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는 실제로 배가 고팠다. 오래 잔 탓에 온몸에 힘이 빠져 말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승현이 자신을 품에 안은 채 조금씩 먹이는 대로 가만히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하지만 배가 고팠음에도 유하는 몇 숟가락 먹고 나자 금세 더는 삼키기 어려워졌다. 승현에게 떠밀리듯 조금 더 먹기는 했지만, 갈수록 짜증이 올라왔다. 결국 유하는 참지 못하고 승현을 손톱으로 한 번 할퀴었다. 그제야 겨우 식탁 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진짜 고양이 같네. 내 얼굴을 할퀴면, 나중에 넌 뭘 보고 살려고...”승현은 유하를 다시 침대 위에 눕히며 투덜거렸다.유하는 승현을 상대할 기력도 없었다.그때 마침 윤해월이 달여 온 약을 들고 들어왔다. 전신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눈을 치료하는 약을 계속 먹어야 했다. 게다가 그 약에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울적함을 풀어주는 약재도 들어 있었다.하지만 약을 먹을 때가 되자 유하는 또다시 버티기 시작했다. 쓰다며 싫어했고, 승현이 먹여 주는 것도 거부했다. 버둥거리던 중에는 침대 머리맡의 스탠드까지 깨뜨렸다.방 안의 분위기가 꼼짝없이 굳어 버렸을 때, 아래층에서 저녁을 먹고 올라온 재윤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재윤은 방 안에 내려앉은 무거운 기운을 느끼지 못한 아이처럼, 바닥에 흩어진 조각들을 피해 침대 곁으로 와 앉았다.“스승님, 약이 쓰다고 하셔서 제가 복숭아정과 가져왔어요. 달아요. 예전에 제가 약 먹기 싫어했을 때, 스승님이 저한테 이런 거 주셨어요.”재윤은 테이블 위에 놓인 약그릇을 집어 들었다.“그때 스승님이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약을 먹으면 몸이 나아지고, 아프지 않게 되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요.”침대 머리맡에 웅크린 채 두 팔로 무릎을 감싸고 있던 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만 재윤 쪽으로 아주 조금 기울였다.재윤은 승현을 돌아보았다.“삼촌, 제가 여기서 스승님이랑 있을게요. 준서가 방금 아래층에서 삼촌 찾았어요.”그때의 승현은 검은 머리가 흐트러져 있었다.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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