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답응은 눈치 없이 굴 인물은 아니었다.다만, 요 근래 후궁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시달리며 도무지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되었기에 마지못해 몸을 낮추며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그녀는 곧장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얘기했다.“언니, 고마워요. 그럼 저는 먼저 물러갈게요.”몸을 돌리려던 찰나 소 답응의 시선이 문득 곁에 놓인 비단 천 위에 머물렀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조용히 다가가 그 비단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뜻밖의 행동에 온소운과 운양을 비롯한 모두가 일제히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온소운도 잠시 당황해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 답응은 확인을 마친 듯, 고개를 돌려 조심스럽게 말했다.“언니, 무례하게 굴었다면 용서해 주세요. 다만, 이 비단… 뭔가 이상한 점이 보여서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봐도 괜찮을까요?”그러자 온소운의 눈빛이 순간 가늘게 떨렸다.“그러세요.”소 답응은 다시 비단에 손을 뻗더니 가까이서 냄새를 맡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언니, 이게 ‘직금운화부광금’… 맞나요?”그 말에 온소운의 눈빛이 차츰 무거워졌다.“맞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직금운화부광금’은 상주(湘洲)산 명주로, 어릴 적부터 그곳에서 자란 저에겐 너무 익숙한 비단이에요. 특히 향료에도 익숙하지요. 그런데 이 비단, 원래는 소옥향(娑玉香) 같은 고급 향을 머금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 맡아보니 향이 탁하고 무언가가 섞인 듯합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목단원 안의 사람들 모두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온소운은 운양에게 눈빛을 보내었고 운양은 곧장 방 안의 잡다한 궁녀들을 내보냈다.“그럼 혹시 어떤 향인지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소 답응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충심을 보일 때. 이번 일을 제대로 밝혀낸다면 분명 완 귀인의 눈에 들 수 있을 것이다.“언니께서 저를 믿어주신다면 이틀만 시간을 주세요. 돌아가서 정확히 알아보겠습니다.”바로 그때, 내무부의 환관이 다시 들이닥쳤다. 그는 조심스레 예를 갖춘 뒤 고개를 숙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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