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안 가는 이유가 집에서 나를 감시하기 위해서야?’심은하의 얼굴에 놀란 감정이 한층 더 짙어졌다.주재원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강 눈치챘는지 일부러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이번에 은하 씨 피아노 연습 시간을 관리하더라도 예전처럼 나랑 싸우면 안 돼요. 은하 씨, 내 진심 기억해 줘야 해요.”심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솔직히 주재원의 말을 온전히 믿기 어려웠다.성진 그룹 같은 대기업의 대표가 정말 모든 일을 제쳐두고 자신을 챙기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계속 지나자 그녀는 그가 정말 말한 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그는 단 하루도 회사를 가지 않았다.매일 아침, 심은하가 일어나면 주재원이 항상 곁에 함께였다. 그녀가 피아노를 칠 때도 언제 틀렸는지 정확히 짚어냈다.그 사이, 주재원의 비서도 몇 번 집으로 찾아왔고 회사 사정이 복잡하니 돌아가야 한다고 여러 번 권유했지만 그럴 때마다 주재원은 단칼에 거절했다.그는 소파에 기대어 긴 다리를 꼰 채 편안한 실내복 차림임에도 맞춤 슈트를 입은 듯한 위압감을 풍기며 조용히 비서를 내려다보았다.“그렇게 많은 연봉 받고도 이런 일 하나 제대로 못 처리하면 내가 왜 그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겠어?”그 한마디에 비서는 더 이상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심은하는 말없이 피아노를 연습했지만 그 마음가짐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준결승까지 남은 세 번의 무대 중, 앞의 두 번은 모두 주재원과 함께였다.그 덕에 그녀는 훨씬 편안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마지막으로 두 번째 경기가 끝난 후, 심은하는 무대에서 내려오다가 우연히 맞은 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라서윤과 마주쳤다.그녀의 표정은 더 이상 평소의 다정한 척 웃고 있던 얼굴이 아니었다.완전히 가면을 벗은 냉랭한 얼굴이었다.심은하는 애써 못 본 척 지나치려 했지만 라서윤은 그녀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심은하의 팔을 단단히 잡아끌더니 말했다.“심은하 씨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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