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자친구와 헤어졌더니 남편이 생겨버렸다: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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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심은하는 마음을 가다듬고 침대에서 일어나 주재원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집에 도착했을 때 거실의 조명은 켜져 있었고 문을 열자, 박성철이 급히 다가오며 두 사람을 향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갑자기 물에는 왜 빠진 거예요? 몸은 괜찮으세요? 생강차를 준비해 뒀으니 따뜻하게 마셔요.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요.”심은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박성철은 그녀 뒤에 선 주재원을 보고 덧붙였다.“사모님께서 안 돌아오시니까 대표님께서 얼마나 걱정을 하셨는데요. 계속 전화를 하셨는데 연결이 안 되더라고요. 운전기사분이 아니었으면...”“박 집사님!”주재원이 그의 말을 자르며 호통쳤다.“주재원 씨, 당신...”심은하는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주재원이 자신을 기다렸다는 것도, 직접 찾으러 나섰다는 것도 의외였다.“결혼한 사람이 한밤중까지도 안 들어오는데,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주재원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신발을 갈아신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박 집사님, 생강차를 끓였다면서요? 물에 빠진 사람이 은하 씨뿐만은 아닐 텐데요?”심은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주재원의 뒤에 멍하니 서서 그를 바라봤다.‘분명 잘못 본 거겠지? 주재원의 귀가 빨개졌을 리 없잖아.’박성철과 심은하는 눈길만으로 무언가를 확인하듯 시선을 교환했다. 이내 박성철은 아무 말도 없이 부엌으로 걸어가 따끈한 생강차 두 잔을 들고나왔다.“대표님, 여기 차...”잔을 건네며 주재원과 손이 스친 박성철은 즉시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열이 나잖아요!”생강차를 마시려던 심은하는 박성철의 외침에 즉시 의자에서 일어나 주재원 곁으로 다가갔다.손으로 그의 이마를 짚어보자, 확실히 정상적인 체온은 아닌 것 같았다.“괜찮아요.”주재원은 눈썹을 찡그리며 불편한 듯 심은하의 손을 피하고 말했다.“별거 아닌 일에 과민반응 하지 마세요.”심은하는 굳은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정말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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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심은하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오늘 밤은 제가 여기서 돌볼게요. 박 집사님은 쉬세요.”박성철은 본래 주재원을 돌보는 게 자기 일이라고 말하려 했으나, 심은하와 주재원의 관계를 떠올리고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아래층에 있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말을 마친 박성철은 약상자를 정리한 뒤 자리를 떠났다.그가 떠난 후 심은하는 욕실에서 수건을 적셔 주재원의 이마에 올려둔 뒤 알코올 솜으로 그의 팔과 손을 닦아주었다.주재원은 고열과 통증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심은하도 쉬지 않은 채 새벽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새벽 3시가 넘어서야 주재원은 희미하게 몸을 움직이더니 천천히 눈꺼풀을 떴다.아직 흐릿한 시야 속에서 심은하의 모습이 비치자, 그의 눈동자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스쳤다.“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예요?”의식이 흐릿한 탓인지 눈꺼풀을 드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침대 옆 탁상시계를 흘깃 본 그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이만 들어가서 쉬어요.”목소리는 고열에 탁해졌고 숨결마저 뜨거웠다.“저는 괜찮으니까 먼저 물이라도 좀 드세요.”심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한 물을 컵에 따라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그녀는 조용히 창백하게 말라 있던 주재원의 입술이 서서히 생기를 되찾는 걸 지켜보았다.목이 타는 듯한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자, 주재원은 다시 입을 열었다.“여기서 지킬 필요 없어요.”힘없는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심은하가 주재원을 바라보자, 그는 또다시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방금까지 카펫 위에 앉아 주재원의 상태를 살펴보기만 하던 심은하는 이것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주재원의 몸은 계속 달아오르고 있었고 열을 식히려면 알코올로 계속 닦아줘야 했다.그녀는 결국 침대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은 채 손으로 그의 팔 온도를 확인하며 체온을 확인했다.해열제가 효과를 발휘했는지, 주재원의 목덜미에 얇은 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곧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다.심은하는 차가운 수건을 그의 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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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손바닥 아래로 단단한 그의 근육이 느껴졌다.“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심은하는 본능적으로 변명을 늘어놓았다.귓가에 들려오는 낮은 웃음소리에 심은하는 귀 끝이 후끈 달아올랐다.주재원은 일부러 더 가까이 다가가 심은하가 자신을 바라보도록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뭘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어젯밤에 여기서 잔 거 아니에요? 내 옷도 은하 씨가 벗긴 거 아닌가?”‘그때랑 지금이랑 같은 상황이냐고!’심은하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재원을 노려보았다.어젯밤 옷을 갈아입혔던 건 땀에 흠뻑 젖은 상태라서 어쩔 수 없었던 거였으니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주재원을 바라보는 심은하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새끼 사슴처럼 순수하고 맑아 보였고, 잠옷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허리는 주재원의 손바닥 하나로도 충분히 잡힐 듯 가늘었다.침대 위의 분위기는 어느새 미묘하게 바뀌어져 있었다.심은하는 몹시 불편했지만 어쨌든 부부 사이인 만큼 주재원을 밀어낸다면 더욱 어색해질 것 같았다.주재원의 눈빛은 처음보다 더 깊어져 있었다.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고 엄지손가락은 그녀의 턱선을 무의식적으로 어루만지고 있었다.“아, 아침을 준비하러 갈게요.”상황이 더 이상해지기 전에 심은하는 주재원을 밀치고 침대에서 내려가더니 거의 도망치듯 그의 방을 뛰쳐나갔다.등 뒤로 들리는 주재원의 웃음소리에 심은하의 귀는 더욱 뜨거워졌다.그녀는 먼저 자기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은 뒤, 주재원의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주재원이 방에서 나왔을 때, 식탁에는 이미 두 벌의 식기가 놓여 있었고 심은하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묵묵히 밥을 먹고 있었다.“대표님, 오늘 입으실 양복은 어떤 걸로 준비할까요?”박성철이 주재원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식사 마치시면 바로 갈아입으실 수 있게 준비해 두겠습니다.”주재원이 입을 열려는 순간, 심은하는 조심스럽게 주재원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출근하실 거예요? 어제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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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심은하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몸은 좀 어때요? 생강차라도 끓여 올까요?”그녀의 말에 주재원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마치 이런 일을 수백 번도 더 해본 듯한 말투였고 그녀한테는 너무 익숙한 일인듯했다.장재경과의 삼 년을 떠올린 주재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장재경도 이렇게 돌봐준 거예요?”‘장재경? 갑자기 장재경이 왜 나와?’잠시 멈칫하던 심은하의 머릿속에는 지난 과거가 떠올랐다.물론 장재경도 돌봐준 적이 있었지만, 매번 그는 심은하를 깔보며 그녀의 배려가 부족하다고 비난했고 정성껏 준비한 음식까지 싱크대에 버려지기 일쑤였다.과거를 회상하던 심은하는 문득 더 이상 예전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담담히 이 사실을 주재원에게 털어놓았다.“장재경이란 놈은 정말 안목이 없네요.”주재원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은하 씨 같은 여자를 두고 겉만 번지르르한 그런 여자를 선택하다니. 언젠가는 후회할 거예요.”심은하는 장재경의 후회엔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어떻게 주재원 몰래 인양팀에 연락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문을 연 박성철이 누군가를 집으로 안내했다.“대표님, 요청하신 서류입니다.”주재원의 비서 권지영은 몸은 주재원 앞에 서 있었지만, 시선은 계속 심은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누구지? 대표님께서 외부에 알려진 바로는 바람둥이지만 실제로 주변에는 아무 여자도 없었는데?’노골적인 권지영의 시선에 심은하는 자리에 있기 불편했지만, 마땅히 일어날 핑계도 없었다.“대표님, 이분은 누구시죠?”주재원이 서류를 다 확인하고 돌려주자, 권지영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심은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주재원이 지금까지 둘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은 걸 보면 공개할 마음이 없는 게 분명했고, 그녀 역시 함부로 정체를 밝힐 처지가 아니었다.“내 아내.”심은하가 머뭇거리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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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그래요.”주재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허락했다.국제 피아노 대회가 이틀 뒤로 다가왔다.심은하는 하루 종일 주재원 곁을 지키며 그의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걸 확인한 뒤, 방으로 돌아가 자신의 조 편성을 확인했다.노트북 페이지가 새로고침 되자, 그녀가 속한 조의 멤버 리스트가 화면에 떴다.이번에도 여전히 실력자가 별로 없는 조에 분배되었다.이번 조는 대부분 인기 유튜버나 SNS 스타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 사람들은 대부분 진지하게 대회에 임하기보다는 단순히 참가 자격을 이용해 화제를 모으려는 이들이었다.이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직감한 심은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저녁 식사 시간, 그녀의 불안한 예감은 틀림없이 현실로 다가왔다.인터넷에는 자신과 관련된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었다.[심은하, 음모의 달인.]댓글들은 하나같이 그녀가 뒷거래로 조 편성을 조작했다는 악성 댓글로 가득했다.[이런 거 진짜 역겨움.][전엔 좋게 봤는데 이런 사람일 줄이야. 그 피아노곡 계속 듣고 있었는데][과연 직접 연주한 걸까? 녹음 틀어놓은 거 아냐?]예전에도 이처럼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럭저럭 잘 무마됐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예전과 달리 뒤에서 누군가가 조종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마치 심은하를 돈으로 경연을 조작한 인물로 낙인찍어, 대회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그녀의 경력은 완전히 끝장날 위기였다.저녁 준비가 다 끝났는데도 심은하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주재원은 잠시 기다리다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자, 주재원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가며 말했다.“뭐 하느라 아직도...”굳어있는 심은하의 표정을 본 주재원은 흠칫하더니 이내 방으로 들어가며 말을 이었다.“무슨 일이에요? 장재경이 또 연락이 왔어요?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얘기해요.”심은하는 고개를 저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말했다.“전 그냥... 제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위협적인 존재였는지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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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다음 날 아침, 심은하가 일어났을 때 주재원은 이미 출근한 뒤였다.“박 집사님, 재료 좀 준비해 주시겠어요?”아침 식사 후 심은하는 점심 준비에 필요한 재료 리스트를 박성철에게 건넨 뒤 오전 내내 피아노 연습에 몰두했다.정오가 가까워지자, 박성철이 피아노실 문을 두드렸다.심은하는 간단히 몇 가지 반찬을 준비해 도시락에 담고 집을 나섰다.오늘, 운전기사는 주재원의 고객을 맞으러 간 탓에 그녀는 택시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아파트 단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 누군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심은하, 출세했네?”심지연은 심은하의 앞을 가로막으며 불쾌한 시선을 던졌다.“아빠가 그러시는데 너 연락도 안 받는다며? 가족과 인연이라도 끊을 생각이야?”‘인연을 끊는다고?’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심은하는 진심으로 심씨 가문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무슨 일이야?”심은하는 심지연을 빤히 쳐다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여기 오는 건 어떻게 알았어? 나에 대해서 조사라도 한 거야?”“했다면 뭐 어쩔 건데?”심지연도 질세라 심은하의 눈길을 받아치며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아빠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회답 안 한다길래 직접 말을 전하려고 온 거야.”“전할 말이 뭔데?”심은하의 인내심은 슬슬 바닥나고 있었다.그녀는 목걸이 사건 이후 심씨 가문에서 나왔었고 그 뒤로 심현수와의 모든 연락을 차단했던 터라 그의 문자도 전화도 받을 수 없었다.심은하의 무덤덤한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오른 심지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빠가 주재원한테서 돈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서 돈 좀 달래.”심은하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왜? 그리고 주재원이 왜 돈을 줄 거로 생각해?”“왜냐니!”심지연은 성진 그룹 앞인 걸 의식하며 목소리를 낮췄다.“아빠가 전에 했던 사업이 잘 안돼서 손해를 많이 봤단 말이야. 넌 아빠 딸이니까 당연히 분담해야지! 주재원이 네 남편인데 우리 집안 도와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심지연의 말에 심은하는 차가운 표정으로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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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첨벙!물에 빠지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심지연은 분수대 한가운데 서서 온몸이 흠뻑 젖은 채 머리카락을 얼굴에 덕지덕지 붙이고 화를 냈다.“심은하! 아빠한테 전부 고발할 거야!”심은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심지연을 바라보며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기대하고 있을게.”말을 마친 심은하는 자리를 떠났다.다가오던 운전기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울 건 없는지 묻고 싶었지만, 심은하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성진 그룹에 도착한 심은하는 최근 불거진 논란에 회사 직원들도 그녀를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하며 마스크를 쓰고 안으로 들어갔다.“안녕하세요. 주재원 대표님을 뵈러 왔는데요.”심은하는 안내 데스크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올라가도 될까요?”이미 주재원에게 문자를 보냈었지만, 답장이 없었다.“주 대표님이요?”안내 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심은하를 바라보았다.외모만 보자면, 심은하는 그동안 주재원을 노리고 접근하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랐다.하지만 손에는 도시락을 들고 있었는데 분명 애정을 담아 직접 준비한 점심인 것 같았다.이런 여자를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고, 만약 이대로 올려보낸다면 오늘부로 그녀는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었다.안내 직원이 거절하려는 순간, 권지영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더니 급하게 달려오며 말했다.“사모님이에요. 다음부턴 절대 막지 마세요.”‘사모님?’안내 직원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심은하를 바라보았다.그녀의 표정 변화에 뭔가를 말하려던 심은하는 권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사모님, 이쪽으로 가시죠.”권지영은 심은하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는 주재원의 전용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순간, 안내 직원은 심은하의 뒷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 사진을 주재원만 없는 회사 단톡방에 보내고 문자를 남겼다.[사모님이에요. 비록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럼에도 예뻐 보였어요. 뒷모습도 우아하시고 비록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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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심은하는 주재원의 사무실에서 그가 식사를 마치는 것을 기다렸다.그런데 왠지 모르게 주재원의 태도가 어제와는 달리 묘하게 차가워진 것 같았다.“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거예요?”참지 못하고 내뱉은 질문에 주재원은 차가운 시선으로 무심하게 말했다.“아니요. 다 먹었으니 정리하고 가세요.”심은하를 더 붙잡아두면 주재원은 자기 생각을 더는 통제하지 못할 것 같았다.진심으로 화가 난듯한 주재원의 태도에 심은하의 눈에는 드물게 당황스러움이 스쳤다.주재원과의 관계는 처음보다 나아져야 마땅한데, 심은하는 도대체 이 남자가 왜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한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녀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주재원은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식사를 마친 후 주재원은 비서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고, 심은하는 어쩔 수 없이 짐을 챙겨 직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뒤로 한 채 회사를 떠났다.한편, 심씨 가문.심지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채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초조하게 집안을 맴돌고 있던 심현수는 심지연이 들어오자,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끌어안고 말했다.“지연아, 무슨 좋은 소식 있어? 언니한테 말한 일이 성사된 거야? 언제쯤 주재원이 우리에게 돈을 보내준대?"“그럴 일 없다고요!”심지연은 분노에 차 말했다.“언니는 아빠가 땅을 파는 데에 익숙한 사람이래요. 어떻게 해도 돈을 주지 않을 거라고요! 심지어는 우리더러 자기 발목을 잡지 말고 빨리 죽으라고 했단 말이에요. 아빠! 심은하를 주씨 가문에 시집보내봤자 무슨 소용 있어요. 지금 우리 집안이 이렇게 힘든데 걔는 정말 조금도 도와줄 마음이 없다고요!”심현수의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정말 그렇게 말했어?”“당연하죠! 게다가...”심지연이 더 부풀려 말하려는 순간, 현관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문신으로 온몸을 뒤덮은 사내들이 우르르 들어왔다.“네가 심현수냐?”눈앞에 선 몇 사람들을 보고 그들의 정체를 순간적으로 눈치챈 심현수는 다리가 후들거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며,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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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그러니 이 모든 건 걔가 자초한 일이야. 게다가 딸로서 아빠한테 효도하는 건 당연한 거지!’...심은하는 심씨 가문의 소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다.그녀는 평소와 같이 며칠째 주재원에게 도시락을 전해주었지만, 왠지 모르게 두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틈이 생겨버린 듯했다.어느새 국제 피아노 대회 날이 되었다.대회장에 도착한 심은하는 자신이 속한 조에 임서연이라는 참가자가 갑작스럽게 추가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게다가 그녀는 국제 대회에서도 입증된 실력자였다.분장실에 들어선 임서연은 곧장 심은하 앞으로 다가가더니 입가에 비웃음을 담으며 말했다.“그쪽이 심은하 씨예요? 소문에는 엄청 대단하다고 하던데 실제로 보니 별로 특별한 것도 없네요.”심은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는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고의로 시비를 거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임서연은 더 가까이 다가와 심은하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별것도 아닌 주제에 감히 서윤 언니랑 비교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몇 마디 말뿐이었지만 심은하는 이내 여자의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라서윤 씨가 보낸 거예요?”심은하의 목소리에는 석연치 않은 확신이 깔려 있었다.임서연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대답했다.“아주 멍청한 건 아니네요.”말을 마친 임서연은 대회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떠났다.심은하는 물끄러미 임서연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그녀에겐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른, 특별한 기운이 느껴졌고 분명 만만찮은 상대인 것 같았다.‘라서윤이라면 적어도 정정당당하게 시합해서 이기려 할 줄 알았는데. 이런 수까지 쓰다니.'한편, 관중석 중앙에는 라서윤과 장재경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라서윤은 장재경의 새끼손가락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휘감으며 말했다.“이번 대회에 심은하도 있다던데?”장재경은 무대 위 스크린을 흘끗 보더니 심은하의 이름을 발견하고 얼굴을 찌푸렸다.“나를 여기로 부른 이유가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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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보아하니 심은하 씨의 운도 여기까지인가 보네요.”같은 조에 속한 한 인플루언서 참가자가 비웃으며 다가왔다.“지금까지 심은하 씨가 이긴 사람은 모두 아마추어였잖아요. 임서연 씨는 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인데 과연 비교될지 모르겠네요?”심은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방금 무대에서 연주한 사람이 그쪽이라도 돼요?”‘임서연도 아무 말 안 하고 있는데, 임서연 발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하는 주제에 먼저 나를 비웃어?’“뭐라고요?”심은하의 말에 담긴 빈정대는 뜻을 알아챈 그녀는 곧바로 눈썹을 치켜올리며 화를 내더니 잠시 뭔가 떠올린 듯 억지로 감정을 누르며 말을 이었다.“잘난 척 그만하시죠. 경기 결과가 나온 뒤에도 그렇게 고고한 척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심은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언제 무대에서 내려왔는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임서연이 끼어들었다.“사실 심은하 씨도 실력이 대단하죠. 어쨌든 유희선 선생님의 제자였으니 기본 실력은 갖췄을 거잖아요.”임서연이 유희선을 언급하자 심은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곧이어 임서연은 유감스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몇 년 전 유희선 선생님과 심은하 씨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후로 심은하 씨는 피아노를 완전히 접었다면서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요.”심은하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싸늘해졌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소문은 뭐든 상관없었지만, 존경하는 선생님이 누군가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심은하가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한쪽 편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선생님과 후배 간의 일을 언제부터 그쪽 같은 외부자가 함부로 입에 담는 거죠? 변호사를 통해 고소장 한번 받아볼래요?”모두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자, 서지훈이 입구에 서 있었다.잠시 멍하니 있던 심은하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지훈 가슴에 걸려 있는 심사위원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대회 측에서 초청한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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