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만약 누군가 불공평한 행위를 해도 다른 심사위원들이 용인할지 여부겠죠?”심은하의 차분한 말에 상대방의 얼굴이 굳었다.그는 그녀와 라서윤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려 했지만, 심은하는 그런 속셈에 휘둘리지 않았다.심은하의 순서가 되자,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무대 앞으로 걸어 나갔다.관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가슴이 답답해지며 불안에 휩싸였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 흑백 건반을 마주한 순간 모든 불안은 사라졌다.피아노는 오래전부터 그녀의 옆을 지켜주던, 그녀에게 자신감을 주는 존재였다.심은하는 눈을 감고 건반에 손을 올렸다. 이어서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평온한 멜로디가 공연장 전체를 채웠다.연주가 끝나자, 관객석에서는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무대 뒤에서 피아노 앞에 앉은 채 빛에 감싸여있는 심은하를 바라보던 라서윤의 두 눈은 질투로 이글거렸다.‘네까짓 게 감히!'이 모든 영광은 원래 라서윤의 것이어야 했다.라서윤은 심은하를 단지 장재경에게 버림받은 여자 정도로만 여겼었고, 자신과 견줄 만한 것도 없는 별거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한편, 본선 통과 서류를 꼭 쥔 채 복도를 지나가던 심은하는 라서윤의 존재를 애초에 의식하지도 않은 채 스쳐 지나가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힘이 그녀의 팔목을 잡아끌었다.라서윤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심은하 씨, 내가 재경이를 빼앗았다고 생각해 저를 미워하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나와 재경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에요. 물론 심은하 씨의 삶을 방해할 생각도 없었고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저를 적대시할 필요가 있나요?”라서윤의 말을 듣고 있던 심은하가 마치 더러운 물건이라도 만진 듯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팔을 홱 뿌리치자, 라서윤은 순간 분노가 치밀어 목소리를 높였다.“심은하 씨! 지금 이게...”라서윤이 화를 내려는 찰나, 심은하는 그녀의 말을 자르고 냉랭하게 말했다.“라서윤 씨, 뭔가 오해를 하고 있네요.”심은하는 비웃음과 함께 또박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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