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Bab 391 - Bab 400

448 Bab

제391화 물론 그것만은 아니죠

지호의 위협 섞인 고백에 시아의 심장이 순간 흔들렸지만, 입술은 여전히 강하게 맞섰다.“하지호 대표님, 소유욕이 지나친 건 병이에요. 치료받아야 하죠.”지호는 낮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러면 당신은 내 약이지.”시아의 귓불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여자는 지호를 밀어내며 단호히 말했다.“그만해요.”지호는 화내지 않고 깊은 눈빛으로 시아를 바라보았다.“여보, 당신은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시아는 고개를 돌려 지호의 시선을 피했지만 입가엔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시아는 이미 마음을 정했고 더는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깊은 밤, 구영시 경찰서.승준은 임시 구류 중이었고 변호사는 보석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경찰서 밖 현주는 안절부절 못하며 복도를 서성였다.그때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멈췄고 차창이 내려가자 진오의 장난기 어린 얼굴이 나타났다.“이 비서님, 누구 기다리시는 건가요?”“유진오 씨? 여긴 무슨 일로...”진오는 문을 열고 느긋하게 걸어왔다.“구 대표님 사정을 좀 보러 왔죠. 겸사겸사 상황 파악도 하고.”이에 현주의 경계심이 더 짙어졌다.“유진오 씨랑 우리 구 대표님은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걸로 아는데요.”진오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말했다.“맞아요. 하지만 시아 씨가 부탁해서 왔어요.”그 이름이 나오자 현주의 눈빛이 흔들렸고 잠시 망설이다 결국 길을 터주었다.“대표님은 안에 계세요. 변호사가 서류 처리 중이죠.”진오는 걸음을 떼다가 문득 뒤돌아보며 미소 지었다.“참, 시아가 전하라더군요. 진은채 수상해요.”현주는 순간 얼어붙더니 곧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구류실 안, 승준은 차갑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시선은 공허했다.문이 열리자 진오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느긋하게 들어왔다.“어이, 구 대표님. 여기 환경 괜찮네요? 혼자 쓰는 방까지 받고.”승준이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하곤 입꼬리를 비웃듯 당겼다.“날 비웃으러 온 거냐?”진오는 킥킥 웃으며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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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시아 씨의 예상이 맞았어

“기억났어요?”진오는 승준의 얼굴빛 변화를 놓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떴다.구승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분명히 수상해요.”최근 들어 은채가 유난히 부쩍 다가왔었다. 매일 먹을 것 마실 것을 챙겨오며 어머니의 이름까지 내세웠다.처음엔 손도 대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분명 어머니가 만든 음식이라는 걸 확인하고서야 입에 댔다.이에 진오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어떻게 수상한데요?”“요즘 내 식사를 거의 은채가 맡아 챙겼어요. 그런데 한 번은 술을 조금만 마셨는데도 의식이 흐려졌죠.”말을 잇는 승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갑게 가라앉았다.“다음 날 눈을 떴을 땐 방에 누워 있었고, 은채가 곁에 있었어요.”진오는 휘파람을 불며 승준을 위아래로 훑어봤다.“허, 이렇게 뻔한 약 타는 수법에 구 대표님이 걸려들다뇨.”노골적인 조롱에 승준의 표정은 먹구름처럼 어두워졌다.“난 그때 단순히 술이 과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어요.”진오는 팔짱을 끼며 혀를 찼다.“은채 씨는 단순히 구 대표님 옆에 눕고 싶었던 게 아니라 완전히 조종하려 했던 거져. 약을 먹인 다음 음주운전 사고로 몰아붙이면 끝장이니까요.”“그때 은채 씨가 떠나지 않는 연인 행세를 하며 버티면, 구씨 집안 재산은 당연히 그 여자 손에 들어가겠죠. 참 교활한 수법이죠.”승준은 벌떡 일어나며 의자를 밀치자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날카롭게 퍼졌다.“지금 당장 만나야겠어요!”그런 진오는 태연히 손을 들어 승준을 막았다.“진정해요. 지금 달려 나가면 오히려 일을 망칠 뿐이에요.”그 말에 승준은 진오를 노려보며 낮게 쏘아붙였다.“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죠?”“시아 씨의 뜻은 단순해요. 당장 움직이지 말고 은채 씨 뒤에 누가 있는지부터 지켜보자는 거죠.”진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승준의 어깨를 툭 치며 덧붙였다.“걱정 마요. MG그룹에서 알아봐 줄 거니까요.”승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힘겹게 의자에 다시 앉았다.“시아에게, 고맙다고 전해 줘요.”이에 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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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원하시는 게 뭐죠?

구씨 저택, 이른 아침.은채는 우아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고, 신정숙은 상석에 앉아 단정한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때 집사가 급히 뛰어 들어와 안색이 헝클어진 채 숨을 몰아쉬었다.신정숙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하게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집사님, 예의는 어디에다 두고 오셨죠? 아침부터 왜 그렇게 허둥대는 거예요?”집사의 얼굴은 창백했고 사과할 틈도 없이 곧장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사고를 당하셨어요!”자기 아들이라는 말에 신정숙은 아까의 우아함을 잃고 벌떡 일어섰다.“승준이가 어떻게 된 거예요?”“어젯밤 대표님이 운전하시다가 사람을 치고 경찰에 연행되었어요. 게다가 검사 결과 체내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됐다고 해요!”“뭐라고요?” 신정숙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은채의 눈동자에 순간 당황이 스쳤고 손에 쥔 젓가락이 딱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신정숙은 곧장 은채의 손을 꽉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승준이는 절대 그런 걸 하지 않았어요! 분명 누군가 그 아이를 해친 거라고요!”은채는 속으로는 심장이 미친 듯 뛰었지만, 겉으로는 애써 침착을 유지한 채 일어나 신정숙을 부축했다.“어머니, 너무 놀라지 마세요. 승준 씨는 분명 무사할 거예요. 우선은 건강이 먼저니까 위층에 올라가서 좀 쉬세요.”그러나 신정숙은 이제 와서 쉴 수 없었다. 신정숙은 가슴을 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어서, 집사! 차 준비해요! 지금 당장 경찰서로 갈 거니까!”집사가 조심스레 막았다.“사모님, 조급해하셔도 당장 해결되지는 않아요. 우선 진정하시죠. 변호사가 이미 출발했다네요.”은채는 손가락을 강하게 움켜쥐어 손바닥에 자국이 남을 정도였으나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어머니, 저희가 가봐야 도울 수 있는 일도 없을 거예요. 괜히 더 번거로워지니 전 제 방에 들어가 있겠습니다.”그렇게 말하고는 신정숙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황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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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은채는 등줄기에 차가운 땀이 번졌지만, 입술은 억지로 굳혀 침착한 척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전 상황을 잘 아니까요.”전화가 끊기자마자 은채는 문에 몸을 기대고 주저앉았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흘러내렸다.은채도 도경란은 함부로 건드릴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뭐라도 걸어야 할 판이었다.마씨 저택.도경란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돌아서는 순간, 복도 모퉁이에 서 있던 마지원과 시선이 맞닿았다. 또한 마지원의 눈빛은 차갑게 날카로웠다.“당신은 정말 가만히 있질 못하네.”허스키한 목소리,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에 도경란은 붉은 입술을 살짝 올려 무심하게 소매를 정리했다.“뭐예요? 이제 제가 전화 한 통 하는 것까지 간섭하나요?”마지원이 한 걸음 다가섰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묵직하게 울렸다.“도경란,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그러나 도경란은 마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듯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무슨 말이죠?”마지원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와 도경란을 똑바로 응시했고 눈빛은 모든 걸 꿰뚫는 듯 서늘했다.“진은채, 그 아이 당신이 시킨 거지?”“은채가 무슨 일을 했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죠?” 도경란은 미동도 없이 담담했다.또한 여자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걸 아는 마지원은 더 묻지도 않았다.“그래? 그런데 왜 당신은 급히 은채를 감싸고 있던 거지?”도경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으나 곧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어쨌든 은채도 당신의 피붙이잖아요. 그렇다면 내겐 딸이나 다름없죠. 내가 내 딸을 챙겨주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도경란, 당신은 언젠가 스스로를 감옥에 밀어 넣을 거야.” 마지원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러나 도경란은 태연하게,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남자를 바라보았다.“당신은 차라리 본인 건강부터 챙겨요. 의사가 뭐라 했죠? 자극받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도경란을 뚫어지게 보던 마지원이 문득 씁쓸하게 웃었다.“당신은 내가 하루라도 빨리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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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그런 약물엔 절대 굴하지 않아

승준은 은채를 거칠게 밀자 여자는 휘청이며 몇 걸음 물러나 벽에 세게 부딪혔다.그 힘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등에 날카로운 통증이 번지고 은채는 숨을 들이마시며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억울하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외쳤다.“승준아, 오해야! 내가 널 해칠 리가 없어. 분명 누군가 우리를 모함한 거야!”그러나 승준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우스꽝스러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차갑게 웃음소리를 이어갔다.“모함? 그럼 대답해. 왜 내가 그 술을 마신 뒤 정신을 잃었을까? 왜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네가 내 방에 있었던 거지?”“그리고 내가 요즘 먹던 건 네가 챙겨온 음식뿐이었는데, 대체 왜 내 몸에서 금지 약물이 검출된 거야?”승준의 목소리는 한 글자 한 글자에는 분노가 배어 나왔다.은채의 얼굴은 순간 새하얗게 질렸고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나도 몰라. 넌 내 남편이야. 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나도 끝장이야. 내가 널 해칠 이유가 뭐가 있어?”승준은 손을 뻗어 은채의 턱을 세게 움켜쥐었고 눈빛은 살기를 품었다.“내가 무너져야 네가 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은채는 완전히 흔들리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아니야, 난 그런 적 없어. 제발 그런 생각 하지 마. 누군가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야. 시아지? 분명 걔가...”“닥쳐!” 승준의 분노가 폭발했고 손바닥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쨍한 소리와 함께 은채의 고개가 한쪽으로 꺾였고, 입술 가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승준의 눈빛에는 깊은 혐오가 서려 있었다. 목소리는 쉰 듯 거칠고 억눌린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나는 여자를 때리지 않아. 여자를 때리는 남자는 제일 하찮다고 생각하지만 너 같은 경우라면...”은채는 얼굴을 감싸 쥔 채 눈물을 흘리면서도 매달렸다.“승준아, 난...”승준은 냉혹하게 은채의 말을 끊었고 눈빛은 칼날처럼 차가웠다.“진은채, 아이 때문에 나는 몇 번이고 참아줬어. 그런데 넌? 갈수록 더 독해지고 더 파렴치해지잖아!”은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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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도망치지 못하게 해

“그만둬!”은채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승준이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가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은채는 비틀거리며 달려들어 칼을 빼앗으려 했다.하지만 승준은 은채를 거칠게 밀쳐내고, 휘청대며 거실을 뛰쳐나가더니 망설임도 없이 뒤뜰의 수영장으로 몸을 던졌다.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물이 한순간에 그를 삼켰다. 살을 파고드는 듯한 냉기가 온몸을 덮치자 전신이 떨려왔다.그러나 동시에 몸속을 휘감던 열기는 조금씩 가라앉으며 의식이 또렷해졌다.“승준아! 당장 올라와! 그러다 죽어버린다고!”수영장 가장자리에 선 은채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승준은 수영장 모서리를 움켜쥔 채,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은채를 노려보았다.목소리는 깊은 지옥에서 울려 나온 듯 낮고 서늘했다.“은채야, 내가 여기서 죽길 빌어. 그렇지 않으면...”승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너를 산 채로 지옥에 보내버릴 거니까.”은채의 몸이 덜컥 흔들렸고 이제야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벌였음을 깨달은 것이다.승준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어 힘겹게 번호를 눌렀다.“구씨 저택. 당장 와.”전화를 받은 부진영은 승준의 이상한 음성을 단박에 알아챘다.[야, 버텨. 지금 당장 갈게.]10분 뒤, 진영은 개인 주치의와 함께 급히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수영장 안에 힘없이 매달려 있는 승준을 보자 얼굴이 새파랗게 굳었다.“승준아!”“쓰읍, 아파...”진영은 주저할 틈도 없이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승준의 팔을 붙잡았다.그리고 그 순간, 손이 정확히 팔의 상처 위를 눌렀다. 이에 승준은 고통에 숨을 들이마시며 비명을 삼켰다.그제야 진영은 승준의 팔에 깊고 흉측한 상처가 나 있다는 걸 알아차렸고, 수영장은 이미 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진영은 악을 쓰듯 소리치며 승준을 강제로 끌어올렸다.승준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끝까지 남은 정신줄을 놓지 않았다.“진은채, 도망치지 못하게 해...”진영은 몸을 돌려 곧장 은채를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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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그건 시아의 선택이지

“내가 이미 가둬놨어. 경찰도 수사에 들어갔으니 절대 도망치지 못해.”은채 이야기가 나오자, 진영은 물잔을 내려놓으며 입꼬리를 차갑게 말아 올렸다.그리고 도망치지 못한다는 문장을 유난히 무겁게 눌러 말했다.승준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마치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이 머릿속을 파고드는 듯했다.“내가 정말 눈이 멀었지.”승준은 낮게 중얼거리며, 멀쩡한 손으로 무의식적으로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하얗게 질린 손가락 마디를 본 진영은 승준이 무슨 말을 뜻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이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승준의 어깨를 두드렸다.“지금 와서 그런 말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병실은 곧 정적에 잠겼고 심장박동을 알리는 규칙적인 삑삑 소리만이 공간을 메웠다.잠시 후, 승준은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야 할 곳으로 보내야지.”진영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고 팔꿈치를 무릎에 괸 채 낮게 물었다.“뒤에 있는 세력들이 가만있을 거라 생각해? 보복하면 어쩔 거야?”승준은 비웃듯 입꼬리를 당겼는데 웃음에 온기라곤 없었다.“걔는 그만한 값어치도 없어. 넌 정말 그 사람들이 버려진 패 한 장 때문에 손을 내밀 거라 생각해?”승준은 몸을 일으켰다. 링거줄이 따라 흔들리며 바늘자리에 핏방울이 맺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손으로 슥 문질러 지워냈다.“은채 같은 건 그냥 쓰다 버리는 카드일 뿐이야. 심지어 희생양조차 될 자격이 없지.”말을 끝내자마자 승준은 격하게 기침하기 시작했고 얇은 환자복이 들썩이며 크게 요동쳤다.진영이 물잔을 다시 내밀었으나 승준은 손을 들어 거절했다.승준은 거친 호흡을 다스리고 나서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만약 걔 뒤에 있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영리하다면, 알아서 손을 떼야 할 거야.”그러자 진영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묻지 않았다.창밖을 응시하는 승준의 시선은 멀리 초점을 잃은 듯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승준은 돌연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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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그럼 상대하면 되지

진영은 한참 동안 승준을 바라보다가 결국 긴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변호사 연결해 줄게.”승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 머리맡에 몸을 기댔다. 시선은 천장 한곳에 멈춘 채 공허하게 비어 있었다.승준은 자신의 인생은 이미 제대로 망가졌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결국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눈물이 조용히 주르륵 흘러내리며 이내 베갯잇에 스며 사라졌다.진영은 침대 곁에서 승준의 옆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하던 승준이 이렇게 무너져 가는 걸 보니,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변호사에게 전화를 거는 동안, 승준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시아에게 전해줘. 미안하다고.”한편, 시아는 휴대폰 속 최신 뉴스를 보고 있었다. [구승준 결국 풀려나, 정체불명의 이에 의해 약물 투여된 상황]시아는 화면을 지호에게 내밀며 담담하게 말했다.“누군가 대신 뒤집어썼네요.”지호는 코웃음을 치며 눈빛을 날카롭게 빛냈다.“하룻밤 만에 움직이다니 손이 빠르군.”시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무심히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은채 뒤에 있는 세력이 나섰어요.”지호는 곁으로 다가와 시아의 손을 자연스럽게 감쌌다. 지호의 손바닥은 넓고 따뜻했고, 그 온기는 쉽게 무너질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주었다.“진오가 확인했는데, 오늘 아침 도경란이 경찰 고위 몇 명과 접촉했다더라.”이에 시아의 눈빛이 바로 차갑게 가라앉았고 입가엔 서늘한 웃음이 번졌다.“역시 도경란이였네요.”“여보, 조급해할 것 없어. 꼬리가 길면 반드시 밟히는 법이니까.”지호는 시아의 손가락을 가볍게 쥐며, 흔들림 없는 확신으로 달래주었다.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고자 했는데,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발신자는 승준이었다.지호는 미묘하게 눈썹을 치켜세우며 입꼬리를 비틀었다.“받아 봐.”시아가 전화를 받자, 피로와 허탈이 섞인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아야, 고마워.]시아는 짧게 침묵하다가 담담히 응수했다.“나한테 고마워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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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뭐든 좋은 일일 리는 없지

시아는 샤워를 마치고 책상 앞에 앉았다.잠시 후, 모니터 오른쪽 하단에 새 메일 알림이 떴다.보낸 이는 강국이었고 제목에는 단 세 글자만 적혀 있었다. [주시우.]시아는 곧장 첨부 파일을 열자 흐릿한 CCTV 캡처 사진 몇 장이 화면에 띄워졌다.첫 번째 사진 속, 시우는 공항 VIP 통로에서 선글라스를 낀 외국인 남성과 나란히 서 있었다. 두 사람은 가까이에서 무언가를 대화하는 듯 보였다.다음 사진에는 그 외국 남자가 검은색 승용차에 오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번호판은 의도적으로 가려진 듯 선명하지 않았지만, 반쯤 내려간 창문 사이로 운전석에 누군가 앉아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나 있었다.곧이어 강국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조사했는데 그 외국인은 도경란의 사촌 동생 도경석이에요. 2년 전 S국에서 블랙스완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어요.][주시우는 최근 반년 동안 그 남자와 세 차례 비밀 회동을 했고, 가장 최근은 지난주 수요일이었어요.]‘지난주 수요일?’시아는 눈을 가늘게 떴는데 그날은 마침 자신이 출장을 나갔던 날이었다.차가운 시선으로 화면을 응시하던 시아는, 또 다른 암호 폴더를 열었다. 그 안에는 강국이 도경란을 추적하며 모아둔 부수적인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예상대로 친족 관계도에 도경석의 이름이 있었고, 남자는 S국에서 미술품 투자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재밌네.”시아는 낮게 중얼거리며 탁자를 무심히 두드렸다.시아의 얼굴빛이 달라진 걸 눈치챈 지호가 다가와 어깨에 턱을 가볍게 올리고 화면을 훑었다.“주시우와 도경란?”“네.”시아는 노트북을 돌려 보여주며 담담히 대답했다.“이제야 모든 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지호는 마우스를 잡아 빠르게 자료를 넘겨보더니 눈빛이 번뜩이며 낮게 말했다.“예상대로라면 그 목걸이 사건부터 이미 우리가 그 사람들이 짜놓은 판 위에 올라선 거네.”“경원, 깨진 거울을 맞춘다는 의미인데. 참 아이러니 하네요.”시아의 손끝은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은 몇 달 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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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내일도 전투가 기다리고 있잖아

지호가 눈썹을 치켜세웠다.“무슨 말이지?”시아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암호화된 파일을 열어 지호에게 보여주었다.“그 사람은 내가 끝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자기 계획대로 움직일 거라 생각했죠.”“하지만 착각한 거죠. 난 애초에 누군가의 손에 놀아날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니까.”화면에는 이미 강국이 추적해 둔 시우의 최근 반년간 행적이 빼곡히 정리돼 있었다.지호는 흘긋 훑어보고 미소를 지었다.“역시 내 아내는 준비가 철저하군.”시아는 짧게 콧소리를 냈다.“그렇지 않고 치는 수에 당했겠어요?”시아는 한 항목을 열어 보였다. 시우가 지난달 비밀리에 S국으로 향한 기록, 그 시점은 도경석이 입국한 날짜와 정확히 겹쳤다.시아의 눈빛이 가늘게 빛났다.“분명 뭔가를 꾸미고 있어요. 게다가 그건 아마 마씨 집안 산림 별장과 관련 있을 거고요.”지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낮게 말했다.“주시우가 갑자기 너한테 만성 프로젝트를 맡긴 이유도 이제 명확해졌군.”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론 총괄이 사직해 내가 임시로 맡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시우가 짜놓은 판의 일부였던 거죠. 날 핵심 업무에서 빼내려는 계산이죠.”지호의 입가에 서늘한 웃음이 번졌다.“좋아. 그러면 그대로 속아 주자고. 넌 맡은 일을 완벽히 해내 의심을 사지 마. 산림 별장 쪽은...”지호는 말끝을 흐리며 웃음 지었고 눈빛엔 위험한 기운이 스쳤다.“내가 직접 가서 확인할게.”그 말에 시아는 곧장 인상을 찌푸렸다.“안 돼요. 아직 몸이 다 안 나았잖아요.”지호는 낮게 웃으며 시아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살짝 집었다.“걱정돼?”시아는 손을 쳐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당신이 발목이나 잡을까 봐 그러는 거죠.”지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히려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걱정 붙들어 매. 당신 남편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뜨겁게 불어오는 숨결에 시아의 귀 끝이 달아올랐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지호의 장난을 피하며 단호히 말했다.“농담은 그만두고, 중요한 얘기나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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