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주민혁과 임하은의 약혼식이 열리는 날이었다.일주일 전부터 두 사람의 이름은 은산시 경제면과 연예면의 헤드라인을 동시에 장식하고 있었다.한쪽은 주상 그룹의 후계자, 다른 한쪽은 항공우주 업계 고위 인사의 딸.이 두 사람의 만남은 언론에서 ‘자본과 권력이 만나 이룬 완벽한 혼인’이라 불렸고 약혼식 당일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물들이 모두 모일 거라는 말이 나돌았다.하지만 그 시각, 육씨 가문 저택의 분위기는 떠들썩한 호텔과는 정반대였다.다이닝룸 안, 수정 샹들리에의 빛이 붉은빛 원목 식탁 위로 내려앉아 있었고 육민성의 아버지 육경태와 어머니 소정윤의 얼굴은 쇠붙이처럼 굳어 있었다.반면 맞은편에 앉은 육민성은 유난히 차분해 보였다. 그는 손에 쥔 만년필을 천천히 굴리며 손끝으로 펜 몸체를 가볍게 문지르고 있었다.“정말 안 갈 거냐?”육경태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말투에는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권위적인 분위기가 실려 있었다.“주씨 가문에서 여는 약혼식이다. 은산시에서 이름 있는 인사들은 다 간다는데, 육씨 가문 후계자라는 사람이 안 가고 버티면 체면이 서겠어?”육민성은 고개를 들었다. 눈빛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제 인간관계는 그런 자리에서 유지할 필요 없습니다.”그는 만년필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아버지도 이 길을 걸어오신 분이기에 잘 아실 겁니다. 사람 마음만큼 믿을 수 없는 게 없다는 걸요. 오늘 연회장에서 형님, 동생 하며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내일은 이익 하나 때문에 등을 돌릴 수도 있죠.”“그럼 뭘 믿고 버티겠다는 거야?”소정윤이 참다못해 끼어들었다. 답답해하는 기색이 그대로 묻어났다.“네 기술?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한 줄 아니? 사업 판의 규칙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제 실력입니다.”육민성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천공연구원이 은산시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제가 몇 번이나 연회에 참석했는지, 누구와 인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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