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MB그룹 일들을 정리하고, 박영심을 만나러 본가로 가기 전, 유하는 먼저 묘역으로 향했다.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먹구름이 깔린 하늘 아래, 바람이 서늘했다.아무도 데리고 오지 않았다.운전기사도, 비서도.유하는 조용히 차에서 내려손에 든 흰 꽃 한 다발을 품에 안고 묘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묘비 앞에 다가서서 꽃을 내려두고,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검은 비석의 흑백사진.눈빛이 매섭고, 어딘가 위험한 남자였다.그 얼굴을 바라보며 유하는 아주 천천히 손을 뻗어 묻은 먼지를 닦아냈다.표정은 담담했다.눈빛은 조용했고, 숨결만 느리게 흔들렸다.“하루 늦었어.”유하는 어제 왔어야 했지만 오지 않았다.일부러, 하루를 늦췄다.유하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넌 내 인생에 늘 지각했잖아. 그래서 나도 이번엔 늦게 왔어.”‘조금씩 더 늦다가, 언젠간 아예 안 올지도 몰라.’“그날이 와도... 화내지 마.”잠시 멈추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근데 네가 화내도, 난 모르니까.”유하는 허리를 곧게 펴고, 비석을 내려다보다가 미묘하게 웃었다.“간다. 내년에 또 올게.”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물론... 안 올 수도 있겠지. 이 길도 험하고, 4월이면 비도 많고, 습기도 심하니까. 살아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잖아.”말은 가볍게 흘러나왔지만, 끝내 미소는 조금 옅어졌다.‘참, 나도 가끔은 유치해.’자기 말을 떠올리며 유하는 고개를 작게 흔들고 돌아섰다.묘역을 벗어날 때까지 그녀의 걸음은 일정했다.뒤돌아보지 않았다.한참 후.묘 뒤편 숲속에서 한 남자의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그가 묘비 앞에 서서 긴 손을 들어 비석 위를 천천히 쓸었다.그 손끝에 닿은 이름.오승현.바람이 불었다.남자의 검은 트렌치코트 자락이 가볍게 흩날렸다.하늘은 여전히 흐렸다....오씨 가문 본가.유하는 유리문을 밀고 꽃이 가득한 온실 안으로 들어섰다.안에는 작은 삽을 손에 쥔 박영심이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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