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고지후 씨, 아까 지율 씨가 곤경에 처했을 땐 나타나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내 공을 가로채려고?”고지후의 낯빛이 어두워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옆에 있던 임채아가 고지후를 변호했다.“지후도 금방 도착해서 그런 거지, 지율 씨를 구할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정기석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까 기자들이 채아 씨를 인터뷰하러 갔을 땐 지후 씨가 호통을 쳤었죠. 하지만 기자들이 유언비어로 지율 씨를 괴롭힐 땐 한마디도 하지 않더군요.”임채아는 더 이상 듣기 힘들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어떤 일들은 지율 씨가 직접 인정했어요. 유언비어가 아니라. 믿지 못하겠다면 지율 씨한테 직접 물어봐요.”정기석은 임채아를 거들떠보지 않고 고지후에게 물었다.“고지후 씨도 같은 생각이야?”고지후가 그윽한 눈빛으로 하지율을 쳐다보았다.“하지율, 안 내려올 거야?”지금까지 정기석이 했던 말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야말로 소귀에 경 읽기였다.하지율이 덤덤하게 말했다.“기석 씨, 일단 병원에 데려다줘요.”정기석이 가볍게 웃었다.“지율 씨를 위해서라면 기꺼이.”그가 하지율을 안고 고지후의 옆을 지나간 순간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병원, 의사가 하지율의 발을 진찰했다. 다행히 뼈는 이상이 없었고 단순한 찰과상이었다.정기석이 전화를 받으러 나간 사이 하지율은 의자에 기대앉아 잠이 들었다.그녀는 기괴하고 혼란스러운 꿈들을 꾸었다. 임채아의 사악한 미소, 그리고 고지후와 고윤택이 그녀를 깊은 곳으로 밀어뜨리는 끔찍한 장면들이 번갈아 나타났다.결국 화들짝 놀라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악몽이라도 꿨어?”낮고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깨끗한 티슈 몇 장을 건넸다. 하지율은 티슈를 받고 무의식적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이마의 땀을 닦고 고개를 돌렸는데 익숙하고 길쭉한 그림자가 보였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흠칫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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