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751 - Chapitre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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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1화

“소유하 씨, 이제 가시죠.”한 민가의 넓은 홀 한가운데서 유하는 두 팔이 등 뒤로 묶인 채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맞은편에는 명훈이 서 있었다.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의 얼굴, 얇은 입술 끝에 옅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사람은 풀어주겠다고 했잖아.”유하는 저항하지 않았다. 명훈을 지나 시선을 옮겨, 뒤에 서 있는 승환을 바라봤다. 얼굴은 눈에 띄게 창백했다.“네.”승환은 유하와 시선이 닿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낮은 목소리로 짧게 답한 뒤, 천천히 몸을 돌려 복도로 걸어갔다.몇 걸음만 더 나가면, 밖에서 짙은 밤 아래 쏟아지는 폭우가 기다리고 있었다.비는 점점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다. 소리마저 묵직했다.승환은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저희가 먼저 여기를 뜨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게 할 겁니다.”아주 조용하고, 힘이 빠진 어조였다.유하는 그 말을 분명히 들었다. 홀 한쪽에 있는 방문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중상을 입은 청산이 그 안에 누워 있었다.응급 처치는 끝난 상태라 당장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유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밖으로 향했다.두 팔이 등 뒤로 묶여 있어 걸음이 처음엔 흔들렸다. 복도에 들어서자 조금씩 균형을 잡았다.그대로 빗속으로 나가려던 순간 어깨가 붙잡혔다. 동시에 회색 우산 하나가 머리 위로 펼쳐졌다.고개를 들자, 우산을 손에 든 승환이 보였다. 한 손은 가볍게 유하의 어깨에 얹은 채, 시선은 유하가 아닌 바깥에 세워 둔 SUV를 향해 있었다.뒷좌석 문을 열며, 다른 한 손으로는 유하의 머리 위를 가려 주었다. 조심스럽고, 필요 이상으로 세심한 동작이었다.유하는 입술을 가볍게 다물고, 속눈썹을 내린 채 차에 올랐다.승환은 우산을 접고 유하 옆자리에 앉았다.차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자, 억센 빗줄기 너머로 명훈이 뒤에 남은 사람들과 짧게 말을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명훈은 운전석에 올랐다.직접 운전하는 모양이었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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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유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상처는... 좀 괜찮아?”코시오에게서 맞은 총상. 유하가 USB를 가져오라고 해서 생긴 일이라는 걸, 유하도 알고 있었다.승환은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 반 박자 늦은 반응이었다. 초록빛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가 이내 고개가 숙여졌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가볍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나아졌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다는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다만 분명한 건, 승환의 몸에는 아직 총상이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유하는 시선을 승환의 어깨, 몸선, 창백하게 핏기 없는 얼굴 위로 천천히 옮겼다. 입술을 가볍게 다물었고, 더는 묻지 않았다.차 안에는 한동안 폭우가 차체를 두드리는 소리만 가득 찼다. 숨 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다.등 뒤로 묶인 손이 점점 불편해져서 유하는 몸을 조금 조정하며 자세를 바꿨다. 그녀는 무심코 시선을 앞좌석,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명훈 쪽으로 보냈다가 머릿속에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코시오가 데리고 들어온 게 지명훈만은 아니었어.’유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몰랐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었다. 고성에 감금돼 있던 그때,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가 늘 코시오 곁에 있었다. 거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코시오 역시 그를 대하는 태도가 유독 부드럽고, 신뢰가 담겨 있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측근이었다.그런데 방금 민박에서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설마... 그 사람은 어머님 쪽에 있는 건가?’‘그럼 지금 이 차는... 어머님 쪽으로 가는 거야?’유하는 자신이 왜 붙잡혔는지 알고 있었다. 결국 목적은 하나였다. 승현에게 코시오가 말하던 그 지루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사람들은 늘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유하라는 존재가 오씨 가문이나 오승현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지명훈과 오승환은... 내가 그래도 오씨 가문 차기 유일한 후계자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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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오승현은 이미 어머님을 구출하기 위한 계획을 다 세워 놓은 상태야. 그런데...’유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명훈의 다음 말이 이어지며 심장이 서서히 식어 갔다.“오승현도 네가 우리 손에 있다는 거 알아. 네가 붙잡히자마자 바로 알려 줬거든.”몸 안의 온기가 빠르게 빠져나갔다.‘이건 안 좋은데.’‘만약 어머님이 무사히 구출되면, 코시오가 가장 중요하게 쥐고 있던 패는 사라지는 거잖아.’‘그러면 나는... 오씨 가문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가치도 없어지는 거고.’‘그걸로 끝이네. 나는 아직 어떻게 빠져나올지도 못 정했는데, 판이 먼저 깨져 버렸어.’‘그래도... 이 상황이 나쁜 건 나한테만 해당하는 얘기겠지.’“안 슬퍼?”운전석에서 명훈은 백미러로 유하를 훑어보며 물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데다 얼굴에도 상심이나 분노 같은 감정이 보이지 않자 오히려 흥미가 생긴 듯했다.‘보통은 버림받으면 이런 반응은 아니지. 상대가 전남편이라면 더더욱.’‘너무 담담해.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상황은 나도 마음에 안 드는데.’“뭐가 슬픈 거지?”유하는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불안을 눌러 담으며 말했다.“이렇게 되면, 네 남편이랑 오씨 가문은 널 완전히 버린 거야. 그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도 다 알고서 선택한 거고.”명훈의 말투는 차가웠다.“어?”유하는 어리둥절했다.‘이게 왜 슬플 일이지?’유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유하가 당황한 건 단 하나, 승현 쪽에서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줄은 몰랐다는 점뿐이었다.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이제야 유하는 명훈이 뭘 노리고 있는지 이해했다.‘어머님이랑 나를 저울에 올려서 오승현을 압박하겠다는 거잖아.’‘이게 고민할 거리야?’‘당연히 자기 어머니를 고르지. 그게 아니면 정신이 나간 거고.’‘내가 오승현이라면 나도 그렇게 해.’‘고모할머니랑 오승현이 물에 빠졌다면? 그럼 난 고모할머니부터 구하지.’‘구하면서 발로 오승현 한 번쯤 더 차 줄 수도 있고.’‘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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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밤, 산길.폭우 속에서 몇 대의 차가 앞뒤로 엉켜 달리고 있었다. 엔진음이 빗소리를 뚫고 쉼 없이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번개처럼 터지다가도 짐승 떼가 내달리듯 낮고 거칠게 이어졌다.차 안은 계속해서 흔들렸다.유하는 몸의 균형을 잃은 채 승환의 가슴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뒷유리 너머로 빠르게 쓸려 지나가는 빗줄기와 점점 가까워지는 차량 불빛을 멍하니 바라봤다. 충돌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아 생각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뭐야, 이게...’‘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지명훈이 준비한 건 아니었잖아.’명훈은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의 동선을 떠올리면, 지명훈은 분명 다른 갈래로 빠질 생각이었고, 이쪽으로 핸들을 꺾은 건 즉흥적인 선택이었다.‘그럼 누구야?’더 생각할 틈도 없이 차체가 다시 크게 흔들렸다. 커브를 도는 느낌이었고, 그 반동에 몸이 반대 방향으로 쏠렸다. 그때 머리 위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유하를 붙잡고 자세를 잡아주던 승환의 소리였다.유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승환에게로 향했다. 얼굴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잔뜩 맺혀 있었고, 희미한 피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제야 유하는 승환에게 아직 상처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나 좀 일으켜 봐.”두 손이 등 뒤에서 수갑에 묶여 있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유하는 흔들림에 몸을 맡긴 채 겨우 말을 꺼냈다.“괜찮아요.”승환은 유하의 오른쪽 어깨와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몸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을 다시 품 안으로 눌러안았다. 그 뒤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차가 속도를 높일 때마다 크게 흔들릴 때, 점점 핏기 없이 창백해지고 땀이 배어 나오는 얼굴을 통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유하는 미간을 찌푸렸다.“좀 천천히 가면 안 돼?”유하는 운전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명훈의 뒷모습이 보였다.‘이 비에 이런 속도로 달린다고?’명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핸들 위에 올려진 손은 흔들림 없이 안정돼 있었고, 액셀을 계속 밟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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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응, 너희 쪽은 어때?”그때 앞좌석에서 갑작스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유하는 고개를 돌렸다. 명훈이 한 손을 비워 블루투스 쪽을 눌렀다가 다시 핸들로 가져가고 있었다. 누군가와 통화 중인 게 분명했는데, 흘러나오는 말은 D국 말이었다.‘지명훈... 셸리랑 연락하는 거야?’‘어머님은 이미 빼냈다는 뜻인가?’명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그래.”“산 입구 쪽에 다 준비해 두라고 해.”“내 신호 떨어지면, 차가 들어오는 대로 터뜨려.”“전부 묻어버려.”차갑게 가라앉은 음성이었다.유하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내려앉았다.‘터뜨린다고?’‘앞에 폭탄이 있다는 말이야?’‘이 속도로 달리는데, 설령 구하러 온 사람들이 있어도 제때 빠질 수 있을까.’‘산 입구에서 폭발이 나면...’‘그 여파로 산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이 차가 멀쩡해도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은 끝장이야.’‘전부 매몰돼.’“아!”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차가 다시 한번 미끄러지듯 튀어 나갔다. 유하는 그대로 승환의 품에 부딪혀 짧게 숨을 토했다.“승환아.”폭우가 쏟아지는 소리 속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건 바로 옆에 있던 승환뿐이었다.승환이 고개를 숙였다. 상처가 다시 벌어지며 통증이 몰려온 탓인지, 초록빛 눈동자에 옅은 물기가 서려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기운 없는 얼굴이었다.유하는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마음이 느슨해졌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시선을 고정한 채 승환을 바라보며, 입술만 아주 작게 움직였다.승환의 초록빛 눈이 잠시 가라앉았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고개를 들어 유하의 시선을 피해 갔다.유하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두 손은 여전히 묶여 있었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결국 기댈 수 있는 건, 자신을 한 번 속이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선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승환뿐이었다. 이전에 보여준 행동들, 그리고 여러 차례 감수했던 위험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무모한 도박을 하기로 했다.뒤에서 따라오는 차들이 점점 거리를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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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승환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 손만으로 핸들을 붙잡고 있는 지명훈과 그대로 힘을 겨뤘다.동시에 뒤에서 추격하던 차들도 앞차의 이상을 바로 알아챘다.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추격 차량들은 망설임 없이 가속했다. 조금 전 벌어졌던 간격은 금세 사라졌다.하지만 유하가 타고 있는 차는 이미 주행 궤적이 흐트러져 있었다. 핸들이 흔들릴 때마다 차체가 중심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라면 도로 아래로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뒤차들은 판단을 내렸다. 가장 먼저 따라붙은 차량이 속도를 더 끌어올려 유하의 차 옆으로 붙었다. 그대로 들이받아 강제로 멈추게 하고, 차와 산 사이에 끼워 세워 전복을 막겠다는 선택이었다.차체가 가까워지며 스치는 충격이 이어졌다. 그 진동은 차 안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차가 밀려드는 상황에 명훈의 집중력이 잠시 흔들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승환이 힘을 폭발시키듯 핸들을 낚아챘다.방향은 산 쪽이었다. 추격 차량과 같은 의도였다. 강제로 멈추게 하려는 선택.명훈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흰자위가 붉게 물들었다. 핸들을 붙든 승환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감히 교수님을 배신해?”셸리 쪽 상황은 이미 한계에 가까웠다.승현이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포위망을 짰고, 군부 요직에 있는 사촌 오석현까지 직접 나섰다. 박영심을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였다.‘여기에 소유하까지 잃는다?’‘그건 안 돼.’이런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명훈은 자신의 판단 실수를 견딜 수 없었다. 낮게 포효하며 오른팔에 힘을 몰아넣었다.유하는 명훈의 힘을 버텨내지 못했다. 몸이 그대로 끌려갔다.주먹이 승환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총상 부위가 다시 벌어지며 피가 번졌다. 명훈은 연달아 주먹을 휘둘렀지만, 승환은 끝내 핸들을 놓지 않았다.유하는 수갑을 붙든 채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미 상처가 난 손가락에 깊은 자국이 패며 피가 스며 나왔지만, 놓을 생각은 없었다.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힘을 줬다.‘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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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춥다.’유하는 몸이 가볍게 떠 있는 감각 속에서 차갑고 무거운 물살에 휩싸여 있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가 온몸을 얼려 붙잡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몸은 계속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물속 깊은 곳을 향해.‘너무 추워.’몽롱한 의식 속에는 이 감각만이 맴돌았다. 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시야는 완전히 어두웠고, 유하는 본능처럼 몸을 웅크리고 싶었다.‘이렇게까지 추운 줄은 몰랐어.’‘영혼까지 얼어붙은 것 같아.’그런데도 의식은 서서히 또렷해졌다.어둠 속에서 빛이 켜졌다. 빛의 줄기가 스치듯 지나가며 수많은 장면이 눈앞을 채웠다. 유하가 살아오며 겪었던 모든 순간이었다. 웃음과 울음, 기쁨과 상실, 사랑과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 마치 프레임이 하나하나 끊겨 재생되는 것처럼 느리게 흘러갔지만, 실제로는 찰나에 불과했다.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사랑했던 얼굴들, 미워했던 얼굴들, 너무도 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마지막으로 남은 건 소리였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 웅성거렸고, 또렷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유하는 귀를 기울였다. 어딘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왜 이렇게 시끄럽지.’‘생각하기 싫어.’‘너무 춥고, 너무 피곤해.’눈꺼풀이 무거웠다. 돌덩이를 얹어 놓은 듯 천천히 깜빡이다가, 빛과 그림자가 다시 어둠에 잠식됐다. 의식이 흐려졌다. 춥고, 지치고,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희미하게, 허리께를 감싸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꽉 끌어안는 힘, 그와 함께 전해지는 열기. 누군가가 계속해서 끌어당기고 있었다. 목소리도 가까워졌다.울음소리 같은 것도 들렸다.하지만 유하는 너무 추웠다. 너무 피곤했다. 간신히 떠졌던 눈이 다시 천천히 감겼다.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환자분, 과다 출혈로 쇼크 상태입니다. 심정지 발생...”“빨리, 제세동기 준비 됐습니까?.”“200줄 차지!”“...”수술실 앞의 불은 꺼질 줄 몰랐다.오랫동안 켜진 채였다.승현은 수술실 밖에 서 있었다. 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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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태건은 그 자리에 말 없이 서 있었다.승현의 바로 뒤쪽에 서 있던 태건은,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자신을 타이르면서도, 방금 스쳐 간 소리를 부정할 수 없었다. 아주 미세한 떨림, 숨에 섞여 흘러나온 것 같은 가벼운 막힘. 울음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너무 작았고, 환청이라 넘기기에는 분명히 느껴졌다.태건은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가, 곧바로 고개를 틀어 피했다. 그럼에도 가슴 안쪽이 크게 흔들렸다.태건이 아는 승현은 한 번도 울지 않았다.몇 해 전, D국 코시오가 있는 본가를 습격했을 때도 그랬다. 중상을 입고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승현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고통을 내비치지도 않았고, 약해진 모습을 보인 적도 없었다. 언제나 단단했고, 늘 사람들 앞에 서 있었다.승현은 마치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 같았다.방향을 잃지 않고,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태건이 기억하는 승현의 가장 격렬한 감정, 가장 있을 수 없던 선택은 단 두 번뿐이었다. 하나는 어머니와 관련된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수술실 안에서 사투를 벌이던 유하에 대한 감정이었다.유하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잘못되어서는 안 됐다.태건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만약 유하가 수술실 문을 열고 나오지 못한다면, 그 이후의 승현이 어떻게 될지.태건의 옆에 늘어진 손이 서서히 말려 들어갔다.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솟았다....병원 밖의 폭우는 밤새 그칠 줄을 몰랐다.아침이 되었을 때, 오랫동안 켜져 있던 수술실의 불이 마침내 꺼졌다. 문이 열리고 의료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승현은 즉시 의사에게 다가가려고 일어섰다. 그 순간 관절에서 둔한 소리가 났다.하룻밤 내내 같은 자세로 서 있었고, 그 전에 폭우와 강물 속에 오래 잠겨 있었던 탓에 몸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차갑게 식은 근육이 움직임을 거부하며 저릿하게 울렸다.승현은 그런 감각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다급하게 물었다.의사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은 살려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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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지금은 쉬어야 할 때였다.“불안해.”승현은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그때 병실 밖에서 제법 큰 소란이 들렸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하연우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급히 달려온 듯 숨이 가빴고,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고 있었다.병상에 앉아 있는 승현을 보자마자 연우의 눈이 붉어졌다.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떨어졌다.“승현아!”연우는 울먹이며 다가와 승현의 손을 붙잡았다. 눈물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깜짝 놀랐어. 병원에 왔다는 얘기 듣고 바로 달려왔어. 어디 많이 다친 거야? 어머니는... 어머니는 괜찮으셔?”연우는 승현의 위장 사망 시나리오를 알고 있었다.오늘 밤의 움직임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계속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승현이 병원에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끝까지 듣지 못하고 뛰쳐나왔다.혹시라도 승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하지만 연우의 눈앞에 있는 승현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승현은 아무 표정 없이 연우에게서 손을 빼냈다. 그리고 차갑게 태건을 흘겨봤다.“왜 들여보냈어?”태건은 대답하지 못했다.연우가 굳어 섰다.“승현아...?”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흐르던 눈물이 멈췄고, 연우는 멍하니 승현을 바라봤다.“걱정돼서 온 거야. 네가 다쳤다고 해서... 너 알잖아, 내가...”“나가.”승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하연우,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그런데도 여기까지 기어들어 올 생각을 하다니.”연우는 말문이 막힌 채 서 있었다.“내가 뭘 했는데?”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다. 곧 분노와 서러움이 뒤섞이며 목소리가 높아졌다.“내가 뭘 했냐고? 다 네가 하라는 대로 했잖아! 가짜로 죽은 거 숨겨줬고, 위험한 거 알면서도 코시오 쪽까지 직접 갔어. 정보 모으라고 해서 모아왔고!”“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해, 오승현?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대해!”승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나를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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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병실 밖은 곧 조용해졌다.연우가 끌려 나간 뒤에도 승현은 한동안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없었고, 눈동자는 깊은 웅덩이처럼 가라앉아 있었다.“조사해.”낮고 단정한 목소리였다.“하연우가 해외에 나가 있던 동안 누구랑 접촉했는지.”“국내에서는 또 어떤 사람들과 엮여 있었는지도 전부.”“알겠습니다.”태건은 짧게 대답하고 물러났다....며칠이 더 흘렀다.중환자실 앞.말끔한 정장을 입은 승현이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은 자리였다. 유리 너머의 병상 위에서는 여전히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유하는 아직 눈을 뜨지 못했다.그사이 유하는 몇 차례 위기를 넘겼다.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쇼크가 와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그때마다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아야 했다.그 일 이후로 승현은 눈을 붙이지 못했다.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았다가, 다음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게 될까 봐. 꼭 처리해야 할 외부 일정이 있을 때만 병원을 비웠고, 나머지 시간은 거의 전부 이곳에서 보냈다.유리창 너머에서 천천히 오르내리는 심전도 그래프.그 가느다란 실선의 움직임이, 요 며칠 승현을 병원에 붙잡아 두는 유일한 증거였다.연일 이어진 긴장 탓에 얼굴은 더 창백해졌고,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한순간도 마음을 풀지 못한 흔적이었다.담당의에게서 ‘일단은 안정 상태’라는 말을 듣고서야, 승현은 방호복으로 갈아입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병상 옆 의자에 앉자, 비로소 가까이에서 유하를 볼 수 있었다. 다만 방호복을 사이에 둔 채,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 것만 허락됐다. 시선은 오래도록 유하의 얼굴선을 따라 움직였다.“많이 말랐네.”승현이 작게 웃었다.“그래도... 여전히 예뻐.”침대 위의 유하는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얇고 가벼워 보이는 몸,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방호복을 입은 상태에서도 승현은 손을 허공에 가깝게 얹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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