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Bab 61 - Bab 70

100 Bab

제61화

이훈이 바로 웃음을 터트렸다.“진우 씨 말은...”서진우가 마치 한 마리의 뱀처럼 이훈을 향해 턱을 살짝 들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내가 가르칠 필요 없지?”“알겠어요.”이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책을 상의한 서진우는 이훈을 쫓아버렸다. 지금 서진우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풍산 그룹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을 마주해야 했고 제일 큰 경쟁 상대가 바로 태안 그룹이었기에 태안 그룹이 어떤 방안을 쓸지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따르릉.서진우가 핸드폰을 집어 들자 수화기 너머로 친구가 안씨 가문 둘째를 소개해 주겠다고 말했다.“풍산 그룹 프로젝트 따내고 싶은 거 아니야? 안씨 그룹 작은 아가씨도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하던데 한번 연애하면 푹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린다 그러더라고. 너 여자 잘 꼬시니까 그 여자를 손에 넣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그래. 성사하면 너도 두둑이 챙겨줄게.”“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 많이 준비하고.”“그거야 당연하지.”서진우가 새로 산 다이아몬드 팔찌를 힐끔 쳐다봤다. 원래는 심서아에게 주려고 했지만 임시로 생각을 바꿔 안씨 가문 작은 아가씨에게 선물하려 했다. 풍산 그룹 프로젝트만 따내면 집에 심서아와 결혼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안다혜는 윤해준의 성화에 못 이겨 집에서 하루 휴식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안다혜가 할 수 있는 건 풍산 그룹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안다혜의 노력과 윤해준의 지도가 들어갔으니 성공률이 80% 이상은 나올 것 같았다.저녁 늦게 민초연이 전화를 걸어와 안다혜에게 파티에 가자고 했다. 안다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민초연은 안다혜가 민성으로 돌아온 후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어서 이제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있고 새로 가입한 사람들은 아예 안다혜를 모른다며 설득하기 시작했다.사업을 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인맥이었기에 안다혜는 결국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마터면 감기에 걸릴 뻔했던 게 떠올라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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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서진우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향하더니 변태 같은 눈빛으로 말했다.“뭐 잘보이면 애인으로 둘 수도 있고. 그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안다혜가 서진우의 얍삽한 표정을 보며 토할 것 같았다.‘안씨 가문 작은 아가씨의 남자?’안다혜가 미간을 찌푸렸다.‘초연이는 그저 간단한 파티라고 했는데? 나를 서진우에게 소개한다고? 작은 아가씨인 나는 왜 모르는 거지?’“작은 아가씨?”안다혜가 차갑게 웃었다.“그래. 작은 아가씨.”서진우가 의기양양해서는 말했다.“촌뜨기라 작은 아가씨를 만나볼 기회가 있겠는지 모르겠는데 작은 아가씨는 있는 집 아가씨야. 이 바닥은 네가 아무리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팔자 고쳐보려고 해도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서진우가 안다혜의 표정을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안색이 왜 그렇게 어두워? 질투하는 거야, 아니면 무서운 거야?”안다혜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 서진우가 보기에 안씨 가문 작은 아가씨라는 신분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진우의 눈에 안다혜가 성에 찰 리가 없었다.“그래. 원하는 대로 되길 바랄게.”안다혜가 차갑게 웃으며 이렇게 말햇따.‘나를 서진우와 엮어? 다음생에나 가능한 일이지.’안다혜가 민초연을 찾으러 떠나자 그 자리엔 서진우만 남았다. 서진우는 그런 안다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안다혜가 무릎 꿇고 애원하는 상상만 해도 서진우는 너무 흥분되어 입이 바짝바짝 말라 자기도 모르게 침으로 입술을 적셨다.‘안다혜, 언제까지 그렇게 오만할 수 있는지 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널 나락으로 보내줄게.’서진우가 몸을 돌려 룸으로 향했다. 오늘 이 파티를 기다려왔던 서진우는 손을 비비며 친구에게로 다가갔다.“안씨 가문 작은 아가씨가 온다며? 못 봤는데?”안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가 온다면 그 장면이 매우 성대할 거라 생각했다. 있는 집 아가씨들의 등장은 대개 그랬기 때문이다. 친구가 서진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독였다.“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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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순간 안다혜는 파티에서 제일 주목받는 사람이 되었고 다들 구경이라도 났다는 듯 안다혜를 바라보고 있었다.“설마 이런 데까지 쫓아와서 매달리는 건 아니겠죠?”누군가 안다혜를 조롱하자 안다혜가 미간을 찌푸렸다. 파티에 참여한 사람은 전부 있는 집 자제들이고 안다혜가 자주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니 그녀가 안씨 가문 작은 아가씨라는 걸 모르는 건 정상이지만 서진우에게 매달리러 왔다고 하는 건 심하다고 생각했다.예쁜 눈매를 가진 한 아가씨가 웃음을 터트렸다.“그러게요. 저런 신분에 어떻게 여기 들어왔는지 몰라. 서진우 씨, 설마 아직도 서진우 씨를 잊지 못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서진우가 콧방귀를 뀌었다.“촌에서 올라온 게 불쌍해서 예전에 많이 챙겨주긴 했는데.”“역시 촌뜨기긴 촌뜨기네. 어떻게 저렇게 입고 올 생각을 다 하지? 서진우 씨, 안목이 너무 떨어진다.”누군가 맞장구를 치자 서진우가 샴페인 한잔을 들더니 안다혜의 옷차림을 아래위로 훑었다. 정말 보면 볼수록 이상했다.‘재벌 자제들의 모임에 안다혜가 왜 나타난 거지? 재벌 집 자제들은 안다혜가 넘본다고 넘어갈 사람들이 아닌데. 결국 나를 보러 온 건가? 그래서 아까...’서진우가 차갑게 쏘아붙였다.“내가 왜 저런 여자를 좋아하겠어요? 그때 나를 따라다닌 것도 다 신분 상승하려고 일부러 접근한 거예요.”“아, 서진우 씨가 놀다 버린 장난감이구나.”안다혜의 표정이 굳더니 눈동자가 차가워졌다.“여러분, 말 가려서 해요. 그러다 골로 가는 수가 있으니까.”“촌뜨기 주제에 우리 같은 재벌 집을 상대로 뭘 할 수 있는데요?”눈매가 예쁜 아가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하나 알려줄까요? 얼굴 좀 반듯하게 생겼다고 서진우 씨 꼬시려나 본데 어림도 없어요.”서진우는 이 말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안다혜가 손을 들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결혼반지를 보여줬다.“이미 결혼했으니 그 어떤 유언비어도 용납할 수 없어요.”말꼬리를 살짝 올리자 목소리가 유난히 차갑게 들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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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경멸에 찬 표정을 짓고 있던 윤해준이 안씨 가문 작은 아가씨 얘기가 나오자 입꼬리를 올리고 안다혜를 바라봤지만 안다혜는 그저 머리만 움츠리고 있을 뿐이었다.“그쪽이 누가 됐든 다시 내 아내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절대 곱게 죽지는 못할 거예요.”윤해준이 느긋하게 말했다.“내가 알기로는 서진우 씨야말로 아내에게 버림받은 쪽이라고 하던데? 이렇게 바짝 약이 오른 게 원해도 가질 수가 없어서 못 가질 바에는 부숴버리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당신 정말.”윤해준의 차가운 눈동자에 걷잡을 수 없는 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눈빛은 마치 비수와도 같아 서진우는 보자마자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반박도 하지 못했다.‘기생오라비 주제에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아우라가... 우아한 동작에 잘잘 흐르는 귀티는 절대 기생오라비가 가질 수 있는 게 아닌데. 정말 기생오라비 맞아?’안다혜가 웃으며 비꼬기 시작했다.“서진우가 놀다 버린 장난감이라는 말도 그만해요. 서진우 그쪽으로 많이 부실해서 한 번도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거든요...”이 말에 서진우가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안다혜 이 빌어먹을 년이.”찰싹.이내 따귀를 후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다혜가 온 힘을 다해 서진우의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남자는 참교육을 선사해야 정신을 차린다.갑자기 날아든 따귀에 서진우는 넋을 잃었다. 당장이라도 반격하려는데 윤해준의 차가운 시선에 말문이 막혔다.‘이 빌어먹을 기생오라비 자식이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지?’서진우는 윤해준을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아 두 사람을 노려보며 말했다.“두고 봐.”이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난 서진우가 이를 악물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파티에 참석한 여자 게스트 중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없어. 안씨 가문 작은 아가씨도 파티에 온다며?”친구가 멈칫하더니 대답했다.“다른 일이 있어서 안 왔나 보네. 다음에 태안 그룹 앞에서 얼쩡거려봐.”서진우가 자리를 떠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윤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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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곁눈질로 안다혜는 익숙한 옷자락을 보게 되었고 그것은 다름 아닌 서진우였다.‘아직도 안 가고 남아있었던 거야?’서진우가 안다혜를 발견하고는 눈빛이 표독스러워지더니 아예 구석에서 나와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가자 안다혜가 경멸에 찬 웃음을 지었다.“어머, 아까 파티장을 잽싸게 빠져나가던 서씨 가문 도련님 아니야?”“안다혜, 이 빌어먹을 년이. 너무 우쭐거리지 마.”서진우가 험악한 눈빛으로 안다혜 옆에 선 윤해준을 바라봤다. 다시금 앞에 서도 서진우의 아우라는 얼어붙기에 충분했지만 서진우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이를 악물었다.“기생오라비 하나 찾았다고 정말 우리 서씨 가문과 맞설 수 있을 것 같아?”“민성에 있는 한 똑똑히 보여줄게. 누가 마지막까지 웃는지.”안다혜가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봤다.“나도 그 말 똑같이 돌려줄게.”서진우를 바라보는 안다혜의 눈빛은 마치 웃음거리를 보는 거나 다름없었다. 서진우가 미쳐서 날뛰는 꼴이 너무 우스워 옆에 서 있던 윤해준의 눈빛도 따라서 차가워졌다.‘다혜가 3년 동안 이런 놈을 만났다고?’서진우는 안다혜 옆에 선 윤해준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자는 대범하면서도 매혹적이었고 남자는 준수하면서도 점잖았는데 함께 서 있으니 그야말로 선남선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서진우가 떠난 후로 안다혜는 더 예뻐졌고 인형처럼 정교해졌다.‘그러면 뭐해. 결국 촌에서 올라온 대학생일 뿐인데.’서진우가 이렇게 생각하며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나서야 답답한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안다혜, 우쭐대지 마. 나를 떠나서 네가 얼마나 잘 사는지 내가 지켜볼 거야.”서진우가 턱을 들며 말했다.“민성에서 너 하나쯤 죽이는 거? 일도 아니야.”서진우가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지만 안다혜는 서진우가 돌아서기 전 입가에 걸린 의기양양한 미소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이런 남자가 정말 나를 구한 거 맞아?’자기애가 하늘을 찌르는 서진우를 보며 안다혜는 자신이 정말 가난한 대학생이었다면 민성에서 살아남을 길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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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윤해준이 보물이라도 다루듯 부드럽게 안다혜의 고운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나지막한 목소리에 안다혜가 고개를 드는데 윤해준의 그윽하면서도 부드러운 까만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잘생긴 얼굴에 안다혜는 잠깐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마음이 약해진 안다혜가 앵두 같은 입술로 윤해준에게 첫사랑에 관한 일을 물으려는데 갑작스러운 벨 소리가 무르익은 분위기를 깨트렸다.윤해준이 입술을 앙다물더니 언짢은 표정을 짓자 안다혜도 몸을 일으키며 수건을 받아 가더니 아무렇게나 물기를 닦아내며 덤덤하게 말했다.“전화 받아요.”윤해준이 난감한 표정으로 전화를 꺼내 들더니 오정우가 걸어온 전화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지?”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윤해준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알았어. 지금 바로 가지.”안다혜는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순간 뭔가 떠오른 안다혜는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전화를 끊은 윤해준은 정교한 안다혜의 얼굴을 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결국 이렇게 말했다.“급한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윤해준이 이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쾅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서야 안다혜는 꿈에서 깬 사람처럼 정신을 차리고는 텅 빈 방 안을 둘러보더니 걷잡을 수 없는 실망에 사로잡혔다. 윤해준이 이렇게 급하게 달려가서 처리해야 하는 걸 보면 첫사랑과 관련된 일인 것 같았다.안다혜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유명무실한 결혼 생활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하며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었다.‘일단 풍산 그룹 프로젝트나 열심히 해보자. 그게 제일 중요하지.’생각을 바꾸자 가슴을 가득 메우던 실망도 옅어졌다. 머리를 비우자 잠이 쏟아진 안다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야심한 밤, 조용히 집으로 들어온 윤해준은 방문을 열자 보이는 무드 등에 마음 한편이 따듯해졌다. 침대맡으로 걸어간 윤해준은 안다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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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안다혜가 의문을 한 가득 품고 화장실로 향하는데 몸을 돌리자마자 그윽한 눈동자와 마주했다. 윤해준은 안다혜의 입가에 남은 허연 자국을 보며 귀엽다는 듯 안다혜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 윤해준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안다혜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왜 그래요?”윤해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들더니 안다혜의 입가에 묻은 자국을 닦아냈다.“뭐가 묻었어.”안다혜가 한시름 놓으며 속으로 못난 자신을 욕했다.“씻고 나와. 밥 먹자. 준비 다 됐어.”윤해준이 낮지만 매혹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앞치마를 두른 그는 어딘가 성숙하면서도 가정적인 분위기를 뿜어냈다. 안다혜가 아무렇게나 대답하고는 수도꼭지를 틀고 찬물로 세수하고 나서야 빨개진 얼굴이 살짝 진정되었다. 윤해준은 민망해하는 안다혜가 너무 귀여워 미칠 지경이었다.“윤 여사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여기 더 남아있다가 잘 익은 새우처럼 빨개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윤해준이 얼른 거실로 나오며 친절하게 화장실 문까지 닫아줬다. 그제야 고개를 든 안다혜는 거울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준비를 마치고 거실로 나온 안다혜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윤해준은 샌드위치와 우유를 안다혜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금방 만든 건데 따듯할 때 먹어. 우유 마시기 싫으면 죽도 끓였어.”“고마워요.”안다혜가 포크로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크기를 보니 마침 안다혜가 다 먹을 수 있는 크기였다. 이에 안다혜는 그 메모장이 다시 떠올랐다.‘이 남자는 늘 이렇게 섬세하다니까.’입맛이 없어진 안다혜가 대충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출근하러 가볼게요.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윤해준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챙겼다.“내가 데려다줄게.”“아니요.”안다혜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일 봐요.”그러더니 윤해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문을 닫고 멀어졌다. 윤해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일이 생각보다 복잡할 수도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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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안다혜는 서진우를 무시하려 했다. 쓰레기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지 너무 눈길을 주면 자기를 의식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안다혜는 서진우를 지나쳐 태안 그룹을 떠나려는데 이를 발견한 서진우는 어제 파티에서 겪은 수모가 떠올라 화가 치밀어올랐고 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안다혜의 발목을 낚아채더니 곱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어머, 늙은 남자랑 붙어먹어서 그런가 다르긴 다르네. 도도한 척하는 꼴에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했어. 너 이러는 거 그 기생오라비는 알아?”안다혜는 당장이라도 서진우를 쥐어패고 싶었지만 태안 그룹의 체면을 생각해 꾹 참았다.“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생각하는 수준하고는. 용건 없으면 꺼져.”서진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여기서 나가게 될 사람은 너야. 얼마 남지 않았어.”안다혜가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알려줘도 상관없지.”서진우가 의기양양해서 턱을 쳐들더니 우쭐거렸다.“나 여기서 안씨 가문 작은 아가씨 기다리는 중이다?”“아가씨와 연이 닿으면 태안 그룹에서 너 하나 쫓아내는 건 일도 아니지.”“안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가 나를 태안 그룹에서 쫓아낸다고?”너무 황당한 말이라 안다혜의 목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높아졌다. 그러자 서진우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우쭐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왜? 아직 안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는 못 만나봤나 봐?”“이름만 들어도 무서워?”서진우가 혼잣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하긴. 서민과 재벌은 계급 차이라는 게 있지. 이해해.”안다혜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더니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안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라면 누군지 알지.”서진우의 눈빛이 반짝 빛나더니 안다혜의 팔목을 낚아채며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래? 그러면 말해 봐봐. 안씨 가문 아가씨 어떻게 생겼어? 평소엔 언제 출근해? 오늘 여기서 기다리면 만날 수 있나?”“이거 놔.”안다혜가 미간을 찌푸리며 서진우에게 벗어나려 하자 서진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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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안다혜는 데스크에서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경고하는데 여기 태안 그룹이야.”“뭔가를 하기 전에 머리를 좀 써. 아가씨를 원한다면 적어도 태안 그룹에서 쪽팔릴 짓은 하지 말아야지.”안다혜가 이렇게 말하더니 서진우를 밀어내며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듯 역겨운 표정으로 서진우를 노려봤다. 심지어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서진우와 닿았던 부분을 열심히 닦기까지 하자 잔뜩 약이 오른 서진우가 씩씩거렸지만 안다혜가 한 말이 생각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딱 기다려. 아가씨 만나면 너부터 자르라고 할 거야.”서진우가 침을 뱉으며 말했다.“네까짓 게 뭐라고.”안다혜가 콧방귀를 뀌었다.“더 할 말 없어. 행운을 빌게.”안다혜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태안 그룹을 떠났다. 한참 지나서야 반응이 온 서진우가 발악하며 욕설을 퍼부으려 했지만 마침 안소현이 밖에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안소현은 아이보리 니트에 같은 컬러의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잘록한 허리가 돋보였고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이 국화꽃처럼 단아한 아우라를 자아냈다.서진우는 안소현이 한 팔찌에 눈길이 갔다. 미우에서 올해 선보인 신상인데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어 관계를 타야만 손에 넣을 수 있었다.‘색상을 보면 진품인데.’옷차림은 점잖았지만 하고 온 액세서리는 격조가 돋보였다. 손에 도시락을 들고 있는 걸 봐서는 이곳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였다.서진우가 앞으로 다가가 혹시 작은 아가씨를 보러 왔냐고 말을 걸려는데 데스크 직원이 안소현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하는 걸 보고 안소현이 말로만 듣던 안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라고 생각해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아우라도 남다른데 데스크 직원이 굽신거리기까지 한다고? 저 여자가 틀림없겠어.’서진우가 간단하게 옷깃을 정리하더니 안소현 앞으로 다가가 나름 제일 잘생긴 각도를 보여주며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혹시 안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인가요?”서진우는 많은 여자를 만나봤기에 여자들이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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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작은 아가씨는 왜 찾는데요?”안소현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자 서진우가 속으로 좋아했다.‘역시 여자들은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니까. 내 매력을 마다할 여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다들 아가씨가 절세미인이라고 하면서 아우라도 능력도 뛰어나다길래 친구라도 사귀고 싶어서요.”서진우가 이렇게 말하며 안소현에게 윙크하자 안소현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그냥 친구 사귀러 온 거예요?”서진우의 눈빛이 얍삽해졌다.“천천히 알아가면서 만나봐도 좋죠.”안소현은 이 사람과 더 대화를 나누다간 아이큐가 떨어질 것 같아 눈살을 찌푸렸다.‘우습네. 여기서 이렇게 기다린 게 안다혜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그러면 안다혜랑 만났던 3년은 도대체 뭐야?’안소현은 이 상황이 정말 너무 우스웠다.“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데 눈도 별로여서 왜 그런가 했더니 친구 사귀기 좋아해서 그런 거네요.”안소현이 의미심장하게 말하더니 서진우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서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안소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풉.”데스크 직원이 끝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왜 웃어요?”서진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까 그 말 무슨 뜻이에요?”데스크 직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거야 저도 모르죠.”직원이 이렇게 말하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선을 다른쪽으로 돌렸다. 서진우는 물어도 답이 나오지 않자 여기 더 있어봤자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일단 태안 그룹을 나섰다.한편, 서진우가 태안 그룹을 떠난 후 안소현이 김미진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자 김미진은 고개도 들지 않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고 안으로 들어온 안소현을 보고는 살짝 풀린 표정으로 말했다.“소현아, 네가 어쩐 일이야?”“엄마 요즘 너무 피곤한 것 같아서 삼계탕 좀 끓여왔어요.”안소현이 이렇게 말하더니 손에 든 도시락을 김미진에게 흔들어 보이며 웃자 김미진이 동작을 멈추고는 이렇게 말했다.“아이고, 마음씨도 고와라.”“엄마, 왜 딸이랑 내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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