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호는 마음속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오늘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돈만 축내는 박선화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지금은 기절한 채로 방에 누워 있으니 오히려 그녀에게는 그게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허승호는 이 상황이 참 우스워졌다. 세상에, 언제부터 기절해 있는 게 행복한 일이 됐단 말인가, 이전엔 왜 이런 상황이 올 걸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이 상황이 참 우습게 느껴졌다.허승호는 거실에 서서 김미진 일행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봤다.집사가 덜덜 떨며 물었다.“회장님, 거실문도 닫을까요?”허승호는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오늘 김미진의 기세로 봐서는 도망칠 길이 없었다.처음엔 숨을 수 있으면 숨어 보려고 했지만,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역시 김미진은 목적을 이루기 전까지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피할 수 없어. 그냥 포기하자.”허승호는 집사의 표정을 볼 여유도 없었고 곧장 김미진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김미진의 비위를 맞추려 웃음을 지었다.“김 회장님, 정말 오랜만입니다.”김미진은 어이가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깐 말문이 막혔다. 조금 전에도 여기 왔었는데 오랜만이라니, 참 우스웠다.“오랜만은 아닐 텐데요? 아까 우리를 문전 박대한 걸 잊었어요?”김미진은 헛웃음이 나왔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다니, 허종혁은 정말 갈수록 뻔뻔해졌다. 안소현도 팔짱을 낀 채 허승호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예전에 자신이 허씨 가문에 왔을 때 그들 부부는 절대 저런 태도가 아니었다.그땐 둘 다 혼인을 빨리 확정 짓길 바랐으면서 지금은 자기 엄마 앞에서 저렇게 비굴하게 굴며 비위를 맞추려 하고 있다.안소현은 그게 참 재미있다고 느꼈다.역시 사람의 본성은 그런 법이다. 자신은 이 두 사람은 다 좋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처음부터 제대로 파악했다.만약 이런 집에 시집갔다면 그야말로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꼴이 된다.하지만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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