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448 챕터

제411화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요

“정선그룹 일은 하루 이틀로 무너질 일이 아니야. 그 집안의 뿌리는 깊으니 쉽게 쓰러지지 않을 거야.”지호가 시아를 옆으로 끌어 앉히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중요한 건 당신이 여기 일을 먼저 마무리하는 거야.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가자.”지호의 말에 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노트북을 열고 다시 일에 몰두했다.지호는 더는 말을 보태지 않고 말없이 곁을 지켰다. 그리고 가끔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며 묵묵히 시아를 도왔다.시아는 눈을 감고 지호의 배려를 잠시 누리다 문득 물었다.“당신 생각엔 유우현하고 임유나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지호는 옆눈으로 시아를 바라보며 물었다.“갑자기 왜 그게 궁금한데?”“그냥 유나 씨는 성격이 좀 제멋대로지만 눈빛만큼은 참 맑잖아요. 나쁜 마음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유 전무를 좋아하는 거겠죠.”지호는 미간을 살짝 치켜올렸다.“은근히 신경 많이 쓰네.”시아는 옅게 웃었다.“아마 예전의 내 모습을 그 애한테서 본 것 같아서 그런가 봐요.”지호의 손길이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곧 그녀의 귀가에 입을 가까이 대며 낮게 속삭였다.“그러면 지금은?”시아는 눈을 떠 지호의 따뜻한 시선을 마주했고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지금? 지금은 내 곁에 더 나은 사람이 있잖아요.”지호가 낮게 웃으며 시아의 입술에 가까이 다가가려던 순간, 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화면에는 은산의 이름이 떴고 메시지였다.[동서, 난 괜찮아요. 집안에 일이 조금 생겨서 당분간 처리해야 할 뿐이에요. 그러니 동서는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요.」시아는 지체 없이 답장을 보냈다.[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연락해요.]잠시 후 읽음 표시가 떴지만, 그 뒤로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시아의 가슴이 서서히 무겁게 내려앉았다.정씨 집안에 일이 조금 생겼다는 말 도저히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고, 반드시 훨씬 더 심각할 게 분명했다.지호는 시아의 굳은 표정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걱정하지 마. 내일 아침 바로 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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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경매 언제 시작해요?

“죄송해요, 늦었네요.”우현이 몇몇 임원들을 이끌고 회의실 문을 열었고 짐을 정리하던 시아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곧 회의 시작인데, 강 비서는 지금?”“마침 잘 오셨어요. 핵심 업무는 다 마무리됐어요. 이후 일은 제 팀에서 맡아 진행할 거예요.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돌아가야 하거든요.”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리한 자료를 우현에게 건네며 말투는 차분했고, 표정은 예의 바르고 단호했다.우현은 서류를 받았지만 펼쳐보지도 않은 채, 시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이렇게 갑자기요?”“네, 예상치 못한 일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시아는 형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팀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여러분, 유 전무님께 세부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드리세요. 문제 생기면 언제든 제게 연락하시고요.”우현은 입을 열 듯하다 결국 닫았다. 붙잡을 명분이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가는 길 조심하세요.”우현의 시선은 오래도록 시아의 뒷모습에 머물렀고, 문이 닫히고 나서야 겨우 시선을 거두었다.긴장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읽은 지민이 헛기침을 했다.“유 전무님, 회의 시작할까요?”호텔 정문 앞, 지호가 미리 준비한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모든 준비 끝났어?”지호는 자연스럽게 시아의 짐을 받아 들고 차 문을 열어주었다.“네, 유 전무가 임원들이랑 막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지체됐죠.”시아는 차에 앉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지호는 코웃음을 치고 운전기사에게 공항으로 가라 지시했다. 곧이어 휴대폰을 꺼내 진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진오의 목소리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방금 중요한 걸 알아냈어. 정씨 집안 일이 주시우, 그리고 도경란과 얽혀 있는 것 같아.]시아는 곧바로 몸을 곧추세웠다.“자세히 말해줘요.”[정씨 집안의 주 거래 은행이 갑자기 대출을 끊었는데, 그 은행 간부가 지난주 수요일에 시우와 만찬을 가졌대요.]남자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더 기묘한 건, 도경란의 사촌 도경석이 운영하는 블랙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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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140억

[오늘 오후 두 시, 제화 경매장이요.]진오가 말을 보탰다.[방금 알아봤는데, 벌써 누군가 경매장과 접촉해서 모든 보석을 한꺼번에 사겠다고 했어요.]이에 지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누군데?”[아직 정확한 신원은 확인 못 했어. 다만 결제 계좌가 연결된 회사가 케이만 군도에 등록돼 있더라고.]전화를 끊자, 시아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형님이 ‘바다의 심장’을 내놓다뇨, 정선그룹 자금난이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거죠?”지호가 시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진정하고 우선 경매장으로 가자.”차에 오르자, 시아는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몇 번 빠르게 터치하더니 화면을 남자에게 내밀었다.“이게 전부 현금 자산이에요. 많지는 않지만, 형님이 꼭 지켜야 할 몇 개는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지호는 화면에 찍힌 숫자를 보고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오, 당신 돈이 이렇게 많았어?”그러자 시아는 씁쓸하게 웃었다.“몇 년 동안 모아둔 거예요. 원래는 다른 데 쓰려고 했는데. 됐어요, 지금은 그 얘기 할 때가 아니잖아요.”지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시아의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었다.“앞으로 내가 망해도, 아내 덕분에 굶어 죽지는 않겠네.”“지호 씨!” 시아가 눈을 부릅떴다.“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잖아요.”“나 농담 안 해.” 지호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정씨 집안 일은 내가 책임지고 도울 거야. 이 보석들도 내가 전부 사들일 거고. 당신 돈은...”남자는 장난스럽게 시아의 뺨을 살짝 꼬집어 올렸다.“우리 신혼여행 자금으로 남겨둬.”그러나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형님네 자금 구멍이 너무 커요. 게다가 이 보석까지 합치면...”“여보.” 지호는 시아의 말을 끊고는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당신 남편의 힘을 너무 얕잡아보는 거 아니야?”그러고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유진오, 제화 경매장에 연락해. 하현그룹이 오늘 경매에 참여한다고 전해. 그리고 케이만 계좌 회사 배경 철저히 파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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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그 제안 이제 받아들일게요

주민이 일부러 은산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호랑이도 평지에 떨어지면 개에게 물린다는 말처럼, 정씨 집안의 처지가 지금 그 꼴이었다. 그것이 현실이고, 또한 인간의 본성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은산은 곧게 허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아는 여자의 손가락이 이미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 만큼 움켜쥐고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140억!”경매사가 망치를 들어 올렸다.주민은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돌려 은산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확인하려 했다.“140억!”망치가 떨어지려는 바로 그 순간, 차갑고 단호한 여자의 목소리가 회장 뒤편에서 울려 퍼졌다.“200억.”순간, 장내가 술렁이며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주민은 화들짝 돌아보며 얼굴빛이 굳어졌고 은산 또한 멍하니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시아는 경매 패를 천천히 내려놓고 지호의 팔을 당당히 끼며, 조급함 하나 없는 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 은산 쪽으로 향했다.“200억!”경매사의 목소리마저도 더듬거렸다.주민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굴이 파래졌고 이를 악물고 다시 패를 들어 올렸다.“220억!”“400억.”시아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마치 오늘 날씨를 얘기하는 듯 평온한 목소리로 불렀다.홀 안은 순간 숨죽인 듯 조용해졌다.주민은 입술을 달싹였으나 끝내 말은 삼켰다.가격이 이미 목걸이의 실제 가치를 한창 웃돌고 있었다. 주민을 은산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돈을 허공에 날릴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게다가 하씨 집안을 이길 만한 힘은 애초에 없었다.“400억! 낙찰되었습니다!”경매사의 망치가 힘차게 내려오며, 시아가 ‘바다의 심장’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음을 알렸다.은산은 눈앞에 다가온 시아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순간 뭐라 할 말을 잃었다.시아는 묻지 않았고 다만 자연스럽게 그녀 옆에 앉아, 얼음처럼 차가운 손을 따스하게 잡았다.“동서.” 은산의 목소리가 떨렸다.“둘이 어떻게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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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우리가 옆에 있잖아요

주민설이 또다시 끼어들려는 순간, 지호가 날카롭게 눈빛으로 바라보자 여자는 곧바로 겁에 질려 입을 다물었다.그렇게 이어진 경매에서 시아와 지호는 절대적인 자금력으로 은산의 모든 소장품을 한 점도 빠짐없이 낙찰받았다.경매가 끝난 뒤, 직원이 공손히 다가와 정교한 금고를 내밀었다.“사모님, 낙찰받으신 물품 전부 이 안에 있습니다.”시아는 금고를 받아 들자마자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은산의 품에 안겨주었다.“주인에게 돌아가야 할 물건이죠.”이에 은산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입술을 달싹였다.“이 돈 지금 우리 집 상황에선 갚을 수도...”“갚을 필요 없어.” 지호가 담담히 잘랐다.“이번엔 우리가 정씨 가문에 투자하는 자금이라 생각해.”은산은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둘이 우리 회사에 지분을 넣겠다고?”시아는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투자 기회를 놓칠 순 없잖아요.”그 말에 은산은 그들의 배려를 알아챘고 마음이 뭉클해진 여자는 결국 시아를 꽉 끌어안았다.“정말 고마워요. 진심으로...”시아는 등을 다독이며 웃었다.“이제 가요. 내 양아버지랑 양어머니 좀 만나러?”은산은 울음을 터뜨리다 미소로 바꿨다.“정말 할 거예요?”“당연하지. 내 아내가 정식으로 인연을 맺는다는데, 내가 예물을 준비 안 하면 안 되지.” 지호까지 맞장구치며 웃자 세 사람은 잠시나마 무겁던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러나 막 자리를 뜨려던 순간 경매장 지배인이 급히 달려왔다.“하 대표님, 방금 어떤 분이 면담을 요청하셨어요. 이번 경매와 관련된 일이라고...”지호가 눈살을 찌푸렸다.“누군데요?”지배인은 목소리를 낮췄다.“블랙스완 회사를 대표한다고 하셨습니다.”시아와 지호가 눈빛을 주고받았다. ‘역시 올 게 왔다.’“길 안내하세요.” 지호가 냉랭하게 말했다.VIP룸. 맞은편에 앉아 있던 중년 남성이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고 자리에서 일어섰다.“하 대표님, 명성 익히 들었습니다. 저는 도경석이라고 합니다.”지호의 표정은 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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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이제는 한 식구잖아요

차는 구영병원으로 향하고 있었고 창밖을 바라보는 은산의 표정은 지쳐 있었다.이를 눈치챈 시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형님, 무슨 일 있어요? 혹시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편찮으신 거예요?”은산은 입술을 꾹 다물다 한참 후에야 힘겹게 말했다.“엄마가 회사 일 때문에 갑자기 화를 참지 못하고 쓰러지셨어요. 그래서 지금 병원에 계시고요.”시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더니 여자는 곧장 기사에게 말했다.“길 바꿔요. 구영병원으로 가 주세요.”은산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날 내려주기만 하면 돼요. 괜히 신경 쓰지 마요. 지금 우리 집 사정이...”시아가 일부러 얼굴을 굳히며 말을 잘랐다.“뭐예요? 내가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면 형님네 부모님의 양딸이라는 게 못마땅해서예요?”은산은 순간 멍해졌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동서 또 장난치네요. 그 말이 아닌 거 알잖아요.”“그럼 쓸데없는 말 그만해요.” 시아는 은산의 손을 꼭 잡았다.“이미 하기로 했으면 이제는 한 가족이죠. 형님네 부모님이 내 부모님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딸이 부모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은산의 눈가가 금세 젖었고 더는 거부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지호는 말없이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내더니 기사에게 지시했다.“앞에 있는 백화점에 잠깐 들러요.”시아가 고개를 갸웃했다.“왜요?”“처음 뵙는 양아버지, 양어머니인데 빈손으로 갈 순 없잖아.” 지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확고했다.은산은 뭐라 말하려 했으나, 두 사람의 단호한 눈빛을 보곤 결국 고개를 돌려 눈가를 훔쳤다.구영병원 VIP 병실 앞.은산은 심호흡을 하고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아버지, 어머니, 저 왔어요.”안쪽에서 정호석은 사과를 깎고 있었고, 한유란은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으나 표정만큼은 훨씬 나아 보였고 딸을 본 두 사람은 환히 웃으며 맞이했다.“은산아, 일은 잘...”그러다 문 뒤로 들어서는 지호와 시아를 발견하곤 잠시 놀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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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이렇게 있으니까 참 좋아서요

정호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실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곧 문이 열리더니 안영과 하정철이 먼저 들어섰다. 뒤이어 기사 손에는 크고 작은 보양품이 가득 들려 있었다.정호석과 한유란은 놀란 듯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봤다. 하씨 집안 식구들이 직접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 못 한 터였다.“사돈, 사부인이 입원하셨다고 해서 이렇게 와봤습니다.”안영은 문을 열자마자 환하게 인사하며 기사에게 보양품을 내려놓으라 손짓했다.정호석은 의아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더니 말끝을 흐렸다.“이게 은산이는 이미...”이런 때 하씨 집안 일가가 왜 찾아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차피 얼마 전 은산이 먼저 이혼을 요구했고, 이제 양가 관계는 끝난 줄 알았다. 그렇기에 굳이 하씨 집안이 이런 일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안영은 정호석의 속내를 알아차린 듯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사돈, 두 집안이 이미 인연을 맺었잖아요. 인연 맺은 사돈이 아프다는데, 찾아와 뵙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은산 역시 얼떨떨했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어머니, 전 그때 이혼 얘기를 꺼냈고, 다들 동의하셨잖아요. 이제는 아무런 관계도...”안영은 은산의 눈 밑에 드리운 다크써클을 보며 애틋하게 한숨을 내쉬었다.“아가야, 우리가 언제 동의했니?”안영은 다가가 은산의 손을 꼭 잡았고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단단했다.“당시에 네 마음이 조급했던 거 다 이해해. 하지만 가족은 원래 어려울 때 서로 붙들어 주는 거야. 이혼, 그런 얘긴 이제 꺼내지 마라.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어.”“하지만...” 은산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고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아니, 하지만 같은 소리 마.” 안영이 단호히 끊었다.“내 눈에는 너도, 시아도 똑같이 소중한 며느리야.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어.”잠시 말을 멈춘 안영은 덧붙였다.“물론 네가 언젠가 더 좋은 인연을 만나서 행복해진다면, 그땐 우리가 손 놓을지 몰라. 하지만 설령 우리 며느리가 아니더라도, 내 딸 같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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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먼저 치고 나가는 거예요

지호는 시아의 부드러운 옆얼굴을 바라보며 눈빛이 한층 더 따뜻해졌다.시아가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걸 지호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두 집안이 화목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시아 마음속이 크게 흔들릴 거라 짐작했다.지호는 시아의 손바닥을 살며시 눌러주며 낮게 말했다.“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야.”시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음은 따뜻해졌다. 예전에 자신이 잃었던 것들을, 지금은 하씨 집안에서 모두 되찾고 있었다.그 순간, 병실 안의 따스한 분위기를 깨듯 은산의 휴대폰이 울렸다.여자는 화면을 확인하자마자 얼굴빛이 확 변했고, 급히 복도로 뛰어나가 전화를 받았다.시아는 곧바로 눈치를 채고 따라나섰다.“무슨 일이에요?”전화를 끊은 은산의 낯빛은 어두웠다.“은행에서 방금 연락이 왔어요. 내일 채권자 회의를 열겠다고, 아버지가 반드시 참석해야 한대요.”“이렇게 갑자기요?” 시아는 미간을 좁히며 놀랐다.“게다가, 내일까지 상환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바로 파산 청산 절차를 밟겠다고 했어요.”시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곧 이 상황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이건 누군가 뒤에서 압박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은산도 알고 있었지만 막을 방법이 없으니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사람일 리 없죠. 분명 도경란이에요.”시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요.”여자가 다시 병실로 들어가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자 지호는 얘기를 들은 뒤 곧장 휴대폰을 들어 진오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채권자 회의에 누가 참석하는지, 특히 은행 쪽 인사들을 확인해. 돌파구가 있는지 살펴봐.”전화를 끊고 지호는 정호석을 바라봤다.“정 회장님, 지금 손에 쓸 수 있는 유동자금이 얼마나 되나요?”돈 얘기가 나오자 정호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끌어올 수 있는 건 다 끌어왔지만 그래도 최소 4천억은 부족해.”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돈은 하현그룹에서 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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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해

“시아야, 역시 넌 달라. 정말 똑똑하네. 이번 아이디어는 완벽해.”시아의 제안을 들은 안영과 하정철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하정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 하씨 집안 며느리들은 어쩜 하나같이 이렇게 대단한지.”자기 아버지가 아내를 칭찬하는 말을 듣자 지호는 더할 나위 없이 뿌듯했다. 이윽고 지호는 곧바로 시아를 은산 품에서 빼내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럼, 당연하죠. 누구 아내인데요.”시아는 여러 사람의 칭찬에 조금 쑥스러워져 가볍게 기침을 한 뒤 진지하게 말했다.“이제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중요한 건 내일 회의를 준비하는 거예요.”정호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답했다.“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안영이 두 손을 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그럼 정해진 거니 각자 맡은 준비를 하자고요.”그리고는 한유란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사부인은 몸부터 챙기세요. 이런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마음 편히 계시면 돼요.”한유란은 말문이 막혀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상황에서 본인이 도울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고개를 연달아 끄덕일 뿐이었다.병실 안은 한층 더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찼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시아는 가슴 깊은 곳에서 따뜻한 기운이 차올랐다.이것이야말로 진짜 가족이었다. 떠나지 않고 서로 도우며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족.지호는 시아의 감정을 눈치챘는지 손을 슬며시 잡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멋지게 한 판 치러야지.”시아는 그런 지호의 손을 꼭 잡으며 조용히 답했다.“그래요.”복도에 서 있던 은산은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아가 자기 집안을 위해 발 벗고 나서 주는 모습이 감동스러웠고,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웠다.정씨 집안의 딸인 자신은 그저 보석을 팔아 버티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시아는 온 힘을 다해 도와주고 있었다.은산은 입술을 꾹 깨물다 결국 시아의 손을 붙잡았다.“동서, 나한테 한 가지 생각이 있어요.”시아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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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어요

은산은 혼자 주한그룹 본사 1층 로비 소파에 앉아 있었다.손에 든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고, 은산의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 배어 있었다.오늘 일부러 수수한 원피스를 입고, 화장도 옅게 했다. 눈 밑에 음영까지 더해 자신을 더욱 지쳐 보이게 만들었다.지금의 은산은 몰락한 집안의 딸, 그 모습에 맞는 모습으로 보여야 했다.로비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한그룹 직원들 가운데는 예전의 정씨 가문의 큰딸을 알아본 이들이 적지 않았다.정씨 집안의 몰락은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얘기였다. 그래서일까, 동정 섞인 시선도 있었고, 비웃는 듯한 눈길도 쏟아졌다.하지만 은산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숙이고, 커피잔 가장자리를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으로 문질렀다.“정은산 씨?”낯익은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고 얼굴을 들자, 시우가 서 있었다.남자는 적당히 예의 있는 미소를 지으며 은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이에 은산은 황급히 표정을 다잡고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주 대표님.”가만히 들어보면 목소리는 이미 쉰 듯했고, 눈가도 붉어져 있는 것이 울었던 흔적이 역력했다.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맞은편에 앉았다.“들으니 요즘 정선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던데요?”은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주 대표님 소식이 참 빠르네요. 하지만 닥친 어려움이 그보다 훨씬 심각하죠.”말을 잇다 말고 삼켜버린 은산은 끝내 고개를 숙였다.이때 시우의 눈빛에 잠깐 날카로운 빛이 스쳤으나 곧 그는 동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비즈니스란 게 늘 전쟁 같아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당연한 법이죠.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주 대표님은 쉽게 말씀하시네요.”은산은 시선을 피하며 손가락을 꼬아 쥐었다.잠시 후 시우가 물었다.“오늘 주한그룹에 온 건 무슨 일 때문인가요?”은산은 길게 숨을 들이켰고 단단히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주 대표님, 저와 협력하실 생각 없으신가요?”시우는 놀란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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