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의 모든 챕터: 챕터 791 - 챕터 800

841 챕터

제791화

코시오와 다시 엮이게 된다면...“반역죄.”유하가 반사적으로 내뱉었다.“맞아.”청산이 미소를 지었다.“우리가 전에 추정한 대로라면, 설령 오승현이 하지철 쪽을 보증했다고 하더라도 윗선에서는 최소한 한 번쯤은 불러서 확인했어야 해.”“그런데 지금까지 아무 움직임이 없다는 건... 아마 윗선은 하지철 쪽에서 이 일에 관여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뜻일 거야.”유하의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렇다면 이 자료를 올리면, 정부 측은 바로 하씨 가문이 코시오 건에 연루됐다는 걸 인지하게 되겠지.’그다음은 명확했다.수차례의 고의적인 살인 미수.살인범을 고용했거나, 심지어 교육해서 길러냈을 가능성.그리고 반역죄.마지막 죄목에 비하면 앞의 두 가지는 오히려 약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만약 조사 결과가 사실로 드러나고, 하지철 쪽의 코시오 개입이 전부 승현의 지시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면, 즉 이른바 ‘첩자’의 단독 행동이 아니라면.하지철 쪽은 이번에 완전히 끝장이었다.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었다.이번 작전의 총책임자는 승현이었다.승현이 연우를 일부러 투입한 건 코시오를 잡기 위한 내부 작전이었다고 주장한다면, 반역죄는 성립되지 않는다.오히려 하지철 쪽은 표창받을 수도 있었다.그래도 시도해 보지도 않기엔 아까운 기회였다.좀처럼 오지 않을 기회였다.“일단 자료부터 올리자.”유하의 손이 이불 위에서 살짝 움켜쥐어졌다. 천이 구겨졌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떠 있었다.“설령 반역죄까지 안 가더라도 고의적 살인 미수만으로도 충분히 형은 나와.”이 일에 관해서는.유하와 태씨 가문의 태준혁, 두 사람 모두 증인이었다.그리고 피해자이기도 했다.“하연우 그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돼?”청산이 물었다.“아, 그거?”유하는 떠올렸다. 연우가 MB그룹 본사에서 자동화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움직였는지.만약 그게 실제로 MB그룹 산하 사업에 적용된다면, 하씨 가문에는 죄목이 하나 더 늘어났다.경제범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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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무슨 일이야?”승현은 시선을 창밖으로 던진 채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하겠답니다.” 태건이 답했다.“내보내.”승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알겠습니다.”태건은 짧게 응한 뒤,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그리고 방금 소식이 하나 더 들어왔습니다. 임청산 쪽에서 상부에 검거 관련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하씨 가문과 하연우에 관한 건인데, 자료 안에 코시오 관련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그는 운전대를 한 손으로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앞쪽 수납함에서 태블릿을 꺼내 뒤로 내밀었다.“자료는 그대로 복사해서 올려두었습니다.”승현은 태블릿을 받아 들었다.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백 페이지가 훌쩍 넘는 자료를 대강 훑은 뒤, 승현은 웃음을 흘렸다. 눈에는 온기가 없었다.“내 와이프 뜻이었군.”이미 하지철 쪽 일은 정리하는 중이었다.하지철 쪽을 계속 주시하던 유하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임청산을 통해 이런 자료를 올렸다는 건, 승현을 믿지 못한다는 뜻일까?굳이 임청산을 택해서?승현은 미소를 유지한 채 차갑게 식은 눈으로 태건을 보며 말했다.“그린힐로 돌아가. 연우에게 기다리라고 해.”“알겠습니다.”...그린힐.연우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따뜻한 차가 놓여 있었다. 마음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숨이 트였다.그녀는 지난번에 승현을 만났을 때는 좋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둘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아버지 하지철 쪽의 요구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연우는 지금까지도 승현 앞에 나타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FK테크에서 진행 중인 그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연우는 마음 한구석이 편할 수 없었다.하지만 승현은 여전히 FK테크의 지분 회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지분의 소유주는 연우였다. 문서에도 분명히 그렇게 명시돼 있었다. 그 사이 그녀는 다른 걸 고민할 여유도 없었고, 연구 개발 속도를 끌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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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승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연우는 많은 생각을 했다.20년이 넘는 시간, 그 긴 인연을 떠올리다 보니 그동안 승현이 보여준 묵인과 타협, 그리고 늘 마지막에는 연우에게로 돌아오던 태도들이 하나둘 겹쳤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자 연우의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았다.이어서 자세도 자연스럽게 편안해졌다.연우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미간을 느슨하게 한 채 앞에 놓인 도자기 찻잔을 들어 올렸다. 한 모금 마신 뒤, 이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차야?”찻잎 향 사이로 은근한 과일 향이 섞여 있었다.달콤한 맛이 남았다.‘승현이 이런 걸 마신다고?’차 트레이를 들고 앞에 서 있던 윤해월은 그 말을 듣고 연우를 바라보았다. 윤해월의 시선에 묘한 기색이 스쳤다. 어떻게 연우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했지만, 어쨌든 주인의 손님이었다.“하연우 씨, 이건 사모님께서 전에 직접 블렌딩하신 과일차 레시피예요. 홍차를 베이스로 했습니다.”‘사모님?’‘무슨 사모님이야.’‘소유하가 이미 이혼하고 나간 지가 언젠데!’연우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세게 내려놓았다. 윤해월을 향한 말투에는 여유가 없었다.“이모님, 과일차가 이 정도면 맛이 너무 별로잖아요. 귀한 손님 대접을 이런 걸로 해요? 다른 차로 바꿔주세요.”윤해월은 인상을 찌푸렸다. 말투도 곱지 않았다.“죄송합니다, 하연우 씨. 집에 다른 차는 없습니다.”사실이었다.지난 1년 넘게 유하는 이쪽에 발을 들인 적이 없었고, 준서 역시 대부분 오국수 쪽이나 본가에서 지냈다. 그린힐에 있는 집은 계속 비어 있었다. 최소한의 관리만 유지됐을 뿐이다.최근에야 승현이 돌아오면서 이곳에 사람이 드나들기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많지는 않았다.그리고 이번에 돌아온 승현은 예전과 달랐다.준서와 승현이 매운 음식을 즐기던 것과 달리, 유하는 늘 단 걸 좋아했고 과일차를 즐겼다. 유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재료를 고르고 끓이는 방식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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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목소리는 담담했다.“거기 앉아.”“승현아.”연우는 금세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예쁜 눈매에 옅은 억울함이 떠올랐다.“안 앉아? 그럼 서 있든가.” 승현은 별다른 감정 기복 없이 말을 이었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나 찾은 이유가 뭐야?”원래라면 방금 윤해월이 자신을 무례하게 대했던 일을 꼬투리 삼아 크게 만들어서, 승현에게 그 사람을 처리해 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승현의 태도를 보자 연우도 그럴 만큼 상황을 오판하지는 않았다.연우는 얌전히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대단한 일은 아니고... 네가 요즘 집에 통 안 들른다고 아버지가 그러셔서. 내일 저녁에 한 번 들르라고 하셨어.”말하며 연우는 곁눈질로 승현의 기색을 조심스레 살폈다.승현이가 뚜렷하게 불쾌해 보이는 반응이 없자 그녀는 그제야 말을 덧붙였다.“우리 예전에 다 얘기된 거잖아. 너도 가기로 했고...”“하.”승현은 짧은 비웃음이 흘러나오자, 연우는 말끝을 삼켰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왜... 왜 그래?” 연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지철 딸답다 싶어서.” 승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똑같이 뻔뻔해.”연우의 표정이 굳었다.“그게 무슨 말이야?”“네 아버지가 진짜 아무 말도 안 했어? 아니면 네 어머니가 입 다문 건가. 그럼 꽤 잘 참았네.” 승현은 웃는 얼굴로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면 아직도 내 앞에서 연기 중이야?”“무슨 소리야?”연우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집을 나서기 전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서재에서 터져 나오던 고성.바닥에 부딪혀 산산이 깨지던 도자기 소리.붉게 부은 얼굴로 울고 있던 어머니.무릎 위에 얹힌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연우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유지하려 했다.“승현아, 그 말이 무슨...”승현은 대답하지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몇 번 가볍게 눌렀다. 그와 거의 동시에 연우의 가방 안에서 핸드폰 알림음이 울렸다.“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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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그래서 나도 약속은 지켰어. 그런데 너는 뭘 했지?”승현이 연우의 말을 끊었다. 표정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하연우, 네가 한 일들, 하나하나 다 내가 입으로 정리해 줘야겠어?” 승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내 아내한테 한 짓, 내 어머니에게 했던 행동들, 이미 계약에서 정한 선은 훌쩍 넘었어. 거기다...”승현은 말을 멈추더니, 갑자기 웃었다.마치 농담을 던지듯, 연우를 향해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낮게 한 문장을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연우의 표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거실은 오래도록 고요했다. 연우는 승현을 바라봤다. 마치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존재를 보는 것처럼 두려움과 절망이 가슴 깊숙이 차올랐다.‘이렇게 된 거였어?’연우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그 대신 증오가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왔다. 선명하던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가득 차올랐다. 마치 금이 간 유리처럼, 붉은 흔적이 번지며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하지만 승현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무언가를 음미하듯, 연우의 눈에 번진 붉은 기색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소파 한쪽에 팔꿈치를 괴고 비스듬히 기대앉은 채 말투는 느긋했다.“그래도 네가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내 앞에 앉아 있는 이유는 알 거야.”승현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넌 똑똑한 사람이잖아. 그렇지?”“하연우.”짧은 호명 뒤, 승현은 낮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게 네 마지막 기회야.”...그린힐을 나선 밤.연우는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다가 정신이 흐트러진 채로 거의 화단 쪽으로 차를 몰 뻔했다. 연달아 앞차를 들이받을 뻔한 뒤에야 연우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단속 딱지가 붙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연우는 차 안에 오래 앉아 있었다. 방금 승현이 했던 말들, 그리고 직접 확인한 것들... 아버지에 관한 일, 상부로 올라간 검거 자료까지.연우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승현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뜻대로 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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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연우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마침 저녁 시간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다이닝룸에 들어선 연우는 이미 표정을 정리한 상태였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아 있는 하지철과 늘 끝자리에 앉은 진주연을 차례로 스쳤다. 연우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아빠, 엄마는요?”식탁 어디에도 류정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하지철은 식기를 쥔 손을 잠시 멈췄다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몸이 좀 안 좋아서 방에서 쉬고 있다. 우리 먼저 먹으면 된다.”“그럼 제가 올라가서 엄마 좀 뵙고 올게요.”연우는 몸을 돌려 계단 쪽으로 향하려 했다. 그때 뒤에서 아버지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날아왔다.“앉아.”연우가 움직이지 않자, 하지철의 목소리에 불쾌함이 섞였다.“내가 먼저 먹자고 했잖아.”잠시 침묵이 흘렀다. 연우는 끝내 폭발하지 않았다. 주연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연우는 순순히 방향을 바꿔, 아버지의 왼편,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하지철의 표정이 그제야 누그러졌다.하지철은 갈비 하나를 집어 연우의 접시에 올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걱정할 거 없다. 낮에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를 좀 듣고 많이 울어서 머리가 아픈 거야. 푹 자면 괜찮아질 거다.”그러고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꿨다.“그런데 승현이한테는 얘기했니? 내일 저녁에 온다고 하던가?”“네.”연우는 고개를 숙인 채 갈비를 조금 베어 물었다. 목소리는 작게 눌려 있었다.“아빠, 드릴 말씀이 하나 있어요. 식사 끝나고요.”“그래, 그래.”승현이 온다는 말에 하지철은 흡족한 듯 웃으며 다시 연우에게 반찬을 올려주었다.식탁 끝자리에 앉은 주연은 말 그대로 없는 사람 취급이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주연 역시 개의치 않았다. 갈비 하나를 손에 쥐고 보기 좋지 않게 뜯어먹고 있었다.하지철이 한 번 흘겨보고, ‘언니만도 못하다’라는 식의 말을 던져도, 주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조금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원래 그런 사람이었다.어차피 자신은 이 집안의 명문가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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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하지만 연우는 달랐다.연우는 하씨 집안을 떠받칠 대들보 같은 존재였고, 아버지와 함께 하씨 집안을 더 높은 자리로 끌어올릴 사람이라고 믿어왔다.그렇게 생각했기에 정략결혼 같은 일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차피 자신을 위한 일이었으니까. 더구나 상대는 오씨 가문의 승현이었다. 하씨 집안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집안이었고, 연우가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기도 했다. 충분히 어울리는 상대였다.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사생아가 하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철저히 숨겨져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장 귀한 존재로 대접받는, 병약한 사생아 남동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에야 연우는 깨달았다.자신은 특별하지도 않고, 주연과 다를 게 없었다.연우의 결혼도, 연우의 희생도, 연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언젠가 자신이 물려받을 거라 믿었던 가문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모두, 그 병약한 남동생을 위해 준비된 길이었다.전부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었다.그것은 연우가 얼마나 뛰어난지, 연우가 얼마나 희생했는지와는 무관했다.전혀 상관이 없었다.하지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라고 묻는 순간, 연우의 얼굴에 걸려 있던 웃음은 서서히 사라졌다.연우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물었다.“아빠, 우리 집안은 제 거죠?”질문은 너무도 직설적이었다.예전 같았으면 웃으며 ‘당연하지’라고 답했을 하지철은 연우의 앞뒤 말을 들으며 무언가를 느낀 듯했다. 얼굴의 미소는 옅어졌지만,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너는 우리 집안 사람이잖아. 네 것이 아니고 뭐겠니.”애매한 대답이었다.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이때 이미 연우는 답을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미련이 남아서였는지, 아니면 모든 걸 내던지고 싶어서였는지, 연우는 다시 물었다.“그럼 아빠, 저를 지켜주실 거죠?”“물론이지.”하지철은 그렇게 답했다.승현과의 관계, 오씨 가문과의 혼인 가능성,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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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그리고 그 사람은 연우가 아니었다.“하하.”연우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아직도 이것저것 지시를 늘어놓고 있던 하지철의 말이 뚝 끊겼다. 하지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하연우를 보았다.“뭐가 웃겨?”“아무것도 아니에요.”연우는 눈매를 부드럽게 접었다. 눈가에 물기가 어려, 원래도 선명한 얼굴이 더 또렷해 보였다. 크게 웃어 보였지만, 몸 옆으로 늘어진 손가락은 이미 살을 파고들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 목소리만은 여전히 부드러웠다.“알겠습니다.”“아빠.”“어떻게 해야 할지 이제 알겠어요.”“제가 잘할게요.”말을 마치자마자, 하지철의 반응을 기다리지도 않고 하연우는 깊게 허리를 숙였다. “엄마 뵙고 올게요.”말을 남긴 채, 하지철이 허락하든 말든 그녀는 그대로 몸을 돌려 위층 침실로 올라갔다.이번에는 하지철이 연우를 붙잡지 않았다....다음 날.유하는 아침 8시가 훌쩍 넘어서야 눈을 떴다.수액은 이미 새것으로 교체돼 있었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탓에 요즘은 상주 간병인을 불러 곁에서 씻는 것부터 일상적인 일까지 도와주고 있었다.청산은 그 일을 대신하고 싶어 했다.하지만 다리 골절 상태로는 자기 몸 하나 챙기기도 벅찼다.게다가 자신의 느낌이었지만, 유하가 단호하게 그런 도움을 거절한 뒤로 청산의 표정에는 어딘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뭘 아쉬워해.’유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세수를 마친 뒤, 유하는 침대 끝에 기대앉아 청산이 떠먹여 주는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청산이 읽어 주는 책 이야기를 잠시 들었다. 그러다 점심 무렵,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청산의 손 신경 치료를 맡았던 의사가 해외에서 도착했다는 것이었다.“유하야, 이분은 제이슨 김 교수님이야. 정형외과랑 신경과 쪽으로 아주 유명해. 제이슨이라고 불러도 되고, 교수님이라고 불러도 돼.”곧 청산이 의사를 데리고 병실로 들어왔다. 말투에서 두 사람의 친분이 느껴졌다.유하는 청산의 뒤쪽을 바라봤다.붉은색 곱슬머리의 중년 남자였다. 흰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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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장진철 교수.이 이름은 의학계에서는 기둥 같은 존재였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름이었다.모르는 사람이 없었다.특히 유하에게는 더 그랬다.유하는 장진철 교수를 단순히 이름만 들은 적이 있는 게 아니었다. 몇 년 전, 오씨 가문의 개인적인 가족 연회에서 직접 본 적이 있었다. 오국수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던 인물인 듯했고, 두 노인은 오래전부터 친분이 깊었다. 바쁘지 않을 때면 이런 사적인 자리에도 함께했고, 가끔은 따로 약속을 잡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 김에 장진철 교수는 오국수의 몸 상태를 살펴보기도 했고.장진철 교수는 오씨 가문과의 관계가 상당히 좋았다.그래서 오씨 가문에 있을 때, 유하는 종종 인자하고 덕망 깊은 장진철 교수를 마주치곤 했다. 그녀는 장진철 교수와 말은 거의 섞지 않았지만, 인상이 워낙 강해 쉽게 잊히지 않았다.차동석이 이름을 꺼내자마자, 유하의 머릿속에 바로 그 얼굴이 떠올랐다.그리고 놀랐다.또 당혹감으로 이어졌다.장진철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료를 보지 않았다. 더구나 직접 병실까지 찾아와 누군가를 진찰한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왜 여기에?’유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장진철 교수는 의학 전반에 걸쳐 뛰어났지만, 특히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권위자였다. 국내 정형외과 분야에서 장진철 교수가 2위라면, 1위를 감히 논할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연세가 들면서 임상 현장에서는 물러났고, 의학 연구에 전념하며 일찌감치 학자로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 국내는 물론 세계 의학계에 남긴 성과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유하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침 자기 손뼈에 문제가 생긴 상황이었고, 장진철 교수와 개인적인 친분이 깊은 것도 아니었다. 여기에 오씨 가문과의 관계, 그리고 차동석이 말한 ‘오승현 대표가 함께 왔다’라는 말까지 겹치자, 답은 명확해졌다.장진철 교수는 승현에서 모신 게 분명했다.‘내 손을 치료하러?’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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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이 말을 듣는 순간, 유하의 마음을 짓누르던 큰 돌이 조금 내려간 것 같았다.장진철 교수가 그렇게 말했으니, 정말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감사합니다, 교수님.”유하는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뭘 그런 말을 해.”장진철 교수는 부드럽게 웃었다.“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나한테 전화 한 통 없었어? 손뼈는 아주 중요한데 말이야. 승현이가 직접 찾아오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거다.”유하는 멋쩍게 웃었다.하지만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장진철 교수의 연락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처음 손이 아프기 시작했을 때, 자연스럽게 장진철 교수가 떠올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오씨 가문을 통해 알게 된 인연이었고, 지금은 승현과도 이혼한 상태였다. 이미 오씨 가문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유하도 굳이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나에게 그만한 부탁을 할 자격이 있을까?’유하는 그렇게 생각했다.지금도 장진철 교수가 이렇게 다정하게 말해주는 건, 결국 오씨 가문을 봐서라는 걸 유하는 잘 알고 있었다.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그래서 더 바랄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저 감사 인사만 전했다.곧 두 명의 의사는 진료를 마치고 병실을 나섰다. 각각 자신들을 부른 사람들, 청산 및 승현과 함께 이후 치료 계획을 논의하러 갔다.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승현은 장진철 교수를 부축해 복도 끝에 있는 비어 있는 병실로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 장진철 교수를 자리에 앉히고 나자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이렇게까지 와주셔서 번거로우셨죠.”장진철 교수 앞에서는 승현도 한결 차분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어른 앞이라 그런지, 말투와 표정에도 자연스러운 친근함이 묻어났다.“번거롭긴 뭐가 번거로워.”장진철 교수는 승현을 한 번 흘겨봤다.“얼마나 큰 일이라고. 오히려 며칠 전에 네 할아버지가 나한테 전화해서 성을 내더라. 네가 또 그 늙은이를 화나게 했다면서. 그 나이에 네가 하루가 멀다고 들쑤셔서 어쩌자는 거냐고.”“할아버지, 그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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