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하지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과거 주용화가 임채아를 도왔던 건, 그저 임채아를 손안에서 가지고 놀기 위해서였다는 걸.하지율은 그 과정에 우연히 끼어든 존재에 불과했다.주용화는 애초에 하지율을 진심으로 상대할 생각조차 없었다.주용화가 정말로 마음먹고 나섰다면 하지율은 영원히 다시 일어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연정미의 추문이 폭로된 일부터 심씨 가문의 사업 기밀이 유출된 일, 그리고 지금 주용화가 들고 있는 협력 제안서까지 모든 과정이 치밀하게 설계된 듯 빈틈없이 맞물려 있었다.‘그렇다면 심씨 가문의 기밀이 유출된 일도 화야 씨가 벌인 일이 아닐까?’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상황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주용화를 적으로 돌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참한 결말을 맞았다.그 순간, 하지율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언젠가 나와 화야 씨가 서로 반대편에 서게 된다면... 화야 씨는 날 어떻게 대할까?’하지율은 그림처럼 정교한 주용화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그 순간, 등줄기를 타고 알 수 없는 한기가 스며들었다.주용화는 하지율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챈 듯 고요한 눈빛으로 얼굴을 살폈다.“지율 씨, 왜 그러세요?”하지율은 주용화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화야 씨, 앞으로 병을 치료하려면 단종건 회장님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단보현 씨를 먼저 풀어 주면 안 될까요?”주용화의 미소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지율 씨, 그 사람은 저한테 없어요.”“화야 씨, 단보현 씨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솔직히 말해 주실 수 있나요?”주용화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지율 씨가 저랑 함께 있으면서 자꾸 다른 남자 이름을 꺼내는 건 싫어요.”하지율은 주용화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율이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주용화가 고개를 기울여 입술을 막았다.미처 꺼내지 못한 말까지 모두 삼켜 버리듯 깊이 입을 맞추며 하지율이 다른 남자를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