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는 사람들의 놀란 시선을 밟으며 똑바로 걸어왔다.“주 대표님, 유 대표님,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지호의 말투는 뻔뻔하기 그지없었다.“우연 맞네요.” 시우도 의미심장하게 받아쳤다.“강 비서, 또 만났네요.”지호의 시선이 곧장 시아에게 향했다.이에 시아는 속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한 대 갈겨버리고 싶을 만큼, 이 상황이 답답하고 숨 막혔다.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으나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짧게 대답했다.“네.”“하 대표님, 아직 식사 전이시죠? 같이 하시죠.” 유 대표는 노련한 인물이었다. 시우가 든든한 버팀목이라면 지호는 더 큰 줄기 같은 존재였다.“괜찮을까요?” 지호는 일부러 난처한 듯 굴며 시우를 보았다. “주 대표님께서 불편해하지 않으실지.”속으로 시아는 이를 갈았다. ‘정말 교활한 남자야. 이득은 챙기면서 저런 척을 하다니.’시우와 지호의 시선이 잠시 공중에서 부딪쳤다.“괜찮아요.” 시우가 담담히 대답했다.상대방 대표가 직접 초대하고, 본인 회사 대표도 괜찮다는데, 시아 같은 작은 비서가 반대할 권한은 없었다.일행은 VIP 룸으로 들어가자 시아는 일부러 지호와 가장 먼 자리, 시우의 오른편에 앉았다.지호의 표정이 잠시 굳었지만 곧 태연한 얼굴로 돌아왔다.자리에서는 유 대표가 열정적으로 프로젝트 계획을 설명했고, 시우가 틈틈이 응수했다. 그러나 지호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내내 강시아만 바라보고 있었다.식사가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 지호의 휴대폰이 울리자 남자는 화면을 확인하고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실례할게요, 전화 좀 받도록 할게요.”“엄마. 네, 알았어요.” 지호는 통화 내내 시선을 시아에게서 떼지 않았다.‘엄마?’시아의 젓가락이 허공에 멈췄다.‘안영의 전화라고?’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아직 무슨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지호는 벌써 휴대폰을 내밀었다.“엄마가, 목소리 듣고 싶다는데요?”이에 시아는 숨이 막혔다.이건 명백한 소유권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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