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요!”시아는 단호했고, 지호가 무슨 의도로 묻는지 알고 있었다.“당신 말은, 그 여자가 날 겨냥해 원한을 풀려는 거란 거죠?”지호의 깊은 눈빛이 시아에게 가 있었다.“하지만 내가 그 여자랑 어떤 원한이 있겠어요? 있다면, 아마도 우리 엄마가 본인 남편과 얽힌 적이 있어서겠죠.”시아는 숨기지 않았다. 이건 이미 비밀이 아니었고, 지호의 앞에서 감출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엄마는 이미 세상에 없었다.마지원은 도경란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자신의 마음속에 숨겨둔 사람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했다.겉으로 들으면 그럴듯했다. 남편이 함께 살아온 아내 말고 다른 여자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면, 질투심은 당연했다.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말도 안 되는 핑계였다.마지원과 도경란은 20년이 넘는 부부였다. 그‘그 긴 세월 동안은 다 허용하다가, 지금에서야 갑자기 정신이 든 건가?’“나도 당신 도움이 필요해요.”시아가 불쑥 입을 열자 지호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어?”“엄마의 지난 일을 알아보고 싶어요. 특히 마지원과 관련된 것들, 내가 태어나기 전후와 엄마의 죽음까지요.”그동안 시아가 아는 건 노하숙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뿐이었다.처음에는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마지원이 친자 확인을 명목으로 꺼낸 과거 이야기들, 언뜻 보면 문제없어 보이지만 어딘가 꺼림칙했다. 그리고 조금 전 하지호가 던진 질문이 시아의 마음속에 묻어둔 불안을 건드린 것이다.“사실 나도 그걸 생각했어. 하지만 당신이 말을 안 꺼내니...”지호는 코끝을 긁적였다.“차마 입을 못 뗐던 거지.”지호는 가진 자존심마저 내려놓고 시아 앞에서는 약간의 비굴함까지 보였다.“그럼 알아봐요. 하지만 무엇을 알든 전부 다 내게 말해야 해요. 하나라도 숨기지 말고요.”시아의 목소리는 부탁보다는 지시 같았다.“명령이네, 여보.”지호가 웃자 눈매까지 반짝였다.잠깐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흘렀다.“여보, 이제 나한테 그만 화내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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