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을 조금 옮겨 준서를 향했다.준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입술을 꾹 다문 채 말하려 하지 않았다. 재윤이 손을 뻗어 준서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고 나서야 준서는 고개를 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네. 저 공부 열심히 할 거예요. 엄마가 나아지면, 그때 다시... 다시 보러 갈 거예요!”말을 마친 준서는 승현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준서는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한 권 뽑아 들고, 발코니에 놓인, 유하가 조금 전까지 앉아 있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준서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책을 읽는 척했다. 준서가 손에 든 책은 거꾸로 들려 있었다.재윤은 승현을 향해 해맑게 웃었다. 재윤도 화집을 품에 안고 준서 옆에 앉았다.두 아이는 나란히 앉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조용하고 학구적인 풍경이었다.승현은 문가에 기대어 한동안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재윤이 대체 무슨 일을 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가장 말을 듣지 않는 준서가 이렇게 얌전히 앉아 있다니, 이상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다행한 일이었다.이 집은 당분간 더 흔들릴 여유가 없었다.승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발코니의 두 아이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조용히 문을 닫고, 두 아이에게 붙일 개인 교사를 알아보러 갔다.승현의 머릿속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설아 누나 아이인데, 성격은 엄마를 닮지 않았네.’‘섬세하고 눈치도 빠르고, 누나보다 훨씬 침착해.’문이 닫히자마자, 발코니에서 책 읽는 척을 하던 준서는 거꾸로 든 책을 곧장 내려놓았다. 준서는 재윤을 노려보았다.“너... 나 속이는 거 아니어야 해.”“물론이지.”재윤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난 거짓말 안 해.”“그게 무슨 뜻이야?”준서는 바로 날카롭게 반응했다.“넌 나보다 운이 좋아.”재윤은 화집을 덮고 준서를 바라보았다.“넌 스승님 아이잖아. 넌 태어날 때부터 스승님 마음속에 누구도 지울 수 없는 자리를 갖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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