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안.눈앞의 준서를 보니, 못 본 사이에 키가 훌쩍 자라 있었다.유하는 허리를 문지르며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준서의 힘은 점점 더 세졌다.‘역시 군에서 물러난 장군님 밑에서 크는 애는 다르네.’‘운동을 얼마나 시키셨길래...’그래도 나쁘지 않았다.‘튼튼하면 좋지. 건강하면 됐어. 누구한테도 쉽게 밀리지 않을 테고.’“엄마, 진짜 오랜만에 오셨잖아요.”석현의 손에서 빠져나온 준서가 유하의 손을 꼭 잡으며 투덜거렸다.“조금 바빴어.”유하는 조심스레 손을 빼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준서에겐 이제 아버지 승현이 없고, 자신만이 남은 가족이라는 걸.그래서 더 곁에 있어야 한다는 걸.하지만...‘그래도... 그 얼굴을 보면 아직도 숨이 막힌다.’‘승현이와 너무 닮았어. 표정, 말투, 심지어 웃는 모습까지도...’‘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구나.’사람이 죽으면 모든 게 끝난다지만, 그 상처는 뼛속 깊이 새겨진다.잊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그녀에게 1년은, 너무 짧았다.책상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오국수가 모든 걸 꿰뚫은 듯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너희 두 모자 본 지 꽤 됐잖아. 내 앞에서 시끄럽게 굴지 말고, 밖에 나가서 놀아라.”말을 끝내고는 다시 붓을 들어 먹을 찍었다.유하는 순간 멈춰 섰다.“할아버님, 저... 용건이 있으셔서 부르신 거 아닌가요?”입 밖으로 나온 말에 스스로 멈칫했다.곧 깨달았다.‘역시 그거였구나.’준서가 여기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 집의 규율이 까다롭고 자신도 오국수와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보니, 올 때마다 부담스러워 피하고만 있었다.아마 그것 때문에, 오국수가 일부러 ‘용무가 있다’고 핑계를 대며 자신을 부른 거겠지.유하는 쓴웃음을 삼켰다.‘내가 아무리 숨겨도, 할아버님의 눈은 못 속이네.’그때 준서가 활짝 웃으며 외쳤다.“증조할아버님!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하셨잖아요!”오국수가 고개를 들기도 전에 준서는 벌써 유하의 손을 잡아끌었다.“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