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혜는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없는 것처럼 편하게 앉아서 임유정을 쳐다보았다.안다혜가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자 임유정은 화가 솟구쳐 올라서 주먹을 꽉 쥐었다.‘멍청한 년,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거야? 조금 있다가 너를 처참히 짓밟아줄 테니 기다려. 언제까지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 이 기획안이 나의 것이 되면 너는 팀장한테 버림받겠지.’임유정은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단상으로 올라갔다. 안다혜는 그 모습을 보고 팔짱을 끼더니 피식 웃었다.임유정은 USB를 컴퓨터에 꽂고는 준비한 기획안 파일을 클릭했다. 안다혜가 예상했던 대로 컴퓨터에 손을 댄 사람은 임유정이었다.임유정이 여유롭게 웃으면서 도발했지만 안다혜는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크린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 모습을 본 임유정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안다혜, 내가 준비한 기획안을 보고도 웃음이 나와? 곧 울면서 나한테 빌겠지.’임유정이 차분하게 말했다.“며칠 동안 준비한 기획안을 발표할게요. 풍산 그룹의 고급 온천 프로젝트는 유명한 럭셔리 브랜드와 컬래버하는 게 좋아요. 혹은 요즘 떠오르는 아이돌 그룹을 홍보대사로 초빙하면 더 좋고요. 그리고 풍산 그룹의 온천 휴양지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거예요.”임유정이 스크린에 PPT를 띄워놓고 발표하기 시작했다. 팀원들은 프로젝트의 내용을 귀담아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발표가 끝난 후, 팀원들은 임유정이 이토록 훌륭한 기획안을 생각해 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팀장이 감탄하면서 말했다.“임유정 씨, 정말 혼자 생각해 낸 기획안인가요?”임유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팀장님, 제가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가 아니면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을 거예요. 팀장님이 저를 미덥지 않아 하는 건 알지만 이건 오로지 저의 힘으로 완성한 거라고요.”팀장은 조금 전에 임유정이 자신만만하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어디에서 들어본 것 같은 내용이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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