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apítulo 1031 - Capítulo 1040

1606 Capítulos

제1031화

그날은 주민혁과 임하은의 약혼식이 열리는 날이었다.일주일 전부터 두 사람의 이름은 은산시 경제면과 연예면의 헤드라인을 동시에 장식하고 있었다.한쪽은 주상 그룹의 후계자, 다른 한쪽은 항공우주 업계 고위 인사의 딸.이 두 사람의 만남은 언론에서 ‘자본과 권력이 만나 이룬 완벽한 혼인’이라 불렸고 약혼식 당일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물들이 모두 모일 거라는 말이 나돌았다.하지만 그 시각, 육씨 가문 저택의 분위기는 떠들썩한 호텔과는 정반대였다.다이닝룸 안, 수정 샹들리에의 빛이 붉은빛 원목 식탁 위로 내려앉아 있었고 육민성의 아버지 육경태와 어머니 소정윤의 얼굴은 쇠붙이처럼 굳어 있었다.반면 맞은편에 앉은 육민성은 유난히 차분해 보였다. 그는 손에 쥔 만년필을 천천히 굴리며 손끝으로 펜 몸체를 가볍게 문지르고 있었다.“정말 안 갈 거냐?”육경태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말투에는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권위적인 분위기가 실려 있었다.“주씨 가문에서 여는 약혼식이다. 은산시에서 이름 있는 인사들은 다 간다는데, 육씨 가문 후계자라는 사람이 안 가고 버티면 체면이 서겠어?”육민성은 고개를 들었다. 눈빛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제 인간관계는 그런 자리에서 유지할 필요 없습니다.”그는 만년필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아버지도 이 길을 걸어오신 분이기에 잘 아실 겁니다. 사람 마음만큼 믿을 수 없는 게 없다는 걸요. 오늘 연회장에서 형님, 동생 하며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내일은 이익 하나 때문에 등을 돌릴 수도 있죠.”“그럼 뭘 믿고 버티겠다는 거야?”소정윤이 참다못해 끼어들었다. 답답해하는 기색이 그대로 묻어났다.“네 기술?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한 줄 아니? 사업 판의 규칙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제 실력입니다.”육민성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천공연구원이 은산시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제가 몇 번이나 연회에 참석했는지, 누구와 인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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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미연 씨, 오랜만이네요.”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미연이 고개를 돌리자 검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진승우가 샴페인 두 잔을 들고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송미연은 잔을 받아 들더니 거리감이 느껴지는 어조로 말했다.“승우 씨, 정말 오랜만이네요.”진승우는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신 뒤 사람들 사이를 빙 한 바퀴 훑어보며 웃었다.“수빈 씨는 안 왔어요? 미연 씨랑 같이 올 줄 알았는데.”송미연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왜요? 걔가 보고 싶어요? 보고 싶으면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지, 왜 나한테 물어요?”뜻밖의 반응에 진승우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성격 여전하네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예전에 수빈 씨랑 민혁이 형이...”“다 끝난 일이잖아요.”송미연이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한층 차가워져 있었다.“수빈이 지금 잘살고 있어요. 자기 일도 있고 귀여운 딸도 있고. 과거에 얽매여 살 이유 없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런 얘기 꺼내지도 말고, 왜 이런 자리에 안 왔느냐 같은 질문도 하지 마요.”그러자 미소가 점차 옅어지며 진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내가 경솔했네요.”...크라운 호텔에서의 약혼식은 어느덧 절정에 이르렀다.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뒤섞여 점점 열기를 더해갔다.주민혁은 연회장 한가운데 서서 레드와인 잔을 들고 있었지만 시선은 어딘가 멀리 떠 있었다.연달아 쏟아지는 축하 인사를 막 마친 참이었다.“민혁아, 나한테는 우리 하은이밖에 없어. 앞으로 잘해줘야 한다.”임명규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기대와 함께 뭔가를 가늠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어릴 때부터 우리가 끼고 키워서 성격이 좀 응석받이긴 하지만, 못된 마음을 가진 애는 아니야. 앞으로 둘이 잘살아서 얼른 외손주 안겨줘야지.”주민혁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보고는 짧게 답했다.“네.”지나치게 차분한 태도, 그 반응에 임명규의 속은 편치 않았다.“당시 네 스승님은 나랑 정말 각별했지. 그때는...”“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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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참 활달하던 아이인데... 지금은 너무 조용하군.’주기훈은 몸을 낮춰 주시후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시후야, 키도 많이 컸네. 점점 더 잘생겨지는구나.”그때 진서령도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심 대표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민혁이도 분명 기뻐할 거예요.”심종연은 더 말을 잇지 않고 주시후의 손을 잡은 채 주민혁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들을 발견한 주민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다가왔다.“심 대표님.”“축하드립니다.”심종연이 손을 내밀어 주민혁과 가볍게 악수했다. 말투는 진심이 담긴 듯 차분했다.“약혼 축하합니다. 앞으로 잘 지내시길 바라요.”주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주시후에게로 내려앉았다. 가슴 한쪽에서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한때 자신의 아들이었던 아이가 이제는 심종연의 양자가 되어 있었다. 운명이란 참 아이러니했다.“아... 아저씨, 안녕하세요.”주시후가 주민혁을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아이의 마음은 잔뜩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눈가도 유난히 시큰거렸다.예전에 그렇게 자신을 사랑해 주던 아빠를, 이제는 ‘아저씨’라고 불러야 하니 말이다.주민혁은 담담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자 심종연이 물었다.“이제 정이 다 식은 겁니까?”주민혁은 그를 바라보며 낮게 답했다.“입양했으니, 잘 대해 주시길 바랍니다.”심종연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그건 당연하죠.”이내 심종연은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였다.주민혁은 테이블 위의 레드와인을 들어 다시 한 잔 마시며 무심코 연회장 전체를 둘러봤다.주기훈과 진서령은 여전히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얼굴에는 사교적인 웃음이 걸려 있었다.임하은은 명문가 아가씨들 사이에 둘러싸여 웃고 떠드는 것이 한눈에 봐도 무척 즐거워 보였다.모두에게는 각자의 자리가 있었고 각자는 정해진 역할을 충실히 연기하고 있었다.“민혁 씨, 왜 여기 혼자 있어요?”임하은이 다가와 그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말투에는 은근한 애교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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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주 대표님은 참 훌륭한 인물이죠. 따님과 혼인하게 됐으니 선생님도 많이 기쁘시겠습니다. 그런데... 주 대표님한테 다른 속셈이 없다는 건 어떻게 확신하십니까?”술잔을 쥔 임명규의 손이 잠깐 멈칫했다.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심 대표님, 그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네요.”“별 뜻은 없습니다. 그냥 한 번 짚어본 것뿐이죠.”심종연은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서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주민혁에게로 향했다.“자기 아들조차 버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과연 따님에게 진심일 거라 보십니까?”임명규는 눈에 띄게 표정이 굳어지더니 눈빛에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다.“심 대표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한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을 뿐이죠.”이내 심종연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을 만큼 목소리를 한층 낮췄다.“연구원에 계시던 시절, 선생님이 하셨던 일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주 대표님의 수완이 어떤지는 선생님도 들으신 게 있을 텐데요. 설마 주 대표님이 끝내 알아내지 못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지금은 아무 걱정 없이 사위로 맞이하고 계시겠지만, 언젠가 그 대가가 따님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보셨는지요.”임명규의 몸이 순간 굳었다. 술잔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며 손마디가 하얗게 변해갔다.그는 심종연을 똑바로 바라봤다.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 했지만 보이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평온한 표정뿐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민혁은 이 장면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지만 다가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심종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겉보기에는 온화하지만 한 번 목표로 삼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날카로운 인물이었다.그가 임명규에게서 무엇을 얻으려는지, 주민혁은 오히려 그 점이 궁금했다.“저기 심 대표님 좀 봐라. 그리고 너를 봐.”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주기훈이 낮게 말했다. 말투에는 답답함이 묻어 있었다.“네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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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세간의 이목이 쏠린 이 약혼식은 시작부터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었다.손님들은 잔을 들고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시선은 끊임없이 임명규와 주기훈 사이를 오갔다.명문가 아가씨들은 임하은을 둘러싸고 드레스를 칭찬했지만 그 말투 속에는 이번 약혼을 가늠해보려는 속내가 은근히 배어 있었다.심지어 홀을 오가는 직원들의 발걸음마저 평소의 연회보다 한층 더 조심스러워 보였다.임명규는 미지근한 물이 담긴 잔을 들고 연회장 구석에 서 있었다. 미간은 좀처럼 풀릴 줄을 몰랐다.조금 전 심종연이 던진 말들이 독침처럼 마음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연구원에 계실 때 하신 일들, 주 대표님께서 정말 모르고 있을까요?”“자기 아들까지 버린 사람입니다. 따님이 과연 행복할까요?”한 마디 한 마디가 정확히 그의 급소를 찔렀다.그는 평생 연구원에서 일하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거쳐 왔다.자신의 명예와 자원을 위해 결코 떳떳하다고는 할 수 없는 선택을 한 적도 있었다.이미 묻어 두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었는데 심종연이 그것을 다시 끄집어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불안함을 더 키운 것은 주민혁의 태도였다.약혼식이 시작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는 한결같이 단정한 미소를 유지하며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어떤 질문에도 여유 있게 대응했고 주변의 미묘한 흐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러나 바로 그 차분함이 오히려 임명규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그는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서빙 트레이 위의 샴페인 잔이 유난히 흔들리고 있었고 멀리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남자는 몸을 지나치게 굳힌 채 서 있었다.그들의 시선이 간간이 연회장 중앙의 수정 샹들리에로 향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임명규는 이유 없이 심장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물잔을 더 꽉 움켜쥐었다.“뭘 보고 계십니까?”등 뒤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주민혁의 목소리에는 옅은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임명규는 흠칫 놀라 뒤돌아봤다.주민혁은 레드와인 잔을 든 채 바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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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송미연은 사람들 사이에 서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최수빈과 주민혁은 부부였다. 그런데 이제 그는 다른 여자와 약혼을 앞두고 있다. 인생이라는 게 이렇게 한순간에 뒤집힐 줄 누가 알았을까.임하은이 무대 계단에 발을 올리려는 바로 그때,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금속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연회장 한가운데 매달려 있던 거대한 샹들리에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샹들리에! 샹들리에 떨어진다!”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손님들은 소리를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울음소리와 비명,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뒤엉켜 연회장을 뒤덮었다.조금 전까지 화려하던 공간은 한순간에 혼란의 현장으로 변했다.송미연은 무대 근처에 서 있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샹들리에가 정확히 그녀의 머리 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흔들리는 크리스털 조각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순간, 강한 힘이 갑자기 그녀의 팔을 움켜잡아 옆으로 세차게 끌어당겼다.송미연은 휘청이다 바닥에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쾅’ 하는 굉음이 울렸다.거대한 샹들리에는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떨어졌고 크리스털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바닥이 크게 울렸다.송미연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구한 사람을 바라봤다.주민혁이었다.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방금 그녀를 잡아당겼던 손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에게도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음이 분명했다.“괜찮아요?”주민혁은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아 차분한 눈빛으로 물었다.송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괘... 괜찮아요. 감사합니다.”주민혁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두 사람은 그 자리에 서서 엉망이 된 연회장을 바라봤다.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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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주민혁은 겉으로는 아무 내색 없이 눈빛만 조용히 가라앉혔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심종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눈빛에서 잠깐동안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기색이 엿보였다.그는 임명규가 깨끗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줄은, 그것도 약혼식이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큰 소동을 벌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임명규 뒤에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조급해진 게 분명했다. 아니면...심종연은 한층 어두워진 눈빛으로 주민혁을 바라보았다.애초에 이 약혼 자체가 계획된 판이었을지도 모른다.송미연은 한쪽에 서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다가 뒤늦게 식은땀을 흘렸다.‘조금만 늦었어도, 아까 주민혁이 날 끌어당기지 않았다면 지금쯤 내가 샹들리에 아래에 깔려 있을 거야...’바쁘게 움직이는 주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이 남자는 한때 최수빈에게 깊은 상처를 준 사람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만 해도 그는 망설임 없이 송미연을 구했다.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곧 경찰이 도착해 현장을 통제하고 목격자들을 상대로 진술을 받으며 CCTV 확인에 들어갔다.주민혁은 경찰과 함께 차분히 상황 설명을 했고 임명규는 임하은을 데리고 휴게실로 향했다. 주기훈은 연신 전화를 걸며 사태를 수습하려 애쓰고 있었다.심종연은 주시후의 손을 잡은 채 구석에 서서 어수선한 현장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은 깊고 차분했다.이런 상황에서도 주민혁은 흔들리지 않았다. 당황한 기색 없이 현장을 정리하고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사과한 뒤 차례로 돌려보냈다.주기훈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아들이 안쓰러운 마음에 진서령은 줄곧 주민혁만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주씨 가문을 위해 쉼 없이 애써왔고 정략결혼 역시 가문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게다가 이런 일까지 터졌으니, 주민혁이 짊어진 짐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차라리 최수빈과 함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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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최수빈은 이미 감이 왔다.임명규는 신분부터가 민감한 인물이었고 심종연이 전에 언급했던 연구원 과거 사건까지 얽혀 있는 만큼, 이번 사고가 그렇게 간단히 끝날 리 없었다.“괜히 더 생각하지 말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 무슨 일 있으면 내일 얘기하자.”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최수빈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약혼식에서 벌어진 사고, 임명규의 감시 조치, 그리고 주민혁이 걸어왔던 그 의미심장한 전화까지...모든 일이 하나로 이어지며 보이지 않는 그물이 서서히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한편, 병원에서는 임하은이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얼굴은 창백했고 조금 전 약혼식에서 받은 충격으로 몸에 무리가 가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였다.간호사가 수액을 마치고 나가자마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주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곁에 와 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민혁 씨... 나 지금 병원인데 잠깐 와 줄 수 있어요? 너무 무서워요.”임하은의 가냘픈 목소리에는 불안해하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하지만 주민혁은 컴퓨터 화면을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답할 뿐이었다.“지금은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 약혼식 관련 여론도 정리해야 하고 경찰 조사에도 협조해야 해. 려 비서 보낼게. 무슨 일 있으면 그 사람한테 말해.”휴대폰을 쥔 임하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실망과 불안이 동시에 밀려왔다.“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도 바빠요? 나랑 아이 조금만 보러 올 수는 없어요?”“상황이 상황인지라 여기서 처리해야 해.”주민혁은 감정을 섞지 않은 채 말했다.“잘 쉬어. 의사도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잖아.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그 말을 끝으로 주민혁은 임하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어두워진 화면을 바라보는 순간, 임하은의 눈가가 붉어졌다.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마음속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약혼식 이후, 주민혁의 태도는 줄곧 차가웠다.샹들리에가 떨어졌을 때도, 그가 가장 먼저 구한 사람은 임신한 약혼녀인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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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전화를 끊자마자 려운은 곧바로 주민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주민혁의 서재 안은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숨이 막힐 듯한 정적이 공간을 눌러 앉히고 있었다.려운은 책상 앞에 서서 방금 정리한 서류 한 장을 주민혁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임명규 씨는 현재 경찰의 공식적인 관리 대상이 됐습니다. 은산시를 벗어나는 건 제한됐고 언제든 조사에 응해야 합니다.”주민혁은 넓은 가죽 의자에 앉아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손끝에 끼운 채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이내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경찰 쪽에서 샹들리에 추락 원인에 대해 새로 나온 건 있습니까?”려운이 묻자 주민혁은 턱을 살짝 들어 보였다.“그건 내가 정리해. 사고는 사고로 끝날 거야.”그는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계속 지켜봐. 무슨 소식이든 바로 보고하고.”위압감이 느껴지는 단호한 명령에 려운은 짧게 대답한 뒤 물러났다. 그렇게 서재에는 주민혁 혼자만 남았다....같은 시각, 임씨 가문 쪽은 삼엄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임명규는 핵심 보호 대상이 되어 있었고 주변은 국가 기관 인력으로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주기훈은 안절부절못한 채 복도를 오가고 있었다.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임명규가 중점 보호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온 것이었다. 어떻게든 얼굴을 한번 봐야 했다.임명규가 쥐고 있는 비밀이 얼마나 많은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것들이 하나라도 밖으로 새는 순간, 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주씨 가문까지 함께 무너질 수 있었다.“죄송합니다만, 임명규 씨는 현재 중점 보호 대상이라 면회가 허용되지 않습니다.”경비 경찰의 목소리는 차갑고 건조한 것이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주기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그 역시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유리 너머로, 안쪽에 앉아 있는 임명규를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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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그러다 주기훈은 임명규를 끌어들이기 위해 주민혁에게 임하은과의 약혼을 강요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 과정에서 주민혁의 감정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는 줄곧 모든 걸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믿어왔었다.하지만 그 모든 장면이, 이미 오래전부터 주민혁의 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어쨌든 그 애는 내 아들이야. 피를 거스를 순 없어.”고집스러운 주기훈의 목소리에는 스스로를 속이려는 듯한 기색마저 섞여 있었다.“민혁이는 수년 동안 주씨 가문을 위해 묵묵히 일해 왔어. 단 한 번도 불만을 드러낸 적 없었지. 난 그 애가 반기를 들 거라고는 믿지 않아. 항상 말 잘 듣고 순종적이었어.”임명규는 그런 주기훈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노골적으로 실망한 듯한 눈빛을 하고 말이다.“아직도 모르겠나? 자네는 집착이 너무 강해. 그 아이를 지나치게 얕잡아보고 있어. 자네가 말하는 그 순종적인 모습이 진심일 거라고 생각해? 다 연기고 걔는 참고 견뎌왔을 뿐이야. 그 아이는 길들여진 늑대랑 같아. 겉으로는 제네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힘을 모으고 있어. 언젠가 물어뜯을 순간을 기다리면서 말이야.”임명규는 숨을 고르듯 잠시 멈췄다가 더욱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번 약혼식 사고가 정말 나 하나만을 겨냥한 거라고 생각하나? 어쩌면 그건, 그 아이의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단계일지도 몰라. 걔는 이미 자네가 나와 어떤 거래를 했는지, 우리가 어떤 더러운 일들을 저질렀는지 전부 알고 있어. 지금은 그저 때를 기다리는 거야. 자네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기회를.”주기훈의 얼굴이 한순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최근 들어 유난히 달라진 주민혁의 태도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말도 안 돼...”주기훈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임명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죄수복을 정리했다.“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야.”그는 마지막으로 주기훈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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