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이것만으로도 이미 경성 전체에 얼굴을 못 들 일이 아닌가?초희옥의 명예는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지고, 오히려 초씨 집안은 너그러이 품은 집안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전생의 초희옥이었다면 이런 덫에 걸려도 오히려 조모가 자신을 위해 준 자비라 여겼겠지.같은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초 노부인의 수단은 초약봉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된다. 무려 열여덟 골목은 앞서 있었다.노련함이란, 역시 세월이 쌓여야 나오는 법인가 보다.초약봉은 그 속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할머니 말씀이 옳습니다. 그런 건 그냥 말장난일 뿐이지요. 하지만 제가 시험을 보겠다고 말을 해 놓았으니, 저는 응시할 것입니다. 다만… 두 언니랑 같이 시험을 본다고요…”초희옥은 살짝 망설이는 듯하더니, 무언가 좋은 꾀라도 떠오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초연아도 시험 봐야죠! 아, 맞다. 셋째 언니도요! 우리 초씨 집안 규수들은 전부 응시 해야죠?”초약봉은 눈을 홱 굴리며 비꼬듯 말했다.“너 지금 우리 셋이 같이 시험 보면 너만 떨어져서 망신당할까 봐 그런 거지? 그래서 사람들 끌어모아서 같이 치게 만들면, 나중에 떨어져도 혼자만 욕먹는 게 아니라서 덜 창피하겠다는 그런 생각이지?” “봉아, 함부로 입 놀리지 마라!”조 부인이 황급히 그녀를 말렸다.초 노부인은 여전히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다, 괜찮아. 예전에도 네가 글 배우겠다 하여 내가 규학을 세운 것 아니더냐. 그 아이들도 다 너를 따라 함께 공부한 셈이지. 이번엔 대선도 같이 보는 거다. 좋아, 아주 좋아.”그녀에게는 초희옥이 떨어지는 것, 그 하나면 충분했다.다른 애들이야 숫자나 채우는 것이고, 시험에 통과하든 말든 중요치 않았다.강간범으로 몰린 오라비에, 민적에 바보 소리까지 듣는 규수. 이 두 낙인이 함께 찍힌다면 초희옥의 인생은 그 순간으로 완전히 끝장날 터였다. 초 노부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이렇게만 흘러가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군.’자안당을 나선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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