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이 갑자기 이렇게까지 순순해진 이유는 뻔했다.산에서의 일을... 유하가 자신을 구하려 했다고 오해한 거다.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그날 산에서, 만약 승현이 혼자였다면, 유하는 정말로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다.폭탄이 터지든 말든, 그대로 두었을 것이다.그만큼 유하는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증오해 본 적이 없었다.이런 마음까지 감당할 각오로, 이런 핏값을 짊어질 만큼.도무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왜 자신이 그런 지경까지 내몰렸는지, 왜 지금 병원 침대에 누워 작은 움직임 하나도 버거운 몸이 되었는지...소성란이 이 일에 휘말려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 일도, 아무 상관도 없던 청산이 휘말려 골절을 입은 일도,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이 생사의 경계에 서 있었던 순간들까지.유하의 몸이 찢어질 듯 아플 때마다, 정말로 죽을 것 같을 때마다 유하는 수없이 후회했다.승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코시오도 만나지 않았을 테고, 하연우와 엮일 일도 없었을 거니까.이 모든 재앙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았을 테고, 유하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유하를 진심으로 아껴 준 사람들 역시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승현을 만나지 않았다면, 자신을 친딸처럼, 친어머니처럼 대해 주던 박영심도 만나지 못했겠지만.그래도 유하는 너무 증오했다. 승현을 떠올릴 때마다 증오는 더 짙어졌다.승현을 미워했고 동시에 자신이 미웠다.승현에게 수없이 속았던 것보다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음의 문턱에 섰다는 사실이 유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그 사람들은 유하를 사랑했다.그런데 그 사랑 때문에, 그리고 유하 때문에 상처 입고, 거의 죽을 뻔했다.그래서 유하는 승현을 용서할 수 없었다.눈을 감았다. 심장과 폐 깊숙이서 끓어오르는 증오가 통증으로 번지는 걸 꾹 참았다.승현을 외면하고 한 단어 한 단어 또렷하게 말했다.“오승현, 나한테서 좀 떨어져.”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네가 나한테 했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