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Chapter 781 - Chapter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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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아이를 유하와 함께 Y국으로 보낼지, 아니면 이곳에 남길지...그 선택에 대해 승현이 아이의 삶에서 1년 넘게 부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하는 여전히 준서의 최종 선택을 확신할 수 없었다.무엇보다... 승현이 살아 있었으니까.준서가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유하는 잘 알고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승현이 아이에게 끼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사고방식에서부터 교육 전반까지. 그런 건 고작 1년 남짓한 시간으로 지워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사람이 어린 시절에 만난 존재는 준서의 정신과 인격 형성에 평생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그 영향은 쉽게 무시하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비록 지난 1년여 동안, 준서의 입에서 아버지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지만,유하의 약혼 소식을 들었을 때 보였던 아이의 강한 거부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준서는 여전히 아버지를, 승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만약 승현이 정말로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면, 아이의 그런 감정은 당연했고, 굳이 바꾸려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사람이 죽으면, 그걸로 끝이니까.하지만 승현은 살아 있었다.그래서 유하는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이미 해 두고 있었다.결과가 무엇이든, 담담하게.처음도 아니었다.마음이 차분해지자 말투도 자연스레 평온해졌다.유하는 차동석을 바라보며 물었다.“최근에 오씨 가문 쪽에서 ‘대나무숲’ 주택단지로 준서 보러 온 사람 있었나요?”차동석은 시선의 끝으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식사만 하는 청산을 잠깐 훑어봤다가 아주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 유하가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짧은 동작이었다.그리고 정중하게 답했다.“없었습니다, 유하 씨.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없다고?’유하는 마음속으로 놀라면서도 동시에 작은 기대가 피어올랐다.그렇다면 어젯밤 승현이 병원에 와서 했던 말들은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 왜냐하면 승현이가 먼저 손을 놓는다면, 준서의 거취는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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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그래서 유하가 직접 준서의 얼굴을 보면서 애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아는 병원을 나섰다가 호텔에서 예약해 두었던 점심 식사를 받아 들고 재윤이 있는 병실로 돌아왔다. 문손잡이를 잡고 여는 순간, 설아의 동작이 아주 잠깐 멈췄다.병실 안에는 검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승현이 병상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침대에 기대앉아 식사하고 있는 재윤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설아를 보며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마치 원래부터 거기 있어야 할 사람처럼 너무도 당연한 태도였다.설아는 문 앞에 잠시 서 있었다.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들고 있던 점심 도시락을 바닥에 툭 내려놓고, 병상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코끝에 가져가 향을 맡아본 뒤, 그제야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봤다.“야, 별일이네. 언제 무덤 속에서 기어 나왔어. 꽤 멀쩡하네.”승현은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죽은 적 없는데.”“그래? 차라리 죽었어야지.”설아는 손에 든 담배를 굴리듯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살짝 돌려 고개 숙인 채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 재윤을 흘끗 보았다. 짧게 웃음 섞인 소리를 냈다.“네가 가져온 밥을 먹네. 독 들었을까 봐 겁나지 않나 봐.”재윤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계속 식사를 했다.그 말을 들어도 승현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감옥에서 시간 허투루 보냈네. 그 입은 여전하구나.”“너보단 덜하지.”설아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그래서 뭐 하러 왔어. 전에 말했잖아. 더는 같이 안 한다고.”“그랬나?”승현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들어 재윤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냥 친구 조카가 다쳤다길래.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원하던 그림은 아니었거든.”“야, 손 치워.”설아는 재윤의 머리에 얹힌 승현의 손을 똑바로 바라봤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날이 서 있었다.“내 앞에서 연기하지 마. 네가 바란 게 아니라고?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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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친구라면 당연히 서로를 신경 쓰는 법이었다.“후...”옆에서 설아의 짧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비웃음에 가까웠다.승현은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미소를 유지한 채 재윤을 보며 말했다.“곧 아저씨가 만나러 갈 거야.”재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몸을 눕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몇 초쯤 지나 재윤이 다시 눈을 떴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시선에는 특별한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이제 낮잠 자야 해.”말끝이 부드러웠다.그런데 왜 아직도 여기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의미였다....병실을 나와 복도로 나왔다.문을 닫고 나서, 승현은 유리창 너머로 침대에 누워 곧 잠든 아이를 한 번 더 바라봤다. 그리고 별생각 없다는 듯 말했다.“누나 아들도 꽤 괜찮네. 기억난 거야?”이 상태라면, 어릴 적 일을 떠올린 걸까?정신적으로도 훨씬 안정돼 보였다.승현은 웃었다.“과정은 내가 원하던 건 아니었지만, 결과만 보면 나쁘지 않네.”재윤은 기억을 되찾고도 무너지지 않았고, 꽤 이상적인 결말이었다.재윤의 정신 상태가 과연 건강한지 아닌지는 승현의 관심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과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살아만 있으면 다른 선택지는 얼마든지 생기는 법이니까. 자라다 보면 알아서 받아들이게 된다.설아도, 승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렇게 행동해 왔다.다만, 추락 사고만큼은 승현이 원했거나 준비한 일이 아니었다. 승현의 기준에서 신체적인 압박은 언제나 최후의 수단이었다. 정신의 문제는 정신으로 건드리는 게 맞았다.그래서 재윤이 떨어졌고, 게다가 준서까지 현장에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승현도 적잖이 놀랐다.‘아직 손도 안 댔는데...’예상 밖이긴 했지만, 아이는 살아 있었다. 정신 상태도 이전보다는 훨씬 안정돼 있었다. 적어도 예전처럼 엄마를 찾겠다고 소리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는 않았다.충분히 괜찮은 결과였다.승현은 만족했다.그 생각이 끝나자, 그는 설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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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쯧, 진짜 역겨워.”설아는 그 자리를 서성이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딸깍’ 소리와 함께 불을 붙여 담배에 불씨를 옮긴 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담배 끝으로 승현을 가리키며, 거리낌 없는 혐오를 드러냈다.같은 부류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서로를 밀어낸다.어릴 적부터 그랬다. 승현의 겉모습 아래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알아차린 순간부터, 설아는 확신했다. 자신과 승현은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는 것을.그래서 동시에 느꼈다. 끌림과 거부감을.같은 부류라서 이해했고, 같은 부류라서 싫었다. 서로의 밑바닥이 어디까지인지, 어느 선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너무 잘 알면, 속일 수 없어서 더없이 불쾌해진다.“내 일에 간섭하지 마.”승현 앞에서 설아는 굳이 거짓말을 지어낼 생각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하를 배씨 가문으로 끌어들여 동생과 결혼시키겠다는 말을 그대로 꺼낼 수는 없었다.그랬다간 오늘 이 병원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둘 중 하나는 반드시 실려 나갈 테고, 몸으로 부딪치는 싸움이라면 자신이 불리했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결과는 뻔했다.‘내가 미쳤다고 지금 판을 깨?’진짜로 싸울 거면, 사람을 배씨 가문으로 끌어들인 뒤에 해도 늦지 않았다. 그때는 유하 본인이 선택한 일이 될 테니, 승현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21세기 문명사회였다.강제로 빼앗는 데도 선이라는 게 있다.“아무튼, 난 생각이 바뀌었어. 이제 너랑 놀기 싫어.”설아는 연기를 천천히 내뿜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말은 차분했지만, 의도는 정확히 찔러왔다.“그리고 헛수고하지 마. 이제 확실히 알겠거든. 유하한테서 넌 끝났어. 나까지 끌어들여서 뭘 해보려고 해도, 결과는 똑같아.”담배를 쥔 손으로 병실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작은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며, 탁자 위에 놓인 승현이 가져온 정갈한 식사 박스들을 확인했다.그리고 단정적으로 말했다.“저거 재윤이 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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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어쩔 수 없지.”승현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표정에는 특별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마치 혼잣말처럼 가볍게 말을 남겼다.“내가 주지 않은 걸 손에 넣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도 알았어야지.”...최근 들어 하지철 쪽은 계속해서 소란스러웠다.승현의 생존 소식이 퍼지며 같은 분야 사람들 사이가 들끓은 것과 달리, 하지철은 의외로 조용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이미 오래전에 하지철은 딸을 통해 승현의 가짜 죽음에 대해 전해 들은 상태였다.그 소식을 들었을 때, 하지철은 꽤 오랫동안 기분이 좋았다.그 사실을 연우에게 털어놓았다는 것 자체가 승현이 어디까지 신뢰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하지철 입장에서는, 이 모든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유하는 이미 완전히 배제된 인물이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유하는 현재 청산과 약혼한 상태였다.사실 하지철은 좀 더 단호하게 일을 끝내고 싶었다. 뒤탈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에는 소성란이 있었고, 국내에는 청산의 인맥이 있었다. 여러 차례 시도는 있었지만, 하지철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지난 1년 동안 하지철 쪽은 유하에게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하지철은 결국 포기했다.어차피 유하는 아무것도 모른다. 오씨 가문에서도 이미 손을 놓은 분위기였다. 준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보였던 오씨 가문의 태도를 보면, 유하가 준서를 데리고 나가는 걸 그대로 두었으니, 준서도 어머니 유하와 함께 정리된 셈이었다.그래서 하지철의 눈으로 보기엔,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승현이 돌아오면, 승현과 연우의 혼인이 다시 사실상 확정되고, 아이가 생기면 그다음에 천천히 준서 문제를 처리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오씨 가문의 재산은 결국 외부로 흘러가선 안 되니까.그리고 후계자는 하나면 충분했다.승현이 돌아온 뒤 펼쳐질 미래를 떠올릴 때마다, 하지철은 하루하루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정략결혼으로 얻은 자원도 이미 하지철의 머릿속에서 분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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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승현?’하지철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반응은 부인이었다. 말이 안 됐다. 하지만 류정인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류정인은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속이 단순할 정도로 정직했고, 특히 이런 일로 자신을 속일 만큼 계산적인 머리도 아니었다. 거짓인지 아닌지는 한마디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그런데 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분명히 약속했었다.서로 말이 됐고, 조건도 정리돼 있었고, 그 위에서 움직여 왔다.하지철의 품 안에서 류정인은 여전히 몸부림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철은 점점 쌓이는 짜증과 혼란에 이성을 붙들기 어려워졌다. 그러다 하지철의 손등에 통증이 느껴졌다. 아내가 이를 악물고 물어뜯은 것이었다.그는 참지 못했고, 손이 먼저 나갔다.짝!소리가 서재 안에 또렷하게 울렸다.“정신 좀 차려!”하지철은 낮지만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류정인은 맞은 뺨을 감싸 쥔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점점 커지는 웃음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하지철을 노려봤다.“하지철, 당신 지금 나 때렸어?”웃음과 울음이 섞인 목소리였다.“당신이 감히 나를 때려?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게 누구 덕분인데. 그걸 잊었어? 우리 아버지 앞에서 무릎 꿇고 나한테 잘하겠다고 말하던 거, 다 잊은 거야? 감히 나를 때려?”그녀는 거의 외치듯 말을 쏟아냈다.그 말을 듣는 순간, 하지철의 마음에 남아 있던 미묘한 흔들림은 단번에 사라졌다. 이어서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당신이 갑자기 미쳐 날뛰니까 그런 거지.”목소리는 건조했다.“그동안 내가 당신한테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됐잖아. 돈 걱정 안 하고, 밖에 나가서 체면 세우고, 부잣집 사모님으로 살게 해줬잖아. 결혼할 때 약속한 거, 내가 안 지킨 게 있어?”“뭐...?”류정인의 눈이 커졌다.하지만 하지철은 더 이상 참을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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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서재 문을 닫자, 방 안이 한층 더 조용해졌다.바닥에 흩어진 깨진 도자기 조각들을 한 번 훑어본 뒤, 연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책상 뒤에 앉아 있는 하지철을 가만히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아빠, 무슨 일이에요?”왜 어머니가 울면서 뛰쳐나갔는지, 그리고 왜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렸는지...연우는 묻고 있었다.“그 눈빛은 뭐야?”하지철의 말투는 거칠었고, 기분도 말투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말하며 그는 책상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 과정에서 바닥의 도자기 파편을 발로 차게 되었고, 조각들이 이리저리 튀며 소리를 냈다. 몇 개는 굴러 연우 발치까지 왔다.“지금 너, 아버지한테 따박따박 따지는 거야?”하지철은 책상 뒤 의자에 앉았다. 태도는 냉담했다.“아니에요.”연우는 고개를 숙여 발치에 멈춘 파편을 잠시 내려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깜빡인 뒤, 아무 표정 없이 그 조각을 넘어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아빠,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이 시간이라면 그녀는 원래 FK테크에서 자동화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보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전화 한 통에 급히 돌아왔고, 그 와중에 부모의 다툼을 마주한 것이다.“이유?”조금 전 류정인에게서 들은 말들이 떠올랐는지, 하지철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너랑 승현이는 요즘 어때? 관계는 잘 이뤄지고 있고?”‘관계라니...’연우의 머릿속에 마지막으로 승현을 만났던 장면이 스쳤다. 승현의 입에서 나왔던 단호한 말들이 떠올랐지만, 표정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괜찮아요. 다만 요즘은 서로 바빠서 자주 보지는 못하고 있어요.”“정말이야?”하지철의 눈에는 의심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네.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연우는 부드럽게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아빠랑 엄마가 다투신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하지철의 몸이 잠시 굳었다. 시선이 잠깐 흔들렸지만, 곧 목소리를 낮췄다.“아니야. 그건 나랑 네 어머니 사이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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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아, 이야기가 꽤 흥미진진하네.’진주연은 숨을 죽인 채 자리를 벗어났다.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복도를 빠져나가는 주연의 입가에 아주 옅은 웃음이 스쳤다....병원.오후 수액을 막 맞고 나서 깊이 잠들어 있던 유하는 침대 옆 협탁 위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에 잠에서 깼다.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천천히 들어 올리며 눈을 떴다.병상 옆에는 다리 골절로 함께 입원해 회복 중인 청산이 있었다. 몸 상태와 달리 정신은 또렷해 보였고, 침대 옆을 지키면서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조용히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핸드폰 진동도 가장 먼저 알아챘다.유하의 잠을 방해할까 봐, 청산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침대 위에서 유하가 몸을 조금 움직이며 눈을 떴다. 청산의 손도 그대로 멈췄다.“깼어?”그는 목소리를 낮췄다.“전화받아야 해?”“누구야?”유하는 눈을 반쯤 뜬 채 물었다. 막 잠에서 깬 탓에 목소리에 아직 힘이 없었다.청산은 화면을 확인했다.“진주연.”‘응? 진주연?’그 이름을 듣는 순간, 유하의 정신이 또렷해졌다.하지철의 사생아.예전에 하지철과 관련 정보를 모으던 시기, 마침 적당한 인물이 필요했고, 주연의 상황도 맞아떨어졌다. 어머니가 사고를 당해 의식 없이 누워 있었고, 치료를 담당할 의료진과 치료비가 절실했던 상황이었다.그래서 유하는 진주연과 거래하기로 했다.유하는 주연 어머니의 의료비와 병원, 의사를 지원했다.진주연은 하씨 저택에 들어가서 하지철 일가를 지켜보며 정보를 넘기기로 했다.하지만 그 이후로 전해온 소식들은 대부분 큰 의미가 없었다. 진주연은 하씨 저택 안에서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었고, 집안의 핵심 인물들에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연락이 뜸해진 지 꽤 됐다.그런데 지금 전화를 해왔다면...“받아줘.”유하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어, 청산에게 말했다.“스피커로.”청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연결했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주연의 목소리는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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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바로 그때였다.유하는 그제야 하지철이 어떤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분명히 이해했다.며칠 동안 속이 뒤집혔다.하지만 당시 유하는 그 정보를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런 방식은 이미 한 번 써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주연의 존재가 드러났을 때가 그랬다. 결과는 명확했다. 그때는 승현이 직접 나서서 FK테크 지분 20퍼센트를 내놓는 대가까지 치르며 하씨 가문을 감쌌고, 하연우를 보호했다.그때 유하는 깨달았다. 여론으로 하지철을 흔드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걸. 기껏해야 이미지에 흠집이 생기는 정도였다. 그것도 도덕적인 비난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승현이 그렇게까지 나서서 버티고 있는데, 평판이 나빠진들 무슨 상관이겠는가?그쪽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래서 유하는 그 정보를 당장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방향을 바꿨다. 하지철과 하연우를 법적으로 직접 엮을 수 있는 증거를 찾는 데 집중했다.그게 유하의 목적이었다.한 번에 끝낼 수 없다면, 차라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 나았다.그런데 방금 통화에서 주연의 말에 따르면 류정인이 남편의 다른 사생자 이야기를 알게 된 계기가 승현이었다.‘왜?’유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주연의 건이 터졌을 때, 승현은 분명 하씨 가문 편에 섰다. ‘이번에는 오승현이 왜 류정인에게 직접 정보를 넘겼을까?’‘혹시 하연우가 코시오와 손을 잡고, 일부러 향수를 이용해 어머님을 곤경에 빠뜨린 일까지 승현이 알고 있는 걸까?’‘그런데... 코시오에게 하연우를 붙인 건, 애초에 승현 아니었나?’‘도대체 뭐지?’생각이 그 지점에 이르자 유하의 머리가 묵직해졌다. 그녀는 미간을 좁혔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다가왔다. 유하의 관자 쪽이 따뜻해졌고, 곧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는 손길이 전해졌다. 천천히 눌러 주는 그 손길에 통증이 한결 가라앉았다.유하는 눈을 떴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청산은 노트북을 이미 덮은 상태였다. 한 손으로는 유하의 관자를 눌러주고 있었고,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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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뭐 알아낸 거 있어?”청산이 뭔가 중요한 실마리를 잡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하의 목소리가 자연히 높아졌다.“일단 진정해.”청산은 관자를 눌러주던 손을 거두었다. 이어서 병상 등받이의 각도를 조절해 유하가 좀 더 편하게 상체를 세울 수 있게 도왔다. 유하가 편한 자세로 앉은 걸 확인한 뒤에야,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노트북을 열었다.화면에는 이미 열어둔 파일 하나가 떠 있었다.청산이 외부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였다.파일은 오전에 막 도착한 것이었고, 청산도 조금 전에 한 번 훑어본 상태였다.유하가 직접 보기에는 불편해 보여, 청산은 화면을 바라본 채 핵심만 정리해 설명하기 시작했다.“산에 있던 그 별장 말이야. 네가 갇혀 있던 곳. 하지철 소유의 자산이 맞긴 한데, 공식적으로는 가문 이름으로 묶여 있지 않아. 몇 년 동안 거의 쓰지도 않았고.”청산은 잠시 말을 멈췄다. 이어지는 내용이 가볍지 않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는 듯했다.“코시오가 들어오면서 그걸 다시 쓴 거고, 난 그 별장을 기준으로 동선을 거꾸로 따라갔어. 그러다 한사람이 아니라, 단체가 걸려들었어.”남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국경 쪽에서 넘어온 사람들이야.”그 말을 듣자, 유하의 시선이 굳었다.맞아떨어졌다.이전부터 하지철 쪽을 추적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유하를 노린 계획적인 사고부터, 그보다 더 앞서 있었던 태 씨 가문 태준혁 사건까지. 어떤 방향으로 파고들어도, 단서는 늘 국경에서 끊겼다.불법 총기를 들고 움직이던 그 무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추적은 늘 그 지점에서 멈췄다.그런데 코시오가 하지철의 보호 아래 들어오면서 그 흔적이 다시 드러난 것이다.‘이제야 전부 이어지네.’유하는 무언가를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크게 뜬 눈으로 청산을 바라봤다. 청산은 이미 그녀를 보고 있었다. 잔잔한 웃음을 띤 눈이었다.유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낮게 중얼거렸다.“찾은 거네... 우리 이제...”목소리가 조금 잠겼다.“응.”청산이 웃으며 말을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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