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Bab 41 - Bab 50

151 Bab

제41화

화가 난 장하준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하지율에게 달려들어 따지려 하자 정기석이 앞을 막아서고는 느긋하게 말했다.“이 많은 사람 앞에서도 지율 씨한테 손을 대려 하다니. 평소에 얼마나 방자하게 행동하는지 딱 봐도 알겠어. 그리고 하준 씨가 이렇게 거만하게 굴 수 있는 건...”정기석은 고지후를 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다 누군가의 묵인과 편애 때문이겠지. 지후 씨, 첫사랑을 편애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어떻게 첫사랑의 친구까지 감싸고 돌아? 앞으로 채아 씨와 관계있는 사람이라면 개나 소나 다 지율 씨를 괴롭혀도 된다는 거야?”고지후의 눈빛이 확 어두워졌다.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다가 하지율을 보며 말했다.“어떻게 해야 만족하겠어?”장하준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했다.“지후야...”하지율이 덤덤하게 말했다.“장하준이 먼저 나한테 물을 뿌렸으니까 백 잔 정도는 뒤집어써야지.”그러자 장하준이 주먹을 꽉 쥐고 분노에 찬 표정을 지었다.임채아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율이 정말로 고지후 앞에서 조금의 인정도 봐주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임채아가 입을 열었다.“지후야...”뭐라 말하기도 전에 고지후가 말을 가로챘다.“네가 직접 할 거야? 아니면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까?”이 말은 당연히 하지율에게 하는 말이었다.하지율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몸이 불편해서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줬으면 좋겠어. 괜히 직접 했다가 더 심하게 다치면 안 되니까.”고지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래.”장하준은 하지율을 무섭게 노려본 다음 병실을 나갔다.임채아는 지금 교통사고에 대해 얘기해도 그녀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걸 알고는 곧바로 떠났다.오랜 시간 소동을 피운 탓에 하지율의 얼굴에 피로감이 감돌았다.고지후가 그녀의 편에 설 거라는 건 예상했던 일이라 하지율의 마음은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어쨌든 증거가 명백한 상황에서 친구가 아내에게 손을 대려고 하는데 모른 척한다면 남자라고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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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정기석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뭔가 더 말하려던 그때 하지율이 가로챘다.“기석 씨, 먼저 들어가요. 지후 씨랑 따로 할 얘기가 있어요.”그러자 정기석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요.”고지후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굳어졌다. 정기석이 나간 후 고지후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하지율, 우리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뭐가 급하다고 여기까지 불러? 그렇게 한시라도 빨리 가까워지고 싶어?”그는 듣기 좋은 말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하지율이 덤덤하게 말했다.“지후 씨는 연락이 안 되고 병원에 실려 온 후에 의사 선생님은 자꾸 병원비를 내라고 재촉하는데 난들 방법이 있었겠어? 어쩔 수 없이 아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한 거야.”사실 그녀가 먼저 전화한 사람은 유소린이었다.어제 교통사고가 난 바람에 정시온을 데리러 가지 못했다. 결국 깨어난 후 정기석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기석이 정시온을 데리고 그녀를 보러 왔고 나중에 유소린이 와서야 두 사람은 병실을 떠났다.유소린은 밤새 하지율을 지켰고 아침이 되자 하지율은 그녀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했다.하지율이 고개를 들어 고지후를 보며 말했다.“그럼 병원에서 날 내쫓을 때까지 기다리란 말이야?”고지후는 침만 꿀꺽 삼킬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기댈 곳이 없을 때 그는 병원에서 임채아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었다.하지율은 정기석이 가져다준 음식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병실이 갑자기 짧은 침묵에 잠겼다.그녀가 밥을 다 먹고 나서야 고지후가 입을 열었다.“너랑 채아... 어쩌다가 부딪히게 된 거야?”“그건 채아 씨한테 물어봐야지, 나한테 물어보는 게 아니라.”하지율은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없이 차분하게 말했다.“아까도 말했지만 내 차를 들이받은 건 채아 씨야.”고지후가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목격자들한테 물어봤는데 모두 네가 갑자기 속도도 줄이지 않고 튀어나왔다던데?”‘역시 이럴 줄 알았어.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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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고지후, 고작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내 죄를 단정 짓는 건 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비록 고지후가 예전처럼 무턱대고 임채아를 믿지 않고 조사를 하긴 했지만 그가 조사해낸 것들은 모두 임채아가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들이었다.“하지율, 하고 싶은 얘기가 대체 뭐야?”하지율은 그의 잘생기고 차가운 얼굴을 빤히 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들이받지 않았으니까 채아 씨한테 사과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채아 씨가 나한테 사과해야 한다는 거야.”고지후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하지율, 사과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사과쯤이야 어렵지 않지. 그런데 사과는 내가 잘못했을 경우에만 하는 거야.”하지율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사과해야 해?”그러자 고지후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고의든 아니든 사람을 쳤으니 당연히 사과해야지.”“그건 지후 씨 말이 맞아. 하지만 나도 여러 번이나 말했어. 내가 채아 씨를 친 게 아니라 채아 씨가 나를 쳤다고.”고지후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하지율, 억지 좀 그만 부려!”하지율이 시선을 거두었다.“지후 씨, 괜한 일에 힘 빼지 마. 난 절대 채아 씨한테 사과 안 해. 재간 있으면 날 감옥에 처넣던가.”“그래. 계속 고집부려, 그럼.”고지후는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나중에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지나 마.”...그 후로 고지후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는데 하지율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하지율은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때 임채아의 교통사고 진실에 대한 기사가 조회 수 1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화제를 몰았다.기사의 정확성을 위해 밑에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내용에 하지율이 얼마나 잔인한지, 심지어 교통사고까지 조작해서 임채아를 죽이려 했다고 자세히 적혀 있었다.‘확실한 증거’가 나오자 인터넷에 온통 그녀를 비난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이 여자 정말 악독하네. 남의 가정을 파탄 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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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재벌 집에 시집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년.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지?”“저런 허영심에 가득 찬 여자는 정말 싫어. 죽어도 싸!”“법으로 널 처벌할 수 없다면 우리가 직접 처벌할 거야. 오늘 우리는 하늘을 대신해서 너를 벌하러 왔어.”사람들은 하지율을 둘러싸고 욕설을 퍼부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하지율을 바닥에 넘어뜨리기도 했다.그때 병원 경비원이 이쪽 상황이 심상치 않은 걸 알아채고 달려와 사람들을 쫓아냈다.“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병원에서 멀리 떨어져!”누군가 오자 사람들은 더 이상 덤비지 않고 재빨리 도망쳤다.하지율이 일어서려던 그때 검고 반짝이는 구두 한 켤레가 시야에 들어왔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흐릿한 시선 속에 잘생기고 차가운 얼굴이 보였다.남자가 시선을 늘어뜨렸다. 칠흑같이 어둡고 깊은 눈동자에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모습이 비쳤다.그가 덤덤하게 말했다.“이미 채아한테 말해놨어. 교통사고 건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지만 네가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해.”하지율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쉬고 나서야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한참 동안 애를 썼는데도 일어나지 못했다.‘나 지금 너무 비참한 것 같은데?’하지율은 고지후 앞에서 늘 이렇게 비참한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았다.순간 하지율은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먼저 붉어졌다.창백하고 연약한 모습의 그녀를 내려다보는 고지후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는 입술을 깨물고 몇 걸음 다가가더니 하지율을 안아 올리려 했다. 하지만 다가가기도 전에 누군가의 길고 가느다란 손이 하지율에게 닿았다.“지율 씨, 괜찮아요?”하지율이 고개를 들자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그녀는 울컥하고 말았다.“정기석 씨.”정기석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미안해요. 요 며칠 좀 바빠서 퇴원하는 날짜를 깜빡했어요.”하지율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기석 씨한테 폐를 끼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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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니 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하지율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커다란 손이 목구멍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숨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고지후는 임채아를 데리러 병원에 온 것이었다. 덤으로 그녀가 괴롭힘당하는 꼴까지 구경했고.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임채아를 슬쩍 밀어냈다.“채아야...”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정기석은 이미 하지율을 부축하여 자리를 떴다.고지후가 따라가려던 그때 임채아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지후야, 오늘 아침에 또 다른 목격자들이 연락 왔어. 증언해주겠대.”고지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증언?”“응. 지율 씨가 날 들이받은 걸 계속 인정하지 않잖아. 목격자들이 있으면 지율 씨도 인정할 거야.”임채아의 목소리가 다정하기 그지없었다.“걱정하지 마, 지후야. 지율 씨는 네 와이프잖아. 절대 곤란하게 하지 않아. 어차피 크게 다친 것도 아니라서 지율 씨한테 책임을 묻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사과 한마디면 돼. 지금 지율 씨에 대한 인터넷 여론이 너무 안 좋아. 이번 기회에 해명하고 명예를 회복하면 좋을 것 같아. 그때 가서 나도 이번 사고는 단순한 사고였고 지율 씨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할게. 그럼 아무 문제 없을 거야.”임채아는 온화하게 웃으면서 하지율을 위해 모든 걸 배려하는 듯이 말했다. 심지어 그녀가 입은 상처나 억울함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이해심이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고지후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율이가 너만큼만 속이 깊었어도 참 좋았을 텐데.”임채아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지금은 잠깐 잘못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그날 밤 목격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영상을 올려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마침 그 길을 지나다가 하지율 씨 차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임채아 씨 차를 들이받는 걸 봤어요. 게다가 속도도 전혀 줄이지 않더라고요. 어찌나 놀랐는지. 처음에는 운전자가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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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최근 하지율과 정기석의 사이가 점점 가까워졌다.지내다 보니 뜻밖에도 정기석에게 그녀와 비슷한 취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정기석도 음악회에 가는 걸 좋아했고 대학교 시절에는 바이올린을 부전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를 물려받아야 했기 때문에 나중에 흐지부지되었다.바이올린 실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음악에 대해 얘기할 땐 독특한 견해를 많이 가지고 있어 하지율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예전에 정기석은 하지율을 돕기 위해 일부러 고지후 앞에서 더욱 다정하게 얘기했다. 이제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고 정기석도 적응되어 계속해서 다정하게 대했다.하지율이 덤덤하게 말했다.“임채아는 자기가 빈틈없이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엉성하기 짝이 없어요. 오늘 난 세상 사람들한테 임채아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사실 임채아가 나타난 후 그녀는 임채아 때문에 억울한 일을 많이 겪었다. 임채아가 미친 듯이 미웠지만 완전히 망가뜨릴 생각은 없었다.어쨌거나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대부분의 이유는 남자 본인에게 있으니까.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 모든 잘못을 내연녀에게 돌릴 필요는 없었다.남자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 건 그녀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오늘 임채아가 없다고 해도 내일에 또 다른 이채아, 장채아 등이 나타날지도 모른다.임채아는 예전에는 그저 작은 수작만 부렸었다. 하지만 최근 몇 번 그녀가 한 모든 일은 하지율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그런 두 연놈은 함께 지옥에 떨어져야 한다.정기석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하지만 정말로 이 영상을 공개하면 앞으로 고씨 가문에서 지내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그렇다. 고씨 가문에는 고지후뿐만 아니라 고지후의 어머니인 최혜은과 여동생도 있다.“상관없어요.”하지율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나랑 고지후는 이미 끝났어요.”그녀에 대한 실시간 검색어가 인터넷에 며칠 동안이나 걸려있었지만 고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위해 나서지 않았다.그런데 왜 그들의 체면을 생각해줘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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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사무실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영상에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과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는데 하지율이 갑자기 튀어나와 임채아를 들이받은 것이 아니라... 임채아가 먼저 하지율을 들이받은 것이었다.거짓말을 한 건 임채아였다. 다시 말해 목격자들의 증언도 전부 거짓말이라는 뜻이었다.이 영상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전이었다. 영상이 공개되면 얼마나 큰 파장이 일어날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진태환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대표님, 30분 후면 하지율 씨가 이 영상을 공개할 겁니다... 어떡할까요?”이 영상이 공개되면 임채아의 명예는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지게 된다.고지후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먼저 영상을 바꿔치기하고 차 준비해. 지금 당장 기자회견장으로 가야겠어.”진태환은 저도 모르게 흠칫한 후 서둘러 대답한 다음 물러갔다.고지후가 임채아를 감싸줄 거라는 건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잔인할 줄은 몰랐다. 아예 영상을 바꿔치기하다니, 오늘은 전 세계 시청자들 앞에서 생중계하는 날인데.하지율이 이 기회에 결백을 밝히려 한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상을 바꿔치기한다면 하지율은 평생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물론 하지율이 영상을 공개하면 임채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고 심지어 불륜녀라는 딱지까지 더 붙게 될 것이다.불륜녀는 지금 사회에서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존재였다.진태환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지율과 임채아 사이에서 고지후는 결국 임채아를 택했다....기자회견이 제시간에 시작되었고 하지율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져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다.하지율은 무대 아래의 기자와 언론을 둘러보며 소리 높여 말했다.“기자분들의 질문을 받기 전에 먼저 영상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주변의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졌고 하지율 앞에 놓인 화면이 켜졌다.영문을 몰랐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화면을 보면서 하지율이 또 무슨 속셈인 건지 궁금해했다.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화면은 계속 하얗기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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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훤칠한 키에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그는 그림 같은 눈매와 잘생긴 얼굴을 가졌고 몸짓 하나하나에 자연스러운 우아함이 배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강렬한 아우라가 그의 주위를 감싸며 숨 막히게 했다.하지율은 그 남자를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고 눈빛도 차가워졌다.기자들은 고지후에게 벌떼처럼 달려들었다.“고지후 씨, 저 살인자를 처벌하려고 직접 현장에 오신 겁니까?”“사모님께서 임채아 씨를 차로 들이받은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인터넷 여론이 계속 부풀리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혹시 고지후 씨도 사모님을 살인자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고지후 씨, 하지율 씨와 이혼하실 겁니까?”기자들은 고지후를 에워싸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댔다.고지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저 이렇게 말했다.“비켜주세요.”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고 눈빛도 덤덤했지만 눈을 마주치면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온몸이 굳어지는 듯했다.사람들은 그의 기세에 눌려 감히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다.고지후는 인파를 헤치고 지나가면서 옆에 있는 진태환에게 말했다.“사람들을 해산시키고 기자회견을 취소해.”기자회견을 취소하겠다는 소리에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고지후는 그들이 뭐라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고 길고 쭉 뻗은 다리를 내디디며 곧장 무대 위에 있는 하지율에게 걸어갔다.그러자 하지율이 차갑게 비웃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시끄러운 인파 속에서 유독 또렷하게 들렸다.“고지후 씨, 혹시 내가 임채아 씨한테 불리한 진실을 폭로해서 죄상이 낱낱이 드러날까 봐 걱정되어 기자회견을 취소한 거야?”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쏠렸고 사진과 영상을 계속 찍어댔다.“죄상? 무슨 상황인 거죠?”“혹시 반전이 있나요?”“하지율 씨가 기자회견까지 연 걸 보면 뭔가 있긴 있나 봐요.”고지후는 무대에 올라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고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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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만약 하지율의 추측이 맞다면 현장 생방송 신호는 이미 끊겼을 것이고 오늘 그녀가 공개하는 어떤 것도 외부로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결국에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고 사람들을 우롱했다는 소리만 듣게 된다.고지후는 계속 임채아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감싸줄 것이고 심지어 하지율을 희생시켜 여론을 조작할 수도 있었다.‘고지후... 이 잔인한 인간.’...대기실로 돌아온 하지율이 고지후에게 물었다.“지후 씨,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야?”고지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인터넷 여론과 파장은 내가 해결해줄...”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지율이 가로챘다.“만약 강압적으로 입을 막는 방식으로만 해결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어. 지후 씨가 인터넷 게시글과 기사를 모두 삭제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평생 내가 심성이 고약하고 악독한 살인자라고 생각할 거라고.”하지율은 그의 칠흑처럼 어둡고 깊은 눈을 빤히 보면서 씩 웃었다.“어쩌면 내가 또다시 대중들의 분노를 일으켜서 욕을 먹을지 몰라.”그녀의 이마에 딱지가 앉아 아물어가는 상처를 쳐다보던 고지후의 눈빛이 미묘하게 깊어졌다.“네 누명은 내가 벗겨줄게.”“누명을 벗겨주겠다고?”그러자 하지율이 피식 웃었다.“나에 관한 기사가 그렇게 오래 났는데 이제 와서 누명을 벗겨주겠다고?”고지후는 그녀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무슨 조건이든 말만 해. 다 들어줄게.”하지율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두 가지 조건이 있어.”그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무조건 들어줄게.”하지율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단 듣고 나서 들어줄지 말지 결정하는 게 좋을 거야.”“말해 봐.”하지율이 또 말했다.“200억 줘. 이게 첫 번째 조건이야.”고지후의 눈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200억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그 많은 돈으로 뭘 하려고?”하지율이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정신적 피해 보상금이랑 명예훼손 배상금이야. 이렇게 오랫동안 욕을 먹었는데 임채아 씨가 잘못을 인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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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하지율이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지후 씨 카드를 정지하고 돈 없이 살아봐. 그럼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테니까. 그리고 내가 지후 씨 돈을 탐내지 않으면 사람을 탐내겠어?”“지후 씨는 맨날 다른 여자 때문에 밤늦게 뛰쳐나가는데 난 도우미처럼 지후 씨 첫사랑을 위해 약선요리를 준비했어. 도움이 필요할 땐 오히려 내가 잘못한 거라고 꾸짖었고 또 내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땐 내 전화를 끊고 다른 여자를 안고 떠났어. 내가 이런 남자를 탐낼 것 같아?”하지율은 고지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런데 내가 지후 씨 돈을 탐낸다고 해도 얻은 자산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임채아가 귀국한 후 머무는 집은 S시에서 바다뷰가 보이는 가장 좋은 별장이었고 시가가 수백억 원이 넘었다.고지후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명의로 그 집을 샀다.하지만 하지율은 고씨 가문에서 나와 아파트에 세 들어 살아야 했다. 5년간 고지후의 아내로 살았지만 귀국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첫사랑만 못했다.세상에 이보다 더 어이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고지후의 아내로 답답하게 살아왔던 삶을 그만하고 싶었다.고지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채아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왜 죽어가는 사람과 굳이 다투려는 건데?”“얼마 남지 않았다고?”하지율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임채아 씨가 정말 곧 죽을 거라고 확신해?”고지후가 그녀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할 리 없었다. 그의 두 눈이 차갑게 식었다.“하고 싶은 말이 뭐야?”“지후 씨, 나랑 내기할래?”하지율이 가볍게 웃었다.“채아 씨가 6개월 후에 죽는지 안 죽는지?”그녀는 임채아가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연기까지 잘하는 걸 보면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도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툭하면 쓰러지는 것 외에는 전혀 불치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매일 남을 괴롭힐 궁리만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고지후의 목소리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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