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남자친구와 헤어졌더니 남편이 생겨버렸다: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내가 말만 하면 은하는 순순히 대회에서 물러날 거야, 그러나 너는 왜 그렇게 걱정하는 거야?”“해외에서 스펙을 쌓은 네가 은하한테 질까 봐 걱정하는 거야?”차분함을 유지하던 라서윤은 마지막 그 한마디에 폭발하고 말았다.“내가? 심은하 씨에게? 왜?”그녀는 도도하게 턱을 들며 분노를 드러냈다.“몇 년째 너만 졸졸 쫓아다닌 주제에 뭘 안다고? 감히 나랑 비교하려고?”“설령 이번에 운 좋게 나를 이겼다고 한들, 그건 단순 운이야.”장재경은 속으로 불쾌감을 느꼈으나 상대가 라서윤이기 때문에 여전히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전에 은하가 유 선생님 제자라고 하지 않았어? 일정한 실력이 없다면 어찌...”“그래서 내가 그년이 멍청하다는 거야.”라서윤은 오늘 하루 종일 심은하의 칭찬을 너무 많이 들은 데다가 그녀의 곡까지 들어서 자극을 받았는지 평소와 달리 장재경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지 못했다.그녀는 비웃듯 말했다.“사랑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어!”그녀의 말을 들은 장재경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라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서 네가 나를 두고 해외로 떠났던 이유가 그거야?”라서윤은 무언가 깨달은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휴게실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심은하는 떠나려고 했다. 어차피 대회 순위는 다음날 발표될 터였다.그런데 막 일어서려는 순간 휴게실 문이 다시 열렸다.그녀는 경연을 마친 다른 참가자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뒤에서 한참 동안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들어온 건 화려한 장미꽃 한 다발이었다.고개를 들자 한 남자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있었다.반쯤 감긴 눈과 느슨한 자세는 무관심의 극을 보여주었지만 가죽 재킷 아래로 드러난 그의 존재감은 날 선 칼날처럼 위압감을 풍겼다.그 남자는 바로 주재원이었다.심은하는 숨이 막혔다. 그녀는 어떻게 그에게 다가갔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왜 연락도 하지 않고…”“당연히 경연 보러 온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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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주재원과 시선이 마주친 심은하는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빨리 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그녀가 말하려는 순간 주재원은 뒤로 물러나며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짐 다 챙겼어요? 집에 가요.”주재원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심은하의 가방을 건네받았다.주재원은 심은하의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나오기 전 박 집사님에게 은하 씨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달라고 했어요. 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요. 지금 박 집사님에게 다시 전화할게요.”“괜찮아요, 저...”심은하는 하던 말을 멈추고 싸늘한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장재경이었다.그녀는 장재경의 뒤를 바라보았으나 평소와 달리 라서윤이 그의 뒤를 다르지 않았다.하지만 그건 그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아니, 이게 누구야? 장 대표잖아?”주재원은 심은하의 손을 꽉 잡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서윤 씨랑 대회에 참가하러 오신 건가? 아쉽게도 이번 우승은 서윤 씨와 인연이 없을 거 같은데.”“주재원, 결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너무 빠른 거 아니야?”눈을 가늘게 뜬 장재경의 시선은 두 사람이 꼭 맞잡은 손으로 향했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은 듯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게다가 주씨 가문은 은하가 나와 무슨 관계였는지 알고 있어? 내가 가지고 놀다가 질려서 버린 물건인데도, 감히 가문으로 들였다고?”말을 마친 장재경은 주재원의 싸늘한 표정을 바라보고 만족스러웠다.그가 원한 건 바로 이 순간이었다. 주재원이 불쾌한 표정을 보는 것이다.‘은하야, 나를 떠나고도 주재원과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해? 꿈도 꾸지 마.”복수심에 불탄 장재경은 시선을 옮겨 심은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번쩍 스쳐 지나간 고통의 흔적을 본 그는 가슴 깊은 곳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그는 감정을 억누르며 가볍게 말했다.“은하가 그 당시 나를 위해 별짓을 다 했었는데, 궁금하면 팁 좀 알려줄 수 있는데? 절대 거역하지 않는 온순한 개로 만들어 줄 수 있어.”“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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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말을 마친 주재원은 심은하의 손을 잡고 떠나려고 했다.장재경은 자신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심은하의 팔을 잡았다.그는 심은하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은하야, 마지막 기회야. 지금 내 곁으로 돌아오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눈 감아 줄게.”“장재경, 너 착각하지 마.”심은하는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난 절대 네 곁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주재원과 함께 떠났다.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장재경은 지금 당장 심은하를 잡아다가 자신만 아는 곳에 가둬두고 싶었다.‘은하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 거야!’장재경은 마음속에서 밀려오는 불안감을 애써 외면한 채 오직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었다.“재경아, 왜 기다리지 않은 거야?”장재경의 뒤에서 다가오던 라서윤은 복도에 홀로 서 있는 그를 보고 의아해했다. 그러더니 투덜거리며 말했다.“심은하 씨의 문제를 빨리 처리해 줘. 다음 대회에서 심은하 씨의 모습을 보기 싫어.”“너 은하에게 질까 봐 두려운 거야?”장재경은 지금 라서윤의 말에 맞장구를 쳐야 한다는 걸 알지만 속으로 밀려오는 불쾌감 때문에 진심이 튀어나왔다.“은하가 대회에 참가하는 건 당연한 거야. 무슨 이유로, 강제로 탈락시켜?”“네가 직접 심은하 씨가 네 말을 잘 듣는다고 했잖아?”입술을 깨문 라서윤은 장재경을 원망하듯 말했다.“왜 그래? 예전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전에 절대 이런 식으로 나한테 말하지 않았는데, 후회하는 거야?”“심은하 씨가 좋다면 심은하 씨를 찾아가! 나는 해외로 떠나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라서윤은 돌아서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잠깐!”해외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장재경은 상황을 깨닫고 급히 라서윤에게 달려가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내가 잘못했어. 아까 주재원 때문에 기분이 나빠서 그랬어, 너무 신경 쓰지 마.”“네가 우승할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라서윤도 원래는 약간의 투정을 부리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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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심은하는 주재원을 따라 별장으로 돌아왔다.문에 들어선 그녀는 한약 냄새를 맡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문에서 신을 갈아 신고 있는 주재원을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몸이 안 좋은가요? 아까 오는 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요. 혹시 이 약이 재원 씨 거예요?”주재원은 신을 갈아 신은 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심은하에게 다가와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은하 씨를 위해 준비한 거예요.”심은하는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아픈 데 없어요. 혹시 잘못 알고 계신 건 아니에요?”“요즘 계속된 연주 연습에 오늘 경연까지, 손이 아프지 않아요? 이 한약이 손목 통증 완화에 도움 될 거예요.”말을 마친 주재원은 박성철에게 한약을 가져오라고 했다.손목이 완전히 한약물에 잠긴 후에야 심은하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고마운 마음에 주재원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주재원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고맙단 말은 됐어요. 어차피 내 말은 듣지도 않을 거잖아요. 나중에 피아노를 칠 수 없을지도 모르니 손 관리를 잘해요.”“우리 주씨 가문에서는 국제적인 피아니스트를 며느리로 맞이할 생각이에요.”말을 마친 주재원은 고개를 들어 심은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깊은 밤바다처럼 어둡고 진지하게 빛나고 있었다. 심은하는 그 매혹적인 눈빛에 휩쓸리는 것만 같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노력할 거예요.”주재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심은하가 한약물에 손을 일정한 시간 담근 후 박성철에게 정리하라고 했다.저녁은 주재원이 미리 지시한 대로 준비되었기에 식탁 위에 전부 심은하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그녀는 원래 주재원이 전에 한 말들이 모두 농담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젓가락을 든 심은하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살며시 물었다.“어떻게 제가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지 아셨어요? 분명히 저랑 식사를 얼마 하지 않았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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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그래, 재원 씨는 이런 사람이었어.’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심은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후 심은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유희선이 건네준 편지들을 정리했다.편지 속 내용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보던 그녀는 기분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그녀는 엄마의 죽음에 또 다른 진실이 있다고 확신했다.그녀는 편지를 꽉 움켜쥐며 모든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은하 씨, 그건...”주재원은 심은하의 방문을 노크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자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책상 앞에 앉아 있던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심은하는 넋이 나간 듯 주재원을 바라보았다.한참 후 겨우 정신을 차린 심은하는 주재원에게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어요?”“은하 씨에게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주재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심은하를 바라보았다.“방금 제가 노크하는 소리를 못 들었어요? 들어올 때도 깜짝 놀란 것 같던데,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장재경이랑 관련된 일인가요?”“아니요, 그 사람과 관련 없어요.”심은하는 여전히 숨기기로 결정했다.“아무 일 없어요. 그냥 제가 다음 대회에서 무슨 곡을 연주할지 고민하느라 정신이 팔렸던 거예요. 어차피 이번 대회에서 제 비장의 무기는 이미 다 써버렸잖아요?”‘그게 아니잖아요.’주재원은 그동안 어느 정도 심은하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녀의 얼굴에서 지금 그녀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아직도 저를 믿을 수 없어요?”주재원은 문득 한숨을 내쉬었다.그녀 마중을 나가고 한약을 준비해 준 일들만으로도 그녀가 자신을 믿고 기대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했지만 이 순간 모든 것이 헛된 희망이었음을 깨달았다.심은하는 끝내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순간 머뭇거리던 심은하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자 입술을 꽉 깨물었다.“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그녀는 주씨 가문에서 돌아온 후 주재원이 보였던 싸늘한 반응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주재원이 이번 출장도 그녀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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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저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심은하는 주재원을 배웅하며 혹시나 자신이 전에 한 말을 그가 오해했을까 봐 조심스럽게 말했다.“다른 뜻은 없어요. 저도 아직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질 못해서요. 괜히 제 판단이 틀릴까 봐 무서웠어요.”주재원은 그런 심은하를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가만히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집에서 치료에 집중해요. 전에 오던 의사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와서 진료해 드릴 거예요. 집사님도 제가 없는 동안 곁에서 지켜보실 거고요.”심은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주재원이 집을 나서자 박성철은 심은하를 안으로 들이며 말했다. 물론 주재원의 편을 들어주며 말이다.“대표님이 가끔 말씀은 좀 거칠게 하시지만 그래도 사모님을 많이 생각하고 계세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는 마세요.”하지만 심은하는 마음에 담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주재원은 그녀가 주씨 가문에서 돌아온 이후로 줄곧 차가운 태도를 보였다는걸.“집사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주재원이 약재를 챙기라며 지시까지 내린 걸 보면, 앞으로는 박성철이 직접 이런저런 일들을 챙기게 될 것 같았다.박성철은 소탈하게 웃으며 말했다.“별말씀을요. 사모님께서 건강을 되찾으셔서 조만간 귀여운 아기 도련님이라도 태어나면, 그땐 집안이 정말 북적북적해지겠죠. 그럼 저도 대표님 할머님께 부끄럽지 않을 테고요.”그 말을 들은 심은하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방금 들은 말 속에서 뭔가 의미를 느낀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전에 재원 씨랑 함께 주씨 가문에 찾아갔을 때 할머님은 안 계셨던 것 같은데요.”“그분은 대표님이 열여섯 되던 해에 돌아가셨어요.”박성철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국 심은하에게 일부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주재원은 심은하에게 꽤 마음을 쓰고 있었으니 말이다.“대표님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댁에서 자라셨지만 할머니와의 관계가 가장 각별하셨어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로는 본가에도 거의 가지 않으셨죠.”그의 말투에서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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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제 잘못이에요. 지금도 선생님께 걱정만 끼쳐드리고... 선생님은 지금 푹 쉬셔야 하는데 말이에요.”...차에서 내린 뒤에야 심은하는 주재원이 자신을 데려온 곳이 미술 전시회임을 알게 되었다.입구에 전시된 작가의 이름을 본 그녀는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 차 문을 닫고 있는 서지훈을 바라보았다.“선배, 설마 제가 이 작가 좋아하는 거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이 전시회 티켓, 어떻게 구한 거예요?”엘리사.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쟁 화가였다.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사실주의풍 그림들이었다.심은하가 그녀의 그림을 좋아하게 된 건 그 안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생명력 때문이었다.“내가 아니라 선생님께서 기억하고 계신 거야.”서지훈은 그 공을 자신에게 돌릴 생각이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사실은 선생님이 기억하고 계셨다고. 네가 이 작가 좋아하는 거. 표도 선생님께서 사람 시켜서 구하신 거고. 만약 내가 이걸 내가 한 일인 척했다가는 선생님께 혼날걸.”“그럼 나중에 꼭 선생님께 전화드려서 감사 인사해야겠네요.”심은하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전시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몇 걸음 가지 않아 심은하는 전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을 발견했다.장재경, 그리고 라서윤.참,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보고 싶지 않은 사람일수록 이런 날 꼭 나타난다.심은하는 장재경에게 말 한마디 섞고 싶지 않았기에 못 본 척하고 서지훈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본 척을 안 했다고 해서 상대도 그대로 넘어가진 않았다.“심은하!”장재경은 자신을 무시한 듯한 심은하의 태도에 얼굴이 굳었다.그녀 앞까지 성큼 다가와 차갑게 말했다.“옛 애인을 만나놓고 인사 한마디 없이 지나치기야? 평생 나한테 이렇게 대할 작정이야?”“그러면 안 돼?”심은하는 어이없다는 듯 장재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장재경, 난 내 입장을 분명히 밝혔을 텐데. 너랑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아. 아니면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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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장재경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런 일은 심은하가 전혀 알 리 없었다.그가 아예 서지훈의 연락을 모두 차단해 버렸으니까.“그랬구나. 그때 너 아니었구나.”서지훈은 상황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그동안 네가 선생님이랑 다퉜다길래 나까지 보기 싫어진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 보니까 누가 중간에서 일부러 방해했네. 연락 못 하게 막아놓고 몰래 다 끊어버린 거야.”“장재경. 넌 정말 점점 더 보기 싫어진다.”심은하는 그 말을 남긴 채 서지훈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심은하! 너 지금 뭐 하는...”장재경이 따라나서려 하자 라서윤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재경아.”라서윤은 어딘가 묘한 기색으로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나 소개해 줄 중요한 사람이 있다며? 심은하 씨한테는 나중에 따로 설명해. 네가 얼마나 힘들게 고민했는지 분명 알아줄 거야.”장재경은 라서윤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자리를 뜬 뒤, 심은하는 미안한 얼굴로 서지훈을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선배.”그녀는 장재경과 함께했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걸 놓치고 살았는지 새삼 실감하고 있었다.“네 잘못 아니야.”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사실 그때 제일 속상했던 사람은 나 아니었어. 선생님이었지. 네가 정말 연락을 끊고 싶어졌다고 생각하셔서 혼자 몇 번이나 우셨거든.”그 말을 듣는 순간, 심은하의 마음이 더 아려왔다.“다음에 뵙게 되면 제가 꼭 직접 설명해 드릴게요.”심은하의 표정이 무거워지자 서지훈도 망설이는 눈빛을 띠었다.유희선이 병원에서 퇴원할 때, 심은하를 보고 싶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그런데 너 요즘 곡이 안 풀리는 거, 혹시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 때문 아니야?”서지훈은 한참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선생님께서 네게 그 편지들 주신 거, 딴 뜻은 없었어. 그냥 네가 스스로의 꿈을 다른 사람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던 거지.”“선배도 그 편지들 알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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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너희들은 여기 어떻게 온 거야?”유희선은 서지훈과 심은하를 보고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지금쯤이면 전시회에 있을 시간 아니야? 혹시 오늘 그림이 네 취향 아니었어?”“선생님, 선배한테서 예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어요.”심은하는 진지한 얼굴로 유희선을 보며 말했다.“그동안 계속 엄마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서 새 곡을 쓰는 건커녕 제대로 연습에 집중도 못 했습니다. 선생님, 제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유희선은 그런 심은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그 눈동자에는 왠지 모를 그리움이 어렸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래전 또 다른 한 명의 소녀, 환하게 웃으며 유명한 화가가 될 거라고 말하던 임정희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하지만 그 소녀는 결국 심현수에게 속아 결혼했고, 그 후 서서히 삶에 치이면서 끝내 절망만 남은 인생을 살게 되었었다.“선생님?”심은하는 유희선이 한참 생각에 잠긴 듯 멈춰 있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불렀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희선은 심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그렇게까지 알고 싶은 거니? 그런데 말이다, 그 진실을 알게 되면 지금 네가 누리고 있는 평온한 삶이 무너질 수도 있어. 그래도 알고 싶어?”‘지금의 삶이 무너진다’는 말에 심은하는 지난날들을 떠올렸다.피아노를 치고 싶어도 허락해 주지 않았던 심현수, 그리고 수년간 끊임없이 엮였던 장재경과의 관계, 이미 그녀의 인생은 한참 전부터 엉망이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더는 그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심은하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 알고 싶습니다.”그녀의 단호한 태도를 확인한 유희선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래. 그렇다면 나도 말해주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그럼 언제 말씀해 주실 건데요?”유희선이 망설이거나 회피하는 거라고 생각한 심은하는 조금 다급하게 물었다.“선생님, 저는 이제 더 이상 속고만 있고 싶지 않아요. 이 일에 뭔가 비밀이 있다면 저는...”“이번 대회에서 우승해서 와.”유희선은 심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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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다음에는 꼭 그 사람 데려와서 인사시켜 줘.”유희선은 심은하가 주재원 이야기를 꺼낼 때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걸 보고 그가 그녀에게 어떤 존재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은하야, 너희 엄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는 늘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길 바랐고, 또 너한테 진심으로 잘해주는 사람을 만나길 바랐단다.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고.”심은하는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주재원이 자신을 좋아하는지는 그녀도 확실하지 않았다.하지만 주재원을 향한 그녀의 마음은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심은하는 이런 마음을 굳이 유희선에게 말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후, 심은하는 서지훈이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제안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그의 차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왔다.내리기 전, 심은하는 서지훈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서지훈의 차가 시야에서 멀어진 후에야 심은하는 고개를 돌려 별장으로 향했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현관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회색 니트 셔츠에 편안한 바지를 입은 남자, 바로 주재원이었다.팔짱을 낀 채 문기둥에 기대선 그는 여유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심은하가 그를 알아보자 주재원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녀 앞에 섰다.그러고는 서지훈이 떠난 방향을 흘긋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저 사람 은하 씨 선배예요? 전에 내가 병원에 데려다줬을 때 병실에 있던 선생님 간호하던 그 사람 맞죠?”심은하는 놀라지 않았다.주재원의 성격으로는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이상, 자신과 관련된 인물들은 이미 다 조사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네, 선배 맞아요.”심은하는 조용히 설명했다.“오늘 선생님 뵈러 같이 갔었고, 돌아오는 길에 선배 차를 타고 온 거예요.”그 말을 들은 주재원은 현관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췄다.그리고 몸을 돌려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눈빛에는 묘한 웃음이 담겨 있었다.“은하 씨, 지금 나한테 설명하는 거예요?”“네. 당연한 거 아니에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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