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심은하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몸은 좀 어때요? 생강차라도 끓여 올까요?”그녀의 말에 주재원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마치 이런 일을 수백 번도 더 해본 듯한 말투였고 그녀한테는 너무 익숙한 일인듯했다.장재경과의 삼 년을 떠올린 주재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장재경도 이렇게 돌봐준 거예요?”‘장재경? 갑자기 장재경이 왜 나와?’잠시 멈칫하던 심은하의 머릿속에는 지난 과거가 떠올랐다.물론 장재경도 돌봐준 적이 있었지만, 매번 그는 심은하를 깔보며 그녀의 배려가 부족하다고 비난했고 정성껏 준비한 음식까지 싱크대에 버려지기 일쑤였다.과거를 회상하던 심은하는 문득 더 이상 예전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담담히 이 사실을 주재원에게 털어놓았다.“장재경이란 놈은 정말 안목이 없네요.”주재원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은하 씨 같은 여자를 두고 겉만 번지르르한 그런 여자를 선택하다니. 언젠가는 후회할 거예요.”심은하는 장재경의 후회엔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어떻게 주재원 몰래 인양팀에 연락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문을 연 박성철이 누군가를 집으로 안내했다.“대표님, 요청하신 서류입니다.”주재원의 비서 권지영은 몸은 주재원 앞에 서 있었지만, 시선은 계속 심은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누구지? 대표님께서 외부에 알려진 바로는 바람둥이지만 실제로 주변에는 아무 여자도 없었는데?’노골적인 권지영의 시선에 심은하는 자리에 있기 불편했지만, 마땅히 일어날 핑계도 없었다.“대표님, 이분은 누구시죠?”주재원이 서류를 다 확인하고 돌려주자, 권지영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심은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주재원이 지금까지 둘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은 걸 보면 공개할 마음이 없는 게 분명했고, 그녀 역시 함부로 정체를 밝힐 처지가 아니었다.“내 아내.”심은하가 머뭇거리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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