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Chapter 281 - Chapter 284

284 Chapters

제281화 이제 돌려줘야 하는 거 아냐?

“흠, 이건 스스로 안겨 들어온거 아닌가요?”익숙한 목소리와 얼굴에 시아가 들고 있던 서류를 꽉 쥐었다.‘주영식?’정말 우연도 기막히다. 입사 첫날부터 마주치다니.아니, 이건 우연이 아니라 일부러 시아를 찾아온 것이다. 예전에 시아가 감옥에 갔다 온 일을 빌미 삼아, 또 지호 손에 처참히 당한 일을 앙갚음하려고 쫓아온 게 분명했다.시아는 먼저 시비를 거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곧게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주영식 씨, 여기는 회사예요. 필요하다면 대표님을 모셔서 사내 규정부터 알려드릴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죠?”이에 영식은 불온한 웃음을 지었다.“장난 좀 친 거죠.”그러면서 손을 내밀어 과장된 친근함을 드러냈다.“주한그룹에 온 걸 환영해요.”그러나 시아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이런 부류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집혔기에, 대신 얼굴에는 가볍게 웃으며 인사했다.“고마워요.”그러자 영식은 무안한 듯 손을 거두며 말했다.“앞으로 잘해봐요.”시아는 담담한 눈빛으로 대꾸하지 않고 영식을 피해 걸음을 옮겼다.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영식이 갑자기 몸을 기울여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강시아 씨, 당신이 대표님 손 붙잡았다고 안전할 것 같아요?”영식은 비웃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잊지 마요. 여긴 우리 주씨 가문의 영역이라는 걸요.”시아는 고개를 들어 눈길을 마주하고 싸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래요? 그럼 제가 좀 조심해야겠네요.”정오 열두 시, 주한그룹 구내식당시아는 쟁반을 들고 구석 자리에 앉았다. 막 젓가락을 드는 순간, 주위에서 은근한 시선이 스쳐 지나가는 걸 감지했다.옆자리의 여직원 몇 명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시아를 힐끗거리기 바빴다.이에 시아는 고개를 숙여 식판을 바라보자, 음식의 색이 평소보다 어둡고, 기름이 이상하게 번들거렸다.뭔가 섞인 걸 발견하자 눈을 들어 주위를 살펴보더니, 결국 시아의 시선이 곧장 멀찍이 앉아 있는 영식을 겨눴다.영식은 다리를 꼰 채 뻔뻔스러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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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7년 전?

‘협박인가?’역시 지호가 수단과 방법을 가지 않자 시아가 미간을 좁혔다.“뭐라고요?”지호가 낮게 웃으며 손끝으로 가슴팍을 두드렸다.“여기.”시아가 냉소를 띠었다.“당신...”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호는 시아의 몸을 돌려세워 현관 도어락에 손을 대자,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순간, 시아는 이 집의 도어락을 반드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보안이라는 게 전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이러한 생각이 스친 그 틈에 지호는 시아를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러자 시아는 잽싸게 거리를 두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지호를 바라보았다.“뭐 하려는 거예요?”그러나 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곧장 거실 술장을 열어 위스키와 잔 두 개를 꺼냈는데 마치 제 집인 듯 익숙한 손놀림이었다.“한 잔 따라줄래?”일부러 느릿하게 말하며 잔을 내밀자 시아는 고개를 돌렸다.“쓸데없는 짓 마요.”“왜 그렇게 매정해?”지호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시아가 방심한 틈에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턱을 어깨에 비비며 낮게 속삭였다.“여보...”“놔요.” 시아는 팔꿈치로 지호를 밀쳐냈지만 남자는 가볍게 피했다.지호는 큰 강아지처럼 달라붙어 입술이 스치듯 귓불에 닿았다.“하루 종일 집에 안 들어오니까, 당신 샴푸 향도 잊을 지경이야.”“지호 씨!”시아의 귓불이 붉게 달아올랐고 손아귀에 힘을 주며 지호의 손을 떼어내려 했다.“우린 이미 이혼...”“아직 아니지.” 지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나 도장 아직 안 찍었잖아.”지호는 시아를 돌려세우며 코끝을 맞댔다.“아니면 지금 나한테 키스 한 번 하면, 그 자리에서 찍어줄 수도?”시아는 화가 치밀어 발로 밟으려 했으나 지호는 이미 예견한 듯 피했다.그 틈에 시아를 끌어안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너무하네. 물건만 챙기더니 이제는 폭력까지 쓰려고 하고.”시아는 지호의 뻔뻔한 태도에 관자놀이가 뛰었다.“당신 제발 억지 좀 부리지 마요. 당신 마음이 언제 나에게 있었는데 지금 와서 이래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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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무슨 얘기?

지호는 대답 대신 지갑 속 깊은 칸에서 살진 한 장을 꺼냈다.사진 속 시아는 시상대 위에 서 있었다. 느슨하게 묶은 포니테일에서 곰돌이 머리끈이 미끄러져 내리고 있었다.“내가 주웠어.”지호의 엄지가 사진 속 시아의 웃는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리고 계속 간직했지.”그 말에 시아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고 그제야 깨달았다. 지호가 자신을 생각보다 훨씬 일찍부터 알았고 더 일찍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왜요?” 시아의 목소리가 떨리자 지호가 깊이 눈을 맞췄다. 그 눈빛에 담긴 진심이 시아를 덮칠 것만 같았다.“당신 생각은 어때?”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스치자 온몸이 굳어졌다.“당신! 누군가가 질문을 했으면 역질문이 아니라 말해요. 손은 치우고요!”“안 놔.” 지호는 오히려 더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밤새 굶었어. 나랑 같이 야식 먹자. 응?”바로 그때, 시아의 가방이 어깨에서 흘러내리며 바닥에 쏟아졌다.둘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고, 지갑 안에서 굴러 나온 건 그들의 결혼반지였다. 차가운 빛이 조명을 받아 번쩍였다.지호가 허리를 굽혀 반지를 집어 들었는데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시아는 그 웃음의 의미를 알고는 차갑게 말했다.“그날 급히 나오느라 못 줬을 뿐이에요. 지금 도로 가져가요.”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순간, 지호가 손목을 붙잡았다.그러고는 시아를 반쯤 끌어안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갔고 등 뒤에서 문이 쾅 하고 닫혔다.어둠 속, 지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7년이 지났어, 여보.”지호의 입술이 귓불을 스쳤다.“언제까지 모른 척할 거야?”시아는 문고리를 움켜쥐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고, 손톱은 손바닥을 파고들고 있었다.눈앞 가까이에 놓인 지호의 얼굴에 시선이 묶인 채 숨결은 점점 가빠졌다.“머리끈은 돌려줄게요.” 시아는 최대한 목소리를 가라앉혔다.“그러니까 이제 나가요.”시아는 지호의 가슴팍을 밀쳤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에 가둔 채 시선을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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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바보

지호의 몸이 순간 굳었고 시아는 곧바로 알았다. 자신이 짐작한 대로 지호는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끝내 숨겼다.“세상 모든 일이 미안하단 말 한마디로 끝나는 건 아니에요.”시아는 지호를 세게 밀어내자 이번엔 지호도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벽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커튼 사이로 스며든 달빛이 지호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시아는 이런 얼굴을 처음 봤다. 언제나 여유롭고 흔들림 없던 지호가, 지금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난...”지호의 입술이 열렸지만 끝내 말은 나오지 않았다.‘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늘 몰래 지켜봤다고? 하원하를 일찌감치 감시하고 있었다고?’그 모든 건 변명일 뿐 집착을 정당화하는 구실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시아는 그런 지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왠지 모를 답답함에 가슴이 조여왔다.더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시아는 몸을 돌려 침실로 향했다.“그만 가요. 머리끈은 며칠 뒤에 돌려줄 테니까.”‘아니? 왜 돌려줘야 하지? 애초에 본인 것도 아닌데.’“그 머리끈은 내 거예요.”시아는 이내 말을 마치며 문 손잡이를 잡았다.“여보!”지호가 갑자기 달려와 시아를 뒤에서 끌어안는데 팔 힘은 너무 세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날 내쫓지 마, 제발.”지호의 몸이 떨리고 있었고 뜨거운 무언가가 목덜미에 떨어졌다.밖에서는 언제나 군림하는 남자가 지금은 버려진 아이처럼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갈라진 목소리가 귀에 스며들었다.“하원하가 네 집에 들어가는 CCTV를 봤을 때, 미칠 것 같았어. 정말이야.”그 말에 시아의 몸이 굳었다.지호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걱정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럼, 왜 말 안 했어요?” 시아의 목소리는 어느새 부드러워져 있었다.지호는 씁쓸하게 웃더니 숨결이 귀 옆을 스쳤다.“네가 불안해할까 봐. 또, 내가 널 감시한다고 생각할까 봐.”지호의 품은 마치 시아를 더 단단히 끌어안고 싶다는 듯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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