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연우는 달랐다.연우는 하씨 집안을 떠받칠 대들보 같은 존재였고, 아버지와 함께 하씨 집안을 더 높은 자리로 끌어올릴 사람이라고 믿어왔다.그렇게 생각했기에 정략결혼 같은 일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차피 자신을 위한 일이었으니까. 더구나 상대는 오씨 가문의 승현이었다. 하씨 집안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집안이었고, 연우가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기도 했다. 충분히 어울리는 상대였다.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사생아가 하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철저히 숨겨져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장 귀한 존재로 대접받는, 병약한 사생아 남동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에야 연우는 깨달았다.자신은 특별하지도 않고, 주연과 다를 게 없었다.연우의 결혼도, 연우의 희생도, 연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언젠가 자신이 물려받을 거라 믿었던 가문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모두, 그 병약한 남동생을 위해 준비된 길이었다.전부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었다.그것은 연우가 얼마나 뛰어난지, 연우가 얼마나 희생했는지와는 무관했다.전혀 상관이 없었다.하지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라고 묻는 순간, 연우의 얼굴에 걸려 있던 웃음은 서서히 사라졌다.연우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물었다.“아빠, 우리 집안은 제 거죠?”질문은 너무도 직설적이었다.예전 같았으면 웃으며 ‘당연하지’라고 답했을 하지철은 연우의 앞뒤 말을 들으며 무언가를 느낀 듯했다. 얼굴의 미소는 옅어졌지만,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너는 우리 집안 사람이잖아. 네 것이 아니고 뭐겠니.”애매한 대답이었다.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이때 이미 연우는 답을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미련이 남아서였는지, 아니면 모든 걸 내던지고 싶어서였는지, 연우는 다시 물었다.“그럼 아빠, 저를 지켜주실 거죠?”“물론이지.”하지철은 그렇게 답했다.승현과의 관계, 오씨 가문과의 혼인 가능성,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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