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 진짜 역겨워.”설아는 그 자리를 서성이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딸깍’ 소리와 함께 불을 붙여 담배에 불씨를 옮긴 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담배 끝으로 승현을 가리키며, 거리낌 없는 혐오를 드러냈다.같은 부류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서로를 밀어낸다.어릴 적부터 그랬다. 승현의 겉모습 아래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알아차린 순간부터, 설아는 확신했다. 자신과 승현은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는 것을.그래서 동시에 느꼈다. 끌림과 거부감을.같은 부류라서 이해했고, 같은 부류라서 싫었다. 서로의 밑바닥이 어디까지인지, 어느 선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너무 잘 알면, 속일 수 없어서 더없이 불쾌해진다.“내 일에 간섭하지 마.”승현 앞에서 설아는 굳이 거짓말을 지어낼 생각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하를 배씨 가문으로 끌어들여 동생과 결혼시키겠다는 말을 그대로 꺼낼 수는 없었다.그랬다간 오늘 이 병원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둘 중 하나는 반드시 실려 나갈 테고, 몸으로 부딪치는 싸움이라면 자신이 불리했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결과는 뻔했다.‘내가 미쳤다고 지금 판을 깨?’진짜로 싸울 거면, 사람을 배씨 가문으로 끌어들인 뒤에 해도 늦지 않았다. 그때는 유하 본인이 선택한 일이 될 테니, 승현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21세기 문명사회였다.강제로 빼앗는 데도 선이라는 게 있다.“아무튼, 난 생각이 바뀌었어. 이제 너랑 놀기 싫어.”설아는 연기를 천천히 내뿜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말은 차분했지만, 의도는 정확히 찔러왔다.“그리고 헛수고하지 마. 이제 확실히 알겠거든. 유하한테서 넌 끝났어. 나까지 끌어들여서 뭘 해보려고 해도, 결과는 똑같아.”담배를 쥔 손으로 병실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작은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며, 탁자 위에 놓인 승현이 가져온 정갈한 식사 박스들을 확인했다.그리고 단정적으로 말했다.“저거 재윤이 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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