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환관으로 위장했던 그 사내는 갑자기 바닥에 엎드리며 고개를 박았다.“전하, 용서해 주세요. 이 모든 일은 숙 귀인마마의 지시였습니다. 밖에서 저를 데려다 궁에 숨기며 말하길 전하의 후사가 드물기에 자신이 먼저 아이를 갖는다면 틀림없이 육궁의 총애를 독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소인은 죄를 지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그 말에 숙 귀인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래졌다.“네가… 감히 거짓을! 피로 물든 그 입으로 나를 모함하다니!”순빈은 속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화살은 완전히 숙 귀인에게로 향했다.거짓 회임으로 총애를 끌어내려 했다면 제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다 해도 구제받을 수는 없었다.그때, 숙 귀인의 몸종 단향이 급히 무릎을 꿇고 나섰다.“전하, 소녀는 늘 마마를 가까이서 모셔왔습니다. 허나 이 사내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숙 귀인마마께서는 극히 조심스럽게 숨겼을 것입니다. 은비는 본래 궁 안 잔심부름이나 하는 하녀일 뿐, 내전에서 시중드는 이도 아닌데 어찌 그리 속속들이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저 가짜 회임 약, 또한 본 적이 없습니다. 혹 이 모든 것이 은비의 자작극이 아니겠습니까? 제발 전하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시어 마마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그러나 강규빈의 표정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 날선 눈으로 숙 귀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아무리 애원하고 변명해도 전하의 눈에 한 번 더럽혀진 여인은 결코 다시 총애 받을 수 없었다.숙 귀인의 멱살을 잡듯 강규빈은 그녀의 턱을 우악스럽게 붙잡고 냉혹하게 말했다.“너는… 정말이지, 나를 크게 실망시켰다.”그는 즉시 엄명을 내렸다.“칙명을 내린다. 숙 귀인 위 씨는 거짓 회임으로 총애를 구하고 군주를 기만했으니지금 이 순간부터 귀인의 품계를 박탈하고 답응으로 강등하며 상운궁에 연금한다!”“전하! 억울합니다!”온소운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이 일이 총애 받는 귀비에게 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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