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거기까지 미치자, 오국수의 머릿속에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른 듯 덧붙였다.“아,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에 돌아온 김에 네 혼사도 빨리 정리해라. 네 동생은 너보다 몇 살이나 어린데도 벌써 아홉 살 되어가는 애가 있다. 너는 도대체 언제까지...”“할아버님, 제가 승현이 좀 만나보겠습니다.”석현은 오국수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이미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긴 뒤였고, 문은 조용히 닫혔다.“이게 무슨 태도야?!”오국수는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결혼하라는 게 그렇게 듣기 싫은 말이냐? 하루 종일 군대에서 사내놈들 틈에만 있다가, 모처럼 시간 생기면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부터 해야지! 이대로 평생 혼자 살겠다는 거야?!”“어르신, 차 좀 드세요.”집사 마재한이 웃는 얼굴로 찻잔을 내밀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숨을 고르라는 뜻으로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정원주택 앞.승현은 차에 올라탔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밖에서 누군가 문을 잡아 멈췄다. 고개를 들자 석현이 서 있었다.“형.”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승현은 짧게 불렀다.“그래.”석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자리를 비키게 했다. 곧이어 뒷좌석 한쪽에 올라타 앞을 보며 말했다.“태건아, 먼저 하관산으로 가자.”군부가 수도 외곽에 두고 있는 주둔지였다.현재 석현이 맡고 있는 구역이기도 했다.승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태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으로 향하던 기존 경로를 벗어나 차선을 바꿔, 도심을 빠져나가 하관산 쪽으로 차를 몰았다.차가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자, 석현이 입을 열었다.“아직도 할아버님한테 화가 나 있냐.”“화 안 나게 생겼어?”승현은 바로 되물었다. 목소리는 차가웠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할아버님이 시키시는 거 안 한 적 있어? 훈련이든, 기준이든, 요구하시는 것 이상으로 항상 해냈잖아. 무슨 일을 하든 가문을 먼저 생각했고, 늘 나 자신은 양보했잖아!”승현은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지금까지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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