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자친구와 헤어졌더니 남편이 생겨버렸다: Chapter 21 - Chapter 30

100 Chapters

제21화

“하지만 지금의 너는 나한테 낯선 사람보다도 못한 존재야. 그러니까, 더 이상 착각하지 마.”말을 마친 심은하가 자리를 떠나려 하자, 뒤에 서 있던 장재경의 경호원들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그들은 장재경의 허락 없이는 그녀를 보내줄 수 없다는 태도였다.심은하는 고개를 돌려 장재경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장재경, 좋게 시작했으니 좋게 끝내자는 말도 몰라?”‘좋게 시작했으니 좋게 끝내자고?’장재경은 심은하가 정말로 눈치가 없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그가 먼저 양보의 손길을 내밀었으니, 이제는 조용히 그 손길을 따라 내려오면 될 일이었다. 일을 더 키워 수습 불가능한 지경까지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았다.“심은하 씨,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네요.”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라서윤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저는 재경이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두 사람이 만약 결혼 한다면 결혼 생활을 방해하지도 않을게요. 그러니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재경이를 떠날 수 있어요.”“누가 너한테 날 떠나라고 했어?”장재경은 라서윤을 다시 품으로 끌어당기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네가 다시 내 곁에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다시 떠나겠다고? 꿈도 꾸지 마!”“하지만 심은하 씨가...”라서윤은 장재경을 피해 시선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심은하 씨는 네 부모님께서 선택한 며느리잖아. 너희 두 사람이 결혼하지 않으면, 네 부모님께서 다시 나를...”“그것도 내 일이야.”라서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져 온 장재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문제는 내가 해결할 거야. 그리고 심은하는 다른 여자들과 달라. 결혼한 후에도 널 내 곁에 둘 수 있을 거야.”두 사람의 대화에 역겨워진 심은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을 잘랐다.“장재경, 다른 사람과 정략결혼을 하든 말든 네 자유지만 나는 끌어들이지 마.”“심은하!”장재경은 심은하를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며 말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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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심은하는 막아서는 경호원들을 밀치고 곧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장재경이 말한 돈은 그가 정말로 원한다면 심현수에게 달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심현수는 그녀를 통해 얻은 투자금으로 번번이 이익을 챙겼으니, 이제쯤 되돌려 달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터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목구멍에 솜뭉치가 걸린 것처럼 갑갑해졌다.그녀는 장재경한테 진심이었고 두 사람의 인연은 좋게 시작했으니 좋게 끝낸 사례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과거의 그 소년에 대한 추억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로 자신의 진심을 개보다도 못한 놈에게 주었던 것 같았다.‘대체 왜 저런 남자를 좋아했을까?'머릿속이 복잡해진 심은하는 억지로 이런 생각을 뒤로한 채 택시를 잡아 별장으로 돌아가려는데 가방 속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주재원의 전화였다.심은하는 전화를 받지 않은 채 멍하니 액정에 떠오른 이름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참 뒤, 결국 벨 소리는 끊겼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곧바로 벨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심은하는 주재원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걸 것 같아 결국 한숨을 내쉬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대표님, 무슨 일이세요?”“어디예요?”주재원의 느릿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왔다.“박 집사님 말로는 나갔다가 운전기사도 다시 돌려보냈다면서요? 처리해야 할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별일 아니에요. 이미 다 처리했어요.”주재원이 이런 사소한 일로 전화를 걸어 올 줄 몰랐던 심은하는 운전기사가 본인 때문에 괜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설명을 이었다.“운전 기사님은 제가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 보낸 거예요. 그 사람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주재원은 손에 들고 돌리던 펜을 멈추고 책상에 놓으며 낮게 웃었다.“심은하 씨, 우리 지금 무슨 사이죠?”‘무슨 사이?’심은하는 주재원이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세히 따져보면 두 사람은 지금 결혼한 상태니까 명목상으로는 부부라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이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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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한편, 주재원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지는 것을 눈치챈 비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뤄뒀던 엉성한 프로젝트 계획서를 제출했다.예상대로 주재원은 계획서를 반려했지만 그를 꾸짖지 않고 오히려 수정할 시간을 더 주었다.대표실을 나온 비서는 즉시 단체 채팅방에 이 소식을 공유했고 다른 직원들도 이 기회에 서류를 제출하라고 권유했다.그날 오후, 회사 전체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주재원의 모습에 놀라워했다.아무도 그가 기분이 좋아진 이유를 몰랐지만, 모두 마음속으로는 그 이유가 된 사람에게 감사하고 있었다....별장에 도착하자, 박성철은 환한 미소로 심은하를 맞이하며 말했다.“사모님, 주방에 디저트를 준비하라고 시킬까요? 지금 수프를 끓이고 있긴 합니다만.”심은하는 거절하려 했지만,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다시 삼키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그녀는 박성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박 집사님한테 뭘 좀 묻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세요?”박성철은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달콤한 수프를 가져온 박성철은 심은하 곁에 서서 그녀의 질문을 기다렸다.“박 집사님, 주재원 씨를 오랫동안 보살폈다고 그랬었죠?”심은하는 수프를 저으며 박성철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저는 주재원 씨와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에요. 박 집사님께서 알고 있는 그의 취향을 알려주실래요?”정상적인 연애 과정은 없었지만 두 사람은 이미 결혼한 사이였고 어쨌든 지금 그녀는 그의 아내였다.게다가 주재원은 그녀에게 많은 도움도 주었으니, 심은하는 이름만 남편인 그 사람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박성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표님의 취향은 간단해요.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고...”심은하는 박성철이 알려주는 주재원의 취향과 싫어하는 것들을 하나씩 기억하며 나중에 명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박성철이 말을 마쳤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박성철은 심은하에게 더 이상의 부탁이 없는지 확인한 후 다른 일을 처리하러 떠났다.주재원은 예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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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과거의 기억이 선명하게 심은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떨쳐냈다.그 시절 장재경을 향한 마음은 진심이었고 지금 돌아봐도 그때의 자신이 부끄럽지는 않았다.이 상처는 그저 그 마음에 대한 마무리일 뿐이었다.심은하는 다시 건반을 가볍게 두드렸다. 상처는 더는 예전처럼 아프지 않았다.‘그래. 이미 다 지나간 일이야.’그녀는 이 작은 시련도 언젠간 이겨낼 수 있을 것이고 이 곡도 반드시 완벽하게 연주해 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새벽이 오기 전까지 그녀의 피아노 소리는 조용히 방 안을 채웠다.“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요?”잠시 쉬려고 손을 멈춘 순간,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주재원이 문 앞에 선 채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미미한 술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심은하는 그제야 오늘 밤 주재원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으니 늦게 올 거라고 했던 박성철의 말이 떠올랐다.“저...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연습?”주재원은 천천히 다가와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더니 심은하의 손을 잡고 말했다.“천천히 해요. 한 번에 이렇게 힘들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요. 아까부터 손이 계속 떨리고 있었는데 몰랐어요?”주재원의 말을 듣고서야 심은하는 자신의 손목이 가볍게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저...”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그녀는 주재원과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깨달았다. 심지어 주재원의 속눈썹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일 만큼 거리가 좁혀져 있었다.“괜찮아요.”심은하는 황급히 머릿속의 생각을 떨쳐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휴식을 방해한 거예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오늘은 그냥...”“그런 거 아니에요.”주재원은 당황스러워하는 심은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심은하를 바라보는 그의 깊은 눈빛 속에는 어두운 감정이 출렁이고 있었다.주재원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피아노 방은 특별히 설계된 거예요. 벽과 천장에 방음 장치가 설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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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이런 한밤중에 내가 뭘 할 것 같은데?”주재원은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말했다.“SNS에 올린 사진을 봤을 텐데? 설마 이제 와서 후회라도 하는 건가?” 장재경은 원래 아무런 생각도 없었지만, 주재원의 노골적인 암시에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주재원! 날 보라고 의도적으로 올린 거야?”그는 이를 악물며 말을 이었다.“심은하가 너랑 무슨 관계라 한들 뭐 어쩌겠어? 그 여자는 이미 내가 망가뜨린 쓰레기일 뿐인데. 넌 그저 내가 버린 쓰레기를 줍는 것뿐이야. 뭘 그렇게 득의양양해하고 그래?”“장재경.”순식간에 표정이 얼어붙은 주재원은 한 마디 한 마디를 강조하며 말했다.“말을 그렇게 더럽게 하지 마. 심은하는 네게 아무런 잘못도 없어.”“왜? 마음 쓰여?”장재경의 말투는 더욱 거만해졌다.“주재원, 그래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 심은하는 나에게 죽을 만큼 헌신하던 여자야. 네가 쉽게 데려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그 여자는 반드시 다시 내게 돌아올 거야.”날카로워진 주재원의 눈동자 속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그래?”주재원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안타깝게도 심은하는 아니야.”말을 마친 주재원은 즉시 전화를 끊었다.장재경의 전화가 다시 걸려 오자, 주재원은 그의 번호를 차단한 후 연락처에서 누군가를 찾아 장재경에게 골치 아픈 일을 안겨주라는 메시지를 날렸다.다음 날 아침, 심은하가 일어났을 때 주재원은 집에 없었다.박성철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그는 며칠 간의 출장으로 집을 비운 모양이었다.심은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전당포에서도 소식은 없었고, 그녀의 일과는 피아노 연습과 공식 웹사이트에서 예선 일정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온라인 참가자들은 오프라인보다 한 단계 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개인 연주 영상을 업로드하고 네티즌 투표를 통해 상위 50위 안에 들어야만 본선 진출이 가능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지 못하고 있었다.심은하는 미간을 찡그렸다.피아노 앞에 앉은 시간이 어느덧 길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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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심은하는 조용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했다.전화기 너머에서 누군가 주재원의 의견을 묻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심은하는 그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급하게 말을 이었다.“제 걱정 말고 일 봐요.”“필요한 게 있으면 박 집사님한테 말해요.”주재원도 다른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휴대전화를 박성철에게 돌려주던 심은하는 한참 망설이다 결국 입을 열었다.“박 집사님, 다음부터는 이런 사소한 일까지 재원 씨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 안 그래도 바쁜 사람인데 저 때문에 시간만 낭비하잖아요.”박성철은 휴대전화를 받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런 건 시간 낭비가 아니죠.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에요?”심은하는 박성철의 말에 잠시 흠칫하며 그를 바라봤다.박성철은 더 많은 설명을 하지 않고, 심은하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말한 후 방을 나갔다.심은하는 주재원과 박성철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그녀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신이 잘 아는 곡을 골라 녹음에 들어갔다. 이번 곡은 아까 곡보다 많이 순조로웠다.비록 아쉽기는 했지만, 심은하는 안되는 곡에 계속 매달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녹음을 마친 뒤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컴퓨터를 열고 오디오 파일을 하나씩 업로드했다.신청 페이지에 모든 것을 올리고 나서야 심은하는 마음을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이 쉼 없이 진동하자, 심은하는 눈도 뜨지 않은 채 침대 위로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여보세요?”잠에서 깬 직후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전화를 건 사람은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나 때문에 깬 거야?”심은하는 서지훈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멍해졌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선배?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왜? 전화하면 안 돼?”서지훈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너 혹시 대회 참가곡을 올렸어? 블루스야?”블루스는 심은하가 어젯밤 자신의 곡에 붙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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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이 공식 계정들은 완전히 엉터리잖아!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사람을 감히 나랑 비교하는 거야!”라서윤은 눈이 빨개져 휴대전화를 내던진 후, 옆에 있던 장재경에게 기대며 말했다.“재경아, 피아노 연습하는데,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누구인지도 모를 저 사람을 반드시 이겨야겠어.”“피아노 연습하는데, 같이 있어 달라고?”장재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조금 있다가 중요한 회의가 있어. 일단 너 먼저 가서 연습하고 있어. 회의 끝나면...”“네 마음속에서 난 항상 마지막이었지?”라서윤은 입술을 깨물며 불쌍한 눈빛으로 장재경을 바라보았다.“그냥 피아노 연습 좀 같이해달라는 것뿐인데 이 작은 부탁도 들어주지 못하면서 나를 사랑한다는 거야? 그 말을 어떻게 믿어?”장재경의 눈빛이 흔들렸다.이번 협상 회의는 단순한 업무 차원을 넘어 그한테 매우 중요한 자리였고 수개월간의 자료 준비와 무수한 미팅이 이 순간을 위해 있었다.그러나 라서윤의 말도 일리가 없지 않았다.피아노 연습에 함께 해달라는 간단한 부탁 하나 들어주지 못한다면, 과연 그가 제대로 된 연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알았어. 같이 있어 줄게.”결국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로 한 장재경은 라서윤의 눈가를 살며시 닦아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너야.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비록 라서윤의 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심은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만약 심은하였다면 결코 회의를 포기하고 피아노 연습을 함께 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았겠지.라서윤은 그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읽지 못한 채, 장재경의 품에 파고들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넌 최고야.”장재경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심은하는 대회에 진출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자, 일어나 세수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갔다.이미 아침을 준비해 두었던 박성철은 심은하가 2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즉시 음식을 내오라고 지시했다.식탁에 앉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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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심은하가 전당포에 들어서자, 정민규가 맞이했다.“심은하 씨, 이쪽으로 오세요.”정민규는 심은하를 안쪽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문을 열자, 한 중년 남성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노란색 재킷에 검은색 바지와 구두를 신고 있는 남성은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였다.심은하는 그에게 인사한 후, 정민규와 함께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목걸이를 볼 수 있을까요?”심은하는 즉시 본론으로 들어갔다.“제가 찾던 물것임이 확인되면, 가격을 말해주세요. 사겠습니다.”남자는 정민규를 힐끔 쳐다보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물건은 오늘 가져오지 않았어요.”그는 계속 설명했다.“지금은 우리 집 금고에 있어요. 사실 정 사장님께서 보증을 서 주지 않았다면, 이 목걸이를 팔 생각도 없었죠.”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던 심은하는 모서리 부분에 흠집이 난 곳을 발견했다.이 흠집은 그녀가 어릴 때 실수로 떨어뜨려 생긴 흠집이었고 이로써 확실히 그녀의 어머니가 남긴 목걸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심은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억누른 채 차분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얼마를 원하세요?”“6억이요.”남자는 몸을 뒤로 기댄 채 심은하를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말했다.“6억만 주시면 목걸이를 돌려 드릴게요. 그 미만의 금액은 논의의 여지가 없습니다.”심은하는 이 목걸이가 실제로는 몇백만 원의 가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따라서 심지연에게서 샀다고 해도, 그다지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은 아닐 터였다.심은하가 사려는 이유는 단지 이것이 어머니의 유일한 유품이기 때문이었다.그러니 허황한 가격임을 뻔히 알면서도 그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더 이상 협상은 안 되는 건가요?”남자는 고개를 저었다.“저도 돈이 딱히 부족한 건 아니에요. 만약 심은하 씨가 구매하지 않으신다면, 이 목걸이는 녹여서 보석으로라도 처리할 계획이에요.”이건 노골적인 협박이었다.심은하는 입술을 깨물고 손가락을 움찔거리며 말했다.“지금은 그만한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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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심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정민규와 인사를 나눈 뒤 전당포를 나왔다.휴대전화를 꺼내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화면 가득 장재경 비서의 부재중 전화 알림이 쌓여 있었다. 마지막 전화는 불과 몇 초 전에 끊긴 상태였다.과거 장재경과 함께할 때, 비서는 항상 그를 찾지 못하면 심은하에게 연락했었다.그때마다 그녀는 장재경의 뒤를 쫓으며 모욕을 참아야 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이번에도 장재경의 또 다른 장난일 거로 생각한 심은하는 그와 관련된 모든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 차단 버튼을 누르려는데, 전화가 다시 걸려 왔고 심은하는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다.“여보세요?”심은하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은 채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심은하 씨, 장재경 대표님이 어디 계시는지 아세요?”임건우의 목소리는 초조함에 차 있었다. 그는 몇 번이고 회의실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오늘 해외 협력사와 중요한 회의가 있었는데, 대표님께서 전화를 안 받아요. 이번 협력은 회사에 매우 중요한...”심은하는 거리 건너편 공원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장재경을 찾고 싶으면 주변 분들에게 문의하셔야죠. 저는 이제 그 사람과 아무런 관계도 아니에요. 저에게 연락하셔도 아무 소용 없을 거예요. 제게 계속 전화하시느니, 차라리 라서윤 씨에게 물어보시는 게 나을 거예요. 저는 이미 장재경과 완전히 끝난 사이예요. 앞으로는 그 사람 일에 관여할 생각도 없으니,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임건우는 심은하의 말에 더욱 초조해졌다. 그는 이미 라서윤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녀의 전화도 꺼져 있어 어쩔 수 없이 심은하에게 전화한 것이었다.“심은하 씨, 잠깐만요!”심은하가 전화를 끊으려는 것을 알아챈 임건우는 급히 말을 이었다.“장재경 대표님을 아주 좋아하셨잖아요. 대표님께서 이번 협력을 무시한다면 협력사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단 말이에요. 심은하 씨, 만약 이사회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대표님의 자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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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심은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피아노 방으로 향했다.비록 조 추첨 결과가 유리했지만, 그녀는 방심할 수 없었다.언제 또 다른 다크호스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곡을 바꿀까도 고민했지만, 결국 이전에 완벽히 연습하지 못한 악보를 다시 꺼냈다.손가락이 건반에 닿기 직전,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잠시 시간 낼 수 있어요?”주재원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까만 눈동자로 심은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의사가 와 있는데 시간 되면 잠시 내려가 볼래요?”잠시 멈칫하던 심은하는 갑작스럽게 의자에서 일어나다 발이 걸려 몸이 앞으로 쏠렸다.순간적으로 아픔을 각오하며 눈을 감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단단한 팔이 허리를 감싸며 그녀의 몸을 붙들었고 동시에 향긋한 소나무 향이 코끝으로 전해져 왔다.“조심해야죠.”주재원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섞여 있었다.“여기서 넘어지면 의사가 손뿐만 아니라 다리도 봐줘야 하잖아요.”그의 농담에 심은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무의식적으로 손이 주재원의 가슴에 닿았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어 번 손길을 움직였다.순간 자신의 행동을 인식한 심은하는 번개처럼 뒤로 물러서며 버벅거렸다.“죄,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냥...”“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심은하의 반응에 주재원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한 걸음 다가가더니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뭘 그렇게 부끄러워하고 그래요. 우리는 부부잖아요. 만지고 싶으면 마음껏 만져도 돼요.”주재원의 말에 심은하는 귀까지 붉어졌다.“저, 저 먼저 내려갈게요. 의사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잖아요.”거의 도망치듯 피아노 방을 뛰쳐나가던 심은하의 귀에는 주재원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거실에는 낯선 남자가 앉아 있었다.박성철은 그의 옆에서 차를 따르고 있었고, 다행히도 두 사람 모두 위층에서 일어난 일은 모르는 듯했다.심지어 이상할 정도로 붉어 있는 심은하의 얼굴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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