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자친구와 헤어졌더니 남편이 생겨버렸다: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연주가 막 끝날 무렵, 누군가가 급히 홀에 들어서며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피아노를 연주한 분이 누구예요?”남자의 머리는 다소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 반짝이고 있었다.“연주하신 분의 연락처와 객실 번호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직원은 정중히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의 개인 정보는 규정상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그러고는 엘리베이터 방향을 살짝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저기, 지금 엘리베이터를 타시는 분이 바로 그분이세요.”남자가 고개를 돌리자, 우아한 실루엣의 여자가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사라지고 있었다.이하준, 그는 이번 국제 피아노 대회 주최 측에서 특별히 마련한 축하 연회의 주인공이자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다.“나랑은 인연이 없나 보네.”그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재능이 있는 사람인데...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스카우트했을 텐데 아쉽다.”다른 한편.심드렁한 기분으로 술집에서 나온 장재경은 집에 돌아와서야 심은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심은하, 지금 나한테 반항하는 거야?’장재경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문득 심은하에게 지나치게 오만하게 군 자신의 태도가 그녀의 외면을 부른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그는 주저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심은하의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은하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어쭈?’차가운 눈빛으로 끊겨버린 휴대전화를 바라보던 장재경은 비웃음을 띠며 중얼거렸다.“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지? 좋아. 얼마든지 맞춰줄게.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는 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가 적막한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잘못 들은 줄 알았던 장재경은 다시 한번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그제야 심은하가 사과하러 찾아왔을 거로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그곳에는 예상과는 달리 라서윤이 서 있었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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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너 혹시...”문득 장재경이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라서윤은 죽 안에 들어있는 해산물을 보고 말을 삼켰다.그녀는 입술을 꼭 다문 채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잘못을 뻔히 알면서도 사과할 마음은 전혀 없는 듯했다.“외국에 오래 있어서 그런 사소한 건 잘 기억도 안 난단 말이야. 이런 거로 화내지 말아 줄래?”‘사소한 거?’조금만 부주의해도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일을, 사소한 일로 간주하는 라서윤의 태도에 장재경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안 먹을래.”장재경은 차가운 얼굴로 플라스틱 용기를 밀어냈다.라서윤은 처음엔 미약한 죄책감이 스쳤지만, 장재경이 전혀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오히려 화가 치밀어 올랐다.“한참을 줄 서서 사 온 거야. 정말 한 입도 안 먹을 거야?”장재경은 그녀가 계속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자, 답답한 듯 짜증 섞인 표정으로 넥타이를 풀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날 돌봐주기를 바랐던 적 없어. 기어이 내가 알레르기로 병원에 실려 가야 만족할래?”차가운 그의 말투에 라서윤의 눈가는 즉시 붉어졌다. 그녀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변할 만큼 테이블을 꽉 움켜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외국 가기 전부터 잘 알고 있었잖아. 지금은 다른 사람이랑 비교돼서 별로인 거야?”그녀가 말한 ‘다른 사람'은 당연히 심은하였다.라서윤의 모습에 장재경은 마음 한구석이 저렸다.심은하는 확실히 라서윤과 달랐다.하지만 라서윤의 이런 성격과 사고방식 모두, 어쩌면 오랜 시간 자신이 만들어낸 습관의 결과물이었을지도 몰랐다.장재경은 미묘하게 얼굴을 찡그리며 라서윤 곁으로 다가가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그런 뜻이 아니야. 오해하지 마.”장재경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라서윤은 그를 밀어내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심은하를 좋아한다면, 당장 그녀에게 가.”라서윤은 고개를 돌려 눈길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두 사람 오래 사귀기도 했으니 우리 사이도 자연히 멀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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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호텔 로비 앞으로 차에서 내리는 서지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선배, 오랜만이에요.”단정한 검은 코트를 걸친 채 당당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서지훈은, 예전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서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근처에 커피숍이 있는데 거기서 이야기할까?”심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커피숍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심은하는 유희선의 건강 상태에 관해 물었다.“역시 너였구나.”서지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몰래 선생님을 찾아간 거 너였지? 그리고 간호사에게 그 물건을 전해달라고 한 거고?”“어떻게 알았... 선생님도 알아요?”그녀는 긴장한 듯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말씀은 안 하셨지만, 내가 짐작한 걸 선생님께서 모르시겠어?”심은하의 얼굴에는 미묘한 죄책감이 스쳤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모든 일을 처리하고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을 때, 직접 선생님께 사과하러 갈 거예요.”심은하의 과거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서지훈은 의자에 기대어 앉은 채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그래서 다시 피아노를 치려는 거야?”심은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지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럼, 장재경은? 그 사람 아주 좋아했잖아. 네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걸 싫어한다고 그러지 않았어? 설득한 거야?”장재경에게 들이댔던 일로 한때 소문이 자자했으니, 서지훈이 알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심은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헤어졌어요. 게다가 전 이미 약혼까지 했고요. 그 사람은 내가 피아노 치는 걸 반대하지 않거든요.”심은하는 주재원의 태도를 떠올리며,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서지훈의 눈에는 놀라움이 스쳤다.그는 심은하를 향해 늘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지만, 그녀의 가슴에 묻어둔 상처를 건드릴까 봐 장재경 이야기는 애써 흘려 넘기며 대화 주제를 돌렸다.“이번 국제 피아노 대회가 우리 쪽에서 열려. 만약 다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면 한번 도전해 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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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신청 링크뿐만 아니라 온라인에도 라서윤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기사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피아노 여신 라서윤, 국제 피아노 대회 참가.][라서윤 대회 참가에 경쟁자들 초긴장, 압도적 실력 예고.]기사를 하나씩 넘기며 자세히 훑어보자, 대부분의 기사가 라서윤을 과도하게 찬양하는 동시에 다른 참가자들을 깎아내리는 내용으로 가득했고, 더 충격적인 것은 몇몇 매체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마저 사실인 양 과장해 보도하고 있었다.그중 익숙한 필명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들은 예전에도 장재경의 요청으로 라서윤을 홍보해 준 적 있는 사람들이었다.심은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러니까, 이 일을 장재경도 알고 있다는 거네. 라서윤에 대한 마음은 여전하구나. 대회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온갖 매체와 네티즌을 동원해 그녀를 띄우고, 경쟁자들은 모조리 깎아내리다니.’하지만 이제 이 모든 것은 그녀와 무관한 일이었다.심은하는 기사를 닫고 서지훈이 보낸 링크를 따라 필요한 서류를 차분히 작성한 데 마지막 이름 부분에는 익명을 적어 넣었다.그녀와 장재경, 라서윤 사이의 얽힌 관계를 누군가 조사한다면 결국 모든 일이 드러날 테니, 차라리 익명으로 처리해 불필요한 주목을 피하고 싶었다.문서를 제출하자마자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화면을 밝혔다.액정 위에 떠오른 주재원이라는 이름을 확인한 그녀는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대표님?”전화기 너머에서 주재원의 취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일 새집 보러 갈 예정이에요. 우리가 앞으로 함께 살 집이니까, 어찌 되었든 심은하 씨의 의견도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심은하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는 찰나 주재원은 그녀의 심리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말을 이었다.“그 집, 공동 재산이에요.”주재원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새집에 관심이 없다는 건 우리가 반드시 이혼할 거로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그래서 본인이 살아야 할 집에 관심조차 없는 건가?”평소와는 너무 다른 주재원의 태도에 심은하는 그가 확실히 술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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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정신이 번쩍 든 심은하는 허둥지둥 시간을 확인했지만, 아직 8시밖에 되지 않았다.‘이렇게 일찍 왔다고?’어쨌든 이미 와 있다는 말에 심은하는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갔다.주재원에게 문자를 보낸 그녀는 그가 알려준 위치를 따라 차를 찾아낸 뒤, 조수석에 올라타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대표님, 오래 기다렸죠? 미안해요.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심은하 씨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사과해요?”주재원은 심은하의 말을 끊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심은하 씨가 늦은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일찍 온 거잖아요. 이거 먹어요.”따뜻한 봉투가 심은하의 무릎 위로 던져졌다. 봉투 위에 새겨진 청진동이라는 글씨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청진동은 정교하고 비싼 음식으로 유명했고, 예약도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게다가 외부로 음식을 가져가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고 특히 아침 식사는 더욱 불가능했다.‘주재원은 이걸 어떻게 포장해 온 거지?’하지만 그의 신분을 생각해 보니 그에게 이런 일은 별것도 아닌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마워요.”심은하가 조용히 말했다. 앞을 응시하며 차를 출발시키는 그의 표정은 심은하의 감사 인사는 아예 들리지 않는 듯 무덤덤했다.30분 후, 주재원은 심은하를 새집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여기가 우리 신혼집이에요?”심은하는 펜트원 가장 안쪽에 있는 1번 별장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녀는 예전에 심현수한테서 이 별장의 가치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별장은 처음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누군가 최고의 가격으로 낙찰을 받았다고 했었다.하지만 그 주인이 주재원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먼저 차에서 내린 주재원은 조수석 문을 열고 몸을 굽혀 심은하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우리 신혼집이에요.”심은하는 입술을 깨물었다.평소 차분하던 그녀에게는 드문 긴장한 모습이었다.심은하는 주재원을 따라 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집 전체의 인테리어는 쿨톤으로 되어 있었고 가구는 아직 들어오지 않아 텅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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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돈은 됐고 다른 걸 한 가지 약속해 줬으면 좋겠는데요.”주재원은 심은하를 몇 초 동안 응시한 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것만 약속해 준다면 돈 문제는 청산한 걸로 하죠. 게다가 다른 조건도 다 들어줄게요.”심은하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약속을 해달라는 거예요?”주재원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처한 조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할 거 없어요. 심은하 씨가 동의만 한다면 오늘 안으로 피아노를 가져다 놓을게요.”원래 이 별장은 조금만 정리하면 들어와서 살 수 있는 정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 주재원이 심은하를 데려온 건 집에 놓을 가구를 정하기 위해서였다.“오늘요?”심은하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더해졌다. 그녀는 원래 주재원이 이곳을 정리하는데 며칠이 더 걸릴 거로 생각했고, 따라서 자신도 호텔에서 며칠 더 묵어야 할 거라고 예상했다.주재원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여유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심은하 씨가 호텔에 묵고 있다는 걸 알고도 계속 거기 있게 둘 거 같아요? 나랑 결혼했으면 이제는 내 사람인데.”주재원의 성격상 아내를 집이 아닌 호텔에서 묵게 할 수 없었다.그의 눈빛에서 그의 생각을 알아차린 심은하는 순간 귀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동거를 서두르고 싶었던 게 아니었지만, 주재원은 그런 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하지만 심씨 가문에서 나온 뒤로 갈 곳이 없는 건 사실이었고, 그렇다고 주재원한테 심현수는 그저 자신을 주씨 가문과의 연결고리로 사용했을 뿐 생각지도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알겠어요. 금방 짐을 정리해서 여기로 옮길게요.”심은하는 별장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집 안의 다른 물건들은 제가 따로 요구할 게 없어요. 피아노만 있으면 돼요. 나머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세요. 그리고 방금 말한 조건, 지금 말해줄 수 있나요?”심은하는 입술을 깨물었다.만약 정말로 난처한 조건이라면 아무리 상대가 자신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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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심은하는 주재원과 장재경이 원래부터 라이벌 관계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주재원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자신을 선택한 이유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심은하의 말에 주재원은 눈빛이 흔들렸다.그는 심은하의 어깨를 감싼 채 문밖으로 나서며 당당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심은하 씨, 가끔은 알고 있는 걸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장재경 같은 사람 하나 해결하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물론 심은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모든 신경은 이제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은 주재원의 손에 쏠려 있었다.따뜻한 체온이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현재 신분을 더욱 뚜렷이 느끼게 했고, 주재원이 걸었던 그 조건은 차츰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주재원은 심은하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별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가구들은 이미 각자 위치에 놓여 있었고 위층에 마련된 피아노 방에는 심은하가 원했던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꿈에도 그리던 피아노를 만지는 심은하의 가슴은 벅차올랐다.“빚 갚는다고 했었죠?”웃음기 섞인 주재원의 목소리가 방문 쪽에서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그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어떻게 갚을 생각이에요?”주재원의 물음에 당황스러워진 심은하는 이유 모를 긴장감이 몰려왔다.그녀의 표정에서 생각을 읽은 듯 주재원은 천천히 피아노 앞으로 다가가더니 두 손으로 피아노 뚜껑을 짚어 그녀를 품에 가두었다.“심은하 씨,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남자의 상쾌한 향수 냄새에 심은하는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게...”주재원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피아노를 쳐서 갚으라는 뜻이었는데 무슨 생각을 한 거예요?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갚고 싶은 거예요?”심은하의 하얀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부끄러움과 분노가 섞인 눈빛으로 주재원을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피아노를 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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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주재원이 SNS를 올리고 반 시간 뒤에서야 장재경은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첫눈에 사진 속의 여자가 심은하라는 것을 알아챈 장재경은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당장 끌어와 주재원과의 관계를 따져 묻고 싶었다.하지만 그다음 순간, 그는 심은하가 자신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으려 했던 일이 떠올랐다.‘이제야 알겠네. 주재원이랑 엮인 거였구나.'이를 악문 채 사진 속 인물을 노려보던 장재경은 결국 휴대전화를 내던졌다.‘주재원이 뭐 좋은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 주재원도 그냥 너랑 놀아주는 거야. 질리면 언젠가는 버려질 텐데.'주재원이 게시물을 올린 걸 모르고 있던 심은하는 피아노 연주를 끝마치고 고개를 돌려 주재원을 바라보았다.“어때요?”피아노를 오랫동안 만지지 않았던 심은하는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주재원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심은하 씨의 피아노 실력을 조사해 본 적이 있어요. 그 정도 실력으로도 자신이 없다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겠어요? 설마, 혼인 신고할 때 했던 말은 그냥 해본 소리였던 거예요?”심은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즉각 대답했다.“진심이었어요. 정말로 피아노를 사랑해요. 예전에는 멍청하게도 좋은 기회를 놓쳤지만, 이번에는... 아니 앞으로도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예요.”주재원은 소파에서 일어나 천천히 심은하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려 두 눈을 응시하며 미소를 지었다.“그럼 열심히 해봐요. 주재원의 아내라면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뭔가는 있어야죠. 안 그래요?”주재원의 행동에 심은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으로 가서 쉬어요.”주재원은 손을 놓고 밖으로 나가며 말을 이었다.“결혼식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심은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혹시나 했는데...’만약 주재원이 정말 그녀를 원했다면 심은하는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방을 살펴볼 때, 주재원은 이미 어느 방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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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심은하는 주재원이 직접 주씨 가문에서 사람을 데려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미소를 지었다.“박 집사님, 대표님께서 나가시기 전에 혹시 무슨 말씀이라도 하셨나요? 제가 할 일이 있다면 먼저 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한 후에 해도 될까요?”심은하는 주재원이 박성철을 보낸 이유가 결혼 준비를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당연히 주재원은 결혼 준비와 같은 잡다한 일을 처리할 시간이 없을 테니, 그 일은 그녀의 몫일 거라고 여겼다.“사모님, 너무 긴장하실 필요 없으세요.”박성철은 심은하의 생각을 읽은 듯 단호하게 말했다.“대표님이 본가에서 저를 이곳으로 보내신 것은, 대표님과 사모님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보조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무엇이든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에게 분부해 주세요.”심은하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더 이상 따져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박성철은 심은하에게 운전기사를 안배해 그녀를 전당포로 모셔다드리라고 분부했다.“먼저 돌아가세요.”심은하는 차에서 내리기 전,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볼일을 보고 저 혼자 돌아가면 되니 다시 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박 집사님께서 물으시면 제 결정이라고 전해주세요.”운전기사는 고개를 끄덕인 후 차를 몰고 떠났다.눈에서 멀어지는 차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심은하는 자신의 신분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주씨 가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전당포 안으로 들어서서야 심은하는 이런 생각을 떨쳐낼 수 있었다.“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그녀가 들어서자 중년 남성이 반갑게 맞이하며 말했다.“아가씨는 물건을 맡기러 오신 거예요? 아니면 가족을 위한 선물을 사려고 오신 거예요?”“물건을 찾아보러 왔어요.”심은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제가 잃어버린 목걸이가 있는데 혹시 찾아줄 수 있을까요? 찾아주시면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전당포에서 목걸이를 찾는다고?’남자는 심은하를 훑어보며 미소를 지었다.“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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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주재원이랑 무슨 상관인데?”그의 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심은하는 미간을 좁히며 장재경을 바라보았다.“전당포에 온 건 내 개인적인 일이야.”“개인적인 일? 그런 변명이 통할 거로 생각하는 거야?”장재경은 무슨 황당한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심은하를 내려다보더니 라서윤을 감싸던 팔을 떼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입을 열었다.“너랑 주재원은 언제부터 엮인 거야? 그 자식이 너 같은 더러운 걸 받아주다니. 넌 대체 주재원을 어떻게 속인 거야?”찰싹!청명한 손바닥 소리가 공간을 가르자, 눈이 휘둥그레진 라서윤은 급히 장재경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다가갔다.하지만 거칠게 자신을 밀어내는 장재경의 태도에, 순간 라서윤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그녀는 곁눈질로 심은하를 훑어보며 이를 갈았다.‘심은하만 아니었어도 장재경에게 이따위 취급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장재경은 라서윤의 감정 변화를 읽을 여유도 없었다.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장재경은 분노가 정수리까지 치밀어올랐다.게다가 병원에서 심은하에게 맞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자, 그는 단숨에 달려들어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고 말했다.“심은하, 날 때리는 거에 재미라도 들었어?”어차피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음을 안 심은하는 이미 엎질러진 물을 바라보듯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자업자득이야. 혀만 잘 놀렸어도 맞을 일이 생겼겠어?”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장재경은 이가 부서져라 악물며 차가운 눈빛으로 심은하를 노려보았다.“심은하, 네 주제를 너무 모르는 거 아니야? 주재원이 너한테 무슨 감정이라도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 걔한테 넌 그냥 나를 상대하기 위한 장기 말일 뿐이야!”심은하는 장재경의 시선을 받아치며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주재원이 나를 장기 말로 여기는 건 그렇다 치고, 그러면 넌 나를 뭐로 여겼는데? 대타? 이 두 신분 중에 더 나은 거라도 있어? 장재경, 우린 이미 헤어졌어. 그러니 네 대타 놀이도 이제 그만할 생각이야.”그녀는 주재원과의 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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