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Chapter 1011 - Chapter 1014

1014 Chapters

제1011화

최수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두 분이 약속하신 거면 두 분끼리 다녀오세요.”임하은이 물었다.“혹시... 저 때문이라서 퇴사하신 건가요? 이제는 저랑 밥 한 끼도 같이 먹기 싫으신 거예요?”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사실 여기서 일하면 앞날이 더 훤히 트일 거잖아요. 그럼에도 꼭 퇴사를 하셔야 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 일하면서 저 때문에 뭐 마음 상하신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솔직히 전 수빈 씨 같은 동료를 잃고 싶지 않거든요. 우리 호흡도 늘 잘 맞았잖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최수빈의 속으로 피식 냉소를 지었다.임하은의 배경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항공우주 산업계의 고위층 인사였고 그녀는 항공우주 연구원에서의 앞날이 애초에 탄탄히 보장된 사람이었다.그런데도 유독 최수빈의 앞에서만은 늘 경계심을 드러내며 주민혁에 대한 ‘주도권’을 곳곳에서 과시해 왔다.그 근거 없는 위기감이 최수빈에게는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느껴진 것이다.“하은 씨,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최수빈은 걸음을 멈추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러고는 차분한 눈빛으로 임하은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민혁 씨가 정말 하은 씨를 좋아하고 마음속에 하은 씨밖에 없다면, 제가 아무리 눈앞에서 알짱거린다 해도 눈에 들어올 리 없고 두 분 관계에 영향을 줄 일도 없죠. 이렇게까지 몰아붙이시는 건, 오히려 본인도 그 사람도 믿지 못한다는 뜻처럼 보여요.”임하은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바늘처럼 정확히 아픈 곳을 찌르는 최수빈의 말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사실 그녀는 확신이 없었다. 특히 주민혁이 가끔 최수빈을 바라볼 때면, 자신이 읽어낼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가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럴 때마다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냥... 동료로서 좋게 마무리하고 싶을 뿐이에요.”임하은은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저녁 일곱 시
Read more

제1012화

최수빈은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천천히 온기가 퍼지는 걸 느꼈다.육민성이 자신을 걱정해서 그런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임하은의 초대가 그리 단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럼 부탁드릴게요.”전화를 끊은 뒤, 최수빈은 식당 주소를 육민성에게 보내고 나서야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안함이 서서히 가라앉는 걸 느꼈다.육민성이 함께라면, 혹시 모를 임하은의 날 선 말들을 혼자서 감당하지 않아도 되고 주민혁의 복잡한 시선과 홀로 마주하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저녁 여섯 시 정각, 육민성은 약속한 대로 최수빈의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해 있었다.짙은 색 정장을 입은 그는 외투 한 벌을 손에 들고 있었고 최수빈이 모습을 드러내자 곧장 다가왔다.“저녁에는 바람이 좀 불어. 이거 입어, 감기 들면 안 되잖아.”최수빈은 외투를 받아 어깨에 걸치며 미소 지었다.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고마워요, 선배. 사실 번거롭게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데...”“전혀 안 번거로워.”육민성은 차 문을 열어 주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 위를 손으로 가려 주었다.“타. 괜히 우리 기다리게 하지 말자고.”차는 평온하게 한식당을 향해 달렸다. 차 안은 조용했고 육민성은 간간이 천공 실험실의 최근 진행 상황을 이야기하며 그녀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운전에 집중한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최수빈의 마음에는 고마운 마음이 가득 찼다. 늘 필요로 때마다 그는 어김없이 곁에 나타나 주었다.식당에 도착해서 보니 주민혁과 임하은은 이미 와 있었다.육민성과 함께 들어서는 최수빈을 본 순간, 임하은의 얼굴에 걸린 미소는 눈에 띄게 옅어졌고 주민혁 역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육민성은 자연스럽게 최수빈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테이블로 다가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주 대표님, 임하은 씨. 길이 좀 막혀서 늦었습니다. 수빈이가 혼자 오는 게 마음에 걸려서요. 제가 같이 왔
Read more

제1013화

주민혁은 곧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왜 그래? 어디 안 좋아?”“족발 냄새가 너무 느끼해요...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리네요.”임하은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며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훑어보았다. 눈빛에는 응석 섞인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이 메뉴 누가 시킨 거예요? 나 임신해서 고기 냄새 못 맡는 거 몰라요?”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 늘 자신의 뜻대로 되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최수빈과 육민성의 앞에서조차 재벌가 아가씨 특유의 성격을 숨기지 않았다.주민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직원에게 말했다.“이 요리는 치워 주세요.”“잠깐만요.”육민성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한 치의 여지도 없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그 요리는 수빈이가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냄새가 싫다면 하은 씨가 자리를 조금 옮기시면 되죠. 한 사람의 입맛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할 필요는 없잖아요.”임하은의 얼굴에 떠 있던 억울한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안색이 싸늘해지며 육민성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노골적인 불쾌감이 스쳤다.“저 임신했어요. 임산부는 원래 배려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정도의 이해도 없어요?”“임신은 축하할 일이죠.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할 이유는 아닙니다.”육민성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시선은 임하은에게 고정된 채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고기 냄새를 못 맡겠다면 집에서 편히 쉬는 게 맞죠. 괜히 접대 자리에 나설 필요도 없고요. 외식 자리에 나온 이상, 모두가 하은 씨의 입맛에 맞춰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이 정도는 하은 씨도 아실 텐데요.”그러다 육민성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곁에서 침묵하던 주민혁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주 대표님, 첫 아이도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신경을 못 쓰세요? 하은 씨가 고기 냄새를 힘들어한다는 걸 알았으면, 식당을 고를
Read more

제1014화

임하은은 입술을 꾹 깨물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민혁 씨, 괜히 더 다투지 말고 그만 해요. 내가 좀 참을게요.”육민성의 배경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더 따져 봐야 자신에게 득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주민혁이 말했다.“이 요리는 그대로 두세요. 대신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레몬수 한 잔 더 가져다주세요.”직원은 서둘러 대답하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룸 안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공기 속에는 묘한 어색함이 감돌았다.최수빈은 젓가락을 들어 족발 한 점을 집어 조심스럽게 베어 물었다. 익숙한 맛이 혀끝에 퍼졌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조금 전의 실랑이를 겪으며 그녀는 더 분명히 깨달았다. 자신과 주민혁의 사이는 정말로 이미 끝나 버렸다는 걸.육민성은 그녀가 말없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더니 젓가락을 들어 살코기 한 점을 덜어 주었다.“천천히 먹어. 급할 필요 없어.”그렇게 송별회 자리는 끝내 침묵과 어색함 속에서 마무리됐다.식당을 나설 때, 육민성은 자연스럽게 최수빈의 손을 잡고 주민혁과 임하은에게 가볍게 고개만 끄덕인 뒤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떠났다....육민성은 차 문을 열어 주며 차분해 보이는 최수빈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주민혁 씨는 아직 완전히 놓지 못했어. 그 사람의 마음은 처음부터 임하은 씨에게 가 있던 게 아니었지.”최수빈은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리며 손끝으로 차 문 가장자리를 가볍게 쓸었다.“그 마음이 누구를 향하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아요. 처음에 그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으니까 그 선택에 따른 결과도 본인이 감당해야죠. 감정은 한쪽만 애쓴다고 이어지는 게 아니에요. 지나간 건 그냥 지나간 거예요.”육민성은 부드럽게 웃었다.“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네.”그는 최수빈의 팔을 살짝 받쳐주며 조수석에 앉는 걸 확인한 뒤, 운전석으로 돌아가 차에 올랐다.그런데 안전벨트를 막 매려는 순간, 최수빈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얼굴을 찡그렸다
Read more
PREV
1
...
97989910010110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