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유하는 몸이 가볍게 떠 있는 감각 속에서 차갑고 무거운 물살에 휩싸여 있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가 온몸을 얼려 붙잡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몸은 계속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물속 깊은 곳을 향해.‘너무 추워.’몽롱한 의식 속에는 이 감각만이 맴돌았다. 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시야는 완전히 어두웠고, 유하는 본능처럼 몸을 웅크리고 싶었다.‘이렇게까지 추운 줄은 몰랐어.’‘영혼까지 얼어붙은 것 같아.’그런데도 의식은 서서히 또렷해졌다.어둠 속에서 빛이 켜졌다. 빛의 줄기가 스치듯 지나가며 수많은 장면이 눈앞을 채웠다. 유하가 살아오며 겪었던 모든 순간이었다. 웃음과 울음, 기쁨과 상실, 사랑과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 마치 프레임이 하나하나 끊겨 재생되는 것처럼 느리게 흘러갔지만, 실제로는 찰나에 불과했다.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사랑했던 얼굴들, 미워했던 얼굴들, 너무도 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마지막으로 남은 건 소리였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 웅성거렸고, 또렷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유하는 귀를 기울였다. 어딘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왜 이렇게 시끄럽지.’‘생각하기 싫어.’‘너무 춥고, 너무 피곤해.’눈꺼풀이 무거웠다. 돌덩이를 얹어 놓은 듯 천천히 깜빡이다가, 빛과 그림자가 다시 어둠에 잠식됐다. 의식이 흐려졌다. 춥고, 지치고,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희미하게, 허리께를 감싸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꽉 끌어안는 힘, 그와 함께 전해지는 열기. 누군가가 계속해서 끌어당기고 있었다. 목소리도 가까워졌다.울음소리 같은 것도 들렸다.하지만 유하는 너무 추웠다. 너무 피곤했다. 간신히 떠졌던 눈이 다시 천천히 감겼다.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환자분, 과다 출혈로 쇼크 상태입니다. 심정지 발생...”“빨리, 제세동기 준비 됐습니까?.”“200줄 차지!”“...”수술실 앞의 불은 꺼질 줄 몰랐다.오랫동안 켜진 채였다.승현은 수술실 밖에 서 있었다. 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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