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내 목표는 전하를 유혹해 후궁의 주인이 되는 것: Kabanata 41 - Kabanata 50

100 Kabanata

제41화

“전하의 마음을 우리 같은 이들이 어찌 감히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현비는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본궁이 그냥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오늘 전하께서 그렇게까지 분노하신 건 도대체 누구를 향한 노여움이었을까요?”현비의 말은 언제나 독침처럼 정확히 아픈 곳을 찔렀다. 그 한마디에 후궁들의 눈빛이 번뜩였고 마음속에서 질투와 경계가 다시 한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태연히 웃으며 옷자락을 툭툭 털고는 마치 세상사에 뜻 없는 사람처럼 유유히 자리를 떴다.서 귀비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는 곁에 선 옥 귀인과 눈을 마주친 뒤 더는 이 자리에 머물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가는 길 내내, 서 귀비의 마음은 흉흉하기만 했다.“현비의 말처럼 전하께서 이 일에 본궁이 연루되었단 걸 아시게 된 걸까? 예전 같았으면 본궁을 자신의 곁에 남으라고 했을 텐데 오늘은 왜 부르지 않으신 거지?”전하 몰래 약을 썼다는 죄책감은 그녀의 심장을 옥죄고 있었다. 온소운처럼 압도적인 미모를 가진 여인이 입궁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어쩌면 그녀가 강규빈의 눈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그의 마음은 온소운에게 기울어 있었는지도 모른다.“만약 전하께서 이 모든 게 본궁의 짓이라는 걸 아신다면 분명 실망하실 것이다. 이제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이에 옥 귀인이 조용히 그녀를 다독였다.“마마, 아직은 걱정 마십시오. 전하께서 그토록 엄하게 처분하신 건 오직 영 태의뿐이었습니다.”“하지만…”서 귀비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속삭였다.“전하께서는 영 태의만 벌하셨을 뿐 정작 전하 몸속의 도화음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추궁하지 않으셨다. 그게 무슨 뜻이겠느냐?”옥 귀인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조심스레 말했다.“당시 그 가루약은 모두 완 귀인의 품위에 맞추어 보내진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시켜 몰래 궁 밖에서 들여온 것이니 마마를 의심할 일은 없을 거예요. 무엇보다 전하는 마마께 깊은 정을 두셨잖습니까?”그 말에 서 귀비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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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온소운의 시야에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은은한 밤빛 속에서 천천히 걸어 들어왔는데 비단처럼 곧은 허리와 단정하고 맑은 이목구비가 사람의 마음을 매혹시켰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공손히 손을 들어 인사했다.“하관(下官) 태의(太醫) 예소형, 완 귀인을 뵙습니다.”온소운은 살짝 눈웃음을 띠며 부드럽게 답했다.“나에게 과분한 예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예소형은 단정히 허리를 굽히며 입을 열었다.“오늘 완 귀인께서 하관을 천거하신 일을 알고 있습니다. 전하의 눈에 들 기회를 주신 것, 하관은 잊지 않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그의 말에 온소운은 고요히 미소 지었다.그의 눈빛은 맑고 깊었으며 그 안에는 사람의 속을 꿰뚫는 투명한 지혜가 깃들어 있었다.“내가 너를 도왔다는 걸 알았다면 되었다. 전하의 신임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전적으로 너의 실력에 달려 있어.”예소형의 눈빛이 순간 또렷해지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하관, 절대 완 귀인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훗날 이름을 알리는 날이 오거든 반드시 이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온소운은 짧은 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양과 운비를 이끌고 자리를 떴다. 그녀의 뒷모습은 밤바람 속에서도 부드럽고 유려했다. 가녀린 어깨와 고운 자태는 흐릿한 달빛에 반사되어 예소형의 눈앞에 아지랑이처럼 머물렀다.그는 잠시 그 자리에 선 채로 온소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 “예 태의, 전하께서 부르십니다.”노 내관의 말에 예소형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하관, 지금 가겠습니다.”그가 발걸음을 돌려 사라지자 운양이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귀인마마, 왜 하필 그 예 태의를 도와주신 겁니까? 아무런 인연도 없잖아요.”운비는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도와주셨다고? 난 눈치도 못 챘는데?”운양은 운비의 이마를 툭 찌르며 혀를 찼다.“너의 머리에는 도대체 뭐가 든 거니? 귀인마마께서는 오늘 직접 약을 진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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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환약을 본 순간 운비와 운양은 말문이 막혔다.“귀인마마… 이건 오늘 궁에서 발견된 환약과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설마 이게 도화음인가요?”온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분홍색 국화가 목단원에 들어왔 때 온소운은 직접 확인했지만 이상한 낌새는 전혀 느껴지지 못했다. 그녀는 기본적인 의술에 능하고 향이나 약의 기운에도 예민했기에 처음부터 환약이 섞여 있었더라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즉 누군가가 국화를 들인 후 몰래 그것을 꽃잎 속에 넣었던 것이다.이제는 목단원에 숨어든 간신배를 찾아 뿌리까지 뽑아버려야 할 때이다.온소운은 조용히 상자를 덮으며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운 좋게 위기를 넘겼지만 그 약을 꽃잎 속에 숨겨 놓은 자는 반드시 찾아내어 제거해야 한다.”운양과 운비는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귀인마마, 혹시 생각해둔 방법이 있으신가요?”온소운은 곧장 운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내일부터 너는 추희 곁에서 소문을 흘리거라. 내가 절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체질이라고 말이다.”운양은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귀인마마! 그런 말씀은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이 말이 전하의 귀에라도 들어가게 된다면 은총은커녕 다시는 궁에서 눈길조차 받지 못하게 될 겁니다.”후궁의 존재 이유는 자손을 잇는 데 있었다. 그러니 불임이라는 말 한마디는 여인의 생애를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독이었다.“괜찮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거라.”그리고 이번에는 운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너는 추희 앞에서 전혀 반대 이야기를 흘리거라. 나는 천성이 다산이고 아이를 품기에 아주 좋은 체질이라고 말이지.”운비는 당혹스러워 입을 꾹 다물었다.“이건 또… 왜 그러시는 건가요?”온소운의 눈매에는 서늘한 빛이 떠올랐다.“며칠 안에 내 불임설을 근거로 공격해오는 자가 있다면 그 배후는 추희다. 반대로 나를 두려워해 아이를 못 가지게 하려는 빈이 나타난다면 그가 바로 추희를 목단원에 심어놓은 것이지. 이렇게 두 갈래로 뿌리를 더듬어가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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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온소운은 글을 다 쓰고 난 후 붓을 내려놓았다.“지금이 몇 시지?”시간이 무르익었음을 확인한 그녀는 망설임 없이 옷을 갈아입고 목단원의 문을 나섰다. 운양과 운비가 깜짝 놀라 서둘러 따라가려 했지만 온소운은 고개를 저었다.“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 사람을 봐야 전하께서 왜 나를 멀리하는지 알 수 있어. 그러니 따라오지 말고 내가 나간 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거라. 금방 돌아올 테니.”운양과 운비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언제나 깊은 뜻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조용히 믿고 고개를 끄덕였다. 온소운은 인적 없는 길을 따라 조용히 걸었다. 어느새 그녀는 어두운 궁궐을 돌아 한 통로 앞에 도달했다.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골랐다. 전생, 그의 습관대로라면 이 시각쯤이면 분명 이리로 걸어올 것이다.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밤안개를 가르며 다가오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예소형과는 전혀 달랐다. 눈빛은 냉정했고 말투는 절제되어 있었다. 그는 전생에 온소운의 첫사랑이자, 그 시절 그녀가 마음속 깊이 품은 사내였다.그의 이름은 하경운.그는 정직하고 엄정한 인물이었다. 어릴 때 세도가에서 태어나 원칙과 예법에 얽매인 채 자랐고 그녀가 전하의 곁에 있을 때는 정승으로서 평생을 보좌하며 충성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지막은 허망했다.그는 눈보라 속 구휼 현장에서 병들어 숨졌고 그가 남긴 마지막 유품은 그녀가 흘린 귀걸이 한 짝뿐이었다.그를 다시 마주한 지금 온소운은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눈앞의 그가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이자 비로소 겨우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신은 평원관저 댁의 아들, 하경운이라 합니다. 완 귀인께 문안드립니다.”그 말을 들은 온소운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말갛고 차가운 얼굴을 한 그는 쉽게 다가설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서늘한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과한 예는 삼가셔도 괜찮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건조했고 울먹이 듯 낮게 떨렸다. 그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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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사실, 이번 일의 진짜 책임은 태사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덫은 그 사위가 외부 세력과 손잡고 꾸민 짓이지요.”온소운의 목소리는 바람 속에서 나지막이 울렸다.“조정의 다툼이란 원래부터 더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태사의 권세가 지나치게 커졌고 전하께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경계해왔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을 명분 삼아 전하께서 그분을 가둔 것이지요. 제 말이 맞습니까?”하경운의 목젖이 천천히 움직였다. 며칠째 태사를 위해 조정에 뛰어들어 목숨을 걸고 변론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전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태사를 용서하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일이 후궁에까지 퍼졌다는 사실에 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귀인마마께서 하신 말씀, 틀리지 않습니다.”온소운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제가 도련님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하경운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귀인마마, 그거 알고 계십니까? 후궁은 국정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귀인께서 저를 돕다가 발각된다면 그 책임은 어찌 감당하시려는 겁니까?”온소운은 미소를 머금고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저를 믿으십니까?”하경운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귀인마마께서 이곳까지 와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다는 것만으로도 믿을 이유는 충분합니다.”그 말을 들은 온소운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전생에서 그녀가 조정을 쥘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의 도움으로 온소운은 마침내 대비가 되었고 하경운은 전하를 보좌하는 정승이 되었다. 그 둘은 단 한 번도 서로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이제 다시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믿음이 여전히 가능한 것이라면...온소운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도련님께서 저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것.”후궁에서 전하의 총애만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다. 일시적인 총애는 모래 위의 궁전일 뿐. 그녀는 전하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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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귀인마마께서 이런 안목을 지니셨을 줄은 몰랐습니다.”하경운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이대로라면 선생님께서도 사형은 피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귀인마마께서 일러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그저 조정에서 목청만 높이다 끝났을 겁니다.”온소운은 부드럽게 웃었다.“도련님께서 모르는 게 아니라 그저 너무 염려한 나머지 마음이 급했을 뿐입니다.”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귀인마마께서는 혹 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으신지요?”온소운은 잠깐 당황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며칠 전 조정에서 전하께서 크게 노하신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그녀의 물음에 하경운은 잠시 생각한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그날 귀인마마의 아버지께서 전하께 아뢰기를… 아직 침전을 모신 적 없는 딸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아이는 천성이 태실이 좋아 왕손을 얻기 쉽다고 했답니다. 그러니 나라를 위해, 왕실의 계승을 위해 그 딸을 총애해 달라고 간청했다 하더군요. 그때, 진국공께서도 나서서 같은 말을 했답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온소운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과연 그녀가 예상하 던대로였다. 확실히 그 어리석은 아비의 소행이 분명했다.강규빈은 서 귀비에게 애정이 있기도 하고 진국공과 얽힌 복잡한 정치 세력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녀의 아버지는 마치 진국공과 친분만 있으면 전하를 압박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온소운의 가슴에는 깊은 분노가 일었다.강규빈이 얼마나 잔혹하고 냉혹한 군주인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권력을 거머쥔 왕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전하에게 무모하게 맞서려 한 그 아비는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녀는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불길을 억누르며 입술을 다물었다. 지금은 하경운과의 대화를 이어갈 때가 아니었다.“도련님께 감사드립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답했다.“귀인마마께서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 글을 적어 보내 주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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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조정의 상황을 들은 온소운은 더는 머뭇거릴 수 없었다.이 궁 안의 모든 여인들은 단지 강규빈의 시야 속에서 한순간 피었다 지는 꽃일 뿐.단 며칠이라도 더디게 움직였다가는 그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지워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수고가 허망하게 날아가 버릴 것이다.해가 저물 무렵, 예 태의 쪽에서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곧장 온소운에게 태의의 복색 한 벌을 가져다주었다.온소운 또한 자신의 짐 속에서 고이 간직해온 옷 한 벌을 꺼내들었다. 직접 재단하고 손바느질한 세상에 하나뿐인 옷. 그녀는 이 옷이 오늘의 답답한 국면을 풀어줄 실마리가 되길 바랐다.운양이 안으로 들어오며 조용히 그녀에게 알렸다.“마마, 예 태의께서 자시에 조양궁 바깥에서 마마를 기다리겠다고 하셨습니다.”“알았다. 들어와서 옷 갈아입는 것 좀 도와주거라.”그 옷은 손이 많이 가는 구조였기에 혼자 힘으로는 입기 버거웠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방에 들어온 운양은 그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온소운의 맵시 있는 곡선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운양의 볼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온소운의 몸매는 여인조차 시선을 거두지 못할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온소운은 동백나무로 만든 동경 앞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았다. 흰색 견사로 짜인 옷은 그녀의 몸 선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드러냈다. “등 뒤에 있는 끈 좀 매 주거라.”운양은 얼굴이 더 붉어졌다.“마마… 정말 이 옷을 입고 전하에게 가시려는 건가요?”온소운은 눈꼬리에 은근한 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에는 장난기와 의도가 섞여 있었다.“보기 안 좋느냐?”운양은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좋… 좋아요. 너무 좋아요. 다만… 전하께서…”정신을 붙들 수 있으실까 그게 걱정입니다.속옷을 정리한 뒤 온소운은 태의의 복색을 위에 걸쳤다. 그녀는 미리 몇 군데의 은실을 풀어 두었다. 필요할 때 누군가 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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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조양궁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은방울처럼 맑고 청아한 웃음소리가 온소운의 귀를 스쳤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혜 상재였다.온천 수면 위, 강규빈은 상의를 벗은 채 한쪽 팔을 난간에 걸치고 있었다. 물기 어린 어깨와 잘 다듬어진 복근이 조명을 타고 은빛으로 빛났다.그의 이목은 본래부터 날카롭고 냉철했다. 표정이 없을 때 그 봉안 속에는 마치 얼어붙은 겨울 호수 같은 냉기가 감돌았고 오뚝한 콧날은 빛을 양분하듯 절묘하게 그림자를 만들어냈다.혜 상재는 물가에 앉아 조심스럽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눈앞의 위엄 있는 전하를 향해 고분고분 시선을 내리깔며 순종을 연기하고 있었다. 오늘 그녀가 차례를 얻은 것도 어디까지나 우연이었다. 위 귀인이 오늘 달고리 중이라 전하를 모실 수 없었다. 그 덕분에 늘 권세 있는 서 귀비의 눈을 피해 조심스레 온 그녀가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하지만 정작 전하는 감흥 없는 얼굴로 앉아있었다. 길고 곧은 손등 위로 푸른 혈관이 도드라지고 느슨하게 쥔 술잔 끝에서 무심한 냉기가 흘렀다.혜 상재는 다시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전하께서 피곤하신가요? 그렇다면… 후궁이 시중을…”그 순간, 내시 하나가 조용히 다가와 아뢰었다.“전하, 예 태의께서 맥을 보러 왔습니다.”강규빈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루하다는 듯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 순간 온소운이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약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전하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자 강규빈의 눈썹이 찌푸러졌다.그의 시선은 흰 옥처럼 맑고 고운 그녀의 손에 머물렀다. 그건 분명 남자의 손이 아니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온소운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깊이 숙인 그 ‘태의’는 체구가 작고 가녀렸다. 그 이마 밑에서 흐르던 한 줄기 눈썹부터 시작해서 가냘픈 턱선까지 그 모든 게 어쩐지 익숙했다. 강규빈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녀를 알아본 것이다.“예 태의, 짐의 몸 상태는 어떤가?”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눈빛 속에는 얕은 장난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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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강규빈의 숨결이 거칠게 뜨거워졌다. 태의 차림의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는 흥미로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짐이 너를 어찌 버리겠느냐.”그 말과 함께 강규빈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조용히 물가 쪽으로 온소운을 밀어 눕혔다.“전하, 혜 상재께서 아직 목욕 중이십니다.”그녀는 나직하게 속삭이며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감히 다른 이의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으니 오늘은 물러가게 해주십시오.”그 말에 군주의 눈빛이 미묘하게 가라앉았다.“그렇다면 내일 밤, 다시 너를 찾겠다.”“예.”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내일도 이 복장을 입고 짐의 맥을 보러 오거라.”그 말에 그녀의 두 뺨이 물든 듯 붉어졌다. 그는 흥미로움을 감추지 않은 채 눈웃음을 지었다.“뒤쪽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고 돌아가거라.”“예, 전하.”온소운은 조용히 병풍 너머로 걸어갔다. 그녀의 눈에는 미묘한 장난기가 스며 있었다. 곧 태의 복장을 벗은 그녀는 일부러 발을 헛디뎌 바닥에 쓰러졌다.비단 옷자락이 바닥에 흩어지며 그녀의 몸이 그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녀는 소리 내지 않고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하지만 그 작은 소리도 강규빈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무슨 일이냐?”병풍 너머 그가 멈춰 선 순간 그는 숨을 삼켰다.희뿌연 촛불 아래 하얀 비단과 뒤엉킨 그녀의 살결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선명하진 않았으나 오히려 그 모호함이 그의 감각을 자극했다.“전하…”그녀는 젖은 눈동자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발을 좀… 삐었나 봅니다.”그가 조심스레 무릎을 꿇자 그녀는 가늘고 부드러운 팔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전하… 저를 한 번만 안아주시겠습니까?”그 순간 그가 억눌러두었던 모든 이성이 와르르 무너졌다. 강규빈은 조용히 명했다.“노 내관. 혜 상재는 보내거라.”“예.”그러자 온소운이 물었다.“그렇다면… 저는요?”그는 천천히 시선을 떨구며 웃었다.“너는 남거라. 오늘 너는 죽을죄를 짓지 않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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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온소운의 눈빛이 스치듯 흔들렸다. 그녀는 곁에 선 운양과 눈빛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마침내, 우리가 던져둔 미끼를 물었구나.”그녀는 운양과 함께 봉의궁으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안에 있던 모든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 그 시선 속에는 적의를 감춘 조소와 기다렸다는 듯한 승자의 여유가 스며 있었다.그녀는 그 모든 시선을 무시한 채 단아히 무릎을 꿇고 부드럽고도 정중한 음성으로 인사했다.“빈첩, 중전마마께 문안드립니다.”중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예를 갖출 필요는 없다.”온소운은 다시 고개를 돌려 예법에 따라 숙의했다.“귀비마마께 문안 드립니다.”예전 같았으면 싸늘한 적의로 가득했을 눈빛이었으나 이제는 미묘하게 누그러진 온기와 흥미가 스쳐 지나갔다. 서 귀비는 고운 손끝의 붉은 단구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만을 머금었다. 중전의 명이 있고 나서야 온소운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유난히 자애로웠고 그녀의 말투는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웠다.“완 귀인, 그대는 스스로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 것인가?”온소운은 짧은 정적 끝에 고개를 숙였다.“빈첩은 잘 모릅니다. 제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그녀의 순진한 대답에 서 귀비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그녀가 손짓을 보내자 백월이 박수를 쳤고 곧 사람을 불러들였다.잠시 후, 무릎을 꿇고 끌려온 두 명의 유모가 나타났다. 바로 온소운과 온하연이 입궁하던 날 그들의 몸을 검사했던 이들이었다.서 귀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본궁이 알기로 만약 여인이 자식을 낳지 못하는 몸이라면 전하를 섬길 자격조차 없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대들은 완 귀인의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며 그녀를 궁에 들였지. 허나, 본궁이 최근 들은 소문으로는 완 귀인은 어린 시절 심한 한기에 몸을 망쳐 더는 잉태할 수 없다고 하더구나. 이게 어찌 된 일이냐?”그 말에 유모 둘은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들었다.“중전마마, 귀비마마, 저희는 정말로 그런 사정을 몰랐습니다… 당시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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