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소운은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그때의 선택이 얼마나 우스웠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게 뭐가 어때서? 여성의 진정한 무기는 바로 미모가 아니었던가?온 대감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윽고 둘째 딸을 바라보았다.“소운아,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지금 그는 온소운의 의견을 존중하려는 듯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온하연 쪽에 더 기울어져 있었다. 하연이는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맹씨 마님의 딸이었기에 온태안은 항상 그녀를 더 편애했다.온소운은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저는 단약을 택하겠습니다.”그 순간, 온 대감과 맹씨 마님의 얼굴에는 흐뭇한 빛이 떠올랐다. 이해심 많고 철든 둘째 딸이라는 인상을 더 깊이 새겨주는 선택이었다.온소운의 대답에 하연이의 입가에는 얄미운 웃음이 번졌다. 화려한 미모 따위는 아무 쓸모도 없었다. 이번 생에는 자신이 왕의 아이를 낳고 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 온소운을 짓밟을 것이다.각자 선택한 약을 먹고 자리를 뜨려던 찰나, 뒤에서 온하연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단약을 드셨으니 분명 더 아름다워지실 거예요. 어쩌면 첫날밤, 제일 먼저 조양궁에 불려가게 될지도 모르죠. 그러니 그 기회를 잘 잡으셔야 합니다.”그렇게 말하는 하연이의 눈빛에는 조롱과 탐욕이 얼비쳤다. 소운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고요히 웃으며 혼잣말처럼 속삭였다.“그래, 반드시 잘 잡을게.”그날 밤, 온하연은 맹씨 마님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돌아갔다.“정신이 있는 것이냐? 원래는 네가 단약을 받아 미모로 승부를 보자고 하지 않았느냐? 그 외모에 내가 전수한 수단까지 사용한다면 왕을 사로잡는 것은 일도 아닐 텐데 어찌하여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영약을 고른 것이냐? 이 어미가 이미 알아본 것이 있다. 전하는 자식이 없는 게 아니라 남자구실을 못한다더구나. 잠자리를 같이 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겠다는 것이냐?”온하연은 순간 전생의 끔찍한 기억이 번져올라 몸을 움츠렸다.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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