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Bab 421 - Bab 430

448 Bab

제421화 좋은 협력이 되길 바라요

시우가 신사적으로 의자를 당겨 주었다.“앉으시죠.”자리에 앉자 웨이터가 음식을 내왔고 시우는 직접 그녀에게 와인을 따라 주며 말했다.“이 집의 시그니처 요리가 괜찮아요. 은산 씨, 한번 드셔 보세요.”은산은 고개를 끄덕이고 상징적으로 몇 입 먹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주 대표님, 저는 우리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시우도 억지로 권하지 않고 잔을 내려놓았다.“좋아요. 은산 씨는 어떻게 협력하길 원하나요?”“아시다시피 지금 정씨 가문에 가장 부족한 건 자금이죠. 주 대표님께서 충분한 자금 지원을 해주신다면, 저는 정선그룹의 일부 지분을 교환할 의사가 있어요.”시우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은산이 지분 교환을 직접 제안할 줄 몰랐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은산 씨가 결정권을 갖고 있나요?”그러자 은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만약 불가피하지 않았다면 저도 원치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지쳐 계시고, 어머니는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시죠.”“그러니 어쩌겠어요? 정씨 가문의 유일한 딸인 제가 나서야죠.”은산의 말에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은산 씨의 결단력이 감탄스럽네요.”시우 말을 멈추다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하지만 들으니 하씨 집안이 이미 정씨 가문을 돕고 있다고 하던데요?”은산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감정을 감췄다.“주 대표님, 소식이 정말 빠르네요.”“비즈니스는 전쟁과 같죠.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하니까요. 게다가 은산 씨와 하씨 집안의 관계는...”시우는 은근히 돌려 말했다.“주 대표님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저 이미 이혼했어요. 지호 집안에서 돕는 건 과거의 정을 봐서일 뿐, 그 정이란 건 언젠가 다 소진되는 거잖아요.”은산이 말을 끊자, 시우는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이해해요.”시우는 손에 든 와인잔을 천천히 흔들며 입을 열었다.“은산 씨, 협력은 가능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무슨 조건이죠?”“저는 정선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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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그냥 투자 차원일 뿐이죠

“필요한 걸 서로 챙기는 거죠.”은산은 커피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 마치 무심한 듯 물었다.“주 대표님이 정선그룹의 기술에 그렇게 관심을 두시는 건, 혹시 새로운 프로젝트라도 있으신 건가요?”그 질문에 시우의 손이 순간 멈칫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냥 투자 차원일 뿐이죠.”“정말요? 저는 주 대표님이 그 기술로 누군가의 환심을 사려는 줄 알았는데요?”은산은 그가 대충 둘러댄다는 걸 알면서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맞받아쳤다.이에 시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그 말 무슨 뜻이죠?”은산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별건 아니고, 그냥 요즘 주 대표님이 마성그룹 사모님과 가깝게 지내신다는 얘기를 들어서요.”은산이 단도직입적으로 꺼내자 시우의 얼굴이 잠시 굳었지만 곧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사업상 오가는 정도일 뿐이죠.”“그렇군요.”은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불쑥 화제를 돌렸다.“그런데 주 대표님, ‘블랙스완’이라는 회사 아세요?”그 회사 이름에 시우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살짝 멈췄다.“처음 들어요. 왜요?”“별건 아니고, 최근 정선그룹의 자금 흐름을 조사하다 보니, 그 회사가 정선그룹의 자산을 많이 매입했더라고요.”은산은 일부러 난처한 듯 말했다.“그래서 제가 고민 중이에요. 저 회사에 가서 일부라도 다시 사들여야 할지...” 그러자 시우는 노트북을 덮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은산 씨가 지금 신경 써야 할 건 자금 문제 해결이지, 그런 사소한 게 아니죠.”“주 대표님 말씀이 맞아요.”은산은 곧장 수긍했지만,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렇지만 아버지가 그 자산들을 늘 마음에 두고 계셔서, 그걸 보며 힘들어하시는 게 안타까워서요.”은산의 쓸쓸한 표정을 지켜보던 시우가 입을 열었다.“필요하시다면 제가 그 회사를 알아봐 드리죠.”남자가 먼저 제안하자 은산의 눈이 반짝였다.“정말요? 그럼 너무 감사하죠.”은산의 반응이 마음에 든 듯 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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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분명 무슨 문제가 생긴 거예요

“이거 한번 맛봐요. 프랑스에서 공수해 온 와인이예요.”시우가 직접 잔을 따르자, 은산은 잔을 받아 살짝 흔들며 물었다.“주 대표님,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시우는 우아하게 와인을 돌리며 말했다.“은산 씨께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요. 블랙스완 건 말이에요. 단서가 잡혔어요.”그 말에 은산의 눈이 반짝였다.“정말인가요?”시우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그 회사의 뒤에 있는 사람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은산 씨가 원한다면 만남을 주선해 드릴 수 있죠.”은산의 심장이 순간 빨리 뛰었지만, 겉으로는 차분히 대답했다.“그럼 너무 좋죠. 언제쯤 가능할까요?”“급한 것 없어요.”시우는 의미심장하게 은산을 바라보며 눈빛에 의심을 담았다.“은산 씨는 왜 이 회사에 그토록 관심을 두는 건가요?”역시 주시우, 쉽게 속일 인물이 아니었다.그러나 은산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이미 준비해 둔 답변대로 말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정선그룹 사태가 이 회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거든요.”시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오? 증거라도 있나요?”은산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아직은 없어요. 그래서 접촉해 보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나 확인하려는 거죠.”잠시 침묵하던 시우는 불현듯 웃음을 터뜨리며 창가로 걸어갔다.“역시 똑똑하군요. 사실, 블랙스완의 뒤에 있는 사람, 은산 씨도 아는 인물이에요.”은산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일부러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누구죠?”“도경란이요.”시우는 몸을 돌려 은산의 반응을 살폈다.그러자 은산은 적절히 충격받은 얼굴을 지으며 외쳤다.“마성그룹 사모님? 어떻게 그분이?”시우는 담담히 말했다.“비즈니스는 곧 전쟁이라고 했잖아요. 마성그룹 사모님은 예전부터 정선그룹에 관심을 가져왔죠.”은산은 잔을 꽉 쥐어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그러면 이번 일이 정말 그분 때문이라는 건가요>”그러나 시우는 곧장 대답하지 않고 되묻듯 말했다.“은산 씨, 그분이 미우신가요?”은산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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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역이용하는 거죠

“가야 하지만 반드시 조심해야 해요.”시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정을 내렸고 은산의 손을 꼭 잡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이 최우선이예요. 잊지 마요.”은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요, 신중히 움직일게요.”다음 날, 은산은 시우의 지시에 따라 홀로 도경란을 만났다.“은산 씨처럼 이리 귀한 손님이 이렇게 와주다니.”도경란은 정원 정자에 앉아 우아하게 차를 들며, 차가운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봤다.“사모님, 불쑥 찾아와 죄송해요.”도경란은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앉으세요. 요즘 정선그룹이 순탄치 않다 들었습니다만?”“사모님께서도 소식이 빠르시군요.”“비즈니스 같은 전쟁터에서는 이런저런 풍문이 오가죠. 그런데 오늘 무슨 용건이 있어서 오신 건가요?”도경란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흔들림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은산은 심호흡한 뒤 미리 짜둔 대로 입을 열었다.“사모님, 저는 화해를 청하러 왔어요.”도경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화해? 무슨 뜻이죠?”은산은 목소리가 떨렸다.“정산그룹은 이미 막다른 길에 몰렸어요. 사모님께서 조금만 손을 거두어 주신다면, 저는 어떤 대가든 치를 준비가 되어 있고요.”도경란은 오랫동안 은산을 바라보다가, 느닷없이 웃음을 흘렸다.“은산 씨, 정산그룹이 오늘 이 꼴이 된 게 내 힘 하나로 가능했을 거라 생각하나요?”은산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그게 무슨 말씀인가요?”“별건 아니에요. 하지만 화해를 원한다면, 마땅히 성의는 보여야겠죠.”도경란은 천천히 일어서며 내려다봤다.“사모님은 무엇을 원하시죠?”그러자 여자는 몸을 숙여 은산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은산의 눈동자가 순간 크게 흔들렸지만, 곧 다시 차분해졌다.“알겠어요. 그렇게 하죠.”그날 밤, 은산은 도경란의 요구를 빠짐없이 시아와 지호에게 전했다.시아는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도경란이 주시우와 블랙스완의 내역을 모두 달라고 했다고요? 역시 내분이 난 게 확실하네요.”지호는 이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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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지금 흔들리셨군요

“주 대표님께서 나한테 뭘 하려는 거죠? 죽이려는 건가요? 아니면 감옥에 가두려는 건가요?”은산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차분함이 묻어났다.그 침착함에 시우는 잠시 당황했고 손에 들어갔던 힘이 저도 모르게 풀렸다.은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빼내 한 발짝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주 대표님, 이제 솔직하게 이야기하죠.”“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요?”“주 대표님이 도경란 사모님과 손잡은 건 결국 이익 때문 아닌가요? 그런데 지금은 사모님은 분명히 대표님을 따돌리고 혼자 움직이려는 눈치잖아요.”은산의 침착한 분석에 시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는 게 꽤 많네요.”은산은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다가서더니 시우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대표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아는 게 훨씬 더 많아요. 예를 들면...”시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은산 씨, 불장난하는 건가요?”“불은 이미 붙었어요. 타죽을 바에야 차라리 어떻게 꺼낼지 생각하는 게 낫겠죠.”시우는 한동안 은산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은산 씨,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그러더니 한발 다가서며 목소리를 부드럽게 바꿨다.“그렇게 똑똑하다면 우리 한 번 더 손잡는 게 어때요?”“협력하자고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절 위협하던 분이 말이죠? 태도 바꾸는 속도가 거의 LTE 급이네요.”은산이 비웃듯 눈썹을 올렸다.“시국이 달라진 거죠. 그리고 이제 보니 은산 씨가 사모님보다 훨씬 재미있잖아요.”시우의 시선이 약간의 장난기를 띠며 손끝으로 은산의 머리카락을 스쳤다.은산은 몸을 피하고 싶었지만 애써 침착한 척했다.“어떻게 협력하자는 건데요?”“간단해요.”시우가 몸을 굽히며 귀에 속삭였다.“당신이 사모님의 약점을 잡아주면, 내가 정선그룹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지.”뜨거운 숨결이 귀 옆에 닿자, 은산의 귓불이 달아올랐지만 곧 이성을 되찾았다.은산은 고개를 살짝 돌려 거리를 두며 말했다.“조건은 매력적이네요. 하지만 대표님이 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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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한때 연인이었어요

시우의 몸이 순간 굳었지만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그리고 은산은 불을 더 지피듯 말을 이어갔다.“대표님이 저한테 마음이 흔들렸으니까 차마 손을 대지 못한 거죠, 맞죠?”“정은산 씨!”시우가 갑자기 몸을 돌리며 눈빛에 위험한 기운을 드러냈다.“너무 잘난 체하지 마세요.”그러나 은산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시우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제가 착각하는지 아닌지는 대표님이 제일 잘 알겠죠.”그러고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어차피 대표님께서 나를 내쫓으려는 것 같으니 더 머물 필요도 없네요.”그렇게 말하고는 침착하게 가방을 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문 앞에 다다른 순간 다시 몸을 돌려 미소를 지었다.“주 대표님, 우리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은산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우의 눈빛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시우가 형님 정체를 알아챈 거예요?”시아의 이야기를 들은 시아는 눈썹을 세게 찌푸렸다.은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날 그냥 보냈어. 이상하지 않아?”지호가 차갑게 웃었다.“이상할 거 없어. 겁먹은 거지.”“겁먹다니, 뭘 두려워한단 말이야?”은산은 고개를 갸웃하자 시아가 곰곰이 말끝을 맺었다.“형님이 진짜로 자신의 마음을 흔들까 봐 두려운 거죠. 주시우 같은 사람은 가장 두려워하는 게 통제 불능이니까요. 그리고 형님은 분명히 흔들었어요.”은산은 시우의 마지막 눈빛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그래서 날 내쫓은 게, 사실은 날 보호하기 위해서였던 거라고요?”지호는 단호히 본질을 짚었다.“동시에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거지. 그 사람은 모험을 못 해.”은산은 고개를 떨군 채 손가락을 꼬아 쥐며 죄책감을 드러냈다.“미안해요, 동서. 이번엔 내가 일을 망쳐버린 것 같아요.”“그게 무슨 소리예요? 형님은 이미 큰 도움이 됐어요.”시아는 은산의 손을 꼭 잡고 부드럽게 위로했다.“하지만 난 끝내 결정적인 증거를 못 가져왔잖아요.”“아니, 넌 잘했어. 네가 주시우 곁에서 버텨줬기 때문에, 우리가 그 사람과 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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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착각하지 마

“뭐라고요?”시아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지는 걸 본 은산은 급히 손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 손끝이 얼음처럼 차가워 깜짝 놀랐다.“동서...”시아는 고개를 저어 괜찮다는 듯 신호를 보냈지만, 손끝은 여전히 차갑게 떨리고 있었다.이에 지호가 시아를 품에 끌어안았다. 가느다란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다.“여보, 진정해.”시아는 지호의 가슴에 몸을 기댄 채, 눈가가 붉어졌지만 기어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난 차분해요. 다만 하원하를 직접 만나야 하고요.”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지호는 잠시 망설였다.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어떤 말로도 시아를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결국 마음을 굳혔다.“좋아. 내가 함께 가.”은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동서, 지금 몸 상태가...”“괜찮아요.”시아는 지호의 품에서 벗어나 곧게 서며 서늘한 눈빛을 드러냈다.“확인해야 할 게 있어요. 직접 그 입으로 들어야 해요. 왜 우리 엄마를 죽음으로 몰았는지.”버려진 창고 안, 좁은 창문 틈으로 햇빛이 사선으로 비춰 들어왔다.쇠사슬에 묶인 하원하는 구석에 웅크린 채 있었다. 온몸은 초라하게 망가졌고 얼굴에는 검푸른 멍이 가득했다. 며칠째 제대로 된 끼니조차 못 챙기고 잠도 이룰 수 없었던 흔적이었다.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아와 지호를 바라봤다. 그러자 곧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이야, 귀한 손님이네. 하 대표가 아내까지 데리고 면회라니?”시아는 느릿하게 몸을 굽혀 하원하의 눈높이에 맞췄다.“도경란과 당신 무슨 관계예요?”하원하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이윽고 쇠사슬이 철컥거리며 남자는 억지로 몸을 세웠다.“결국 알아냈네. 근데 뭐야? 하현그룹 정보망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대답해요!”시아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텅 빈 창고에 메아리쳤다.“옛 연인 정도지만 다 지난 얘기야.”하원하는 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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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가만히 있지 못할 거예요

하원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지호를 바라봤다.“하 대표, 세상은 흑과 백으로만 갈리지 않아요. 악인을 다 없앨 수도 없죠.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고, 선이 있으면 악도 있는 법. 그게 세상의 균형이니까요.”지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요. 당신 뒤에 누가 있죠?”하원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는데 공허한 창고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웃음은 섬뜩할 정도였다.“그건 말 못 하죠. 하 대표, 게임은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지호의 미간이 매섭게 좁혀지더니 순식간에 그의 목을 움켜쥐고 저음으로 내뱉었다.“하원하 씨, 내 인내심은 한계가 있어요.”곧 하원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미친 듯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날 죽여봐요. 죽이면 당신은 영영 진실을 알 수 없을 거니까요.”지호의 손끝에 힘이 더해지자, 하원하의 눈이 충혈되며 숨이 막혀갔다.이때 시아가 급히 달려와 지호의 팔을 붙들었다.“여보, 안 돼요! 흥분하지 마요!”지호는 코웃음을 치며 손을 놓았다.하원하는 격렬하게 기침을 쏟아내며 겨우 숨을 골랐지만, 여전히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하하, 하 대표도 무서울 때가 있네요?”시아는 하원하를 차갑게 노려봤다.“하원하 씨, 당신이 입 다문다고 우리가 모를 것 같아요? 우린 끝까지 찾아낼 거예요.”“찾아봐. 그러면 나한테 굳이 물을 필요 없잖아.”지호는 더 이상 말싸움조차 할 가치가 없다는 듯 시아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가자.”등 뒤로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따라왔다.“강시아! 네가 태어나던 날, 네 엄마의 피는 시트를 다 적셨어. 손끝이 너한테 닿기 직전까지...”시아의 발걸음이 순간 멎었고, 지호가 재빨리 여자의 어깨를 감싸며 속삭였다.“귀 기울이지 마. 널 흔들려고 일부러 떠드는 거야.”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다.창고 밖으로 나오자 따가운 햇빛이 눈앞을 덮쳤지만 느껴지지 않았다.“울고 싶으면 울어.”지호가 시아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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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꼭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

“하원하가 자백했다고? 게다가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렸다니?”도경란의 얼굴빛이 창백해지자 도우미는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소문은 이미 퍼졌어요. 아마 경찰도 곧...”도경란은 벌떡 일어서며 가슴이 거칠게 요동쳤다.“말도 안 돼! 하원하가 날 배신할 리 없어!”도경란은 주먹을 움켜쥐며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드는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다.“차 준비해. 주시우를 만나러 갈 거야. 절대 눈에 띄지 않게, 아무도 모르게!”늦은 밤, 고급 식당의 VIP룸.시우는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자신을 불러낸 도경란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사모님, 이런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인가요?”도경란의 표정은 음울했다.“하원하가 자백했어요. 그리고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렸다고요.”시우가 가볍게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래서요?”“그래서라고요?”도경란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주 대표, 우린 이미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잖아요. 내가 무너지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거 알잖아요.”이에 시우는 태연히 와인잔을 따르고 건넸다.“사모님,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일단 한잔하시죠.”도경란은 그 잔을 거칠게 쳐내며 바닥에 산산조각 내버렸다.“지금 술 마실 때가 아니라고요! 경찰이 곧 들이닥칠 수도 있어. 지금 당장 방법을 찾아야 해요!”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바라보던 시우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사모님 너무 조급해하시는군요.”그러고는 창가로 걸어가 등을 돌린 채 낮게 말했다.“하원하가 자백하면 뭐하죠? 증거가 없잖아요. 증거 없이는 경찰도 손을 못 써요.”도경란은 깊게 호흡을 고르며 애써 진정했다.“주 대표 말이 맞지만 지금 강시아와 하지호가 바짝 추적하고 있어요.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해요.”시우가 몸을 돌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던졌다.“사모님께서는 어떤 방법을 생각하신 겁니까?”도경란의 눈에 잔혹한 기운이 스쳤다.“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했다.시우는 가늘게 눈을 뜨며 물었다.“사모님 살인은 중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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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다 왔어

마지원이 언제 온 건지 모를 일이었다. 남자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시아야.”이때 지호가 앞으로 나서 시아와 마지원을 가로막았다.시아는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잔뜩 긴장한 어깨가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에 시아는 곧장 발걸음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다.“잠깐!”마지원이 급히 다가서며 목소리가 떨렸다.“방금 회사에서 나오는데, 네가 하원하를 만나고 바로 여기에 왔다고 들어서.”“마 선생님, 무슨 볼일 있으신가요?”시아의 어조는 차갑고 멀었다.마지원은 앞으로 나서 하얀 국화 한 다발을 묘 앞에 놓았고 목소리가 막혀 나오지 않았다.“나, 나는 그냥 강이연을 보러 온 거야.”마지원의 손끝은 떨리며 비석 위 사진을 쓰다듬었고 시아는 고개를 돌려 보지 않으려 했다.“이제 와서 보러 와요? 이런 순정을 도대체 누구에게 보여주려고요?”“엄마 살아 계실 때 당신은 어디 있었는데요? 엄마가 죽을 때 당신은 어디 있었죠?”연이은 질문에 마지원은 대답을 잃고 입을 다물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낮게 내뱉었다.“미안하다.”시아는 단호히 끊었다.“사과는 필요 없어요. 난 오늘 엄마에게 진실을 알려주러 온 거예요.”마지원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시아야, 방금 도경란의 자금 흐름을 조사했는데...”“그래서요?”“그 여자는 확실히 하원하와 얽혀 있었어. 게다가...”마지원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난 도경란이 최근 마씨 집안 자산을 빼돌리고 있다고 의심해.”이에 지호는 비웃듯 눈썹을 치켜세웠다.“이제야 눈치챈 건가요? 마 선생님?”마지원은 쓴웃음을 흘렸다.“내가 너무 어리석었지.”시아는 냉소를 흘렸다.“이제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내 동정이라도 바라는 건가요?”“아니야. 다만 전하고 싶었어. 도경란은 내가 처리할 거야. 네 어머니의 일, 내가 반드시 밝힐 거야!”그러더니 갑자기 시아의 손을 붙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봤으나 시아는 손을 세차게 뿌리쳤다.“필요 없어요. 내 복수는 내가 할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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