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31 - Chapter 40

152 Chapters

제31화

정기석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고지후 씨, 아까 지율 씨가 곤경에 처했을 땐 나타나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내 공을 가로채려고?”고지후의 낯빛이 어두워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옆에 있던 임채아가 고지후를 변호했다.“지후도 금방 도착해서 그런 거지, 지율 씨를 구할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정기석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까 기자들이 채아 씨를 인터뷰하러 갔을 땐 지후 씨가 호통을 쳤었죠. 하지만 기자들이 유언비어로 지율 씨를 괴롭힐 땐 한마디도 하지 않더군요.”임채아는 더 이상 듣기 힘들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어떤 일들은 지율 씨가 직접 인정했어요. 유언비어가 아니라. 믿지 못하겠다면 지율 씨한테 직접 물어봐요.”정기석은 임채아를 거들떠보지 않고 고지후에게 물었다.“고지후 씨도 같은 생각이야?”고지후가 그윽한 눈빛으로 하지율을 쳐다보았다.“하지율, 안 내려올 거야?”지금까지 정기석이 했던 말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야말로 소귀에 경 읽기였다.하지율이 덤덤하게 말했다.“기석 씨, 일단 병원에 데려다줘요.”정기석이 가볍게 웃었다.“지율 씨를 위해서라면 기꺼이.”그가 하지율을 안고 고지후의 옆을 지나간 순간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병원, 의사가 하지율의 발을 진찰했다. 다행히 뼈는 이상이 없었고 단순한 찰과상이었다.정기석이 전화를 받으러 나간 사이 하지율은 의자에 기대앉아 잠이 들었다.그녀는 기괴하고 혼란스러운 꿈들을 꾸었다. 임채아의 사악한 미소, 그리고 고지후와 고윤택이 그녀를 깊은 곳으로 밀어뜨리는 끔찍한 장면들이 번갈아 나타났다.결국 화들짝 놀라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악몽이라도 꿨어?”낮고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깨끗한 티슈 몇 장을 건넸다. 하지율은 티슈를 받고 무의식적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이마의 땀을 닦고 고개를 돌렸는데 익숙하고 길쭉한 그림자가 보였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흠칫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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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내가 많은 걸 원했다고? 채아 씨만큼이나 많을까?”하지율은 고개를 살짝 들어 고지후를 쳐다보았다.“당신의 채아 씨를 위해서 난 내 결혼식까지 양보했어. 그리고 채아 씨를 띄우겠다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200억이나 쏟아부으면서 뒤에서는 내 카드를 정지시켰어. 그런데도 내가 원하는 게 많다고?”고지후가 싸늘하게 말했다.“그렇다고 해서 네가 채아를 계속 괴롭혀도 된다는 이유가 되지 않아.”하지율이 빈정거렸다.“그래. 항상 나만 채아 씨를 괴롭혔어. 채아 씨는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야. 됐어?”그녀의 말 속에 담긴 뜻을 고지후가 모를 리 없었다. 점점 막무가내로 변하는 하지율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 말하려던 그때 하지율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나에 관한 허위 사실을 전부 해명해. 지금까지 쌓아온 명예를 전부 잃고 싶지 않으면.”고지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명예를 잃게 하겠다고?”“그래. 못 믿겠어?”“별로 믿기지 않는데?”하지율은 피식 웃기만 할 뿐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두고 보면 알겠지.”두 사람의 대화는 또다시 불쾌하게 끝이 났다.고지후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기석이 돌아왔고 하지율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다음 날, 하지율은 운전하여 정시온을 데리러 학교로 갔다.일이 아직 완전히 종결되지 않았지만 정시온이 며칠 동안 그녀를 보지 못했다며 보고 싶다고 조른 바람에 직접 데리러 갔다.정시온 생각만 하면 하지율은 마음이 따뜻해졌고 심지어 마음속의 상처마저 어느 정도 치유되는 듯했다.하교 시간이라 길이 조금 막혔다. 하지율은 정시온이 기다릴까 봐 메시지를 보냈다.[시온아, 길이 좀 막혀서 몇 분 늦을 것 같아.]정시온의 답장이 빠르게 도착했다.[알았어요, 이모. 서두르지 말고 조심해서 와요.]하지율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전에 임채아와 외출할 때 그녀가 조금만 늦게 와도 고윤택의 태도는 무척이나 쌀쌀맞았다.한번은 그녀가 감기에 걸려 계속 기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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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고자 하는 본능에 따라 고지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위험에 빠져서인지 하지율의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 있었다. 익숙한 벨 소리가 그에게서 들려왔다.손바닥에 식은땀이 흘러 축축하고 끈적거려 매우 불쾌했다.하지율은 고지후가 떠나는 방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꽉 쥐었다.그때 고지후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비록 이미 오래전에 그에 대한 마음을 접었지만 생사가 오가는 이 순간 하지율은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휴대폰을 꺼내 하지율의 전화인 걸 확인하자마자 고지후의 눈빛이 깊어졌다.바로 그때 임채아가 불쑥 말했다.“지율 씨네... 지율 씨가 마음을 바꿨나 봐.”임채아가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말했다.“빨리 받아. 윤택이는 아직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해...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어차피 오래 살지도 못할 텐데.”고지후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끊었다.“일단 병원에 데려다줄게.”그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임채아를 안고 떠났다.그 순간 하지율은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심장을 묵직한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어머, 아까 우리 병원에 실려 온 그 여자분 말이에요. 고지후 씨의 첫사랑 임채아 씨 맞죠?”“맞아요. 아까 고지후 씨가 임채아 씨를 병원에 데리고 왔을 때 다들 못 봤죠? 임채아 씨를 얼마나 걱정하던지. 정말 안타까운 운명의 커플이에요. 결실을 보지 못하다니, 너무 아쉬워요.”“듣자 하니 고지후 씨의 와이프가 원래 제삼자였대요. 비열하고 더러운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갈라놓고 고지후 씨와 결혼했다지 뭐예요?”“고지후 씨가 계속 임채아 씨 옆을 지키더라고요... 눈빛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내가 다 녹아버릴 것 같더라니까요? 나 정말 삐뚤어졌나 봐요. 두 사람이 다시 잘됐으면 좋겠어요.”수군거리는 소리에 하지율이 눈을 떴다.“어머, 이 환자분 깨셨어요.”누군가 하지율이 깨어난 걸 알아차리자 사람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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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고지후는 문득 임채아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하지율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다만 당시 급박한 상황이라 전화를 받을 시간이 없어 그냥 끊어버렸다. 그 생각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뚜, 뚜, 뚜...통화연결음이 오랫동안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자동으로 끊어지자 고지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그는 몇 번이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는 사람이 없었다.‘낮에 내가 전화를 끊었다고 삐쳐서 일부러 이러는 거야? 하준이 말이 맞아. 역시 여자는 너무 오냐오냐하면 안 돼. 아무래도 내가 너무 봐줬어. 이러니까 자꾸 삐치고 무시하지.’...병실, 침대 머리맡에 놓은 휴대폰이 계속 진동했지만 하지율은 이미 깊이 잠들어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에 깨어나서야 화면에 뜬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그녀는 비웃듯이 코웃음을 치고는 냉랭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다시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30분 후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제복 차림의 교통경찰 몇 명이 교통사고 상황을 조사하러 왔다.하지율은 그녀가 겪었던 일을 그대로 얘기했다.“제가 회전하려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속도도 줄이지 않고 달려들었어요.”교통경찰은 하지율의 진술을 받아 적은 후 다시 물었다.“하지율 씨, 정말 상대방이 하지율 씨를 들이받은 게 맞나요? 하지율 씨가 들이받은 게 아니고요?”그녀는 교통경찰의 말투가 뭔가 미묘하게 거슬려 이렇게 되물었다.“왜요? 그 사람이 날 들이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던가요?”이런 교통사고는 책임을 정해야 하기에 교통경찰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사실은 사고가 발생한 지역이 외진 곳이라서 주변에 CCTV가 없어요. 그래서 아직 책임을 정할 수 없고 우선 두 당사자의 진술을 들어봐야 합니다.”하지율이 물었다.“그 사람도 저랑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나요?”“네. 이 병원이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입니다.”교통경찰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어 말했다.“현재 상대방 운전자는 하지율 씨가 먼저 들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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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걱정하지 마. 절대 네가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하지 않아.”임채아는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고지후가 함부로 약속하는 사람이 아니고 한 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걸 알고 있었다.몇 분 후 진태환이 다른 병실로 향했다. 임채아와 부딪힌 차의 주인이 이 병실에 있다는 걸 알아냈다.평소에도 이런 일은 고지후가 직접 나서지 않았다.진태환은 문을 두드린 다음 병실 안으로 들어갔고 고지후는 복도에 서서 다시 하지율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무도 받지 않았다.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짜증이 밀려왔다.다시 전화를 걸려는데 진태환이 이상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고지후가 움직임을 멈추고 물었다.“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 아직도 인정 안 해?”진태환은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보며 망설이다가 한참 후에 겨우 입을 열었다.“대표님, 아무래도... 직접 들어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는 매우 유능한 비서였다. 이 정도 작은 일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진태환이 직접 들어가 보라고 한 걸 보면 작은 일이 아닌 게 분명했다.고지후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병실 침대에 기대앉아 있는 여자를 본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하지율, 네가 왜 여기 있어?”하지율은 이미 진태환에게서 고지후가 무슨 일로 왔는지 전해 들었다. 하여 고지후를 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그녀는 침대 옆에 기대앉아 있었다. 얼굴이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이마에 딱지가 앉은 상처들이 듬성듬성 보였다.고지후를 빤히 쳐다보던 하지율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왜 여기 있는지 지후 씨가 모를 리 없을 텐데? 지후 씨가 무슨 일로 왔는지 나보다 더 잘 알 거 아니야.”고지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채아랑 부딪힌 사람이... 너였어?”하지율이 가볍게 대답했다.“그래.”고지후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검은 눈동자가 촛불처럼 불안하게 흔들렸다.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어제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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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하지율이 뒤로 기대앉으며 말했다.“채아 씨가 날 들이받았어.”“채아 말로는 네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일부러 들이받았다던데?”하지율은 고개를 들어 그의 차갑고 냉정한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그럼 지후 씨는 채아 씨 말을 믿겠다는 거야?”고지후는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채아가 널 들이받을 이유가 없어.”“그럼 난 뭐 이유가 있어?”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칠흑 같은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그러니까 일부러 박았단 말이야?”“아니.”병실은 다시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맑은 목소리가 조용한 병실에 울려 퍼졌다.“일단 쉬고 있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조사할게.”하지율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뒷모습만 쳐다보았다.고지후가 더 이상 캐묻지 않는 건 그녀를 믿어서가 아니라 증거를 먼저 찾으려는 것일 뿐이었다.만약 정말로 그녀를 믿었다면 아까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지후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병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지율아, 교통사고가 났다면서? 지금 어때? 심하게 다쳤어?”하지율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사고 난 걸 선배는 어떻게 알았어요?”강병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아침에 이미 기사 났어. 지율아, 괜찮은 거지?”“난 괜찮아요. 찰과상 정도라 별로 심각하지 않아서 아마 내일모레쯤 퇴원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알았어. 필요한 게 있으면 꼭 전화해.”강병주도 하지율을 도와 기사를 내리고 싶었지만 남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하는 성격 때문에 인기가 많아졌음에도 인맥을 많이 쌓지 못했다.하여 하지율의 기사가 터져도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다.하지율은 전화를 끊은 후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했다.임채아가 당당하게 나오는 걸 보면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게 분명했다. 어쩌면 소위 목격자라는 사람도 미리 섭외한 사람일지 모른다.지금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임채아는 철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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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그런데 장하준이 병상 가까이에 다가가자마자 하지율이 갑자기 그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장하준은 몸을 휘청거리며 옆 테이블에 세게 부딪혔다. 테이블 위에 있던 물컵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옆에 있던 임채아는 무의식적으로 장하준을 부축하려 했지만 한쪽 팔을 다친 탓에 힘을 쓸 수 없어 결국 장하준과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임채아가 깨진 유리 조각이 널려 있는 바닥에 넘어진 그때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키가 크고 훤칠한 남자가 들어왔는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췄다.“무슨 일이야, 이게?”바닥에 넘어진 장하준 역시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고지후를 본 순간 완전히 폭발한 장하준이 펄쩍 뛰면서 하지율을 가리켰다.“지후야,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는 여자가 나랑 채아를 걷어차서 바닥에 넘어뜨렸어. 이게 연기가 아니고 뭐겠어? 날 걷어차는 건 그렇다 쳐도 채아는 아직 낫지도 않았어. 저 독한 것이 채아를 일부러 넘어뜨리는 걸 내가 똑똑히 봤어. 정말 독하기 그지없는 여자야.”고지후는 멀쩡한 하지율과 바닥에 넘어져 있는 임채아를 번갈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임채아의 손과 발이 유리 조각에 베여 길게 찢어진 상처가 여기저기 생겼다. 붉은 피가 흘러나와 보기에도 끔찍했다.하지만 그녀는 아픔을 호소하지 않고 고통을 참은 채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일어나려고 애썼다.한참 동안 몸부림쳤지만 팔을 다친 탓에 일어설 수 없었고 오히려 유리 조각에 상처만 점점 깊어지고 말았다.고지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임채아를 안아 올린 후 장하준에게 무덤덤하게 말했다.“사람을 불러서 바닥에 있는 유리 조각들을 치워. 난 채아 데리고 가서 상처부터 치료할게.”장하준은 하지율을 더 비꼬고 싶었지만 하지율은 그녀와 상관없는 일인 듯 눈을 감고 있었다.결국 그는 더는 뭐라 하지 못하고 사람을 불러 바닥에 있는 유리 조각들을 치우게 했다.하지율이 유리 조각을 밟을까 봐 치우라고 한 게 아니었다. 임채아가 치료를 마친 후에 다시 돌아와서 하지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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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임채아가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지율 씨가 저랑 지후 사이에 있었던 과거를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건 다 지난 일이에요...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게 그렇게 용서하기 힘든가요?”임채아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제가 죽어야... 만족할 건가요?”하지율이 고개를 들고 피식 웃더니 나지막하게 한마디 했다.“그래요. 그럼 죽어요.”고지후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하지율!”하지율이 코웃음을 쳤다.“지후 씨, 뭘 그렇게 노려보고 그래? 죽고 싶다고 말한 건 채아 씨 본인이잖아. 내가 언제 죽으라고 시켰어? 자기가 죽겠다는데도 남 탓으로 돌리려고?”임채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그녀는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근처 창문으로 달려갔다.“지율 씨가 죽으라고 했으니 그냥 죽을게요.”“채아야, 정신 차려. 이러면 안 돼.”화들짝 놀란 장하준이 재빨리 그녀를 말렸다. 고지후 역시 차가운 얼굴로 임채아를 붙잡고 싸늘하게 말했다.“임채아, 지금 뭐 하는 짓이야?”임채아는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지율 씨가 날 미워하는 거 알아. 그렇게 미우면 죽어버리면 되잖아. 이거 놔. 제발 죽게 내버려 둬.”고지후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진정해.”임채아는 이젠 그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고 울면서 절규했다.“내가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 네 앞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어.”그녀가 죽겠다고 발버둥 치는 통에 병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그때 맑고 차가운 웃음소리가 시끄러운 병실 안에서 울려 퍼졌다.“다들 채아 씨가 죽는 걸 원치 않는 건 같으니 죽는 대신... 똥이나 먹을래요?”하지율은 웃으면서 임채아를 쳐다보았다.“채아 씨는 제 말을 잘 듣잖아요. 거절하진 않겠죠?”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장하준이 하지율을 손가락질하며 쏘아붙였다.“하지율, 너무하는 거 아니야?”하지율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죽으라고 하니까 죽겠다고 하잖아. 채아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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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그러고는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가져온 보온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지율 씨, 아직 밥 안 먹었죠? 내가 아침밥 가져왔어요.”하지율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 기석 씨.”장하준은 하지율을 보러 온 사람이 낯선 남자인 걸 보고는 대놓고 비웃었다.“어머, 아직 지후랑 이혼도 안 했는데 벌써 새 남자를 구했어? 여기 병원이야. 아무리 급해도 남들 눈은 피해야지.”장하준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고지후의 눈치를 보고는 심한 말은 하지 않았다.“하지율, 넌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어.”정기석은 장하준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고지후를 쳐다보았다.“지후 씨, 아무리 지율 씨를 싫어한다고 해도 다쳐서 입원했는데 여자 친구랑 친구를 데려와서 자기 와이프를 괴롭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고지후의 잘생긴 얼굴이 서리가 내린 듯 차가워졌다.“지율이 내 와이프인 걸 뻔히 아는 사람이 유부녀한테 잘 보이겠다고 아침부터 달려왔어?”유심 그룹의 후계자인 정기석은 전에 줄곧 L국에 거주했다.다섯 살 된 아이가 있는데 아이의 어머니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생아라는 소문도 있지만 정기석이 결혼했다는 소식이 들린 적이 없어 사생아일 가능성은 적었다.유심 그룹은 고성 그룹과 막상막하일 정도로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다.최근 몇 년 동안 유심 그룹은 Z국 기업과의 협력을 선호했는데 Z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인 듯싶다.정기석은 덤덤하게 웃으면서 고지후를 쳐다보았다.“지후 씨가 지율 씨의 남편이라는 건 그래도 알고 있네? 그런데 왜 와이프의 건강은 어떤지, 밥은 먹었는지는 뒷전이고 여자 친구를 데려와 와이프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건데? 지후 씨가 지율 씨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신경 쓰게 돼 있어.”장하준이 참지 못하고 또 소리를 질렀다.“우린 살인자인 하지율한테 왜 채아를 일부러 들이받고 죽이려 했는지 물어보러 온 거라고.”정기석은 장하준을 힐끗 보고는 느릿느릿 말했다.“경찰도 아니면서 무슨 자격으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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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고지후의 시선에 평소 속마음을 잘 감추지 못하는 장하준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제야 모든 걸 깨달은 고지후가 실눈을 뜨고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하지율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쳐다보지도 않았다.정기석이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다.“지율 씨, 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하지율은 고지후의 체면은 살려줄 필요가 없었지만 정기석의 체면은 무시할 수 없었다.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고 나니 정말 진저리가 났다.그녀는 말없이 옆에 놓인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눌렀다. 그러자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동시에 귀가 찢어질 듯한 장하준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하지율, 이 살인자야.”곧이어 장하준이 컵을 집어 하지율에게 물을 뿌리는 장면이 나왔다. 물이 카메라 렌즈에 튀어 화면도 순식간에 흐릿해졌다.고지후는 막 병실에 들어왔을 때 하지율의 머리카락이 약간 젖어 있었고 침대에도 물기가 묻어 있었던 게 떠올랐다.하지율이 화면의 물기를 닦자 장하준이 하지율에게 삿대질하면서 혼내주겠다고 말하며 험악한 기세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모습이었다.그가 손을 뻗으려는 순간 하지율에게 걷어차였다.장하준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옆 테이블에 부딪힌 바람에 테이블 위의 컵이 바닥에 떨어졌고 뒤에 서 있던 임채아도 함께 넘어졌다.영상은 여기서 끝이 났다. 병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고지후는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임채아를 쳐다보았다.“채아야, 이게 사실이야?”임채아도 잠깐 넋을 놓더니 한참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응... 지율 씨는 날 밀지 않았어.”“그런데 아까 왜 말하지 않았어?”임채아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교통사고에 대해 지율 씨한테 물어보려고 온 거야... 이런 작은 일로 지율 씨를 탓할 생각이 없었어.”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임채아는 하지율이 그녀를 밀었다고 한 적이 없었고 장하준 혼자서 하지율에게 뒤집어씌웠다.고지후는 차가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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