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혁은 별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곳은 한때 그와 최수빈이 함께 살았던, 결혼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이었다.복도에 달린 센서등 몇 개가 고장 나 어둑한 빛만 남아 있었고 그는 그 희미한 조명 속에서 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라갔다.문을 여는 순간, 은은한 치자꽃 향이 공기 속으로 번졌다.최수빈이 가장 좋아하던 향이었다. 이혼한 뒤로도 그는 집 안의 디퓨저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거실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TV 장식장 위에는 네 식구가 함께 찍은 유일한 가족사진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최수빈은 온화하게 웃고 있었고 주시후는 주민혁의 품에 안긴 채 눈이 초승달 모양이 되도록 웃고 있었다.율이는 최수빈의 손을 잡고 옆에 서 있었다.그건 예전에 최수빈이 꼭 찍자고 고집하던 가족사진이었다.주민혁은 고개를 숙인 채 그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해외에서 걸려온 전화, 바로 남이준이었다.전화를 받자 휴대폰 너머로 남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혁아, 너 새 회사 차리고 07 전투기 프로젝트도 재가동한다며? 와, 이렇게 큰일을 벌이면서 어떻게 나한테 미리 한마디도 안 할 수가 있냐?”남이준은 그의 과거를 아는 몇 안 되는 친구였다. 이후 해외로 나가 회사를 키우는 탓에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연락만큼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다.주민혁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막 결정된 일이라 아직 말할 틈이 없었어.”“네 성격은 여전하네. 무슨 일이든 다 혼자 짊어지고 가려고 하고.”남이준이 한숨을 내쉬었다.“천공이랑 협력한다는 얘기도 들었어. 수빈 씨도 천공에 있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대체?”주민혁은 말이 없었다.그가 대답하지 않자 남이준은 더 캐묻지 않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민혁아, 비록 내가 해외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들리는 얘기들은 있어. 너, 수빈 씨 좋아하잖아. 가까이 다가가자니 수빈 씨를 주씨 가문의 분쟁에 휘말리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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