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호텔 로비 앞으로 차에서 내리는 서지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선배, 오랜만이에요.”단정한 검은 코트를 걸친 채 당당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서지훈은, 예전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서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근처에 커피숍이 있는데 거기서 이야기할까?”심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커피숍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심은하는 유희선의 건강 상태에 관해 물었다.“역시 너였구나.”서지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몰래 선생님을 찾아간 거 너였지? 그리고 간호사에게 그 물건을 전해달라고 한 거고?”“어떻게 알았... 선생님도 알아요?”그녀는 긴장한 듯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말씀은 안 하셨지만, 내가 짐작한 걸 선생님께서 모르시겠어?”심은하의 얼굴에는 미묘한 죄책감이 스쳤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모든 일을 처리하고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을 때, 직접 선생님께 사과하러 갈 거예요.”심은하의 과거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서지훈은 의자에 기대어 앉은 채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그래서 다시 피아노를 치려는 거야?”심은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지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럼, 장재경은? 그 사람 아주 좋아했잖아. 네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걸 싫어한다고 그러지 않았어? 설득한 거야?”장재경에게 들이댔던 일로 한때 소문이 자자했으니, 서지훈이 알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심은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헤어졌어요. 게다가 전 이미 약혼까지 했고요. 그 사람은 내가 피아노 치는 걸 반대하지 않거든요.”심은하는 주재원의 태도를 떠올리며,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서지훈의 눈에는 놀라움이 스쳤다.그는 심은하를 향해 늘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지만, 그녀의 가슴에 묻어둔 상처를 건드릴까 봐 장재경 이야기는 애써 흘려 넘기며 대화 주제를 돌렸다.“이번 국제 피아노 대회가 우리 쪽에서 열려. 만약 다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면 한번 도전해 보는 건 어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