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남자친구와 헤어졌더니 남편이 생겨버렸다: Kabanata 31 - Kabanata 40

100 Kabanata

제31화

지난번 주재원은 이미 심은하가 피아니스트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안 돼요!”주재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심은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피아노를 포기할 순 없어요. 손목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연습할게요.”의사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주재원에게로 향했다.여기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 심은하의 고집도 결국 그의 허락 여부에 달려 있었다.“치료는 가능해요?”의사가 입을 떼자마자 주재원의 얼굴에 흘러내리던 미소는 사라지고 대신 엄숙한 표정이 깃들었다.“요즘은 다양한 치료법이 있잖아요. 수술이든, 보존 치료든 손목을 회복시킬 방법이 있을 거 아니에요?”의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치료는 신경 손상이 오래되지 않은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을 뿐, 심은하의 경우는 달랐다.“일단 시도해 볼 수는 있습니다.”주재원의 의도를 알아챈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치료 계획을 철저히 따라주셔야 합니다. 하루 연습 시간도 정해진 양을 넘어서는 안 돼요. 그렇지 않으면 손을 완전히 못 쓸 수도 있습니다.”심은하는 자신의 가늘고 긴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진료가 끝나자, 주재원은 의사에게 치료 계획을 보내달라고 부탁한 뒤 박성철에게 그를 배웅하라고 지시했다.모두가 떠난 후, 그는 물끄러미 심은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번 대회는 포기하는 게 좋겠어요. 손이 완전히 회복된 후에 다른 기회를 찾아도 늦지 않잖아요.”“이번 대회는 제게 무엇보다 중요해요.”주재원의 눈을 응시하던 심은하는 그의 눈동자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확고하게 말을 이었다.“무조건 참가할 거예요. 이 손을 못 쓰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꼭 참가해야 해요.”오직 이 대회에서 상금을 타야만, 그녀는 엄마의 유품인 목걸이를 되찾을 수 있었다.“은하 씨, 대회가 손보다 더 중요해요?”주재원의 얼굴은 노기로 일그러지더니 목소리까지 얼어붙었다.“대회는 다음에 또 있을 거 아니에요. 원한다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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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박성철은 심은하와 주재원 사이의 일을 자세히 알지 못했기에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심은하는 방 안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 생각을 정리했다. 머릿속이 맑아질수록 어제 자신의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주재원은 분명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고 대회를 포기할 생각이 없더라도 최소한 예의 바르게 대화를 나눠야 했다.새벽녘까지 잠을 설치던 그녀는 이른 아침, 주재원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계단을 내려갔다.“재원 씨.”흰 레이스 잠옷을 입은 심은하는 오른손을 난간에 가볍게 얹은 채 서 있었다.어깨 뒤로 흘러내린 길고 검은 머리가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겼다.주재원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심은하는 입술을 깨물고 계단을 내려가 그의 앞을 막아서며 불안한 눈빛으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어제는 제가 잘못했어요. 분명히 나를 위해서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번 대회는...”“마음대로 하세요.”주재원은 차갑게 말을 끊었다.“심은하 씨의 결정을 내게 보고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데려온 의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치료를 거절해도 제가 할 말은 없죠. 알아서 하세요.”그의 말에 심은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길 잃은 강아지처럼 멍하니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 주재원은 마음이 저렸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돌렸다.그는 박성철에게서 코트를 받아 입고 신발을 신는 대로 서둘러 문을 나섰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아마도 회사에 급한 일이 생기신 모양입니다.”박성철은 심은하의 낙담한 표정을 보며 조용히 위로했다.“방금 하신 말씀은 다 화가 나서 하신 거예요.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나중에 대표님께서 기분을 추스르시면 다시 잘 말씀하실 거예요.”‘아니.’심은하는 주재원이 화가 난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어제 그런 식으로 말한 자신이 잘못이었다.그녀는 박성철에게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속으로 생각했다.‘실망할 필요 없어. 애초에 우리 결혼은 형식적인 거였으니까. 기대하는 것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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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그 뒤로 주재원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심은하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허공을 응시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 후 며칠 동안 주재원은 일부러 그녀를 피하는 듯했다. 심은하가 보낸 메시지에도 차가운 답장 한두 마디가 전부였다.“왜 이렇게 화를 풀어주기 어려운 거야.”심은하는 책상에 엎드려 저녁 식사 여부를 물었던 자신의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밤이 깊어도 답장이 오지 않자, 심은하는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졌다.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내일이면 대회 당일이었다. 만약 오늘 밤에도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한동안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성진 그룹 최고층 대표실.주재원의 휴대전화가 희미하게 빛났다. 심은하와의 대화창이 열려 있었지만, 그는 손가락을 올린 채 한참을 망설이고만 있었다.“주 대표님, 프로젝트 서류에 관해 수정 사항이 더 있으신가요?”조용히 주재원의 눈치를 살피던 권지영은 참다못해 말을 꺼냈다.주재원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이 프로젝트 서류만 벌써 세 번째 퇴짜 맞는 건데, 아직도 이 수준이야? 내가 너희 같은 무능력자들을 먹여 살리려고 회사를 운영하는 줄 알아?”프로젝트 서류가 형편없었다는 건 권지영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주재원은 이 정도로 막말하는 폭군은 아니었다.분명 개인적인 감정이 작용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권지영은 주재원의 분부에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그를 화나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도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주재원은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내던지며 화를 삭였다. 그는 심은하가 자신의 몸을 신경 쓰지 않은 것에 화가 나 있었다.‘그 빌어먹을 대회는 이번에 못 나가면 다음에 나가면 되잖아. 왜 꼭 이번이어야 하는 건데?’창밖을 몇 초간 응시하던 그는 결국 휴대전화를 다시 들어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었다.“주 대표님?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세요?”전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놀라움으로 가득했다.“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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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나를 보러 온 거라고?’심은하의 얼굴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스쳤다.그녀는 자신의 곡이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직접 대회장까지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오늘 실력 발휘 잘해봐. 네 실력이면 충분히 잘할 거야.”서지훈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내가 무대 아래서 영상 찍어 줄게. 선생님은 필요 없다고 하셨지만, 사실 직접 보고 싶어 하셨거든.”심은하는 순식간에 눈가가 붉어지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관객과 참가자는 다른 입구로 들어가야 했기에 서지훈은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그가 떠난 뒤, 심은하가 참가자 전용 통로로 향하려는 순간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심은하 씨?”고개를 돌리자, 라서윤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심은하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긴 무슨 일이에요?”라서윤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혹시 대회에 참가하시는 거예요? 재경이가 심은하 씨도 피아노 칠 줄 안다고 하던데. 미리 말하지 그랬어요. 그러면 제가 좀 배려해 줄 수도 있었는데.”“배려요?”심은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평온하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지금,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예선을 통과했다는 뜻이에요. 라서윤 씨가 참가자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라서윤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눈을 살짝 내리깔며 말했다.“심은하 씨가 제출한 곡이 뭔데요? 마침, 출입 카드를 다시 확인해야 하니 도와줄 수 있을지...”라서윤은 심은하가 들고 있던 명패를 보고는 말을 멈췄다.명패 위에는 심은하가 제출한 피아노곡의 제목과 함께 S라는 그녀의 예명이 적혀 있었다.‘S가 너였구나.’심은하의 승리를 장담했던 그 댓글들이 아직도 라서윤의 마음에 깊게 박혀있었다.“심은하 씨가 S였네요.”라서윤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재경이도 이 사실은 모르는 것 같던데요? 뭐가 두려워서 신분을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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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심은하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만약 누군가 불공평한 행위를 해도 다른 심사위원들이 용인할지 여부겠죠?”심은하의 차분한 말에 상대방의 얼굴이 굳었다.그는 그녀와 라서윤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려 했지만, 심은하는 그런 속셈에 휘둘리지 않았다.심은하의 순서가 되자,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무대 앞으로 걸어 나갔다.관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가슴이 답답해지며 불안에 휩싸였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 흑백 건반을 마주한 순간 모든 불안은 사라졌다.피아노는 오래전부터 그녀의 옆을 지켜주던, 그녀에게 자신감을 주는 존재였다.심은하는 눈을 감고 건반에 손을 올렸다. 이어서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평온한 멜로디가 공연장 전체를 채웠다.연주가 끝나자, 관객석에서는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무대 뒤에서 피아노 앞에 앉은 채 빛에 감싸여있는 심은하를 바라보던 라서윤의 두 눈은 질투로 이글거렸다.‘네까짓 게 감히!'이 모든 영광은 원래 라서윤의 것이어야 했다.라서윤은 심은하를 단지 장재경에게 버림받은 여자 정도로만 여겼었고, 자신과 견줄 만한 것도 없는 별거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한편, 본선 통과 서류를 꼭 쥔 채 복도를 지나가던 심은하는 라서윤의 존재를 애초에 의식하지도 않은 채 스쳐 지나가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힘이 그녀의 팔목을 잡아끌었다.라서윤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심은하 씨, 내가 재경이를 빼앗았다고 생각해 저를 미워하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나와 재경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에요. 물론 심은하 씨의 삶을 방해할 생각도 없었고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저를 적대시할 필요가 있나요?”라서윤의 말을 듣고 있던 심은하가 마치 더러운 물건이라도 만진 듯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팔을 홱 뿌리치자, 라서윤은 순간 분노가 치밀어 목소리를 높였다.“심은하 씨! 지금 이게...”라서윤이 화를 내려는 찰나, 심은하는 그녀의 말을 자르고 냉랭하게 말했다.“라서윤 씨, 뭔가 오해를 하고 있네요.”심은하는 비웃음과 함께 또박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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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대회가 끝난 뒤, 라서윤은 심은하의 모습을 더는 찾을 수 없었다.굳은 표정으로 사면을 둘러보던 라서윤은 길가에 세워진 검은색 컬리넌을 발견하고는 즉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갔다.“재경아, 날 데리러 와준 거야?”라서윤은 조수석 문을 열며 운전석에 앉은 남자를 향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와줄 필요 없다고 했잖아. 여기 기자들도 많은데 사진이라도 찍히면 어쩌려고 그래?”장재경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미리 준비해 둔 꽃다발을 라서윤에게 건네며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한국에서의 첫 대회인데 어떻게 안 와. 당연히 서프라이즈가 있어야지. 어서 타. 레스토랑 예약해 뒀어.”라서윤은 꽃을 받아 안고 차에 올랐다.장재경이 차를 출발시키자, 그녀는 무심코 뭔가 떠올린 듯 말을 꺼냈다.“오늘 대회장에서 심은하를 만났어. 그녀도 대회에 참가했더라고. 실력이 꽤 괜찮던데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은 거야?”끼익!급정거하는 차 소리와 함께 장재경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라서윤을 돌아보며 어둠이 감도는 목소리로 물었다.“심은하도 거기에 있었다고?”라서윤은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몰랐어? 게다가 심은하가 바로 블루스를 작곡한 사람이래. 예전에 핫하게 떴던 그 피아노곡 말이야. 모두가 극찬했던 곡이잖아.”“심은하가 무슨 실력이 있다고.”장재경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마음속으로는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네가 원한다면 심은하더러 몇 곡 작곡하게 해서 네 이름으로 발표하면 되지.”‘역시 심은하는 나를 잊지 못했어. 그렇지 않고서야 라서윤이 있는 대회에 참가할 필요가 없잖아? 역시 지금까지의 냉정한 태도는 모두 연기였어.’장재경의 말에 마음이 언짢아진 라서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심은하의 곡을 왜 가져? 내 실력만으로도 충분하거든?”오늘 심은하의 연주는 라서윤한테 그저 초보자 수준으로만 여겨졌다.장재경은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네 실력이 당연히 더 뛰어나지. 내가 말실수했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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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장재경은 마치 심은하가 고의로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끊임없이 전화는 걸어왔다.심은하는 계속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박성철이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물을지 걱정돼서 하는 수 없이 통화버튼을 누르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장재경, 우리 사이에 더할 말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심은하, 너 오늘 대회 나갔어?”장재경의 태연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내 관심을 끌려고 이런 쇼를 한 거지? 이제 알았으니까 이만 대회에서 물러나.”황당한 장재경의 말에 심은하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내가 대회에 나가는 건 너랑 아무 상관 없으니까 제발 좀 짜증 나게 하지 마.”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이어지는 장재경의 말에 심은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그럼, 대체 왜 나갔는데?”장재경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심은하, 오기를 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어. 지금까지 네가 벌인 일들을 다 넘어가 줄 거니까 적당히 해. 우리 엄마가 최근에 결혼 날짜를 잡으려고 하던 참이었어. 네가 원했던 게 결혼이었잖아. 원하는 날짜에 해줄게.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대회에서 빠져야 해. 우리 장씨 가문은 남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여자는 용납하지 않아.”심은하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어렸다.“장재경, 청나라 망한 지 백 년은 넘었어. 장씨 가문에서 어떤 며느리를 요구하는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고, 대회에서 빠지는 일도 절대 없을 거야. 내 말 알아들었어?”말을 마친 심은하는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장재경, 정말 정신이 이상해진 거 아니야? 예전에는 별의별 이유로 싫다고 난리더니, 라서윤한테 자리를 내줬으면 좋아해야 하는 거잖아. 왜 이렇게 집요하게 사람을 괴롭히는 건데?’다음 날, 심은하는 정민규한테서 오승혁의 연락처를 받으러 전당포로 향했다.입구를 들어서 문을 열자, 소파에는 장재경이 앉아 있었다.“심은하 씨.”심은하를 마주한 정민규는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어렸다.“장 대표님께서 심은하 씨가 오면 꼭 연락 달라고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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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장재경, 너 진짜 역겹다.”심은하는 무표정으로 장재경을 응시하며 차갑게 비웃었다.“라서윤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이제 그녀도 돌아왔잖아. 라서윤이랑 잘 지내면 되지 왜 날 귀찮게 하고 그래?”장재경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니까 결국 질투한다는 거네?”“목걸이는 어떻게 하면 돌려줄 건데?”심은하는 속이 뒤집어지는 걸 참으며 물었다.“값을 말해.”“심은하, 그만 좀 해.”장재경은 자기 딴에는 다정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곁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이 목걸이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도 줄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살 수 있어.”그는 카드를 심은하 앞으로 내밀며 말을 이었다.“너 돈 필요하잖아. 네 아버지 성격은 내가 잘 알아. 너한테 돈을 줄 사람이 아니잖아. 하지만 네가 순순히 내 말을 따르고 라서윤과도 경쟁하지 않는다면, 내가 널 버리는 일은 없을 거야.”장재경의 말에 심은하는 더욱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장재경을 비웃으며 그의 손을 내리쳤다.카드는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장재경은 고개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내려다보았다. 손등에 전해지는 통증이 방금 심은하가 한 행동을 생생하게 상기시켰다.과거의 심은하는 그에게 큰 소리조차 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심은하!”장재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심은하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주변 공기까지 얼어붙을 듯한 위압감이 감돌았다.“널 배려해서 기회를 주고 있잖아. 계속 까불면 큰코다쳐. 나중에 네가 찾아와 구걸할 때는 오늘 같은 조건으로 안 봐줄 거야.”“장재경, 너 이해력에 문제 있어? 아니면 날 떠나서는 도저히 못 살겠어? 너만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두 번 다시 널 볼일 없어. 그러니까 제발 내 옆에서 떨어져 줘.”장재경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한때 자신에게 순종만 하던 심은하가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이건 명백히 그의 체면을 짓밟는 행위였다.“그래?”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장재경은 인공호수 옆으로 급히 걸어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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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심은하, 네가 도대체 언제까지 버티나 한번 보자.”말을 마친 장재경은 그 자리를 떠났다.심은하는 발끝부터 올라오는 저릿함이 가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겨우 발걸음을 질질 끌며 호숫가로 다가갔다.인공으로 파인 이 호수는 푸르스름한 물빛에 깊이는 최소 10미터는 되어 보였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 끝을 무릎 위로 걷어 올린 뒤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조심스럽게 물속으로 들어가 손으로 주변을 더듬었다.목걸이가 어딘가에 걸려 있기를 바랐지만 기대는 허망하게 무너졌다.결국 심은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손으로 호수 바닥을 더듬어가며 목걸이를 찾아봤지만, 끝내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몇 번이나 물속을 뒤지느라 체력이 완전히 소진된 그녀가 마지막으로 물 밖으로 기어 나왔을 때,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머리카락은 물에 빠져 죽은 귀신처럼 흐트러져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던 심은하는 숨을 고르고 다시 한번 물속으로 들어갔고, 이번에는 장재경이 목걸이를 던진 지점에서 약간 오른쪽을 집중적으로 탐색했다.손으로 진흙을 휘저으며 주변을 더듬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종아리에 쥐가 나면서 물이 코와 입으로 쏟아져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몸이 가라앉기 시작했다.무엇이라도 붙잡으려 했지만, 눈앞에는 흐릿하게 비치는 달빛뿐이었다.이대로 죽는 건가 싶던 그때, 거센 물살 치는 소리가 들려오며 누군가 어둠을 가르고 그녀를 향해 헤엄쳐 오고 있었다.그다음 순간 심은하는 누군가의 팔에 허리가 감싸졌다.입술 사이로 산소가 불어 넣어지자, 그녀는 힘없이 눈을 감은 채 그 몸에 기대었다.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느껴졌다.천천히 기억을 되짚어보던 심은하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었는지,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깼어요?”감정 하나 없이 무미건조한 남자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주재원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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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심은하는 머뭇거리다 결국 장재경을 언급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어찌 되었든 그녀는 이미 주재원과 결혼한 사이였고 설령 그녀가 피해자라 해도 장재경과 얽힌 일을 언급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냥 사고였을 뿐이에요.”원래 거짓말에 익숙하지 않았던 심은하는 이불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가 손등에 푸른 혈관이 드러났다.불안한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 나왔고 주재원은 물끄러미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거짓말을 알아챈 듯한 시선이었지만 일부러 캐묻지는 않았다.“다시는 그 호수 근처에도 가지 마세요.”주재원은 마치 아무런 일도 아닌 듯,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무심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다음번에는 이렇게 운이 좋지는 않을 거예요. 내가 또 마침 그곳을 지나가면서 구해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고요.”주재원의 말을 듣고서야 심은하는 비로소 의문이 떠올랐다.“그러면 재원 씨는 저 찾으러 그곳으로 간 거예요?”주재원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요. 우연히 지나가는 길이었어요.”“주재원 씨, 저 사실은...”정말로 주재원을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심은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머뭇거렸다.“억지로 말할 필요 없어요.”심은하의 표정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주재원은 결국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먼저 입을 열었다.“사생활이잖아요. 지난번에 의사를 찾아줬던 것도 지나친 간섭이었어요. 앞으로는 조심할게요.”주재원은 심은하의 고민 어린 표정을 바라보며 단지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일에 과도하게 관여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애초에 두 사람 사이에는 진정한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심은하가 대회 출전 문제로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오히려 자신이 그녀의 입장이었다면 더 격앙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주재원은 원래 이성적인 사람이었다.자기 행동이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즉시 한 걸음 물러섰다.심은하는 잠시 망설이다 결국 입을 열었다.“재원 씨한테 안 좋은 일은 절대 숨기지 않을 거예요. 이번 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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