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갑자기 관리소장은 왜 부르는데?”진오가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묻자 지호는 시선을 들지도 않고 짧게 잘랐다.“넌 이제 가 봐라.”이건 사실상 내쫓는 말이었다.그러나 진오는 버티듯 팔짱을 꼈다.“진서가 아직 구경도 다 못 했는데?”그러고는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진서를 향해 소리쳤다.“야, 너 지금 집에 갈래? 내가 데려다줄까?”“안 갈래요. 조금 더 놀다 갈래요.”진서가 밝게 대답하자, 진오는 다시 지호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봐, 내가 버티는 게 아니라 얘가 안 가겠다는 거다’는 표정이었다.지호의 눈빛이 좁혀졌지만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다. 잠시 뒤, 관리소장이 땀을 닦으며 문을 두드렸다.“하 대표님, 부르셨습니까?”“여기 아파트, 입주민 집 문을 그렇게 아무 때나 따도 되는 건가요?”낮게 깔린 목소리에 관리소장은 식은땀을 흘렸다.“그게 절대 안 돼요. 당연히 안 되죠.”“그럼 잘 떠올려봐요. 내 집 맞은편 문이 언제, 누구 손에 따여졌는지요.”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에 관리소장의 등골이 서늘해졌다.“이건 저희 관리 부주의예요. 죄송해요.”지호의 눈매에 점점 더 서늘한 기운이 드리우자, 옆에서 지켜보던 진오조차 불편하게 몸을 꼼지락거렸다.한편, 시아는 연구소 VIP 병실 앞에 서 있었다. 유리창 너머, 미아가 힘겹게 노수한이 건넨 따뜻한 물을 조금씩 삼키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엔 연약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노수한은 옆에서 차트를 들고 뇌파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었다.문이 열리자 시아가 들어왔고 노수한이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사모님?”시아는 노수한을 보지 않고, 곧장 침대 앞으로 다가서서 미아를 내려다봤다.“외할머니 돌아가셨어.”차갑게 내뱉은 목소리는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미아의 속눈썹이 크게 떨렸고 손에 든 컵마저 부르르 흔들렸다.“왜 돌아가셨는지 알아?”시아가 몸을 기울이며 속삭이듯, 그러나 날 선 어조로 말했다.“네가 찍은 그 사진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욕하는 말을 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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