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บทที่ 81 - บทที่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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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안다혜가 말단 사원으로 들어온다고 했을 때 그저 놀러 온 줄 알았다. 있는 집 자식들은 원래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는데 가정의 지원을 받으며 오는 인턴은 전부 놀러 온 거라고 생각했지만 안다혜는 팀장이 전에 생각했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니, 그동안 믿어왔던 것들이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안다혜처럼 진지한 사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잘 없기 때문이다. 집에 돈이 많으면 태안 그룹을 뒤에 두고 얼마든지 허송세월할 수 있는데 안다혜는 매우 진지했고 팀장도 옆에서 지켜봤기에 잘 알았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안다혜는 성실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이렇게 생각한 팀장이 안다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열정이 묻어났다. 안다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했고 소나무처럼 대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해야 할 몫을 다했기에 옆에서 보고 있으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차분해졌다.“잘 좀 부탁해요.”팀장이 다시 한번 귀띔했다.“다혜 씨, 풍산 그룹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혜 씨가 나보다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씩씩하게 대답했다.“최선을 다할게요.”안다혜의 굳건함이 사무실 전체를 감동하게 했고 다들 집중력을 총동원해 이 방안에 대응하며 안다혜를 따라 배우려 했다. 안다혜는 이런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어 참으로 즐거웠다.오후가 되자 안다혜가 자료를 정리하고 풍산 그룹으로 향하려는데 사무실에 앉은 동료들이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이서아는 팀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풍산에 도착했다. 안다혜는 으리으리한 건물 옆으로 보이는 이 도시의 랜드마크를 보며 풍산 그룹의 실력을 다시 한번 감탄했다. 풍산 그룹이 대단한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 회사로 들어간다고 하자 뭔가 색다른 기분이 들었고 살짝 두렵기까지 했다.안다혜는 입술을 꽉 앙다문 채 속으로 화이팅하며 회사로 들어갔다. 사실 데스크 직원들은 그녀가 들어올 때부터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안다혜가 앞으로 가서 물었다.“안녕하세요. 풍산 그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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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안다혜는 서류를 가져다주려고 온 것이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풍산 그룹과 협력하는 것이기에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녀는 조금 전에 잘못 본 것이라고 여겼지만 윤해준 같은 얼굴은 흔하지 않았다.‘내가 정말 잘못 본 걸까?’안다혜는 풍산 그룹의 대표도 윤 씨라는 것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윤해준은 안다혜 어머니의 생일 연회를 성대하게 열었고 값비싼 옥병을 선물했었다. 예전에 허종혁이 큰돈을 주고 산 옥병은 가짜였다. 윤해준이 산 진품은 상상도 못 할 금액일 것이다.안다혜는 윤씨 가문의 재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소문으로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서 15층 버튼을 눌렀다. 조금 전에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눈앞에 익숙한 남자가 나타났다. 안다혜는 엘리베이터 밖에 서 있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사람들 속에서 한눈에 보였고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있어서 색다른 매력을 자아냈다.그 남자는 안다혜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해준 오빠가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방금 회의실에서 나온 거죠?”안다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갑자기 풍산 그룹 건물에 나타난 윤해준이 수상하게 느껴졌다.안다혜는 윤해준이 풍산 그룹 대표와 무슨 사이인지 궁금했다.윤해준은 주위 사람한테 눈짓하면서 입단속을 시켰다. 안다혜의 눈빛만 보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곁에 서 있던 오정우는 단번에 눈치채고는 회사 단톡방에 윤해준의 신분이 들통나지 않게 하라는 문자를 보냈다.윤해준이 안다혜와 역할놀이를 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기에 오정우는 눈치껏 행동해야 했다.그는 안다혜 쪽으로 다가와서 차분하게 말했다.“오늘 풍산 그룹과 미팅하는 날이라서 온 거야. 협력이 아니라 경험을 교류하는 자리였을 뿐이니 오해하지 마.”윤해준은 안다혜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 안다혜가 고개를 들자 뜨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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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안다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두 사람을 향한 시선이 느껴졌기에 더 얘기를 나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이만 가볼게요. 기획안을 바치러 온 거라서요.”안다혜는 손에 든 서류봉투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윤해준은 평소와 달리 한껏 진지한 안다혜의 표정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그래. 얼른 가 봐.”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다정은 무엇을 해도 성공할 사람이야. 이번 프로젝트도 꼭 성공하길 바랄게.”안다혜는 윤해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얼핏 듣기에는 안다혜를 격려하는 것 같았지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윤해준을 쳐다보면서 풍산 그룹의 대표가 떠올랐다. 속마음을 들킬까 봐 고개를 숙이고는 생각에 잠겼다.‘윤해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재벌가 중의 최고로 뽑히는 윤씨 가문의 친척이겠지. 그래서 직접 대표를 만나러 왔을 거야. 나 같은 사람은 풍산 그룹 대표를 만날 기회조차 없어.’안다혜는 조금 전에 막무가내로 추측하면서 불안해했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한 뒤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마워요.”안다혜는 윤해준을 더 이상 경계하지 않았다. 말을 마친 그녀는 회의실로 들어가서 기획안을 풍산 그룹 프로젝트 담당자한테 건넸다. 담당자는 힐끗 쳐다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며칠 뒤에 답변드릴 테니 책상에 올려놓으세요.”이때 한 사원이 다가와서 담당자한테 귓속말했다. 그러자 담당자가 깜짝 놀라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안다혜를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안다혜 씨, 기획안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이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를 보고해야 하거든요.”안다혜는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갑자기 태도가 바뀐 담당자를 쳐다보았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이익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그녀는 담당자가 무슨 의도로 질문을 던졌는지 모르지만 일단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여겼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분위기에 압도되지 않고 당당하게 발표하는 안다혜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부러워했고 누군가는 질투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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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안다혜의 말을 들은 경쟁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모두 태안 그룹을 대표해서 회의에 참석한 안다혜가 유능한 인재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예의 있게 인사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상업계에서 굳이 경쟁자한테 잘 보일 필요는 없었지만 밉보여서도 안 되었다. 자칫하면 표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넘기기만 하면 되었다.태안 그룹은 다른 회사의 적이 아니라 우호적인 관계로 남을 것이다.안다혜가 회의실을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윤해준과 마주쳤다.“해준 오빠,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요?”“아니. 업무를 다 보고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윤해준은 자연스럽게 안다혜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안다혜는 윤해준을 힐끗 쳐다보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조금 전에 같이 있던 사원들은 전부 흩어졌고 윤해준은 혼자 복도에서 안다혜를 기다렸다.안다혜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윤해준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만약 윤해준이 태안 그룹에 나타났다면 사원들의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그녀는 풍산 그룹에서 사원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윤해준이 고개를 돌리더니 안다혜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잘생김이 묻었어요.”안다혜는 저도 모르게 생각한 그대로 대답했다. 그녀는 말하자마자 얼굴이 삽시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오빠한테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 너무 수치스럽고 창피해. 오빠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감도 잡히지 않아.’윤해준은 헛기침하고는 손등으로 입을 막으면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정우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돌 같던 대표님이 웃었어. 대표님이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어?’그는 회의 때마다 굳은 표정을 하고서 앉아 있었다. 사원이 큰 실수를 하면 윤해준한테 된통 혼났다.오정우는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안다혜를 쳐다보았다. 아마 안다혜 때문에 윤해준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안다혜는 윤해준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심장이 덜컹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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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안다혜는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윤해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람들이 술렁거렸고 모두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오빠 마음대로 하세요.”안다혜는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오정우를 비롯한 여러 사원이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저분이 바로 윤 씨 사모님인가요?”“그런 것 같아요. 대표님이 저녁에 음식을 차릴 테니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어봤잖아요.”“대표님이 요리도 할 줄 안다니... 정말 신기해요.”“결혼하지 않고 영원히 혼자 지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대표님은 이미 선녀님과 결혼하셨네요. 이렇게 보니 선남선녀예요.”“대표님은 원하는 것이라면 전부 얻은 것 같아요. 얼마나 완벽하고 행복한 삶이에요!”주변에서 업무를 보던 사원들은 사실 귀를 쫑긋하고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안다혜는 주목을 받게 되자 안절부절못했다. 윤해준이 고개를 들고 위협적인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사원들은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업무를 보았다. 윤해준은 안다혜를 불편하게 한 사원들을 찾아내서 벌을 줄 수도 있었다.안다혜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업무를 봐야 해서 회사에 빨리 들어가야 해요. 오빠도 얼른 가보세요.”“그러면 주차장까지 데려다줄게.”그녀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미소 짓고 있는 이 남자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안다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윤해준과 같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사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원들은 윤해준이 여자한테 관심 없는 돌 같은 남자인 줄 알았다.하지만 윤해준은 좋아하는 여자한테 부드러운 면을 보여주는 다정한 남자였다.‘대표님과 사모님은 누가 봐도 어울리는 한 쌍이야. 안다혜 씨는 대표님의 분위기에 눌리지 않았어. 오히려 대표님을 리드하고 있는 것 같달까?’오정우는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자, 잡담은 이쯤하고 업무를 보세요. 오늘 보고 들은 건 절대 소문내지 말고요.”오정우가 천천히 말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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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안다혜는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윤해준은 안다혜가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정아, 내가 잘생겼다면서 왜 나를 쳐다보지 않는 거야? 얼굴에 묻었던 잘생김이 떨어지기라도 한 건가? 아직도 민망해서 그런 거라면 이해할게.”안다혜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까 풍산 그룹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어쩐지 억울했고 가슴이 답답했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한 말을 농담 삼아서 하는 윤해준이 싫었다. 그녀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윤해준을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아무리 잘생겼어도 이미 못 볼 것까지 다 본 사이잖아요. 오빠의 얼굴을 계속 보다 보니 질렸다고요. 어쩌면 오빠라는 사람이 질렸을지도 모르죠.”안다혜의 말에 윤해준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윤해준이 멈춰 선 줄도 모르고 앞으로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안다혜는 다른 사람이 약점이거나 실수했던 일로 자신을 놀리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차 문을 열려고 할 때 윤해준이 따라오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데려다준다면서 왜 거기에 서 있는 거예요? 싫으면 내 가방을 돌려줘요. 회사에 빨리 가봐야 해서 오빠랑 장난칠 시간이 없어요.”안다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이때 윤해준의 눈빛이 점점 뜨거워졌고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욕구가 타오르고 있었다.윤해준이 다가와서 차 열쇠를 뺏고는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안다혜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차 안으로 들어갔고 문을 잠갔다.그는 안다혜를 뒷좌석에 눕히고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안다혜가 두 눈을 깜빡이더니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해준 오빠, 회사에 가야 한다고 했잖아요. 왜 이러는 거예요?”윤해준은 허리를 숙이고 안다혜의 귓가에 속삭였다.“다정아, 벌써 질리면 어떡해? 이제는 내가 남자로 보이지 않아?”섹시한 목소리가 귀 끝을 간지럽혔다. 안다혜는 심장이 거칠게 뛰었지만 여전히 정색한 채 말했다.“오빠가 화났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내가 말한 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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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윤해준은 숨을 돌리면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안다혜가 대답하기도 전에 손으로 눈을 막고는 다시 입을 맞추었다.그녀는 숨이 막혀서 윤해준을 밀쳤지만 소용없었다.차 안은 한동안 열기로 가득 찼다.한편, 태안 그룹.안다혜가 회사로 돌아오자 옆에 앉아 있던 동료가 반갑게 맞이했다. 풍산 그룹 담당자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려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동료가 입을 틀어막으면서 물었다.“다혜 씨, 입이 왜 이렇게 부었어요? 피도 좀 난 것 같은데 괜찮아요?”동료 이지영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사랑스럽게 생긴 여자였다. 처사 방식이 과감하고 책임감이 넘쳐서 안다혜의 호감을 샀다.이지영은 평소에 간식을 가져오면 안다혜와 나누어 먹곤 했다.안다혜가 입술을 매만지며 대답했다.“미친개한테 물려서 그래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그 말을 들은 이지영은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어머! 남자 친구가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해요. 다혜 씨처럼 예쁜 여자의 남자 친구라면 엄청나게 멋진 사람이겠죠?”그녀는 헛기침하더니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자 친구가 아니라 미친개라니까요.”이지영은 씩씩거리는 안다혜를 쳐다보면서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다혜 씨가 이렇게 귀여운 사람인 줄 몰랐어요. 평소에 일하는 모습만 보다가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니까 내적 친밀감이 생기네요.”안다혜는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나도 예전에는 자유로운 삶을 만끽했었지. 노는 걸 좋아하고 바닷가에서 미친 듯이 소리도 질렀어.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네.’이지영은 디저트를 책상 위에 올려두면서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먼저 볼일 봐요. 저는 컵을 씻으러 가볼게요. 풍산 그룹에 다녀오느라 고생 많았어요.”“알겠어요. 지영 씨, 고마워요.”책상 위에는 전부 안다혜가 좋아하는 디저트가 놓여 있었다. 이때 주변을 맴돌고 있던 임유정이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임유정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안다혜를 노려보면서 손톱을 깨물었다. 이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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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안다혜는 임유정을 힐끗 쳐다보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훈과 같이 쇼핑하던 여자인 것 같아. 이름이 임유정이었나? 아무튼 이훈이 무척 따르던 여자였어.’그녀는 이훈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침을 꿀꺽 삼키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 임유정은 이훈을 위해서 복수하려고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을 것이다.안다혜는 악마 같은 놈을 감싸고 도는 여자가 있다는 게 우스웠다. 이훈과 임유정은 각자 원하는 것이 있었기에 그런 관계를 이어왔다. 안다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계속해서 서류를 정리했다.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하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 팀장이 안다혜를 불렀다.“안다혜 씨, 할 얘기가 있으니 내 사무실로 와요.”“알겠어요.”안다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팀장을 뒤따라갔다. 임유정은 안다혜가 문을 닫자마자 그쪽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더러운 년...”임유정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안다혜가 팀장과 그렇고 그런 관계여서 이훈을 내쫓을 수 있었다고 추측했다.‘팀장의 침대에서 구르던 년이 감히 이훈을 내쫓아?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네. 사무실 안에서 팀장이랑 이상한 짓을 하는 거 아니야?’임유정은 퇴근 시간까지 기다렸지만 안다혜와 팀장은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커피잔을 들고 지나가는 척하면서 안다혜의 자리로 다가갔다.임유정은 안다혜가 컴퓨터를 끄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는 흥분했다. 안다혜가 제출한 기획안은 초안이었기에 조금만 손을 보고 임유정의 명의로 제출하면 되었다. 그녀는 기획안을 가로챌 생각이었다.그렇게 되면 이훈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승진할 수 있을 것이다.임유정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컴퓨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때 안다혜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이지영이 그 모습을 보고 나서서 말했다.“임유정 씨, 지금 다혜 씨의 자리에서 뭐 하는 거죠? 다혜 씨의 허락을 받고 그러는 건가요?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말아요.”그 말을 들은 임유정은 정색한 채 팔짱을 끼고 말했다.“안다혜 씨가 컴퓨터를 끄지 않아서 도와주려고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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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다혜 씨, 제 말을 믿어주세요. 저는 풍산 그룹의 프로젝트에 아무런 관심도 없어요. 다혜 씨가 해낸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안다혜는 이지영의 어깨를 토닥여 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지영 씨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지영 씨는 다른 사람의 성과를 욕심내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이지영은 울먹이면서 안다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부서에서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하는 일을 나서서 할 만큼 부지런한 사람이었다.서류를 복사하거나 다른 부서에 전달할 사항이 있으면 이지영이 도맡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무실에서 한 사원이 물건을 잃어버리자 이지영을 제일 먼저 의심했다. 이지영은 증거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 사원은 이지영이 모든 팀원과 친하게 지내기에 소지품에 손대기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이지영이 훔친 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큰 상처를 받았다. 며칠 후, 이지영은 다시 밝게 웃으면서 예전처럼 화목하게 지냈다.그녀는 안다혜가 자신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안다혜는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이지영의 편을 들어주었다.이지영이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자 안다혜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안다혜가 티슈로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면서 물었다.“지영 씨, 혹시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내가 지영 씨를 오해할까 봐 그래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지영 씨를 믿어줄 테니 울지 말아요.”안다혜는 이지영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 몰랐다. 이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눈물을 닦았다.“아니에요. 제가 좀 감성적인 사람이라서 그래요. 다혜 씨가 저를 믿어준다고 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안다혜는 어떻게 된 일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괜찮아요. 지영 씨가 알려줘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것 같아요.”이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다혜 씨, 임유정이라는 여자를 꼭 조심해야 해요. 조금 전에 분명 무슨 짓을 벌이려고 했단 말이에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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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다음날.안다혜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임유정의 자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임유정은 안다혜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안다혜는 피식 웃고는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임유정은 안다혜가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USB 안에 든 기획안 파일을 훑어보면서 중얼거렸다.“안다혜, 조금만 손을 보면 이 기획안은 내 것이 될 거야. 회의 때 내가 먼저 발표하면 네 체면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해. 아무리 팀장이 네 뒷배라고 해도 수습할 수 없을 거야. 다시 회사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해줄게.”이지영은 임유정의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안다혜 쪽으로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혜 씨, 오늘따라 임유정이 자꾸 이쪽을 쳐다보는 것 같아요.”“그래요?”안다혜는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있었다.“아까부터 느낀 건데...”이지영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잘못 본 줄 알고 다시 봤거든요. 임유정이 분명 다혜 씨를 쳐다보고 있었어요.”안다혜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어쩔 수 없죠. 그렇다고 해서 저를 쳐다보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저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이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다혜를 바라보았다.“다혜 씨가 너무 예뻐서 질투하는 거예요. 실컷 보고 질투하라고 하죠. 임유정이 아무리 질투해도 다혜 씨가 훨씬 예쁜걸요.”안다혜는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얼른 일해요. 저번에 팀장님이 부탁했던 서류를 정리했어요?”“어머!”이지영이 깜짝 놀라면서 다급히 서류를 찾았다.“다혜 씨가 아니었으면 잊어버릴 뻔했어요. 얼른 서류를 찾아서 정리해야겠어요.”말을 마친 이지영은 서류를 찾기 시작했다. 안다혜의 표정이 삽시에 굳어지면서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의 컴퓨터에 손을 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 사람이 누구인지 예상했었기에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안다혜는 컴퓨터에 손을 댄 사람이 오후에 있을 회의에서 그 기획안을 먼저 발표할 것이라고 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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