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남자친구와 헤어졌더니 남편이 생겨버렸다: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장성 그룹.심현수에게서 심은하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장재경은 핸드폰을 땅에 내팽개쳤다.‘정말 도움 하나 안되는 쓸모없는 놈이야.’옆에 서 있던 비서는 그의 눈빛에 담긴 터져 나올 듯한 흉악한 기운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공포감에 휩싸였다.“장...장 대표님, 제가 사람을 시켜...”“꺼져!”장재경은 비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짜증을 내며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러나 비서가 문 앞에 이르렀을 때 장재경은 그를 다시 불러세웠다.“은하가 어디 있는지 한번 확인해 봐, 내가 만날 거야.”비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뒤 나가서 확인하고 금방 돌아왔다.“장 대표님, 심은하 씨는 지금 전당포에 있어요.”비서가 전당포의 이름을 말하자 장재경은 놀란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장 대표님?”혼이 나간 듯한 장재경의 모습을 본 비서는 그를 조심스럽게 불렀다.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가다듬은 장재경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비서에게 말했다.“뒤에 있는 일정을 모두 취소해, 만약 누군가가 나를 찾아온다면 내가 일 있다고 해.”비서는 그의 말에 수긍했다.장재경은 회사를 떠나 전당포로 향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전당포 옆 가로수 길 그늘에 멈춰 섰다. 장재경은 차광 처리된 유리 너머로 호숫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심지어 심은하 마음속의 간절함까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그 목걸이가 그렇게 중요한 거야?’심은하의 얼굴 위로 스쳤던 그 표정이 마음속을 스칠 때 장재경의 눈동자에 깊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곧이어 그는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갔다.“여기서 뭐 해?”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남자 목소리에 안색이 어두워진 심은하는 그 말을 들은 척하지 않고 무시해 버렸다.“은하야, 어떻게 감히 나를 무시해?”장재경은 심은하의 태도에 화가 나 억세게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아 돌려세워서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여기서 그 목걸이를 찾고 있는 거야? 그깟 목걸이가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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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체면을 구긴 장재경은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은하 너!”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반드시 나와 끝까지 맞서겠다는 거야? 아니면 내가 너의 엄마 무덤 앞에 가서 사과할게. 이 정도면 안 돼? 설령 네가 나를 밀어내는 척하는 거라 해도 정도껏 해.”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참아냈는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장재경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사람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눈을 다시 뜬 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장재경을 바라보았다. 눈동자 깊숙이 갇혀있던 증오가 용암처럼 끓어오르며 터져 나올 듯했다.“장재경,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져. 이제는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 알아들었어?”“너를 소중히 여기던 날들은 이미 끝났어.”말을 마친 심은하는 장재경과 최대한 멀어지고 싶어서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거기서!”분노에 이성을 잃은 장재경은 심은하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손가락이 점점 더 깊게 파고들며 붉은 자국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은하야, 넌 내가 좋아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좋아하고 싫증이 나면 마음대로 버리는 장난감으로 보여?”팔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심은하는 코를 찡그렸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빛으로 장재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너를 뭐로 보는 것 같아? 장재경, 너 그런 걸 신경 쓴 적이 있어? 넌 한 번도 나를 진심으로 대한 적이 없잖아.”“그래, 널 진심으로 대한 적이 없어!”장재경은 마음 한구석에서 밀려오는 허전함을 애써 외면하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마음대로 가지고 놀 사람은 아니야!”“마음대로 가지고 논다고?”심은하는 감정을 가다듬고 비웃으면서 말했다.“네가 언제부터 내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오히려 네가 나를 마음대로 가지고 논 거 아니야?”“내가 너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넌 사람들 앞에서 나의 감정을 짓밟았어.”“너의 후회 따위가 나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해?”장재경은 표정이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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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너...”그는 심은하에게 왜 손을 놓으라고 말하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장재경은 조금 전 심은하의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분명 그때부터 아팠던 것이었다.심은하는 장재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은 오직 인양 대원들에게 꽂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심은하의 곁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장재경은 그녀가 계속 물속의 사람들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그 목걸이가 그녀에게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비로소 깨달았다. 가슴 깊은 곳에 맴돌던 후회가 또 한층 깊어졌다.“필요하다면 사람을 시켜서 건지게 할 수도 있어.”장재경이 처음으로 꼬리를 내렸다. 심은하는 의아하다는 듯 그를 돌아보더니 이내 싸늘하게 말했다.“필요 없어.”“은하야, 너...”장재경이 말하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처음에 그는 끊어버리려고 했지만 발신자 이름을 확인하더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왜 그래? 서윤아? 울지 마. 내가 지금 바로 갈게. 기다려.”전화기 너머로 라서윤이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심은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지만 장재경의 말에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먼저 가볼게.”장재경은 통화를 마친 후 심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은하야, 난 네가 서윤이 때문에 이러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진심으로 약속해, 나와 결혼하기만 하면 서윤이가 너의 자리를 위협할 일은 절대 없어.”심은하는 비웃듯 그를 흘겨보았다.장재경은 그 시선에 불쾌함이 치밀었으나 금세 감정을 가다듬었다.“주재원이 지금 너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단순히 나를 자극하려는 수작일 뿐이야. 네가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너를 바로 버릴 거야.”“주재원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심은하는 여전히 장재경을 무시했다. 심지어 옆으로 몇 걸음 물러나며 그와 거리를 두었다.“잘 생각해 봐.”라서윤이 걱정된 장재경은 분노를 삼키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네가 잘 생각하기만 한다면 장씨 가문 사모님 자리는 너에게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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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심은하는 주재원이 경호원을 시켜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본능적으로 그의 안부를 묻고 있을 뿐이었다.전화를 끊기 전 주재원은 말을 덧붙였다.“팔에 난 상처를 꼭 처리해요.”그 말을 들은 심은하는 통화가 끝난 것도 모르고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정신을 차린 심은하는 멀리에 서 있는 경호원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주재원의 이 전화가 단순한 안부 확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아직 풀리지 않은 오해 위에 이제 장재경과 만난 일까지 더해졌다.심은하의 미간에 파인 주름은 깊어만 갔다.하지만 그녀는 주재원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진 않았다. 그 두 경호원은 원래 주재원이 배치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들을 곁에 둔 순간부터 주재원이 이 모든 것을 알게 될 거라는 건 각오한 일이었다.그녀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장재경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문제는 장재경에게 있었다. 딱풀처럼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은하 씨, 찾으시던 목걸이가 이것인가요?”물속을 수색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움직임을 보이더니 심은하에게 다가와 목걸이 하나를 건넸다.“은하 씨, 이 목걸이가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진흙이 묻은 목걸이를 받아 든 심은하는 갑자기 눈시울이 달아올랐고 이내 목걸이를 꽉 움켜쥐었다.“이 목걸이가 맞아요. 고마워요. 잔금은 계좌로 입금해 드릴게요.”목걸이를 찾았기에 그들의 임무도 종료되었다.그들은 익숙한 손짓으로 인사를 나누며 물속에서 일어섰다. 심은하가 잔액을 송금하는 걸 확인한 뒤에서야 비로소 그 자리를 떠났다....한편, 장재경은 라서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문을 열자 방금 울어서 눈이 붉게 충혈되어 소파에 앉아 있는 라서윤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가슴이 미어질 듯 아려왔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장재경은 라서윤의 곁에 앉아 어깨를 감싸며 속삭이듯 달랬다.“누가 너를 슬프게 했어?”“다 너 때문이야.”라서윤은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장재경을 쏘아보며 투덜거렸다.“너 오늘 또 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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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장재경은 라서윤이 자신에게 의존하는 이런 느낌을 즐기며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심은하가 떠올랐다.그는 라서윤에게 정식적인 신분을 인정해 줄 생각이 없었다.심은하는 그를 사랑하기에 이번 일이 지나면 결국 스스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그리고 주재원은 때가 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심은하는 장재경의 이런 속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설령 안다 해도 그가 헛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그녀는 마음먹은 일이라면 언제라도 과감히 정리할 줄 아는 여자였다.더 이상 감정이 없다고 선언하는 순간 진심으로 미련을 버리는 편이다.쓰레기엔 쓰레기가 제격이다.별장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자 서지훈이 심은하에게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영상을 받자 화면 속에는 서지훈이 아닌 의외의 인물이었다.얼굴이 창백해 환자복을 입고 있는 유희선을 바라보며 심은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왜? 나를 보고 할 말이 없어?”유희선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면 이제는 나를 보기도 싫은 거야?”“선생님, 그런 말씀 마세요.”화면 밖에서 서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하가 걱정되어서 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신 거 아닌가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은하가 도망갈 수도 있어요.”“도망가려면 가라고 해, 그럼...”“아니에요, 그러지 않을 거예요.”유희선과 심은하의 목소리가 겹치다가 결국 심은하의 목소리만 남아 있었다.“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이 드디어 저랑 말씀해 주시니까, 너무 기뻐요. 그리고 또 감동했어요.”“뭐가 기뻐?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찾아오지 않더니 이제는 선생님으로 생각하지 않는 거야?”유희선은 엄숙한 표정으로 심은하를 바라보며 똑똑히 말했다.“그때 남자 하나 때문에 앞날을 내팽개쳤으면서 오히려 내가 너를 해친다고 생각해? 은하야, 너 때문에 나 정말 서운했어.”“알아요,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심은하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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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무슨 일인데요?”유희선이 표정이 지나치게 엄숙한 탓에 심은하의 마음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선생님, 혹시 건강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요? 제가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갈게요. 선배랑 병원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금방 도착할게요.”“잠깐! 나에 관한 일이 아니야.”유희선은 심은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이미 오래전 일이니, 지금 당장 알려줄 정도로 급한 건 아니야. 내일 너의 선배와 함께 퇴원할 거야. 그때 너도 병원으로 와.”심은하는 유희선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심은하가 유희선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핸드폰 화면이 갑자기 전환되며 서지훈의 얼굴이 비쳤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그의 표정을 본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선배, 수고했어요.”심은하의 말을 들은 서지훈은 그녀의 눈빛에 비친 장난기 어린 희롱을 꿰뚫어 보고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나는 괜찮아. 오히려 너와 선생님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부대끼는 걸 보는 게 더 힘들어. 앞으로 나에게 다른 문제를 덮어씌우지만 마.”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은하는 카메라 화면 너머로 뻗어 나온 손이 서지훈의 어깨를 퍽 내리치는 것을 보았다.“선배, 말조심해.”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어떻게 더 조심해야 해? 선생님은 너를 제일 많이 아끼셔. 이 일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아니야? 은하야, 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그 사람 때문에 슬퍼하지 마.”잠시 멍하니 있던 심은하는 서지훈의 뜻을 이해하고 표정을 가다듬은 후 진지한 눈빛으로 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알았어요. 선배, 고마워요.”말을 마친 심은하는 서지훈과 영상통화를 끝냈다....다음날 심은하는 약속 시간에 맞추어 병원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이미 유희선의 퇴원 절차를 마친 서지훈은 그녀를 부축해 퇴원하는 임무를 심은하에게 맡겼다.“난 괜찮으니 천천히 가도 돼.”유희선은 심은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위층에서 보니 앞에 카페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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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유희선은 심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더 큰 뜻은 네가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지켜내길 바라셨다는 거야. 은하야,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이 너에게 깊은 상처가 된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건 알아둬. 이 세상에는 여전히 널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유희선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심은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남자 때문에 인생을 포기했을 때 정말 속상했지만, 곧 깨달았어. 네가 절대 잘못된 선택을 할 애가 아니란 것을.”그러나 그때 말을 너무 극단적으로 한 탓에 그녀들은 그동안 연락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심은하를 걱정했다.심은하는 고개를 들어 유희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담긴 애틋한 감정을 알아챈 심은하는 눈물이 흘러내렸다.“선생님, 죄송해요.”‘선생님의 마음을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유희선은 다급히 일어서서 휴지로 심은하의 얼굴을 닦으면서 말했다.“네가 이렇게 계속 울고 있으면 사람들이 내가 너를 일부러 괴롭힌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심은하는 마음을 가다듬고 눈물을 멈췄다.그녀는 편지를 손에 꼭 잡고 유희선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 거예요.’유희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난 네게 많은 걸 바란 적이 없어. 은하야, 난 네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심은하는 나머지 편지를 열어서 훑어보던 중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편지들을 유희선 앞으로 내밀었다.“선생님, 어머니는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지병 때문에 돌아가신 거 아니에요? 그런데 마치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미리 아신 것처럼, 왜 이 편지들을 선생님께 맡기신 거죠?”유희선은 그 말을 듣고 멈칫했으나 곧바로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수상한 점을 느낀 심은하는 마음속에서 의심이 일기 시작했다.‘설마 어머니께서 그때 죽으실 걸 미리 알고 계셨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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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그 후로 심은하는 편지의 영향 때문인지 훈련에 한층 더 깊게 빠져들었다.그리고 내일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다.심은하는 핸드폰에 특별히 체크해 둔 수신 메시지를 힐끗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주재원은 아직 출장 중이라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올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이번 대회는 일진 일탈의 탈락제다. 만약 심은하가 이번에 탈락한다면 앞으로 그녀에게는 그 어떤 공연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비록 자신이 절대 지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그녀는 주재원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가슴속에서 출렁이는 이 묘한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심은하는 이 순간 주재원이 자신의 곁에 있어 주길 간절히 바랐다.[힘내요, 우승하면 특별한 보상이 있을 거예요.]바로 그때 심은하는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곧이어 주재원이 보내온 문자인 것을 확인하자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문자에 답장한 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다음날 심은하는 기사에게 대회장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주재원이 보낸 경호원은 여전히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다만 이번에는 상대가 주재원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심은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서 무언가 알아챘지만 쓸데없는 인사치레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심은하 씨, 이번 대회에 최선을 다하면 돼요.”마침 파우딩룸에 있던 라서윤은 심은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부러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말했다.“전에 손을 다쳤다면서요? 힘들면 대회 측에 얘기해서 기권해도 돼요.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주변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하는 듯하면서도 실은 그녀들의 대화에 집중해 있었다.라서윤의 말을 듣고 심은하를 바라보는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심지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은하 씨가 손을 다쳤다고요? 전에 왜 들은 적이 없죠?”“그러게, 말이에요. 대회에서 지면 변명할 거리를 만드느라고 미리 핑계를 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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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라서윤 씨가 보고 싶다면 보라고 해.’드디어 심은하의 순서가 다가왔다. 그녀는 오늘 밑단이 머리 치레 모양으로 디자인된 검은색 드레스를 입었다. 그 위에는 수많은 다이아몬드가 장식되어 있었다. 그녀는 양쪽 머리카락에서 몇 가닥을 골라 뒤에서 꼬아 묶었고 나머지 머리카락은 어깨 뒤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단 하나의 스포트라이트가 그녀의 초월적 아우라를 깨우니 이 순간 모든 것이 빛을 잃었다.그녀는 스포트라이트가 그리는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그림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관객석에 앉아 있던 라서윤은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날카로운 손톱이 손바닥을 찔러 깊은 상처가 나서 피가 스며들었지만 그녀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심은하는 피아노 의자에 앉자마자 손가락으로 흑백 건반을 익히듯 간단한 음계를 연주한 뒤 앞에 있는 사람을 향해 준비되었음을 알리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처음 흘러나온 멜로디는 평범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심은하가 지난번 대회에서 연주했던 것보다 못해 보일 정도였다.“심은하 씨의 실력이 고작 이 정도였어?”라서윤은 그 멜로디를 듣자마자 굳었던 미간이 저절로 풀리며 비웃듯 말했다.“손을 다친 게 분명해. 아니면 왜 아무런 기교조차도 쓰지 않는 거야?”라서윤의 옆에 앉아 있던 장재경은 처음엔 심은하의 차림새에 눈이 갔지만 이제는 그 감탄도 점차 사라져 가는 중이었다.“언제나 너보다 못했어.”장재경의 이 말에 라서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월감이 피어올랐다.‘당연하지, 심은하 씨가 어찌 나와 비교 할 수 있겠어.”무대 위의 심은하를 바라보며 그녀는 속으로 비웃었다.‘화려한 옷차림과 완벽한 무대 매너로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결국 재경이가 데려온 나의 그림자일 뿐이야. 평생 내 발밑에서 허덕이며 살 운명이야.’그녀는 오래도록 흐뭇해할 수 없었다. 심은하의 후반부 멜로디가 갑작스레 전환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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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심은하는 그녀가 그런 이유로 자신을 감싸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의 말을 듣고 입술을 살짝 깨문 심은하는 그사이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다.“사실 그 몇 년 동안...”“저 이유를 알 필요가 없어요.”그녀는 심은하의 말을 자르며 웃으면서 말했다.“저는 그냥 팬일 뿐이에요. 다른 사정까지 알 필요 없어요. 피아노를 다시 치시는 걸 보니 정말 기뻐요.”그녀의 말을 들은 심은하는 목이 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마워요.”결국 이 말밖에 하지 못했다.“여기서 쉬고 계셔요.”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그녀는 밖에서 다음 출연자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심은하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공연 준비하러 갔다.한편, 관객석에 앉아 있던 라서윤은 다음 출연자가 무대에 오를 때에야 정신을 차렸다. 손바닥에는 이미 깊은 손톱자국이 파여 있었지만 주변에 수많은 카메라가 있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차분함을 유지해야 했다.“심은하 씨가 방금 연주한 그 곡이 정말 좋아.”라서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였어도 심은하 씨만큼은 못 했을 거야.”장재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재경아...”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조금 전 심은하 씨의 그 곡은 정말 훌륭했어요. 그 곡이 심은하 씨의 자작곡이던데 혹시 자신의 실제 경험을 소재로 쓴 건 아닐까요?”“나는 오히려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 같아요.”“예전에 장 대표님과 심은하 씨의 스캔들이 한동안 화제였잖아요. 혹시 그것을 소재로 쓴 건 아닐까요?”“심은하 씨를 라서윤 씨의 그림자라고 부르는 건 모욕이라고 봐요.”“맞아요. 실력으로 말하면 심은하 씨가 라서윤 씨보다 훨씬 뛰어날 거예요.”...라서윤은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곧장 의자에서 일어섰다. 뒤에 앉아 있던 사람이 화를 내려고 했으나 라서윤의 얼굴을 보고 말을 삼켰다.“죄송해요. 급히 가봐야 해서요, 먼저 일어설게요.”일어서는 순간 정신을 차린 라서윤은 자신이 대회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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