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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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알았어요. 엄마. 그러면 먼저 돌아가 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시면 돼요.”김미진이 손을 오므리며 오케이라는 손동작을 해 보이더니 눈빛으로 두 사람이 가는 걸 지켜봤다. 두 사람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김미진은 앞에 놓은 그릇을 보며 멍을 때렸다. 사실 안다혜의 난감한 표정을 발견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그저 마주하기 싫었다. 그러다 자매가 정말 원수가 된다면 김미진은 정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지끈거렸다.두 딸은 김미진의 성격을 닮아 고집이 셀뿐만 아니라 체면도 중요시했다. 서로 양보할 줄만 알았어도, 한쪽이 먼저 고개를 숙였어도 이 일이 잘 풀렸을 텐데 말이다.이렇게 생각한 김미진은 한숨이 푹 내쉬었다. 안으로 들어오던 비서는 김미진이 한숨을 내쉬는 걸 보고 어떻게 풀어줘야 하나 고민했다.“회장님, 왜 그러세요? 무슨 일 때문에 한숨을 쉬는 거예요?”진이수를 보자 김미진도 말문이 트였다.“딸이 둘인데 둘 다 체면을 중요시하고 성격도... 에휴...”고민에 빠진 김미진을 보며 진이수도 무슨 말인지 알았지만 집안일이라 끼어들 자격이 없었다. 김미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진이수를 보며 이내 흥미를 잃었다.많은 말을 했는데 상대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위로 한마디도 건네지 않으니 마음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김미진은 옆에 죄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만 둔 것에 한탄하며 기회가 된다면 물갈이해야겠다고 생각했다.“됐어. 여기 이렇게 서 있지 말고 별일 없으면 의사 선생님이 준 약 가져와.”김미진은 여기 있어봤자 더 나은 치료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하루빨리 퇴원하고 싶어 했다. 입원해서 들은 말 중에 안정을 취하고 잘 휴식하라는 말 빼고는 기타 유용한 건의는 없었다. 게다가 병원에서 처방해 준 보약은 집에도 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참기 힘든 건 병원의 소독수 냄새였다.진이수는 김미진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또 문제가 생기면 일자리가 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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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게다가 여기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태안 그룹 내외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속 편히 병원에 있기는 힘들었다.바깥 상황은 김미진도 잘 알아야 했다. 발전하려면 현재에 멈춰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간단한 도리를 김미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김미진은 진이수가 퇴원 수속을 하러 가서야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니 사색이 점점 더 먼 곳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다정아, 장모님 혼자 병원에 둬도 되는 걸까?”윤해준이 운전하며 안다혜에게 물었다. 안다혜도 속으로 걱정하긴 했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티를 내지 않았다.“괜찮아요. 우리 엄마 원래 그런 성격이에요.”안다혜가 한숨을 축 내쉬었다.“지금 거기 남아있는다 해도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지실 거예요.”“사실 우리를 이렇게 쫓아내는 거 퇴원하고 싶어서 그런다는 거 알아요.”이 말에 윤해준이 눈썹을 추켜세웠다.“알면서 왜 장모님의 뜻에 따른 거야?”“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내가 계속 곁을 지킨다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결국 엄마가 하고자 하는 일을 방해할 뿐이지.”윤해준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이제 다른 사람은 모르는 케미가 생긴 터라 말할 시간에 유의미한 일을 하나라도 더 하는 걸 선호했다.안다혜가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엄마가 쫓아내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가 거기서 뭘 도와줄 수 있었겠어요?”“막말로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우리가 거기 있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안다혜의 말은 반박할 여지 없이 매우 정확했다. 다른 건 몰라도 도움도 안 되는데 그 자리에 있는 건 매우 눈에 거슬리는 일이었다.“그래. 이제 집에 도착했다.”불을 켜지 않아 어두컴컴했지만 집이라는 말에 안다혜는 왠지 모를 포근함과 따듯함을 느꼈다. 예전에 있던 집도 똑같이 어두컴컴했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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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다 들었어. 나와 함께여서 매우 만족한다고.”안다혜가 난감한 표정으로 그런 윤해준을 흘겨봤다.“다 들었어요?”윤해준이 웃으며 안다혜를 안았다.“듣기만 했겠어? 걱정하지 마. 해낼 거야.”“우리 한두 날 같이 지내는 게 아니라 한평생 함께할 거잖아. 앞으로 내가 잘못한 거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줘.”안다혜가 싱긋 웃었다.“네. 윤해준 씨.”두 사람은 갓 연애를 시작한 커플처럼 분위기가 따듯하면서도 달콤해 다른 사람은 쉽게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함께 집으로 들어가 보니 집에서는 밥 냄새가 풍겼다. 안다혜가 의아한 눈빛으로 윤해준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만 윤해준도 따라서 고개를 저었다. 안다혜만 어리둥절한 게 아니라 윤해준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나도 몰라. 와서 밥하라고 시킨 적이 없는데?”두 사람이 주방으로 가보니 테이블에 요리와 쪽지가 놓여 있었다.안다혜가 쪽지를 확인해 보니 예쁜 글자체가 주인이 얼마나 공을 들여 적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오빠, 새언니, 두 사람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준비했어요.”“싫어하지 말고 내 성의라고 생각해서 받아주세요. 뭐로 보답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미안한 마음을 담아 준비했어요.”“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더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마지막에는 한유라가 직접 그린 귀여운 표정까지 있었는데 잘 보이려고 무진장 애쓴 티가 보였다.안다혜가 쪽지를 윤해준에게 보여주며 물었다.“뒤에 찾아가서 뭐라고 했어요?”“아니. 아무 말도 안 했는데?”윤해준도 한유라가 왜 갑자기 이런 걸 준비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런다고 무슨 이점이 있다고 그러지? 정말 회개한 건가?’윤해준은 한유라의 의도가 의심이 가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안다혜가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흘리듯 이렇게 물었다.“요리에 뭘 넣지는 않았겠지?”윤해준이 화들짝 놀라더니 당장 요리를 버리려고 했다.“그냥 버리고 나가서 먹자.”“아, 아니에요. 농담한 거예요.”안다혜는 그런 윤해준이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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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내일 일찍 회사로 나가봐야 했고 김미진도 없으니 더 신경을 써야 했다. 회사를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마음이 잘 놓이지 않았다.윤해준이 안다혜 옆에 앉더니 새우를 하나 집어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많이 먹어. 요리가 정갈하긴 하네.”안다혜도 윤해준에게 갈빗살을 집어줬다.“먹어요. 나 챙길 필요 없어요.”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챙기며 알콩달콩 밥을 먹었다한편, 한유라는 문 뒤에 숨어 문틈으로 모든 걸 지켜봤다. 그 요리들은 아주머니 조말자가 준비했고 확실히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한유라가 이 요리를 준비한 건 안다혜가 윤해준과 헤어지기를 바라서였다. 두 사람이 함께 먹는 마지막 한 끼인데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한유라가 힘을 써준 것이다.‘그래. 이래야 재밌지.’‘두 사람이 즐겁게 먹어주니까 준비한 보람은 있네.’“이 식사를 잘 즐기기를 바랄게.”한유라가 기괴하게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이 먹는 마지막 한 끼야. 앞으로 해준 오빠는 나와 함께 밥을 먹게 될 거니까.”한유라가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이 밥은 두 사람의 이별 밥이라고 하자.’한유라는 이런 걸 준비한 자신이 참으로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안다혜의 기분까지 살뜰하게 살피니 말이다.요즘 한문수도 한유라에게 메시지를 보내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필요하면 당장이라도 귀국할 생각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데 혼자 국내에 두는 게 걱정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해준의 태도가 더 걱정이었다. 이러다 윤해준이 화를 내면 물불 가리지 않고 치워버리려고 할 텐데 그러면 한유라는 도망갈 곳이 없었다. 어쩌면 한문수마저도 부모님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생각이 많아지니 한문수는 한유라에 대한 걱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한유라도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말했지만 한문수는 믿을 수가 없어 자꾸만 확인했다. 다만 차수가 많아지다 보니 한유라도 짜증을 냈고 한문수를 귀찮아했다.이제 한유라는 한문수의 연락처를 차단한 상태였다. 시기가 무르익어 윤해준을 손에 넣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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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앞으로 무슨 일 생기면 나 찾지 마. 나도 네 사활에 관여할 생각 없어.”한문수는 바닥에 널브러진 핸드폰 조각을 보며 분에 차서 씩씩거렸다. 한유라는 전에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귀국한 뒤로 담이 점점 커진 것 같았다.기분을 정리한 한문수가 비서에게 새로운 핸드폰 하나를 준비하고 바닥을 잘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비서는 바닥에 널브러진 조각을 보며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문수의 성격이 좋은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한문수는 성격이 매우 나빴고 가끔은 책상을 내리치며 문을 걷어차는 경우도 있었다. 핸드폰을 던지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다. 이번 달에 비서가 찌그러진 핸드폰을 정리한 것만 해도 네 번째인데 오늘부로 다섯 번째가 되었다. 한편, 민성에 있는 한유라는 드디어 잠잠해진 핸드폰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역시 차단하니까 세상이 다 조용해진 것 같네. 진작 차단할 걸 그랬다.’한문수는 한번 묻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서 살짝 지겨웠다.그렇게 한유라는 문틈으로 두 사람을 관찰했다.‘그래. 많이 먹어. 오늘이 마지막이야.’‘나도 참 인자하지. 이런 것까지 다 챙기고 말이야.’안다혜는 처음에 편히 밥을 먹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뒤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불편해졌다.“오빠 , 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안 들어...?”안다혜가 의아한 표정으로 윤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집에 있는 사람은 총 세 명인데 두 명이 여기서 밥을 먹고 있으니 훔쳐보는 사람이 있다면 한유라밖에 없었다.‘설마 정말 이 밥에 무슨 짓을 한 건가?’안다혜는 한유라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한유라가 차린 밥을 이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먹을 리가 없었다. 요즘 한유라가 얌전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방비 상태로 있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닌데 말이다.다만 요즘 한유라는 이상하리만치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안다혜 앞에 나타난 적이 없었고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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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안다혜도 그제야 반응하고 윤해준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무슨 문제가 있었다면 진작 발작이 왔을 텐데 지금처럼 멀쩡할 리가 없었다.“오빠 말이 맞아.”안다혜가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으며 속으로 의아해했다.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닌데 한유라가 준비한 요리는 대부분 안다혜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어떤 요리는 김미진조차도 안다혜가 좋아한다는 걸 몰랐다.안다혜는 놀라워하다가 결국에는 한유라가 사과하고 싶어 미리 조사한 거라고 생각했다. 알아서 이것저것 집어먹은 윤해준은 다 먹고 나서 설거지까지 책임졌다.“내가 설거지할게. 너는 바로 씻으러 가. 씻고 일찍 쉬어.”이렇게 말하는 윤해준의 눈빛이 다소 야릇했고 툭 튀어나온 섹시한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안다혜도 다 큰 성인이라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생각을 바꿔보면 두 사람이 부부로 지낸 지도 꽤 되는데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게다가 이젠 서로 보지 못한 모습이 없었고 앙금이 있다고 해도 대화로 다 풀어낸 상태였다.“그래요. 그러면 먼저 샤워할게요.”안다혜는 거절하지도, 수락하지도 않고 애매하게 말했다. 윤해준의 눈빛이 살짝 밝아지더니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챘다. 거절하지 않았다는 건 수락한 거나 다름없었다.방으로 돌아간 안다혜가 샤워하려는데 민초연이 문자를 보내왔다.[다혜야, 아줌마는 좀 어떠셔?]민초연은 안다혜와 사이가 좋았고 어릴 적부터 말을 예쁘게 잘했기에 김미진이 수양딸로 삼을 정도였고 가문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안다혜와 민초연의 관계도 지금까지 쭉 이어올 수 있었다.메시지를 확인한 안다혜는 민초연이 걱정하는 게 싫어 이렇게 답장했다.[걱정하지 마. 이제 아무 일도 없어.][곧 퇴원하실 것 같아.]민초연이 금방 답장했다.[오? 이렇게나 빨리? 왜 더 입원해 계시지.]안다혜도 난감한 표정이었다.[너도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가만히 계실 분이 아니야.][계속 병원에 있으라고 강요하면 그냥 죽여달라고 할걸?]민초연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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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너희 언니가 있으니까 갈 엄두가 안 나.]안다혜가 오케이라는 이모티콘을 보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다혜는 안소현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고 민초연이 안소현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도 잘 알았다. 아마도 민초연이 어릴 적부터 안다혜와 잘 지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안다혜는 어릴 적 민초연이 집에 놀러 왔던 걸 떠올렸다. 둘은 수영장 옆에 앉아 일광욕했다. 그때는 가문에서도 두 사람이 사이가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어릴 적부터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던 안소현은 두 사람과 함께 어울리지 않았고 민초연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날 두 사람이 일광욕하는데 안소현이 드물게 열정적으로 다가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어린 민초연은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안다혜의 언니라 그래도 체면을 봐줄 수밖에 없었다.세 사람은 수영장에서 중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가 안소현이 실수로 안다혜를 수영장에 밀어 넣었다. 어린 안다혜는 아직 수영할 줄을 몰랐기에 깜짝 놀란 민초연이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안다혜를 건져 올리려 했다. 그리고 뛰어들기 전 민초연은 안다혜에게 이렇게 소리쳤다.“어른들 불러와요.”하지만 안소현은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놀라서인지 아니면 일부러 못 들은 척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민초연이 수영할 줄 알았다.민초연이 안다혜를 건져 올릴 때까지도 안소현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다. 화가 치밀어오른 민초연은 바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안소현을 수영장으로 밀어 넣으며 매섭게 쏘아붙였다.“사람이 왜 그렇게 나빠요? 앞으로 더는 낄 생각하지 말아요.”그러고는 안다혜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만 안소현이 아직 수영장에 처박혀 있다는 걸 잊지 않고 어른에게 얘기해 도움을 청했다.부들부들 떨며 안으로 들어온 안소현은 민초연을 날카롭게 노려봤지만 결국 김미진에게 민초연이 저지른 일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실수로 발을 헛디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원수지간이 되었고 민초연도 안소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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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안다혜는 김미진이 난감한 게 싫었을뿐더러 이런 생각은 그저 추측에 불과했다. 어쩌면 추측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어릴 적의 이상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그리고 이 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 해도 믿어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는데 친자매가 아닐 리가 없었다.이런 생각은 혼자 속으로 하면 되지 절대 김미진 앞에서 털어놓으면 안 된다. 아니면 김미진이 또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른다.다만 안다혜도 몰랐다. 우연치 않게 내린 추측이 맞아떨어졌다는 걸 말이다. 다만 아직은 아무런 증거가 없는 생각에 불과했기에 안소현의 죄를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이 일은 누가 부딪히든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물며 안다혜는 안소현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김미진도 안소현이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두 사람을 차별 없이 대했다. 그런 이유로 안다혜도 의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계속 조사한다 해도 일이 자기가 생각했던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를 얻었을 것 같아 그저 생각이 많아진 거라고 결론을 지었다.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이런 믿을 수 없는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라 이런 결론을 내릴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더 의심할 것도 없었다.안다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머릿속을 가득 메운 이상한 생각을 떨쳐내려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김미진 앞에서 이 얘기를 꺼내면 안 된다. 김미진의 몸 상태를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고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애매했다. 아무 증거도 없는데 함부로 얘기할 수도 없었다. 안소현과 한 지붕 아래서 그렇게 오래 생활했는데 이런 얘기를 하면 김미진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그렇고 안다혜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결국 안다혜는 생각을 접어두고 샤워하러 들어갔다. 오늘은 참으로 바쁜 하루였다. 회사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또다시 회사를 거쳐서야 집으로 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유라가 차려놓은 밥에 쪽지까지 보고 나니 체력이 닳아 얼른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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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살금살금 윤해준과 안다혜가 있는 방으로 걸어간 한유라는 안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듣고 활짝 웃었다.‘좋아. 안다혜가 안에서 샤워한다는 건 주방에 해준 오빠 밖에 없다는 소리잖아.’한유라는 이것만 생각하면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주방으로 가보니 역시나 예상대로 윤해준이 주방에서 혼자 분주히 돌아치고 있었다. 이에 한유라는 주먹을 불끈 쥐고 속으로 안다혜를 빌어먹을 년이라고 욕했다. 윤해준에게 설거지를 시키고는 혼자 쏙 빠져서 먼저 샤워하러 들어간 게 아니꼬웠기 때문이다.‘나라면 절대 이런 거 시키지 않았을 텐데. 억울하게 도대체 이게 뭐냐고.’한유라는 윤해준의 손이 큰 프로젝트에 사인하기 위해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윤해준이 평소 벌어들이는 돈만 봐도 한유라는 한평생 일하지 않고 놀고먹어도 된다. 게다가 외모나 생김새나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으니 한유라가 욕심낼 만도 했다.‘이 정도는 생겨야 나랑 어울리지.’한유라의 눈동자는 욕망으로 들끓어 올랐고 표정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드러났다. 주방에서 분주히 돌아치던 윤해준은 자꾸만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가 한유라의 이글거리는 눈동자와 딱 마주쳤다. 욕망이 끓어 넘치는 눈동자는 장님이 아닌 이상 누구든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윤해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뒷걸음질 쳤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설거지와 주방 청소에 몰두하던 윤해준은 갑자기 나타나서는 욕망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유라를 보며 소름이 돋았지만 윤해준도 일반인은 아니었기에 이내 반응했다.한유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정리했다.“해준 오빠, 그냥 내가 한 요리가 입에 맞았는지 확인하려고 내려온 거야? 어때? 맛있었어?”“괜찮았어.”윤해준은 한유라의 질문에 걱정을 드러냈다.“갑자기 왜 요리를 한 거야?”윤해준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한유라를 악의적으로 추측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중간에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면서 한유라가 예전과는 아예 다른 사람으로 자라났다는 걸 알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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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한유라는 전에 윤해준이 이렇게 직설적인 사람인지 몰랐다.‘분명 전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윤해준의 말에 한유라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그래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해준 오빠, 왜 그렇게 모질게 말해. 보상하려고 요리도 했잖아.”“밥 한 끼로 보상이 되니?”윤해준은 한유라의 얼굴에 걸린 웃음이 살짝 우스웠다. 두 사람이 뭐가 모자란다고 고작 밥 한 끼에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용서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한유라는 예상대로 나오지 않는 윤해준을 보며 마음이 다급해졌다. 적어도 체면을 봐주며 인사치레는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윤해준은 한유라에게 아무런 여지도 주지 않았다.‘이러면 어떻게 계속 얘기하라고.’한유라는 이렇게 견지하는 게 맞는지, 너무 우스워 보이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아니야. 오빠.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 앞으로도 최대한 두 사람 방해하지 않을게. 요리는 두 사람만 좋다면 계속 해줄 생각이야.”한유라가 이렇게 말했지만 윤해준은 한유라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어딘가 이상해 보여 바로 거절했다.“됐어. 이런 일은 아줌마에게 맡기면 돼. 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윤해준은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해 한유라의 제안을 거절했다. 차수가 많아지면 약을 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유라의 성장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제안을 하니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한유라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왜? 내가 원해서 하는 건데 왜 못 하게 하는 거야?”“필요가 없으니까.”윤해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언짢은 표정으로 한유라를 바라봤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말했는데 한유라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자꾸만 무의미한 말을 반복했다. 이는 시간 낭비를 싫어하는 윤해준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됐어.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봐. 나도 정리하고 자야겠다.”윤해준은 안다혜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안다혜가 인내심을 잃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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