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771 - Chapitre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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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유하가 내뱉은 말은 말 그대로 화풀이였다.그때는 누가 자신을 구하러 왔는지 몰랐지만, 설령 그게 승현이라는 걸 알았더라도, 그날 현장에는 승현의 명령을 따랐던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까지 모두 죄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죽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앞에 폭탄이 묻혀 있다는 걸 알고, 다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도, 유하는 여전히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쪽으로, 가능하다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으로.그렇지 않다면 설령 자신만 살아남았다 해도, 남은 인생 내내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죄책감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승현에게만큼은 달랐다.유하의 마음속에는 분명 분노도 있었고, 원망도 있었다. 그래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승현의 마음을 깊숙이 찌르도록 던지고 싶었다. 승현만 보면, 좋은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리 없었다.이럴 때는 더더욱.생각나는 대로, 가장 독한 말부터 내뱉고 싶었다.승현도 그걸 알고 있었다.그리고 유하의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은 더 잘 알고 있었다.만약 그날, 유하가 자신이 간다는 걸 알았고, 구하러 가는 사람이 자기 혼자였다면...유하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차를 그대로 몰아 폭탄을 터뜨렸을지도...유하는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이었다.그게 기쁜 건지, 슬픈 건지.승현 자신도 알 수 없었다.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유하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늘 특별했다. 그 특별함이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알 수 없어도 특별하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었다.승현은 작게 웃었다. 긴 속눈썹이 내려오며 까맣게 가라앉은 눈을 가렸다.‘이 인간이 미쳤나?’승현의 웃음소리를 듣고, 유하는 잠시 멍해졌다.‘지금 웃을 상황이야?’‘비웃는 거야? 나를...’속에서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한마디 더 쏘아붙이려고 할 때 유하의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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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아직 상처도 다 낫지 않았는데 그렇게 움직이면 안 됩니다. 봉합 부위가 벌어지면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어요.”한밤중에 소란이 나자, 당직 의사가 급히 달려와 유하에게 응급조치했다.유하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승현에게 눌려서 한참 강제로 키스 당하고, 겨우 숨을 고른 뒤에도 팔이 눌린 채였고, 바로 앞에 있는 승현의 얼굴을 보는 순간... 참지 못했다.그대로 자기 머리로 승현을 들이받았다.다만 갑자기 그녀는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연결돼 있던 관들이 함께 당겨지며 연속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유하에게는 별문제는 없었고, 다만 머리에 혹이 하나 생겼을 뿐이었다.의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은 채, 두 사람의 이마를 번갈아 보다가 마지막으로 승현의 이마에 올라온 작은 혹에 시선을 멈췄다. 그다지 좋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그리고 보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는 지금 휴식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면회가 적절하다고 보긴 어렵고요. 이 시기에는 감정 기복도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보호자일수록 더 주의해 주세요.”요 며칠 병원에서 승현은 줄곧 남편인 것처럼 행동해 왔다. 다친 유하를 병원에 데려온 것도, 밤마다 곁을 지킨 것도 그였다. 의료진 역시 자연스럽게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그래서 의사도 그렇게 불렀다.하지만 유하에게는 그 호칭이 거슬렸다.막 반박하려던 찰나, 승현이 먼저 웃으며 말을 끊었다.“알겠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 많으십니다, 선생님. 앞으로는 아내의 감정 관리는 제가 더 신경 쓸게요.”의사가 나간 뒤, 유하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무슨 아내? 오승현, 너 판결문 받았을 거잖아. 우리, 완전히 끝났어.”그녀는 어렵게 승현을 한 번 제대로 밀어냈다.승현의 위장 사망을 알게 된 직후, 유하는 불안했다. 한쪽 배우자의 사망으로 종료된 혼인이, 사망 선언이 취소되면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닌지. 그게 가장 두려웠다.확인을 마친 뒤, 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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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정말로, 흔적도 없이 말끔하네.’‘너무 깨끗해서 더 잔인하잖아.’‘소유하라는 여자... 항상 이런 식이었지.’‘항상 나에게만... 유독 나에게만 이렇게 잔인했잖아.’‘내가 너무 봐줬나?’승현의 눈가에 붉은 기운이 스쳤다.‘화내면 안 돼. 참아야 해... 반드시...’‘내가 지금 화를 내고, 터뜨리면, 더 망가질 거야.’승현은 병실에 오기 전, 석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지금처럼 밀어붙이면 아무것도 해결 안 된다는 말.조금만, 정말 조금만 참아야 한 말.승현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가라앉힌 뒤 고개를 들었을 때, 얼굴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알겠어. 그렇게 할게.”승현은 지나치게 온순했다.목소리도, 태도도.너무 순순히 나오는 태도가 오히려 수상했다.유하는 잠깐 멈칫했다.‘뭐지? 이렇게 쉽게 넘어간다고?’괜히 등골이 서늘해졌다.이유 없는 불안감.설명하기 힘든 위화감.하지만 오늘 유하는 몸도 마음도 한계였다. 오늘 견뎌낸 통증과 자극이 한도를 초과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과부하 상태였기 때문에 더는 승현과 말 섞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그가 더 이상 결혼이니, 부부니 하면서 반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숨이 좀 트였다.‘끝났구나. 이제야 정말로...’유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당장이라도 나가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어 망설이다가 물었다.“너... 너희 어머니는...”박영심.코시오 때문에 중독 증상이 생겼던 향수.USB는 아직 유하에게 있었다.“코시오가 자료 제공은 끝까지 거부했어.”승현은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그래도 네가 보낸 검사 자료가 꽤 도움이 됐어. 몇 가지 방법을 병행해서 지금은 상태가 안정됐고. 완전히 낫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 너무 걱정 안 해도 돼.”그 말에 유하는 안도했다.동시에 의문이 들었다.‘승환이 깨어난 뒤에도... USB 얘기는 안 했나? 왜일까...’그리고 이제 승현과의 과거 관계도 정리됐고, 법적으로도 완전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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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승현이 갑자기 이렇게까지 순순해진 이유는 뻔했다.산에서의 일을... 유하가 자신을 구하려 했다고 오해한 거다.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그날 산에서, 만약 승현이 혼자였다면, 유하는 정말로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다.폭탄이 터지든 말든, 그대로 두었을 것이다.그만큼 유하는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증오해 본 적이 없었다.이런 마음까지 감당할 각오로, 이런 핏값을 짊어질 만큼.도무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왜 자신이 그런 지경까지 내몰렸는지, 왜 지금 병원 침대에 누워 작은 움직임 하나도 버거운 몸이 되었는지...소성란이 이 일에 휘말려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 일도, 아무 상관도 없던 청산이 휘말려 골절을 입은 일도,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이 생사의 경계에 서 있었던 순간들까지.유하의 몸이 찢어질 듯 아플 때마다, 정말로 죽을 것 같을 때마다 유하는 수없이 후회했다.승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코시오도 만나지 않았을 테고, 하연우와 엮일 일도 없었을 거니까.이 모든 재앙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았을 테고, 유하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유하를 진심으로 아껴 준 사람들 역시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승현을 만나지 않았다면, 자신을 친딸처럼, 친어머니처럼 대해 주던 박영심도 만나지 못했겠지만.그래도 유하는 너무 증오했다. 승현을 떠올릴 때마다 증오는 더 짙어졌다.승현을 미워했고 동시에 자신이 미웠다.승현에게 수없이 속았던 것보다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음의 문턱에 섰다는 사실이 유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그 사람들은 유하를 사랑했다.그런데 그 사랑 때문에, 그리고 유하 때문에 상처 입고, 거의 죽을 뻔했다.그래서 유하는 승현을 용서할 수 없었다.눈을 감았다. 심장과 폐 깊숙이서 끓어오르는 증오가 통증으로 번지는 걸 꾹 참았다.승현을 외면하고 한 단어 한 단어 또렷하게 말했다.“오승현, 나한테서 좀 떨어져.”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네가 나한테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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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아니, 아니요, 고모할머니.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오실 필요 없어요. 진짜로요.”“네, 네. 제가 할게요.”“약속드릴게요. 오늘부터 매일 연락드릴게요. 네, 절대 연락 끊기지 않게요. 지금 영상 통화요? 저, 저 방금 깼어요. 얼굴도 안 씻었고, 옷도 아직... 진짜예요.”이른 아침이었다.청산이 핸드폰을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유하가 며칠 동안 계속 의식이 없어서 전화받을 수 없었고, 그동안 소성란에게서 걸려 온 전화는 항상 유하보다 먼저 깨어 있던 청산이 대신 받았다. 적당히 둘러대며 상황을 넘긴 것도, 괜히 소성란이 걱정할까 봐서였다.이제 유하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자, 마침 오씨 가문의 일까지 연달아 전해진 터라 소성란 쪽에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유하를 직접 보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청산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들고 올 수밖에 없었다.유하는 소성란을 만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이럴 줄 알았지.’승현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소성란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청산이 옆에서 계속 말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미 유하를 보러 귀국 비행기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렇게 되면 얼마나 난리가 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국내에 남아 있는 이 엉망진창인 상황에 본인 몸 상태까지 더해지니 유하는 도저히 소성란을 만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영상 통화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최소한 상처가 좀 아물 때까지는, 아니 아예 다 나을 때까지는 절대 만나서 얼굴을 보여 줄 엄두를 낼 수 없었다.그래서 유하는 필사적으로 말을 이었다.“고모할머니, 정말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 괜찮아요. 전화 못 받은 건요...”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핑계에 유하는 바로 말을 이었다.“왕실 결혼식에 쓰일 웨딩드레스 때문이에요. 아시죠, 베일에 알랑송 레이스 들어가는 거. 공정이 너무 복잡해서 집중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며칠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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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유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근데 내가 계속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그땐 장담 못 해.”상처가 언제 다 나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게다가 침대 옆으로 늘어진, 붕대로 가득 감긴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며 한 번 움찔했다. 최근 손을 여러 번 다쳤고, 산길에서 지명훈을 수갑으로 끌어당기던 과정에서 뼈가 눌리듯 다쳐 신경을 건드린 것 같았다. 요즘은 이유 없이 통증이 올라올 때도 있었다.‘만약... 정말 회복되지 않으면...’그러면 이 손으로는 더 이상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없게 된다.왕실 웨딩드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가장 중요한 베일은 더더욱.이번 한 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설령 이후에 디자인을 계속할 수 있다고 해도,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무대 위 최전선에서 경쟁하며 빛나는 일도 더는 할 수 없다.심장이 커다란 돌에 눌린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아래로 한없이 가라앉았다.그때, 침대 옆에 늘어진 손 위로 따뜻한 온기가 얹혔다.한 큰 손이 유하의 손을 감싸 쥐었다.유하가 고개를 들자 청산이 미소를 띤 채 부드럽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도 전에 신경 다친 적 있었어. 그래도 다 나았어. 그때 나 치료해 줬던 주치의를 해외에서 불렀어. 이틀 안에 도착할 거야. 나을 수 있을 거야.”승현이 그의 손뼈를 부러뜨렸던, 그때 일을 말하는 걸까?유하의 가슴이 순간 조여 왔다.하지만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손가락을 조금 굽혀 청산의 손을 살짝 걸고, 가볍게 흔들었고,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문지르듯 움직이며 낮게 답했다.“응.”유하는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 청산이 그렇게 말했으니까.두 사람의 손가락은 그대로 얽힌 상태였는데, 그때 청산이 조용히 물었다.“어젯밤에 오승현이 왔었어?”유하의 손가락이 굳었다.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청산이 되레 더 단단히 걸어서 당겼고 빠지지 않았다. 이어서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이유 모를 불안이 올라왔지만, 유하는 억누르고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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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유하가 보기엔, 승현 같은 인간은 정말 골칫덩어리였다.결과만 보고 과정은 신경 쓰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그런 사람과는 누구도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체면을 차릴 여지도 없이 밀어붙이는 타입.본인이 스스로 납득하고 포기하지 않는 한, 끝까지 주변 사람들만 괴롭히고 문제를 만들어 낸다.그 인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유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순수하게 화가 났다.유하는 청산의 한쪽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그 얘기는 그만하자. 어젯밤에 이미 다 말해 놨어. 더는 버티지도 않더라.”“응, 그 얘긴 하지 말자.”청산은 다른 한 손을 재킷 주머니에 넣더니, 약혼할 때의 루비 크라운 반지를 꺼내 유하의 손 위에 올려놓고 눈을 들어 웃으며 말했다.“수술할 때 의사 선생님이 네 손에서 빼 두셨어. 내가 대신 보관하고 있었어.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손 다 나으면 그때 다시 껴.”차가운 반지가 손바닥에 닿았다.유하는 반지를 쥐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아침부터 이것저것 정신없이 지나가자, 유하는 다시 피로를 느꼈다. 병실 이동은 오후에 하기로 했으니, 그전까지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다.회복 중엔 원래 잠을 많이 자는 게 도움이 된다.청산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다시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에 조용히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배설아를 보고, 유하는 깜짝 놀랐다가 곧바로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들 왜 이래?’찾아와 놓고 말도 없고, 사람이 깨어나도 아무 말도 없다.뭘 어쩌라는 건지.“네 운명도 참 지독하다.”설아는 유하의 몸을 훑어보며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우리가 지난번에 병원에서 본 게 얼마 전이었지? 그런데 또 병원이야. 이번엔 진짜 죽을 뻔했고. 이렇게 다치고도 살아난 거 보면,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무슨 일이야?”유하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너 보러 왔지.”설아는 작은 칼로 사과를 깎으며 고개도 들지 않고 유하의 질문에 대답했다.“승현이 널 찾아왔더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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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설아가 원하는 것... 유하는 기억하고 있었다.이전에 설아가 승현과 손을 잡았던 이유도 재윤에게 과거의 피비린내 나는 기억을 억지로 떠올리게 하고 성격을 뒤틀어 놓겠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그걸 이유로 두 사람은 협력했고, 결국 아이를 그 지경까지 몰아넣었다.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둘 다 정상은 아니었다.미친 사람들이었다. 지극히 비뚤어지고, 거의 병적인 집착 수준이었다.그 대가로 설아는 승현을 도와, 유하를 속여 국내로 돌아오게 했다. 그 외에 무엇을 더 약속했는지는 유하는 알지 못했다. 재윤이 깨어난 이후, 설아는 그 협력을 더는 이어 가지 않았으니까.하지만 유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설아가 말했다.승현과의 이전 협력에서, 자신은 아직도 원하는 것이 하나 남아 있다고.그건 오씨 가문, 그리고 승현에게서만 얻을 수 있고, 당시 협상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였다고.그 이후 두 사람이 다른 형태로 협력 관계를 맺었지만, 유하는 그 ‘물건’이 무엇인지 끝내 알지 못했다.그리고 지금 설아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눈치였다.“원하시는 게 뭔지,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유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제가 찾아볼 수 있으면...”“안 돼.”설아는 반쯤 먹은 사과를 손에서 굴리며 잘라 말했다.“전에 이미 말했잖아. 그건 오씨 가문, 승현만 줄 수 있어. 아니면 오씨 가문 본가 사모님 쪽에서도 가능하고.”그녀는 유하를 내려다보며 이어갔다.“우리가 합의한 뒤로 난 약속대로 오승현이랑 연락도 끊었고, 그 인간 일에 더는 손도 안 댔어. 억지로라도 평범한 ‘좋은 엄마’ 흉내 내면서 참고 있었고. 네가 요구한 건 다 했잖아.”그리고 차갑게 말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네가 먼저 약속을 깨겠다고?”“소유하, 날 가지고 노는 거야?”설아의 목소리는 감정이 빠진 듯 냉정했다.“내가 무슨 자선사업가인 줄 알아? 네가 약속을 어기고, 네가 해야 할 걸 안 하면 난 다시 오승현과 손잡을 수밖에 없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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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위협인가?’‘아니, 이건 분명 위협이야.’유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그건...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래요? 누구를 말하는 건데요? 사람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게 말이 됩니까?”설아는 미소를 지었다.“왜 안 돼?”아주 태연한 얼굴이었다.“시간은 조금 줄게. 어차피 너 지금 누워만 있잖아,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고.”그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그래도 퇴원 전까지는 꼭 답을 줘. 그때까지만 기다릴게.”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설아는 웃음을 흘렸다.“아, 그래도 그땐 알게 될 거야. 나와 오승현 둘 중에 도대체 누가 더 멀쩡한 사람인지.”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문 쪽으로 걸어가며 덧붙였다.“재수 없는 인간아. 얼른 몸이나 나아. 시간 나면 또 보러 올게.”끝까지, 오씨 가문에 있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었다. 유하의 몸은 각종 의료 기기에 연결된 상태라 자리에서 일어나 쫓아갈 수도 없었다. 붙잡고 캐묻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그게 더 답답했다.무엇보다 정말 예상 밖이었다.승현이 설아에게 일을 맡기면서 그 대가로 ‘사람’을 거래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사실이.‘역시...’유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정상적인 사고방식은 아니지.’미친 사람들의 논리는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여유도 없었다. 퇴원 전까지 이 협정을 계속 가져갈지, 아니면 깨뜨릴지, 그리고 그로 인해 이어질 결과들을 차분히 따져 봐야 했다. 그 결과는 분명 그녀 자신에게만 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재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대체 어떤 사람인데...’만약 설아가 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만 있다면.하지만 그러려면 오씨 가문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지금 유하가 가장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미쳤다고 거길 다시 찾아가나?’‘겨우, 정말 겨우 끊어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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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시곗바늘이 어느새 정오를 가리켰다.병원 식단이 입에 맞지 않아, 늘 그렇듯 따로 초대한 셰프가 만든 영양식을 들고 온 차동석은 문을 열기도 전에 병실 안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에 차동석의 얼굴에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올랐다.가볍게 문을 두드린 뒤, 안에서 대답이 들리자 들어오며 말했다.“대표님, 유하 씨. 점심 드실 시간입니다.”“감사합니다.”침대에 기대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 유하는 차동석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차동석이 침상 테이블을 고정하고, 영양의 균형을 맞춘 음식들을 하나하나 올려놓았는데... 마지막으로 유하 앞에 놓인 건, 고깃국물 한 그릇뿐이었다.유하는 이해가 안 됐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지금은 조금만 드셔도 된다고 하셨어요. 아직은 많이 드시면 안 되고, 영양 수액도 며칠 더 맞아야 한다고요.”차동석은 설명했다.청산은 아직 식사를 시작하지 않은 채, 먼저 국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한 숟갈 떠서 유하 입가로 가져갔다.유하는 지금 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누군가가 대신 음식을 떠서 먹여 줘야 했다.국물은 맛있는 냄새가 진했고, 맛도 좋았다. 몇 숟가락 받아먹고 나서 유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다른 음식들을 힐끗 바라봤다. 색감도 좋고 향도 좋은 음식들이었다. 국물만 먹어도 이렇게 맛있는데, 저건 얼마나 맛있을까?‘나도 먹고 싶은데...’제대로 된 식사를 한 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흐릿했다.“의사 선생님이 허락해야 먹을 수 있어.”청산은 정해진 양만큼 국을 먹인 뒤, 유하의 아쉬운 시선을 무시하듯 국그릇을 내려놓고 자기 식사를 시작했다.그가 껍질을 벗겨 소스에 찍은 분홍빛 새우를 한입에 넣는 걸 보자, 유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맛있어?”“응. 신선하고, 소스도 잘 맞아.”청산은 고기를 하나 더 집어 들며 웃었다.“너는 아직 안 돼.”‘그럼 내 앞에서 먹지 말지...’유하는 갑자기 병실을 옮긴 걸 후회했다. 이미 옮긴 이상 어쩔 수 없었고, 할 수 있는 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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