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Bab 51 - Bab 60

151 Bab

제51화

사랑받는 사람은 두려울 게 없다는 말.고지후는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고 또 하지율이 그에게 아직 마음이 있다는 걸 확신했기에 이토록 함부로 대했던 것이었다.그때 고지후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는데 비서 진태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고지후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호들갑이야?”“인터넷에 갑자기 임채아 씨한테 불리한 영상이 많이 올라왔는데 막을 수가 없습니다...”고지후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기자회견장의 모든 소식, 영상과 생방송을 포함해서 전부 막으라고 했잖아.”진태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현장 소식은 확실히 전부 다 막아서 아무것도 유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들의 출처는 현장이 아니라...”그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아니라 뭐? 뜸 들이지 말고 말해.”“지금 기사들이 시내 모든 광고 스크린에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어서... 단시간에 내릴 수가 없습니다.”진태환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리고 채아 씨 영상만 있는 게 아니라 대표님 영상도 있어요.”그는 광고 스크린뿐만 아니라 지하철, 버스, 엘리베이터 등 모든 곳에 이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는 사실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지금 밖에 난리가 났다.기자회견을 열어 진실을 인터넷에 공개해도 세상에 알려지겠지만 인터넷을 하지 않거나 인터넷 기사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하지만 대형 스크린에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칠팔십대 노인부터 일고여덟 살 초등학생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그야말로 무차별 공격이었다. 이번에 하지율의 이 수는 너무나 잔인했다.고지후의 날카로운 눈빛이 하지율에게 향했다.“네가 그랬어?”하지율은 조금도 찔리는 기색이 없이 대답했다.“그래.”그녀의 의도를 고지후는 순식간에 알아챘다.“지금껏 나랑 얘기했던 건 모두 날 붙잡아두기 위한 핑계였어?”“맞아.”하지율이 덤덤하게 말했다.“지후 씨는 S시에서 못하는 게 없잖아. 그러니 당연히 대비책을 마련해야지. 만약 지후 씨가 오지 않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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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고지후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눈앞의 여자가 전과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나랑 이혼하겠다는 거야?’그러나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지후의 전화가 또 울렸다. 고지후는 더 이상 하지율을 신경 쓰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서둘러 자리를 떴다....그 시각 밖의 대형 스크린에 하지율이 ‘고의로 사람을 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영상 속에 사건의 진실이 명확하게 담겨있었다. 하지율이 일부러 친 것이 아니라 임채아의 차가 하지율의 차를 들이받은 것이었다.처음에 행인들은 이 영상을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뭐지, 저건? 누가 일부러 사람을 들이받았는데 처벌을 안 받은 거야?”“대박. 저 차 속도도 안 줄이고 들이받았잖아. 저건 고의 살인 아니야?”“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했나? 그런데 저렇게 직진으로 달리는 건 누가 봐도 고의인데?”이어서 하지율에게 ‘괴롭힘’을 당한 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호소하는 임채아의 영상이 나왔다.영상 속에서 임채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가 본래 고씨 가문의 며느리에게 전해지는 가보라고 말했다.비록 고윤택에게 크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어린아이였다.네티즌들이 아이를 비난하는 건 원치 않았기 때문에 고윤택에 대한 내용은 모두 잘라내고 임채아가 고지후가 그녀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자랑하는 내용만 남겨뒀다.물론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영상을 본 사람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놓았다.[대박. 임채아라는 저 여자 여우 짓이 장난 아닌데요? 게다가 저 여자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괴롭힘을 당한 것 같지도 않아요.][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는 여자네요. 본처 앞에서 저러다니. 저렇게 오랫동안 차분하게 대화를 나눈 걸 보면 사모님 인성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저였더라면 진작 뺨 한 대 후려갈겼을 거예요.][쯧, 저 여자가 하는 말 들었어요? 고지후가 와이프랑 부부 생활을 하고 있어도 자기 전화 한 통이면 당장 달려온대요... 쯧쯧, 뻔뻔한 것.]진실을 알고 난 사람들은 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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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그들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바람에 결국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병원 앞에서 폭행을 저지른 극단적인 사람들도 정기석의 도움으로 전부 찾아냈다. 그들도 먼저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후에 고의 상해죄로 체포되었다.일련의 강력한 조치 덕분에 하지율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권위 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흥분했던 사람들도 이젠 평정심을 되찾았다.하지만 아직도 악의적인 추측을 멈추지 않는 악플러들이 있었다.하지율은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악플러들을 전부 고소했다.붙잡힌 후 악플러들은 아무 증거도 없이 악의적인 말을 했다는 걸 순순히 인정했다.일부 악플러들은 그들이 하지율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댓글 부대라고 인정했는데 누군가 그들을 고용해서 인터넷에서 하지율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도록 시켰다고 했다....병실 안, 임채아의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그녀의 몸과 얼굴에 달걀 껍데기, 채소 잎, 그리고 갖가지 색깔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묻어 있었다.이마의 상처는 치료를 받아 지혈은 되었지만 상처 부위가 보기 흉할 정도로 끔찍했다.고지후가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갔을 때, 임채아는 얼굴을 감싸 쥔 채 엉엉 울고 있었다.장하준이 옆에서 위로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고지후를 본 장하준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자질하기 시작했다.“지후야, 이번에 채아를 습격한 사람들 모두 하지율 그 나쁜 여자가 보낸 거야.”고지후가 물었다.“지율이가 보낸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이 인과응보라면서... 우리도 사이버 폭력을 당하는 기분을 느껴보라고 했어.”지난번 하지율은 살인범으로 몰려 심각한 사이버 폭력을 당한 바람에 생활에 지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부상까지 입었다.장하준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지율이 걔 원래 채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계속 채아를 괴롭혔잖아. 이번에 크게 당했으니 앙심을 품고 이 기회에 복수하려는 거겠지. 하지율 말고 더 있어?”고지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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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임채아가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전에 하준이한테서 들었는데 지율 씨가 윤택이는 신경도 안 쓰고 남자 만나러 술집에 갔다고 하더라고. 게다가... 요즘 이상하게 행동하잖아. 그래서 너한테 더 신경 쓰게 하려고 지율 씨를 일부러 자극했던 거야. 더는 그렇게 행동하지 말라고.”장하준이 옆에서 거들었다.“이번에 하지율이 너무 심하긴 했어. 채아는 그렇다 쳐도 너랑 윤택이 생각은 했어야지. 인터넷을 싹 다 뒤집어놔서 지금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가 안 좋다는 걸 알고 고성 그룹 주가까지 흔들리고 있어. 정말 속이 시커먼 여자야!”고지후는 잠시 침묵하다가 임채아에게 말했다.“몸조리 잘해. 인터넷에 떠도는 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하지율의 영상은 전의 기사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지후가 단 하루 만에 인터넷의 모든 정보를 삭제했지만 선견지명이 있었던 네티즌들은 미리 사진과 영상을 저장해두고 몰래 퍼뜨리기에 여념이 없었다.고지후의 많은 파트너들은 일부러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고지후에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심지어 인터넷의 마케팅 계정들도 가끔 그들에 관한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비록 금방 삭제당했지만 그 열기는 톱스타보다 더 뜨거웠다.고지후가 누구인가?Z국의 유명한 기업 거물이었다.젊고 잘생긴 그는 톱스타들도 아예 비교가 안 되는 인물이었고 수많은 여자들의 이상형이었다.사람들은 그에게 온갖 후광과 필터를 씌웠지만 그 필터가 깨지면서 고지후의 이미지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그 바람에 항상 안정적이던 고성 그룹조차 영향을 받았다.줄곧 조용히 있던 고씨 가문 사람들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날 밤 최혜은이 하지율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율,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인터넷에 그런 걸 폭로했어? 고성 그룹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지금 당장 본가로 들어와. 내가 기자들을 불렀으니까 지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해명해. 예전에는 뻔뻔스럽게 내 아들한테 들러붙더니 결혼 후에는 출근도 안 하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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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장 힘든 건 하지율이었다. 동분서주하며 사람들에게 차를 따르고 물을 따랐는데 도우미보다 못한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렇게 비굴하게 비위를 맞춰도 최혜은은 여전히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최혜은이 무슨 말을 하든 그녀는 대꾸해서도, 반항해서도 안 되었다. 그랬다간 버릇없고 윗사람을 공경할 줄 모른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예전에는 하지율도 최혜은이 어른이고 또 고지후의 어머니이기에 당연히 양보해야 하고 고지후를 곤란하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아이도 버렸는데 최혜은을 참을 리가 있겠는가?“전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하지율은 더 이상 예전처럼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았고 잘못 말해 최혜은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그녀의 말투가 무척이나 쌀쌀맞았다.“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저를 내쫓아주세요. 고씨 가문 며느리 노릇 창피해서 못해먹겠으니까.”그러고는 최혜은이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최혜은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끊어진 전화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옆에 앉아 있던 고윤영이 넋이 나간 최혜은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엄마, 하지율 이따가 온대? 걔가 만든 케이크가 먹고 싶은데 오면 좀 만들어달라고 해야겠어.”비록 그녀도 하지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하지율의 요리 솜씨가 정말 뛰어난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서 일하는 요리사나 제빵사보다 훨씬 맛있게 만들었다.최혜은이 정신을 차리고 화를 냈다.“하지율 오늘 약 잘못 먹었나? 감히 내 전화를 끊다니. 게다가 고씨 가문에서 빨리 내쫓아달래. 아무래도 요즘 내가 너무 잘해줬나 봐. 그러니까 자기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지.”그 말에 고윤영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겠지. 그때도 오빠랑 결혼하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쉽게 포기하겠어? 게다가 아이도 있잖아.”고윤영이 말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그나저나 하지율이 화날 만도 해. 오빠가 임채아한테 지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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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금세 주말이 다가왔다.고윤택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학부모도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열려 임채아는 일찍부터 유치원에 도착했다.그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소란은 고지후의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로 진압된 상태였다.온라인에 관련 게시글이 하나라도 올라오면 즉시 삭제되었고 임채아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은 아예 올릴 수가 없었다.이젠 인터넷도 많이 잠잠해졌다.하지만 고지후가 온라인 여론은 통제할 수 있어도 사람들의 마음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유치원에 들어서자마자 임채아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그때 뜨거운 커피가 임채아의 몸에 쏟아진 바람에 그녀가 크게 비명을 질렀다.“어머, 미안해요. 손이 미끄러졌네요.”사과하긴 했지만 목소리에는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지금 일부러...”임채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말을 가로챘다.“여러분, 이분 오늘 검색어 1위에 오른 주인공 임채아 씨 아니에요?”여자의 말에 많은 학부모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하나같이 임채아를 쏘아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저렇게 순진한 척하는 여우 같은 내연녀들이 제일 싫어요.”“분명 자기가 일부러 차로 들이받고서는 모든 걸 본처한테 뒤집어씌웠잖아요. 게다가 위증할 증인까지 매수하고... 쯧. 인간이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 있어요?”“정말 여우가 따로 없어요. 지율 씨랑 대표님이 만날 땐 저 여자랑 이미 헤어진 사이였는데 일부러 그런 식으로 말해서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었대요.”“퉤, 낯짝도 두껍지, 참. 자기가 불치병에 걸린 걸 이용해서 불쌍한 척하면서 남의 남편이나 꼬시고. 진짜 불치병에 걸린 거 맞대요?”하지율의 폭로 이후 임채아의 신상이 완전히 털렸고 녹음 파일과 사진이 온갖 밈으로 만들어져 돌아다녔다.영상에 녹음 파일을 덧붙이니 그야말로 역대급 여우가 탄생했다.심지어 드라마에서 악녀를 연기하는 배우들조차 그녀에게 연기를 배우려 했다.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며 임채아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했다.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임채아는 싸늘하고 경멸 가득한 시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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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다른 친구들은 다 부모님이 같이 오는데 아빠는 나한테 신경도 안 쓰고... 다른 친구들이 내가 엄마 아빠가 없는 줄 알까 봐 싫어요.”정시온의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에 하지율은 마음이 약해졌다.유치원에 반이 워낙 많기에 선생님에게 휴가를 신청하러 가는 동안 고지후와 고윤택을 마주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물론 마주친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그녀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녀는 일부러 행사 시작 시간을 피했다.정시온과 유치원에 도착했을 때 행사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운동장 쪽에 사람들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고 무척이나 시끌벅적했다.아직 어린 정시온은 금세 시선을 빼앗겼다. 정시온이 운동장을 보면서 물었다.“이모, 잠깐만 구경하면 안 돼요?”하지율은 흔쾌히 허락했다.“그래. 여기서 기다릴게.”정시온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모는 같이 안 가요?”“응. 이모는 안 가.”정시온은 잠시 생각하더니 하지율을 억지로 끌고 가지 않았다.“알았어요. 잠깐만 보고 올게요.”고윤택은 정시온처럼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고윤택이 뭘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하지율이 허락하지 않으면 바로 심통을 부렸다.심한 말까지 하진 않았지만 냉랭한 태도는 고지후와 그야말로 판박이였다.몇 분 후 정시온이 신이 나서 돌아왔다.“윤택이 엄마 아빠가 엄청 잘해요. 지금 1등이래요.”하지율은 가슴이 저렸다.“윤택이... 엄마 아빠?”정시온의 얼굴에 실망감과 부러움이 뒤섞여 있었다.“네. 윤택이는 유치원에서 항상 자기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엄마도 제일 예쁘다고 자랑했어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 아빠래요. 많은 친구들이 그 말을 안 믿으니까 부모님도 참여하는 행사에 엄마 아빠를 데려와서 보여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윤택이 말대로 윤택이 엄마 아빠가 참 대단하더라고요.”하지율은 한동안 정신이 멍해졌다. 정시온은 하지율의 넋 나간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듯 말을 이었다.“전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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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하지율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지율 씨, 지후랑 윤택이 만나러 왔어요?”임채아의 말투가 무척이나 다정했다.“지금 여기 없는데 내가 데려다줄까요?”하지율이 무심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그러고는 그녀를 지나쳐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바로 아래층 음악실에 있는 정시온을 찾아야 했으니까.그런데 임채아가 뒤따라왔다.“지율 씨,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채아 씨랑 할 얘기가 없는데요?”그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지후에 관한 얘기예요.”“그럼 더더욱 없네요.”하지율은 모퉁이를 돌아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난 관심 없어요.”“하지율 씨.”임채아가 갑자기 하지율의 손목을 잡았다.“5분. 5분이면 돼요.”“난 이미 분명히 말했어요. 채아 씨랑 할 얘기가 없다고요.”하지율이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뿌리쳤다.임채아는 하지율이 가려 하자 무의식적으로 막으려 했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으악.”붉은 피가 깨끗한 대리석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하지율도 넋을 잃었다.“채아 이모.”그때 누군가 갑자기 임채아의 옆으로 달려오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이모, 괜찮아요?”“괜찮아.”임채아가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윤택아, 이 일... 절대 아빠한테 말하면 안 돼. 알았어?”바닥에 쓰러진 임채아를 본 순간 고윤택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윤택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계단 입구에 서 있는 하지율을 노려봤다.“왜 채아 이모를 밀어요?”하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그러나 임채아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고윤택이 임채아의 앞을 막아서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그 눈빛은 마치 극악무도한 악당을 보는 듯했다.“뭘 하려고요? 더는 채아 이모를 괴롭히지 말아요!”하지율이 발걸음을 멈추고 뭐라 말하려던 그때 뒤에서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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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하지율!”장하준은 흥분한 나머지 두 눈에 핏발이 다 섰다.조용한 병원에 그의 신경질적인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만해.”고지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잘생긴 얼굴이 서리가 내린 듯 차가웠고 깊고 검은 눈동자는 싸늘한 빛을 뿜어냈다.그의 험악한 표정에 장하준의 분노는 물을 끼얹은 듯 순식간에 사그라졌다.지난 5년 동안 장하준은 하지율만 보면 대놓고 비아냥거렸고 또 비웃었다.고지후가 그런 모습을 보고도 모른 척하거나 장하준의 편을 든 바람에 장하준은 더욱 거만해졌다.장하준의 기세가 금세 꺾였다.“지후야, 이 여자가 채아를 계단에서 밀었어.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 돼.”그때 하지율이 코웃음을 쳤다.“장하준, 넌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내가 채아 씨를 밀었다는 걸 대체 어떻게 봤다는 거야? 성인이면 자기가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해. 모욕과 명예훼손으로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거 잊지 마.”하지율의 말에 장하준은 말문이 막혔다.요즘 들어 하지율이 어찌나 날카롭게 쏘아붙이는지 말문이 막힌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때 침묵을 지키던 고윤택이 입을 열었다.“내가 봤어요.”모든 시선이 고윤택에게 향하자 고윤택이 하지율을 가리키며 또박또박 말했다.“엄마가 미는 걸 제가 봤어요.”장하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180도 달라졌다.“지후야, 봤어? 네 친아들마저 저 여자가 밀었다고 했어. 거짓말일 리가 없잖아.”고지후는 차갑고 냉랭한 눈빛으로 하지율을 쳐다보았다.“왜 그랬어?”하지율이 피식 웃었다.“그러게. 지후 씨도 이유를 모르는데 난들 알겠어?”장하준이 말했다.“뻔한 거 아니야? 당연히 채아를 질투해서 채아가 잘 사는 꼴을 못 봐서 그런 거지.”하지율의 시선이 장하준에게 향했다.“내가 채아 씨를 질투한다고? 채아 씨랑 지후 씨 그냥 친구 사이라고, 깨끗한 사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내가 왜 질투해?”말문이 막혀버린 장하준이 말을 더듬었다.“그... 그건 네가 예전에 채아랑 지후가 만났었던 일을 신경 써서...”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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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장하준이 비아냥거렸다.“진짜인지 아닌지는 채아한테 물어보면 알겠지.”고윤택도 한마디 거들었다.“엄마, 이번에 채아 이모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엄마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예전 같았으면 하지율은 당황해서 아이를 달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담담하게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생각지 못한 변화에 고윤택은 적응하지 못했고 마음이 불안하기까지 했다.‘요즘 엄마가 갑자기 이상해졌어. 그런데 할머니랑 하준 삼촌은 엄마가 일부러 나랑 아빠의 관심을 끌려고 수작을 부리는 거니까 속지 말라고 했어.”그 생각에 고윤택이 또 말했다.“아무리 아빠랑 나의 관심을 끌려고 해도 채아 이모를 다치게 해선 안 되죠. 한 번 더 채아 이모를 다치게 하면 다신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을 거예요.”하지율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지만 겉으로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마음대로 해.”고윤택은 순간 멍해졌다.‘이것도 엄마의 수법 중 하나인가?’그때 임채아가 수술실에서 나왔다.고지후와 고윤택의 시선이 일제히 임채아에게 향했고 그녀를 따라 병실로 들어갔다.장하준은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하지율을 차갑게 쳐다보았다.“하지율, 채아 일 네가 책임져야 할 거야. 흐지부지 넘어갈 생각은 하지도 마.”...병실, 임채아는 깨어난 후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운 고윤택을 위로했다.“윤택아, 이모 이젠 괜찮아. 다만 다시 바이올린을 켜줄 수 있을진 모르겠어...”그러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바이올린 얘기에 고윤택은 얼마 전 임채아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바이올린을 켰을 때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눈빛이 떠올랐다.“윤택이 엄마는 정말 대단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아. 아빠도 정말 멋있고.”하지율이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친구들에게 엄마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다.“이모, 괜찮을 거예요.”고윤택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에 엄마가 이모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다신 엄마라고 부르지 않을 거예요.”말이 끝나자마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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