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Chapter 461 - Chapter 464

464 Chapters

제461화

“무슨 상관이야.”청산은 끝내 태블릿을 유하 앞으로 밀어서 보여주었다.“너랑 나, 서로 속속들이 다 아는데. 너 아니면 내가 누굴 믿겠어?”청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청산의 회사 ‘유산’이 국가정보원의 CN 대형 언어 모델 프로젝트에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심지어 그 모델의 일부 설계에 유하가 직접 관여했다는 것도 아무에게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청산은 언제나 유하 앞에서 방심했다.그러나 그 신뢰의 무게가 너무 커서, 잠시 망설이던 유하는 청산의 거듭된 부탁 끝에 결국 화면을 터치했다.그리고 그 자리에서 멍하니 굳었다.국가 프로젝트뿐 아니라, 해외 쪽 자료까지 있었다.‘이건... 단순히 참고해달라는 게 아니잖아.’유하는 그제야 청산의 의도를 깨달았다. 이건 부탁이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었다.“선배, 이건...”유하는 어쩔 줄 몰라 시선을 들었다.청산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부담 갖지 마. 단지 참고만 해줘. 결정은 내가 할 테니까.”말은 그렇게 하지만, 유하는 이미 알고 있었다.‘결정’이란 말 뒤에 숨은 감정이 무엇인지.한참을 고민하던 유하는 천천히 태블릿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선배, 그런 뜻이 아니라면... 그냥 내가 오해했다고 생각해. 선배는 이제 날 기다리지 마. 선배는 너무 멋진 사람이고, 앞으로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유하야.”청산은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곧 담담하게, 그러나 단단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내가 널 만날 자격 없는 거 알아. 그때 널 해외로 보낸 것도 나였고, 그래서 네가 그런 일을 겪게 된 거니까.”“그때 나는 국내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고, 구할 수도 없었어. 그래서 그 뒤로는 차마 너에게 물어볼 용기도 없었는데...”“이제는 우리 둘 다 자유로워졌잖아. 그래서 묻고 싶었어. 그때 했던 그 말, 아직 유효해?”유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말’... 잊을 수가 없었다.1년 전, 출국 당일 공항 게이트 앞에서 청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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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태건은 전통찻집 앞에서 거의 두 시간동안 서 있었다.들어가서 직접 유하를 찾을까 고민하던 찰나, 유하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다.“임 대표가 또 대표님 괴롭혔어요?”눈가가 벌겋게 부어 있고, 코끝까지 붉은 걸 보니 방금 울었던 게 분명했다.태건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말은 담담했지만, 몸은 이미 찻집 안으로 향하고 있었다.“아니야!”유하는 급히 태건의 팔을 붙잡고 밖으로 끌어냈다.“승현 씨 할아버지가 저녁에 오라고 하셨어. 더 늦으면 안 돼. 그리고, 이게 비서실 일과 무슨 상관이야!”늘 이랬다.지난 1년 동안, 청산을 만날 때마다 태건은 어김없이 따라왔다.처음엔 그런 자리마다 꼭 함께 들어가서 곁을 지켰다.유하가 불편하다고 눈치를 줘도 태건은 늘 한마디였다.“오승현 대표님 유언이었습니다. 소유하 대표님을 반드시 지키라고 하셨습니다.”하지만 청산은 유하를 해칠 사람이 아니었다.유하가 몇 번이나 화를 내고서야 겨우 찻집 밖에서 기다리게 했지만, 그마저도 시간제한이 있었다.유하는 태건에게 명령할 수 있었지만, 그는 결국 오씨 가문이 길러낸 사람.유하 마음에 안 든다고 함부로 내칠 수도 없었다.그래서 유하는 바로 비서 차나연을 곁에 두며 태건과의 접점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애썼다.하지만 귀국만 하면 어김없이 태건이 나서서 유하 옆에서 철벽 마크했다.‘진짜 귀찮아, 이 사람...’차 안으로 들어서자 태건이 입을 열었다.“사... 대표님, 임 대표는 위험한 사람입니다. 겉보기와는 다릅니다. 앞으로는 임 대표님과의 접촉을 자제하셨으면 합니다.”유하가 고개를 돌렸다.“그 말, 임 대표 얘기하는 거야? 아니면 자기소개 중이야?”“저는 대표님께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하.”비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리고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기분도 이미 바닥이었고, 유하는 눈을 감고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전통찻집 2층.창가에 서 있던 청산은 주황빛 차가 시야 끝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막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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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청산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자, 연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걱정 마세요. 지금 저는 소유하 씨한테 아무 관심 없어요. 지금 저에게는 더 갖고 싶은 게 있거든요. 거래 하나 하시죠.][제가 임 대표님이 유하 씨를 얻을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아니, 결혼까지... 유하 씨가 스스로 원하게 해드리면, 어때요?]“제가 왜 하 대표님을 믿어야 합니까?”[믿지 않아도 돼요. 일단 해보시죠. 안 되면 제가 받은 이익, 전부 돌려드리면 되잖아요.]연우가 부드럽게 웃었다.[그리고, 전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임 대표님보다... 아니 소유하 씨 본인보다 제가 소유하 씨를 더 잘 알아요.]“말이 지나치네요.”청산은 문고리를 놓고, 재킷을 다시 옷걸이에 걸었다.유하가 앉았던 자리에 천천히 앉아, 핸드폰을 탁자 위에 두고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좋아요. 그럼 들어봅시다. 하 대표님은 뭘 원하십니까?”[역시 시원시원하시네요.]연우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기술이에요. 전 임 대표님의 기술이 필요합니다.]“그건 불가능합니다.”청산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하 대표님이 뭘 원하든 상관없습니다만, 소유하 씨는 우리 관계를 절대 몰라야 합니다. 이해하셨죠?”[물론이죠. 우린 원래 모르는 사이 맞잖아요.]연우의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임 대표님도 아시겠지만, 제가 요즘 AI 자동화 기술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솔직히 제 팀 역량이 부족하죠. 임 대표님을 직접 모실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그래서 제가 원하는 건, 임 대표님이 해외에서 관리 중인 기술 네트워크예요. 그쪽 팀에 있는 몇몇 인재들, 그 사람들이 제 프로젝트에 잠시 손을 빌려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기술적 안정성만 확보되면 자금은 바로 확보돼요. 그럼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승인받을 수 있고요. 게다가 그 인재들은 표면상 임 대표님과 아무 관련이 없어요. 소유하 씨는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그리고, 그 인재들이 임 대표님 얼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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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뭐라고?’‘승현이? 오승현?’‘할아버님이 손자가 보고 싶으셔서 얘기 중이신 건가?’‘...’그런데... 뭔가 이상했다.유하는 무심코 숨을 죽이고 더 들으려 했지만, 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문에 귀를 대고 있던 유하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안으로 쓰러졌다.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히며 이마가 욱신거렸다.“여기서 뭐 하세요?”머리 위로 낮고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차분하지만, 어딘가 놀란 기색이 묻어 있다.익숙한 목소리다.유하는 이마를 감싸 쥔 채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그대로 굳었다.검은 반팔 티셔츠 차림, 짧게 깎은 머리,뚜렷한 이목구비와 매서운 매의 눈.오석현이었다.‘오승현 사촌 형이 왜 여기 있는 거지?’‘그렇지, 할아버님... 예전 장군으로 퇴역하셨잖아.’‘오씨 가문 중에서도 지금 군에서 제일 두각을 나타내는 게 오석현이라던데...’‘왕래가 잦을 수밖에 없겠네.’‘내가 할아버님 댁에 자주 온 것도 아니니까 몰랐던 거고.’유하는 괜히 머쓱해져 더듬거리며 말했다.“할아버님께서 들르라고 하셔서요.”“유하 왔구나.”서재 안에서 오국수의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서 들어오거라.”유하는 산처럼 서서 문 앞을 막고 있던 석현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책상 뒤에서 붓을 움직이던 오국수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저 왔습니다.”석현도 문을 닫고 뒤따라 들어왔다.“왜, 승현이 그놈이 먼저 가버리니까 이젠 날 ‘할아버지’라 부르기도 싫으냐?”오국수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그렇게 말했다.“할아버님, 안녕하세요.”유하가 곧장 인사를 건넸다.“그래, 그래.”오국수가 웃으며 손짓했다. 곁에 서 있던 집사 마재한이 황동 주전자 모양 장식 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유하에게 내밀었다.“한번 봐라. 글씨가 어떤가?”유하는 공손히 두루마리를 받아 조심스레 펼쳤다.그 위엔 붓으로 쓴 글과 시, 그리고 수묵으로 그린 그림이 있었다.붓끝은 아직 서툴렀고, 형태는 갖췄지만 기운이 덜했다.오국수가 직접 쓴 글씨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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