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그리고 지후는 제 전화 한 통이면 하던 일도 제쳐두고 바로 달려와요. 아무리...”임채아의 눈빛에 서린 악의적인 미소가 마치 독을 품은 뱀처럼 흘러넘치려 했다.“아무리 두 사람이 관계를 가지는 와중에도 지율 씨를 내팽개치고 절 찾아올 거란 말이죠.”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꽉 쥐었지만 아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그렇다. 두 사람이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중에도 임채아의 전화 한 통에 고지후는 자리를 뜬 적이 있었다. 게다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녀는 고지후에게 가지 말라고 애원했었다.“억지 부리지 마.”하지만 고지후는 이 말만 남기고 매정하게 가버렸다. 마치 조금 전 뜨거웠던 시간이 착각이었던 것처럼.결국 또 그녀 혼자만 초라하게 남게 되었다.하지율은 웃으면서 임채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그러니까 절 버려두고 채아 씨랑 잠자리하러 갔다는 말이에요?”임채아의 표정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살짝 굳어졌다가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저랑 지후는... 지율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파렴치한 사이가 아니에요.”다른 거짓말은 할 수 있어도 이 일만큼은... 신중해야 했다.그녀가 고지후의 잊지 못할 첫사랑이라 해도 그들이 이혼하기 전에는 명분이 없었고 자칫하다간 사람들에게 불륜녀라고 손가락질당할 수도 있었다.‘흥. 인터넷에서 남편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늙은 여자들만 맨날 도덕적인 우위에 서서 결혼 외의 모든 감정은 불륜이라고 떠들어대고 있어. 지후가 먼저 만난 사람은 난데.’“파렴치?”하지율은 별로 화를 내지 않았다.“아무 사이도 아니라면서 뭘 그렇게 우쭐거려요? 깨끗한 사이인 걸 자랑하는 건가요, 아니면 지후 씨의 아이를 낳아주지 못한 걸 자랑하는 건가요? 아니면... 지후 씨랑 결혼하지 못한 걸 자랑하는 거예요?”임채아는 마음속 아픈 곳이 찔린 듯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그렇다면 뭐요? 지후랑 결혼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아주지 못했다고 해도 제가 하늘의 달을 원하면 어떻게든 따다 줄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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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고지후의 힘이 하도 세서 하지율은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고통을 애써 참은 채 그를 올려다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들었어. 그래서?”장하준은 하지율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래서? 당연히 채아한테 사과해야지.”함우민은 말없이 한숨만 내쉬었다.하지율이 임채아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었다면 저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뜻은 고지후의 말을 들었지만 사과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고지후의 차가운 눈빛이 하지율의 얼굴에 머물렀다.“마지막으로 한번 더 말할게. 채아한테 사과해.”하지율은 그의 잘생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지후 씨가 나한테 가장 많이 한 말이 뭔지 알아? 바로 ‘채아한테 사과해’야. 지후 씨는 안 지겨울지 몰라도 난 이제 지긋지긋해. 남이 사과하는 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사람이라도 몇 명 구해서 계속 사과하게 해줄까?”그 말에 장하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하지율, 잘못했는데도 사과하지 않겠다고?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하지율이 무덤덤하게 대꾸했다.“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넣든가.”장하준은 어이없는 나머지 삿대질만 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너...”그 순간 하지율은 손목의 고통이 더욱 심해지는 걸 느꼈다. 뼈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고통에 미간을 찌푸렸고 얼굴도 어느새 창백해졌다. 하지만 고지후는 눈치조차 채지 못한 듯 위압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고지후 씨.”하지율은 이런 일로 그와 싸워봤자 결국 고통받는 건 그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내 손목을 부러뜨릴 작정이야?”고지후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아직도 사과할 생각이 없단 말이야?”장하준이 옆에서 부추겼다.“잘하고 있어. 저 여자한테는 본때를 보여줘야 세상 무서운 줄 알아.”하지율의 이마에 어느새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얼굴도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 고통에 속눈썹마저 파르르 떨렸다.“만약 지후 씨가 정말 내 손목을 부러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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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장하준이 하지율을 매섭게 노려보았다.“감히 채아를 괴롭혀? 넌 이제 죽었어. 지후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두고 봐.”하지율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장하준, 이젠 호구도 모자라서 앞잡이까지 되려는 거야?”그 말에 장하준이 크게 분노하더니 하지율에게 삿대질까지 했다.“고지후, 함우민, 다들 들었지? 나보고 앞잡이래. 아까 밖에서 마주쳤을 땐 호구라고 하더니.”함우민이 헛기침하며 말했다.“하준아, 이 일은 그냥 지후한테 맡기는 게 좋겠어.”“안 돼.”장하준이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발끈하며 외쳤다.“지후가 오늘 제대로 처리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절대 안 가.”그러자 하지율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럼 그냥 여기 남아 있어. 난 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하지율이 붉게 부어오른 손목을 문지르며 그들을 지나쳐 가려고 하자 고지후가 다시 어두운 얼굴로 하지율의 손목을 잡았다.이번에는 힘을 덜 줘서 그리 아프진 않았지만 여전히 벗어나기 힘들었다.장하준은 뭐라 더 말하려다가 고지후의 험악한 표정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임채아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고지후는 하지율을 빈 룸으로 거칠게 밀어 넣은 다음 비웃듯 말했다.“하지율, 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 밀당이라도 하는 거야?”하지율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무슨 헛소리야, 그게?”고지후가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지난번에는 일부러 위험에 처한 척하면서 날 부르더니 결국 아무 일도 없었잖아... 하지율, 언제 이런 비열한 수작을 배웠어?”하지율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고 날카로운 칼날이 살갗을 조금씩 베어내는 듯 숨쉬기조차 힘들었다.그녀는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비열한 수작이라고?’지난번 그녀가 장을 보러 나갔다가 납치범에게 붙잡혔던 적이 있었다.그날 아침 고윤택은 야채가 신선하지 않다면서 몇 입 먹지도 않고 짜증을 냈다.하지율은 최근 임연자가 장을 봤다는 걸 임채아가 알고 일부러 고윤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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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기다리는 동안 하지율은 납치범과 가정, 아이들, 그리고 결혼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납치범에게는 현명한 아내와 똑똑한 딸이 있었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아내와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어 어떤 프로젝트에 투자했는데 결국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말았다.그는 빚을 갚아도 감옥에 가게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아내와 딸이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들에게 조용한 미래를 주고 싶다고 했다.그 말에 하지율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밖에서 경찰과 협상 전문가의 외침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납치범의 불안정했던 감정도 점차 안정을 되찾았는지 이렇게 말했다.“부자들의 삶도 딱히 행복한 건 아니었구나. 내가 아니었더라면 그쪽 오늘 죽었을지도 몰라. 내가 잃은 건 돈이지만 그쪽은... 목숨이야.”시간을 확인한 납치범은 그제야 시간이 꽤 흘렀다는 걸 알았다. 이젠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에 연민이 담기기도 했다.“오늘 내 얘기 많이 들어줘서 고마워. 그쪽과 비교하니 내가 그리 불쌍한 처지도 아닌 것 같아. 그만 가봐...”납치범은 하지율을 풀어주려 했다. 그런데 그를 주시하던 경찰들이 납치범을 오해하고 총을 꺼내 들었다.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납치범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따뜻한 피가 얼굴에 튄 순간 하지율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살아있는 사람이 눈앞에서 죽는 걸 처음으로 목격했다.납치범이 사살된 후 경찰과 의사들이 몰려와 그녀를 구출했다. 하지만 고지후의 전화는 끝내 오지 않았다.하지율이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를 받던 그때 수술실에서 막 나온 임채아와 마주쳤다. 고지후는 그제야 그녀의 전화가 생각난 듯 이렇게 물었다.“아까 전화했을 때 납치당했다고 했어?”장하준이 옆에서 대놓고 비웃었다.“납치당한 사람이 왜 여기에 있대? 지후의 관심을 끌려는 수작 아니야? 지후야, 쟤 좀 봐. 다친 데도 없으면서 납치는 무슨. 하하, 연기력도 형편없다니까.”그때 마침 깨어난 임채아도 말을 보탰다.“지율 씨, 저한테 약선요리를 가져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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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하지율, 대체 내가 몇 번이나 설명해야 알아들어? 나랑 채아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제발 의심 좀 안 하면 안 돼?”하지율이 무심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무슨 관계든 나랑 상관없어. 난 이미 이혼 합의서에 사인했어. 언제 절차 마무리하러 갈 거야?”“이혼?”고지후가 코웃음을 쳤다.“하지율, 지난 5년 동안 넌 밖에 나가 일도 안 했고 가정주부로만 살았어. 이혼하면 뭘 할 수 있는데?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하지 못할 거면서. 게다가 윤택이 양육권 절대 너한테 넘기지 않아. 소송한다고 해도 넌 직업도, 수입도 없어서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어. 하지율, 똑똑한 여자라면 적당히 할 줄 알아야지.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고.”하지율의 마음이 완전히 차갑게 식어버렸다.그동안 그녀가 쏟아부은 헌신을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약점으로 잡고 쥐고 흔들려 했다.심지어 어릴 때부터 키워온 고윤택조차 그녀에게 불만과 원망을 품고 있었다.정말이지... 이건 참 실패한 인생이었다.하지율은 고지후의 눈을 빤히 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직업도 수입도 없다고? 윤택이를 낳기 전에는 나도 번듯한 직업이 있었고 월급도 꽤 많이 받았어. 지후 씨가 윤택이를 남한테 맡기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나더러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윤택이를 돌보라고 했잖아.”고지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네가 벌어오는 그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뭘 할 수 있는데? 차라리 집에서 윤택이를 돌보는 게 훨씬 낫지.”하지율이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 지후 씨처럼 하루아침에 큰돈을 벌어들이는 재주는 없어. 근데 내가 번 돈으로 나 하나 먹고 살기엔 충분해. 적어도 지후 씨네 가족들한테 거머리 같다는 소리는 듣지 않겠지. 그리고 지후 씨 친구들도 내가 지후 씨한테 빌붙어 사는 가정주부라고 비웃지도 않을 거고.”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분명 더 많은 것을 희생하고 가족과 아이를 위해 좋아하는 일을 포기했는데 결국 무시나 당하는 존재가 돼버렸다.고지후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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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룸 안, 장하준이 함우민과 임채아에게 손짓하면서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어쩐지 딴 남자를 만나러 술집까지 왔더라니. 채아 너한테 약선요리를 안 해줘서 시간이 남아돈 거였구나. 채아야, 두고 봐. 지후 절대 그 가정주부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임채아가 뭐라 말하려던 그때 룸 문이 열리더니 고지후가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왔다.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 표정만 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고지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임채아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지후야, 지율 씨 화 풀렸어? 이젠 윤택이 돌보러 집에 가겠지?”고지후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아니.”임채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지율 씨 이젠 윤택이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거야?”그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뭔가 결심한 듯 고지후에게 말했다.“아니면 내가 지율 씨한테 사과할까? 윤택이 아직 어려서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잖아. 우리 어른들이 아무리 화가 나도 우리가 해결해야지, 애한테까지 영향을 미치면 안 돼. 윤택이는 아무 죄가 없어.”그 말에 장하준이 눈을 희번덕거렸다.“저 여자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는 사람 있어? 윤택이를 이용해서 지후를 협박하려는 거잖아. 정말 독한 여자야. 자기 자식까지 이용하다니. 여자 망신 다 시키네, 아주.”함우민이 장하준을 말렸다.“하준아, 적당히 해.”“내 말이 틀렸어?”장하준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하지율이 무슨 짓을 했는지 봐봐. 이미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데 남자를 만나러 술집까지 왔어. 이게 외도 아니면 뭔데? 윤택이가 왜 점점 걔를 싫어하는지 알겠어. 저런 엄마가 어딨어? 이게 다 지후가 전에 하지율한테 너무 잘해준 탓이야. 맨날 집에서 먹고 놀고 지후 카드 긁고 갖고 싶은 건 다 사면서도 만족을 몰라. 이번에는 또 지후 돈으로 다른 남자를 만나려는 거겠지.”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장하준은 뭔가 생각난 듯 고지후를 쳐다보았다.“고지후, 저런 여자는 다루기 쉬워. 카드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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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남자아이가 하지율을 올려다보며 다시 말했다.“저를 치셨으니까 책임지세요.”하지율은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병원에 같이 갈래?”남자아이는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율이 또 물었다.“부모님한테 먼저 연락해야지 않을까?”그런데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힘껏 내저었다. 거부감을 아주 뚜렷하게 드러냈다.그 모습에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혹시 집에서 학대를 받아서 부모님한테 연락하기 싫어하는 건가? 우선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혹시 심각한 상처라도 발견되면 경찰에 신고해야지.’이렇게 생각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알았어. 내가 일단 친구한테 말하고 바로 병원에 가자.”하지율은 남자아이의 손을 먼저 잡았다. 손이 약간 차가웠는데 전에 고윤택이 아팠을 때도 이러했다.의사는 고윤택의 이런 증상들은 태어날 때부터 지닌 것이라 단기간에 치료할 수 없고 장기간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당시 그녀는 힘들어하는 고윤택을 보면서 수도 없이 자책했고 아픔을 대신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기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잘 보살펴주었다.한의학을 배우고 마사지와 침술을 익혔으며 약선요리를 만들었고 맞춤형 식단도 짰다.한 아이의 엄마인지라 고윤택에게 매우 실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결국 또 마음이 약해졌다.하지율이 손을 잡자 남자아이는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그녀의 손이 부드럽고 따뜻해서 왠지 모르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남자아이는 무의식적으로 하지율의 손을 꽉 잡고 따라갔다.아이가 반항하지 않자 하지율은 아이를 내려다보면서 다정하게 웃었다.그런데 그때 남자아이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하지율은 개의치 않고 남자아이와 함께 유소린이 있는 룸으로 돌아갔다.노래를 부르다가 지친 유소린이 술을 마시려는데 하지율이 돌아온 걸 보고는 말을 건넸다.“왔어? 자 한잔하자... 응? 윤택이 왔어?”문밖의 빛이 어두운 탓에 유소린은 하지율이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만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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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남자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으며 이목구비가 조각처럼 잘생겼다. 그리고 사람을 홀리는 듯한 두 눈이 매혹적으로 반짝이는 동시에 눈매 사이에 사악함이 가득하기도 했다.“정시온, 또 말썽부리는구나.”남자의 중저음이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남자아이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면서 하지율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그 모습에 하지율은 남자아이를 뒤로 감쌌다.“실례합니다만 이 아이랑 무슨 사이시죠?”남자는 그제야 하지율을 발견한 듯 날카로운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무슨 사이냐고요? 당연히 아이의 아빠죠.”하지율은 그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정말입니까?”살짝 올라간 남자의 입꼬리가 참 매력적이었다.“아니면 경찰에 신고해서 조사해볼까요?”“그럽시다.”하지율이 휴대폰을 꺼내 신고하려 하자 옆에 있던 남자아이가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신고하지 마세요. 우리 아빠 맞아요...”하지율은 남자아이와 눈앞의 잘생긴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부자 사이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남자아이가 아빠라고 인정했기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그녀는 남자아이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꼬마야, 아빠가 왔으니까 아빠랑 같이 가렴.”남자아이가 갑자기 말했다.“아빠랑 같이 안 갈 거예요.”하지율은 남자아이가 가족과 다투고 가출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 아이를 설득하려던 찰나 남자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하지율과 유소린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가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정시온의 아빠 정기석입니다.”하지율은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정기석이 계속 말했다.“시온이가 누군가를 이렇게 따르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에요. 실례가 안 된다면 시온이가 쉴 때 가끔 돌봐줄 수 있을까요? 한 달에 2천만 원을 드리고 시온이랑 관련된 비용은 따로 드릴게요. 제 제안 받아들이시겠습니까?”유소린은 정기석을 한 번 더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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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생각에 잠겼던 하지율이 정기석에게 물었다.“그럼 제가 뭘 하면 되죠?”정기석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저는 평소에 일이 많아서 아이를 돌볼 시간이 별로 없어요. 실례지만...”그는 멈칫했다가 다시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나요?”“하지율입니다.”“하지율 씨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시온이가 지율 씨네 집에 있을 땐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또 밥을 해주고 쉴 때 함께 놀아주면 돼요.”정기석이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물론 시온이랑 놀이공원이나 캠핑 또는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도 되고요. 그 비용도 전부 따로 드리겠습니다.”유소린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월급도 받으면서 여행도 간다고? 이런 좋은 일이 있다니.’하지율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시온이가... 저랑 같이 살아야 하나요?”정기석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아니면요? 설마 우리 집에서 지낼 생각이었나요? 전 괜찮지만 지율 씨가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오해할까 봐 그러죠.”정기석이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보이는데 하지율이 무턱대고 정기석의 집에 들어간다면 남들이 뭐라 수군거릴 수도 있었다.게다가 정기석의 아내도 남편이 그녀와 함께 지내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하지율은 잠시 생각한 다음 한마디 더 물었다.“시온이의 엄마도 동의하셨나요?”정기석은 몇 초간 침묵했다.“시온이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났어요.”하지율이 급히 사과했다.“죄송합니다.”정기석은 개의치 않다는 듯 말했다.“괜찮아요.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다시 고개를 숙이고 정시온을 내려다보는 하지율의 눈빛에 연민이 더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제가 시온이를 데려간 후에 학대라도 할까 봐 걱정되지 않으세요?”정기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엄청난 오만함과 횡포가 느껴졌다.“저 정기석의 아들을 누가 감히 학대하겠어요?”‘하긴. 딱 봐도 일반인은 아닌 것 같은데. 아이를 학대했다간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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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정기석이 시선을 거두었다.“아닙니다. 지율 씨가 시온이한테 이렇게까지 마음을 쓸 줄 몰랐어요.”하지율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석 씨가 누구한테 제안하든 2억을 준다면 다 마음을 쓸 겁니다.”유소린이 옆에서 맞장구쳤다.“맞아요. 기석 씨가 저한테 2억 원이 아니라 2천만 원만 줘도 시온이를 아주 떠받들었을 거예요.”정기석이 가볍게 웃자 잘생긴 눈매가 더욱 매혹적으로 빛났다.“이따가 시온이에 대한 모든 자료를 지율 씨한테 보낼게요.”그는 정시온을 보며 말했다.“가기 전에 시온이한테 당부할 말이 좀 있어요.”하지율이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그럼 전 아래층에서 시온이를 기다릴게요.”그녀는 유소린과 함께 병실을 나섰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하지율이 나가자 정기석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확실해?”정시온이 갑자기 활기를 되찾았다.“네, 저 이모 맞아요. 저 이모가 내 엄마가 됐으면 좋겠어요.”정기석이 턱을 만졌다.“다른 여자라면 차라리 쉬웠을 텐데. 설령 남편과 아이가 있다고 해도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거든. 근데 저 여자는 고지후의 와이프라서... 데려오기 쉽지 않아.”정시온이 고집을 부렸다.“상관없어요. 꼭 저 이모가 내 엄마가 돼야 해요.”“역시 인생은 타이밍이야.”정기석이 웃으며 말했다.“6개월 전이었다면 지율 씨한테 네 엄마가 되어달라고 하는 건 불가능했을 거야. 근데 지금은 가능성이 커졌어. 그동안 고지후가 첫사랑을 위해 한 일들이 세상에 다 알려졌잖아. 그 부자의 안목이 기가 막히게 똑같아. 심지어 지율 씨의 아들까지 자기 아빠의 첫사랑을 엄청 따르더라고. 요즘 지율 씨 혼자 나와서 살고 있고...”정기석이 정시온을 내려다보았다.“이번 기회를 잘 잡아야 해. 조건은 아빠가 만들어 놨으니까 될지 안 될지는 네 손에 달렸어.”정시온의 얼굴에 아이의 천진함과 무지함이라곤 전혀 없었다. 정시온이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이모를 뺏어 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게요.”“그래.”정기석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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