨 가문의 움직임을 꿰뚫고 있었다. 특별히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필요한 정보는 손에 들어왔다.그래서 김미진은 알고 있었다. 지금 허승호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에 숨어 있는 것이었다.김미진은 그들에게 시간을 조금 더 주기로 했다. 하지만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면 대처할 방법은 많았다.그때는 허씨 가문을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 다시 왔을 때는 반드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김미진 일행은 그렇게 차를 몰아 떠났다.오늘 허씨 가문이 이런 태도를 보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만약 미리 알았다면 김미진은 경호원 두 명쯤은 데리고 왔을 것이다.지금은 운전기사 한 명뿐이었다.김미진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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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허승호를 바라보는 박선화의 눈빛은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집사의 보고를 들은 허승호는 머리를 한번 쓸어 넘겼다.“그놈은 아직도 소식이 없어?”집사는 고개를 저었다.“회장님, 도련님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승호가 화를 내며 말을 끊었다.“도련님? 도련님은 무슨 도련님이야! 그놈은 그냥 짐승이야. 다시는 그놈을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우리 허씨 가문은 그런 도련님을 둔 적 없어!”허승호는 분노로 가슴이 거칠게 들썩였다. 그는 허종혁이 감쪽같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처음엔 경찰서에서 진짜 겁먹고 정신이 이상해진 줄 알았는데 지금 와 보니 전부 연기였다.게다가 약속한 3일이 지났는데 사라져 버렸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카드까지 들고 나갔다는 점이었다.그 카드가 하필이면 허승호가 따로 계좌를 만들어 둔 카드였다. 예전에는 허종혁이 워낙 한심해서 언젠가 쓸 날이 있겠지 싶어 몰래 모아 둔 돈이었다.그런데 이런 절묘한 시점에 허종혁이 그 돈의 존재를 떠올려 가져가 버린 것이다.이제 와서 후회한들 소용없었다. 허종혁이 어디로 도망갔는지도 모르고 벌써 얼마나 멀리 갔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호칭을 고쳐서 보고했다.“회장님, 허종혁의 행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확인한 건 방을 나가는 장면뿐이고 이후에는 일부러 CCTV를 피해 움직였습니다.”허승호는 그 말에 다급해져 안절부절못했다.“민성의 경찰들은 뭐 하고 있어? 관찰 기간이라며! 그때 옆에 붙어 있던 경찰들은 본 사람이 한명도 없는 거야?”집사는 고개를 저었다.“그렇습니다.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정말 바보가 된 게 아니니 아마 경찰서의 교대 시간을 계산해서 그 틈을 타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허승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바닥에서 흐느끼고 있는 박선화를 노려보더니 발로 툭 걷어찼다.박선화는 바닥에서 낮게 신음을 흘렸다.허승호는 저주 같은 말들을 퍼부었다.“쓸모없는 여편네. 사람 하나 제대로 못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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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아들이 정말 바보가 된 게 아니라면 자신이 곧 감옥에 보내질 거라는 걸 알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그는 분명히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감옥이 사람이 버틸 곳이 아니라는 걸 알 테니까.만약 박선화가 아들이 이미 회복했다는 걸 몰랐다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아들을 감옥에 보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 그는 정상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머니인 박선화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멀쩡한 아들을 감옥에 보내라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언제나 어머니였다.그리고 역시나 허종혁은 다음 날 밤 바로 움직였다.그날 밤, 박선화가 마침 물 한 잔을 마시려고 내려왔다가 허종혁이 몰래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게 됐다.박선화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허종혁은 박선화가 자신을 발견하자 순간적으로 살의를 품었다. 자신을 감옥에 보내려 한 사람들이 부모였다.지금 자신이 멀쩡하다는 사실이 들통나게 되면 자신은 죽은 목숨일 것이다.아버지의 눈에는 돈밖에 없고 아들이란 존재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허종혁은 자신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약혼녀는 배신했고 부모는 자신을 버렸다.그런데도 그는 이연서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지난번엔 며칠 안에 돌아간다고 말해 두었는데 이렇게 오래 지체돼 버렸다.이연서가 지금 어떤 상태일지 그는 알 수 없었다.이상하게도 허종혁의 가슴 한구석에는 불길한 예감이 계속 들었고 그 생각이 들수록 더 조급해졌다.오랫동안 손질하지 못한 머리칼은 눈을 덮고 있었다. 흩어진 앞머리 아래 길게 찢어진 그의 눈매가 박선화를 노려봤다.오른손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허종혁은 들키게 될 상황을 미리 각오하고 있었다. 한밤중에 여기 서 있는 것 자체가 자신이 바보가 아니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으니까.그래서 만약 박선화가 자신을 신고하려 든다면 그녀부터 제압할 생각이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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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허종혁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안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박선화가 했던 말들은 결국 허종혁을 버리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았다.한 번 버림받아 상처받은 아들의 용서를 어떻게 바라겠는가.허종혁은 그 자리에 서서 박선화의 모습이 2층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더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그는 2층 복도 모퉁이에서 멈춰선 박선화의 얼굴이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밤이 너무 조용해 박선화는 가슴을 움켜쥐고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울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이번에는 정말로 아들을 잃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열 달을 품어 힘겹게 낳은 자식인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가엾은 아이는 앞으로 얼마나 힘들까. 바깥에서 혼자 지내며 제대로 자신을 돌볼 수 있을까.박선화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했다.회상이 끝났다.허종혁의 도망을 묵인한 뒤, 박선화의 삶이 편할 리 없었다.허승호는 전부터 박선화에게 허종혁을 잘 지켜보라고 못 박아 두었는데 사람이 사라져 버렸으니 허승호는 일을 크게 만들 수가 없었다.겉으로 티 내지 못한 채 뒤로 조용히 수소문했지만 아무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약속한 3일이 가까워질수록 그는 더욱 신경이 곤두섰고 마음이 타들어갔다.결국 그 화풀이가 박선화에게 돌아왔다.박선화는 두려웠지만 그런 취급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그저 돈 쓰는 법밖에 모르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재벌가의 사모님에 불과했다.오랜 시간 사업에서 손을 뗀 채 허승호가 집에 들여앉혀 놓고 상류층 사모님들과 어울리게만 했으니 다른 능력이 있을 리도 없었다.허승호의 발길질이 날아오고 때때로 채찍처럼 휘두르는 회초리가 몸을 때릴 때마다 박선화는 이를 악물고 견뎠다.이건 자신이 허종혁에게 진 빚을 갚는 일이라고 그렇게 스스로 되뇌며 버텼다.자신이 허종혁에게 못 할 짓을 했으니 그 죗값을 치르는 거라고 여겼다.허승호는 바닥에 반쯤 죽은 사람처럼 널브러진 박선화를 내려다보다가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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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집사는 허승호의 지시대로 돌아서서 박선화의 유일한 동아줄이었던 출입문을 닫아버렸다.집사가 나간 뒤, 예상대로 방 안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선화의 비명이 들려왔다.그 소리마저 끊어지고 나서야 그는 다시 문을 열었다.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는 박선화를 내려다보는 그의 마음도 쿡쿡 쑤셨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집사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허승호의 모습과 발치에 피 묻은 채찍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회장님, 안씨 가문 사람들이 다시 올지도 모르니 사람을 불러 거실부터 치우게 할까요?”그 말에 허승호는 바닥에 쓰러져 기절해 있는 박선화를 흘겨보더니 그제야 화가 조금 풀린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의사를 불러. 죽으면 안 되지.”“네.”집사는 그제야 박선화를 그녀의 방으로 옮겼다.허승호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닦아냈다.박선화에게 한바탕 분풀이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이 결혼은 자신이 끝까지 매달려서 성사된 게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가진 배경이 탐났기 때문이었다.그 시절 그녀의 아버지는 권력이 막강했기에 그 힘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싶었다.그런데 이제 박선화의 아버지는 죽었고 시집온 지 여러 해가 지난 그 딸도 더는 이용 가치가 없었다.그 생각이 들자 허승호의 입가에 서늘한 웃음이 번졌다. 자신이 가장 궁지에 몰렸던 때를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박선화가 굳이 옛일을 들춰냈으니 그녀를 더 봐줄 이유가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가 아래로 내려왔다.“회장님, 다 처리했습니다.”“그래, 수고했어.”허승호는 일어서서 손에 들고 있던 젖은 물티슈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졌다.“안씨 가문 사람들이 또 오면 내가 없다고 해. 아까는 집에 사람이 없어서 문을 못 열었다고 하고.”잠시 생각하던 허승호는 아직 안씨 가문과 완전하게 틀어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허산 그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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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그렇게 대비하고 나서야 허승호는 한숨을 돌렸다.한편 김미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가자마자 경호원들을 한가득 실은 차를 몰고 다시 찾아갔다.처음 허씨 가문에 갔을 때보다도 데려온 사람이 많았다.이번에는 반드시 허종혁을 데려가겠다는 각오였다.이 사건은 너무 오래 끌었기에 오늘은 반드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여기서 시간만 허비하느니 차라리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쓰는 편이 나았다.허종혁은 원래부터 처신이 좋지 않았던 사람이기도 했으니 어렵지 않을 것이다.안소현은 김미진을 바라보며 그 결심을 읽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번에는 아마 허씨 가문이 크게 당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김미진은 성격이 무르고 말이 잘 통하는 편이긴 해도 바보는 아니었다. 자기 딸들을 괴롭힌 사람을 어느 누가 웃으며 상대해 줄 수 있겠는가?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미진은 절대 허씨 가문을 봐줄 리가 없을 것이다.현관 앞을 지키고 있던 집사는 안씨 가문의 차가 다시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는 바로 대문을 닫고 허겁지겁 안으로 달려가 허승호에게 말했다.“회장님, 그 사람들이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허승호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오늘은 이 고비를 넘긴 줄 알았는데 결말은 바뀌지 않은 모양이었다.집사는 혼이 나간 듯 다급하게 말했다.“회장님, 제가 잠깐 봤는데요. 이번엔 인원수가 전보다 더 많습니다. 처음 올 땐 차 한 대였는데 지금은 세 대입니다.”말을 잇는 내내 집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뒤따라온 두 대의 차에 어떤 사람들이 타고 있는지는 뻔했다.이번엔 허씨 가문을 샅샅이 뒤집어 놓을 기세였다.허종혁을 찾지 못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것도 명백했다.그건 허승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마음속이 뒤죽박죽이었다.이번엔 정말로 허씨 가문이 끝장날지도 몰랐다.허승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꼭 닫힌 대문을 바라보던 그는 자포자기했다.“그냥 열어줘. 괜히 불필요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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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허승호는 마음속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오늘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돈만 축내는 박선화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지금은 기절한 채로 방에 누워 있으니 오히려 그녀에게는 그게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허승호는 이 상황이 참 우스워졌다. 세상에, 언제부터 기절해 있는 게 행복한 일이 됐단 말인가, 이전엔 왜 이런 상황이 올 걸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이 상황이 참 우습게 느껴졌다.허승호는 거실에 서서 김미진 일행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봤다.집사가 덜덜 떨며 물었다.“회장님, 거실문도 닫을까요?”허승호는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오늘 김미진의 기세로 봐서는 도망칠 길이 없었다.처음엔 숨을 수 있으면 숨어 보려고 했지만,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역시 김미진은 목적을 이루기 전까지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피할 수 없어. 그냥 포기하자.”허승호는 집사의 표정을 볼 여유도 없었고 곧장 김미진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김미진의 비위를 맞추려 웃음을 지었다.“김 회장님, 정말 오랜만입니다.”김미진은 어이가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깐 말문이 막혔다. 조금 전에도 여기 왔었는데 오랜만이라니, 참 우스웠다.“오랜만은 아닐 텐데요? 아까 우리를 문전 박대한 걸 잊었어요?”김미진은 헛웃음이 나왔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다니, 허종혁은 정말 갈수록 뻔뻔해졌다. 안소현도 팔짱을 낀 채 허승호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예전에 자신이 허씨 가문에 왔을 때 그들 부부는 절대 저런 태도가 아니었다.그땐 둘 다 혼인을 빨리 확정 짓길 바랐으면서 지금은 자기 엄마 앞에서 저렇게 비굴하게 굴며 비위를 맞추려 하고 있다.안소현은 그게 참 재미있다고 느꼈다.역시 사람의 본성은 그런 법이다. 자신은 이 두 사람은 다 좋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처음부터 제대로 파악했다.만약 이런 집에 시집갔다면 그야말로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꼴이 된다.하지만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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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그 밖에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지금 김미진에게 가장 중요한 건 딸의 복수를 돕는 일이었고 허종혁이 그 원흉인 이상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화풀이할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허승호의 태도는 김미진의 속을 또 한 번 뒤집어 놓았다.“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김미진은 곁눈질로 그를 쳐다봤다. 뒤에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서 있어 기세가 위압적이었다.그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만으로도 허승호는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그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제 생각이요? 당연히 그놈을 넘길 것입니다. 잘못했으면 책임을 지고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죠.”김미진은 코웃음을 쳤다.“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네요. 허종혁은 지금 어디 있어요? 설마 오늘이 사흘째가 되는 날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겠죠?”허승호는 급히 이마의 땀을 훔치며 어색하게 웃었다.“그걸 제가 어떻게 잊겠습니까. 다만...”그 뒤의 말은 도저히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웠다. 자기 입으로 말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는데 하물며 김미진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허승호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자 김미진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하세요. 여기서 질질 끌면서 눈치는 왜 보고 있어요? 누구 보라고 연기라도 하는 겁니까? 저는 당신들에게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어요. 당신들은 이미 우리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어요.”김미진은 늘 시간이 곧 금이라는 말을 믿었다. 허씨 가문에 이렇게 시간을 쏟아부은 만큼 나중에 그 시간을 벌어들이려면 또 얼마나 더 일해야 할지 모른다.태안 그룹 같은 회사는 수익이 분 단위로 움직인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그 기준 차이가 결국 생활 수준과 환경의 차이를 만든다.그런데도 허승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정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제가 하는 말이 좀 믿기 힘들 수도 있거든요. 혹시 믿지 못하실까 봐서요.”허승호는 끝내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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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마치 무슨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안소현은 예전에 교도소 안에서 허종혁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을 떠올렸다.그 눈빛 때문에 안소현은 허종혁이 미치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이후 경찰도 검사했고 그의 정신 상태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그렇지 않았다면 재판이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진행될 리가 없었다.그런데 지금 안소현은 다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경찰서 쪽에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김미진은 흥미롭다는 듯한 반응이었다.“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러시는 거죠? 말해 봐요. 저한테 시원하게 얘기하면 되잖아요.”김미진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꽤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일로 당신들한테 화풀이할 생각 없어요. 말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다면 저도 충분히 이해해요.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얘기하세요.”그 말에 집사는 허승호를 한 번 바라봤다.허승호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집사는 결국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사실 우리 도련님이... 아니, 허종혁은... 미친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들은 안소현은 벌떡 일어서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그게 정말이에요?”안소현의 얼굴은 공포로 물들었다. 지나치게 격한 반응이 마치 어떤 충격을 받은 사람 같아 보였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허종혁이 미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안소현이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게 이상했다.김미진도 눈을 가늘게 뜨고 낮게 물었다.“소현아, 너 왜 그래?”그제야 안소현은 정신을 차렸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본인도 아차 싶었다.지금 자신의 반응이 너무 과했다.안소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전혀 예상 못 해서요. 그게 두 분께는 오히려 좋은 소식 아닌가요?”안소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행동은 마치 무언가를 숨기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허승호도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좋은 일이지요. 당연히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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