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บทที่ 1381 - บทที่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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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1화

최수빈은 진서령의 팔짱을 끼고 주방으로 들어갔다.“오늘은 제가 할 테니까 쉬고 계세요.”“그래, 좋지.”진서령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은 의자에 앉았다.주방 안을 분주히 오가는 최수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이제 최수빈은 천공연구원 일도 빈틈없이 해내고 있었고 율이까지 정성껏 돌보며 한층 여유롭고 단단해진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예전의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최수빈의 손놀림은 익숙하고 능숙했다.채소를 씻고 썰고 불 위에 올리는 동작이 막힘 없이 이어졌다.저녁상이 차려졌을 때는 식탁 가득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율이와 시후는 정신없이 밥을 먹었다. 볼이 빵빵해질 만큼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는 모습이 아주 귀여웠다.진서령은 두 아이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수빈아, 아이들이 이렇게 서로 좋아하잖니. 너랑 민혁이도... 재결합해볼 생각 없어?”그러자 최수빈은 젓가락을 잠시 멈칫하더니 밥그릇을 내려다본 채 조용히 말했다.“저희 둘은... 천천히 가보려고요.”진서령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감정이라는 건, 억지로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니 말이다.식사를 마친 뒤 시후는 먼저 숙제를 하겠다고 나섰다.율이도 작은 의자를 낑낑 끌고 와 시후 옆에 딱 붙어 앉더니 진지한 얼굴로 문제집을 들여다봤다.시후에게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율이가 아기 같은 목소리로 열심히 설명해 줬는데, 제법 의젓한 척하는 모습에 최수빈과 진서령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진서령은 최수빈 곁에 앉아 두 아이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저택으로 들어온 뒤로 시후가 정말 많이 밝아졌어.”최수빈도 고개를 끄덕였으나 시후를 바라보는 눈빛에 안쓰러워하는 기색이 묻어났다.“아이들은... 옆에서 같이 있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잖아요.”“그러게 말이다.”진서령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기대 어린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봤다.“수빈아, 네 마음에 아직 응어리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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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2화

주민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진료실에서 나온 주민혁은 복도 창가에 멈춰 서서 창밖의 밤하늘을 바라봤다.그때 휴대폰 화면이 한 번 밝아졌다.진한수가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는데 에라 쪽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내용이었다.주민혁의 손끝이 화면 위를 천천히 스쳤다. 그리고 결국 최수빈의 이름 위에서 멈췄다.전화를 걸어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으나 결국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었다.그녀를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다음 날.최수빈은 이혜정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이혼 문제를 정리하러 오라는 연락이었다.낡은 주택가의 한 건물 아래에 서서 최수빈은 잔뜩 얼룩이 진 창문을 올려다봤다.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이 집은 이혜정이 평생 모은 돈으로 산 집으로 최수빈에게는 얼마 없는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이 깃든 곳이기도 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완전히 틀어진 뒤로 이곳은 최진식이 눌러앉아 도박과 술판을 벌이는 소굴이 되어버렸다.오늘, 그녀는 반드시 이 집을 되찾아야 했다.그녀의 뒤에는 법무법인 변호사와 현장 정리를 맡은 직원들이 함께 서 있었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계단 안으로 들어섰다.좁은 계단에는 코를 찌르는 담배 냄새와 곰팡내가 뒤섞여 있었다.벽에는 온통 낙서가 가득했고 발밑의 시멘트 바닥은 여기저기 패여 있었다.3층에 다다르자 반쯤 열린 나무문 안쪽에서 시끄러운 고함 소리와 술병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손을 들어 문을 세게 두드렸다.“누구야?”안에서 최진식의 짜증 섞인 고함이 들려왔다.비틀거리는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이 거칠게 열렸다.구겨진 민소매 차림의 최진식은 머리가 새집처럼 헝클어져 있었고 충혈된 눈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문 앞에 선 최수빈을 본 그는 잠시 멍하니 굳더니, 곧 건방진 미소를 지었다.“이야, 이게 누구야. 최수빈 아니야? 귀한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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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3화

최진식의 갑작스러운 ‘실신 쇼’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얼어붙었다.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최수빈은 천천히 몸을 숙여 바닥에 누운 최진식을 내려다봤다.눈은 꼭 감고 있었지만 입꼬리가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모습에 속에서 비웃음이 올라왔다.그녀는 누구보다 최진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최수빈이 어릴 때부터, 최진식은 자기 뜻대로 안 되거나 감당 못 할 일이 생기면 늘 아픈 척, 불쌍한 척으로 넘어가려 했다.“연기 다 했어요?”최수빈의 목소리는 싸늘했다.“그 도박빚, 난 대신 안 갚아줄 거예요. 그리고 이 집도 오늘 반드시 비우셔야 하고요.”최진식은 눈을 꼭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앓는 소리만 점점 더 커져갔다.변호사가 최수빈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낮게 말했다.“수빈 씨, 이 상태로는 답이 없습니다. 일단 병원으로 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최수빈은 잠시 말이 없었다.최진식이 일부러 진상을 부리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여기서 일이 더 커지면 결국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자신이었기에 결국 그녀는 차갑게 지시했다.“병원으로 옮기세요.”직원들은 허둥지둥 최진식을 들쳐 업고 건물 아래에 세워둔 차량으로 향했다.최수빈은 다른 차에 올라 뒤따라갔다. 속은 답답하고 짜증으로 꽉 막혀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시내 중심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 멈춰 섰다.최진식은 들것에 실려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고 최수빈은 복도에 홀로 남아 기다렸다.분주히 오가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때, 흰 가운을 입은 한 의사가 그녀의 곁을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췄다.“최수빈 씨?”최수빈은 순간 고개를 돌렸다.낯익은 얼굴에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그녀는 이내 떠올렸다.바로 예전에 주민혁과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을 때 자신들을 담당했던 의사였다.“임 선생님.”최수빈이 예의 바르게 인사하자 임 선생은 어딘가 무거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한참 망설이던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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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4화

최수빈의 목소리는 싸늘했다.“그만 하세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아무 문제 없다고요.”그러자 최진식은 얼굴이 창백하게 굳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최수빈은 휴대폰을 꺼내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휴대폰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수빈 씨.”“장 사장님.”최수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최진식 씨가 장 사장님께 진 도박빚, 제가 갚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휴대폰 너머의 장 사장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웃으며 말했다.“말씀하시죠.”“앞으로 최진식 씨에게 돈 빌려주지 마세요. 찾아가서 괴롭히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최수빈의 시선이 최진식에게 닿았다.“돈은 바로 계좌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 두 분이 엮였다는 말이 제 귀에 들어오면, 그 도박장 문 닫게 만들 거예요.”휴대폰 너머가 조용해지는 것도 잠시, 이내 장 사장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알겠습니다. 최 대표님이 하시는 말씀이니 믿어야죠.”전화를 끊은 뒤, 최수빈은 최진식을 차갑게 내려다봤다.“돈은 제가 갚았어요. 대신 이 집은 오늘 안으로 비우세요. 앞으로는 알아서 사시고요. 엄마랑 이혼 미뤄봤자 아무 의미 없어요. 도박빚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저한테 오세요. 제가 정리해드릴 테니까, 엄마랑은 깨끗하게 이혼하세요.”그가 이혼을 질질 끌며 끝까지 재산을 노리는 이유는 결국 하나였다. 밖에 진 빚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최진식은 최수빈을 바라보다가 더는 떼를 쓰지 못했다.그녀가 한 번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결국 최진식은 고개를 숙인 채 낮게 중얼거렸다.“알았다.”최수빈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응급실을 나섰다.그런 다음 직원들에게 현장 정리를 맡기고, 변호사에게도 남은 절차를 빈틈없이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어느새 오후가 되어 있었다.최수빈은 차를 몰고 신혼집 별장으로 돌아왔다.집 안은 텅 빈 듯 조용했다.율이가 저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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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5화

순간 코끝이 찡해진 최수빈은 두 팔을 뻗어 주민혁을 꽉 끌어안았다.“민혁 씨 바보예요? 몸이 그런 상태인데 어떻게 술을 그렇게 마셔요?”주민혁은 잠시 멍하니 굳었다.그러다 서툰 손길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미안한 듯 중얼거렸다.“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거래처 사람들이 너무 권해서...”최수빈은 주민혁의 창백한 얼굴과 지친 눈빛을 바라봤다.알고 있었다. 그가 일 때문에, 주상 그룹 때문에, 자신과 율이를 위해 버티고 있다는 걸.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자기 몸을 함부로 굴려도 되는 걸까.“민혁 씨.”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봤다. 목소리는 끝내 떨렸다.“민혁 씨의 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기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민혁의 몸이 휘청였다.그는 고개를 툭 떨구더니 그대로 최수빈의 어깨에 기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최수빈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고개를 숙여 잠든 주민혁의 얼굴을 바라보자 가슴 한쪽이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겨울이 깊어질수록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추워졌다.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하늘은 벌써 먹구름이 낀 듯 어둑어둑하게 내려앉아 있었다.최수빈은 운전대를 잡은 채 창밖으로 점점 굵어지는 눈발을 바라봤다.오늘은 율이와 시후의 기말고사 날이자 이번 학기의 마지막 날이었다.아침에 나올 때만 해도 하늘이 잔뜩 흐리기만 했는데 저녁이 되자 결국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올해의 첫눈이니... 애들도 시험 잘 보겠지.’최수빈은 이렇게 생각하며 주민혁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눈이 오니 오는 길에 조심하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손끝은 곧 화면 위에서 잠시 멈추더니 다시 조용히 내려갔다.며칠 전 주민혁이 만취해 돌아온 일 때문에 아직 최수빈의 마음 한구석에는 화가 남아 있었다.그러나 사실 화가 났다기보다는 걱정과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다.건강검진 결과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차는 천천히 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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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6화

“시험이 너무 어려웠어? 괜찮아! 이번에 좀 못 봤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야. 곧 겨울방학이잖아? 우리 스키 타러 가자! 스키 타고 와서 내가 공부 다시 봐줄게. 금방 성적 올릴 수 있어!”“맞아.”최수빈도 부드럽게 말했다.“시험은 그냥 지금까지 얼마나 공부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야. 한 번 못 봤다고 끝나는 거 아니니까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돼. 가자,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줄게.”시후는 고개를 들었다.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최수빈과 율이의 눈빛을 보는 순간, 꾹 눌러 참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훌쩍 코를 들이킨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저... 문제를 너무 많이 못 풀었어요. 이번 시험 완전 망친 것 같아요.”“에이, 괜찮다니까!”율이는 어른 흉내라도 내듯 시후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사람이면 한 번쯤 실수할 수도 있는 거야. 나도 지난번 수학 쪽지시험 때 한 문제 틀렸었거든? 그런데 열심히 복습했으니까 이번에는 백 점 맞을 자신 있어!”당당하게 말하는 율이의 모습에 시후도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가슴을 짓누르던 우울한 기분도 조금은 가라앉았다.최수빈은 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눈은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다.하얀 눈송이들이 머리와 어깨 위로 소복이 내려앉더니 어느새 얇게 쌓이기 시작했다.율이는 신이 나서 두 손으로 눈을 받아내며 연신 외쳤다.“눈 온다! 눈 온다! 우리 눈사람 만들 수 있겠다!”막 차 앞에 도착했을 무렵, 익숙한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천천히 옆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검은 롱코트를 입은 주민혁이 차에서 내렸다. 곧게 뻗은 큰 체구에 손에는 검은 우산 하나가 들려 있었다.최수빈에게 시선이 닿는 순간, 주민혁은 곧장 그녀에게 다가와 머리 위로 우산을 펼쳐 주었다. 휘날리는 눈발이 그녀에게 닿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감싸듯 말이다.“왜 안 기다리고 나왔어?”그는 손을 뻗어 최수빈의 머리카락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주었다.손끝이 무심코 그녀의 뺨을 스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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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7화

최수빈은 고개를 돌려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주민혁의 옆얼굴을 바라봤다.그러자 문득 그날 밤, 술에 취해 정신없이 쓰러졌던 그의 모습과 임 선생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순간 코끝이 찡해지며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민혁 씨, 민혁 씨 몸...”아주 잠깐 손이 멈칫했으나 주민혁은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핸들을 잡았다.그러고는 옅게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괜찮아. 요즘 좀 피곤했을 뿐이야. 걱정하지 마.”“내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최수빈이 조금 언성을 높였다.“임 선생님한테 다 들었어요. 민혁 씨 몸, 이미 한계까지 몰아붙인 상태라면서요. 왜 그렇게까지 무리해요? 왜 나한테 숨겼어요?”뒷좌석에 있던 율이와 시후도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조용해졌다.주민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미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보았다.“미안해. 일부러 숨기려고 한 건 아니야. 그냥... 네가 걱정하는 게 싫었어.”“걱정?”최수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날 당신이 내 품에서 쓰러졌을 때,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요? 민혁 씨, 민혁 씨는 혼자가 아니에요. 나도 있고, 율이도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를 위해서라도 제발 몸 좀 아끼면 안 돼요?”그녀를 바라보던 주민혁은 가슴 한쪽이 저릿해지는 걸 느꼈다.그래서 손을 뻗어 조심스레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 수빈아, 이제 화 풀어줘. 응?”최수빈은 미안함과 다정함이 어린 그의 눈빛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마음속에 남아 있던 화가 순식간에 절반 넘게 녹아내려 그녀는 코를 훌쩍인 뒤,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다음 손을 뻗어 주민혁의 목을 끌어안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민혁 씨, 약속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나한테 숨기지 않겠다고. 우리 같이 버텨요. 알았죠?”“응.”주민혁은 최수빈을 단단히 끌어안으며 더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약속할게.”뒷좌석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율이는 몰래 시후와 눈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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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8화

아니나 다를까 율이는 국어, 수학, 영어 모두 만점으로 전교 1등이었다.반면 시후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전교 백몇 등, 평소보다 순위가 거의 쉰 계단이나 떨어져 있었다.시후가 분명 크게 속상해할 게 뻔했기에 최수빈은 휴대폰을 든 채 한숨을 내쉴 듯 말 듯했다.그래서 잠시 생각하다가 일단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저녁에 민혁 씨 돌아오면 어떻게 시후를 위로해줄지 의논해야겠다.’그런데 점심 무렵,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율이가 폴짝폴짝 뛰어 들어왔다. 손에는 상장이 들려 있었다.“엄마! 엄마! 나 전교 1등 했어요! 선생님이 상장도 주셨어요!”최수빈은 웃으며 상장을 받아 들었다.“우리 율이 정말 대단하네. 뭐 갖고 싶은 선물 있어?”“스키장 가고 싶어요! 아빠랑 엄마랑 같이!”율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런데 그때 시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성적표가 들려 있었고 눈가가 빨갛게 젖어 있었다.아이는 율이의 손에 들린 상장을 보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아무 말 없이 한쪽으로 가 성적표를 가방 안에 밀어 넣었다.이에 율이의 들뜬 표정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시후의 얼굴을 보고 다시 최수빈을 바라보자 금세 상황을 알아차린 것이었다.이윽고 율이는 상장을 내려놓고 달려가서는 시후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시후야, 괜찮아. 이번에 못 봤으면 다음에 열심히 하면 되지. 방학하면 내가 공부 도와줄게. 내 필기 노트도 다 보여줄 테니까, 분명 성적 올릴 수 있을 거야.”시후는 고개를 들어 율이를 바라봤다.그러고는 코를 훌쩍인 뒤,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었다.“응.”그 모습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 최수빈은 앞으로 다가가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자, 이제 속상해하지 말자. 성적은 이미 나왔으니까 더 생각하지 말고... 우리 내일 바로 스키장으로 출발해서 신나게 놀고 오자!”“와, 좋다!”율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시후도 어느새 기대감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저녁이 되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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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9화

최수빈의 심장이 순간 한 박자 멎는 듯했다.하지만 진심과 기대가 어린 주민혁의 눈빛을 바라보자 그녀도 결국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러자 주민혁은 눈빛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고개를 숙여 최수빈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창밖의 눈발은 한층 더 부드럽게 흩날리고 있었다.이튿날 아침, 막 동이 튼 무렵부터 신이 난 율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새 스키복을 입고 거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시후도 일찍 일어나 있었다. 얼굴에는 설렘 가득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운전석에는 주민혁, 조수석에는 최수빈이 앉았고 두 아이는 뒷좌석에서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차는 천천히 시내를 벗어나 스키장 쪽으로 향했다.창밖에는 눈이 점점 더 굵게 내리고 있었다.율이와 시후는 차창에 바짝 붙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차가 스키장이 있는 작은 마을로 들어섰을 때, 하늘은 이미 완전히 개어 있었다.햇살이 차창을 타고 들어와 얼굴 위로 따스하게 내려앉자 최수빈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와! 눈 진짜 많다!”뒷좌석에 있던 율이가 신이 나서 차창을 톡톡 두드렸다.아이는 작은 얼굴을 유리에 딱 붙인 채,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아빠, 엄마! 우리 언제 내려서 눈놀이해요?”주민혁은 운전대를 잡은 채 백미러로 들뜬 아이를 바라보며 웃었다.“조금만 기다려. 짐 풀고 스키복 갈아입으면 바로 데리고 나가줄게.”시후도 고개를 쏙 내밀고 창밖의 설경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설렘이 가득했다.성적이 나온 뒤로 내내 풀이 죽어 있었으나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눈밭을 보자, 그제야 아이다운 밝은 웃음이 얼굴에 떠올랐다.최수빈은 손을 뻗어 시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이따가 스키 탈 때 무서우면 엄마 손 꼭 잡아. 알았지?”시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추위에 살짝 붉어진 볼이 아주 귀여웠다.“네! 저 안 무서워요!”차는 곧 스키장 근처 리조트 호텔 앞에 멈춰 섰다.호텔은 북유럽풍의 목조 건물로 지붕 위에는 눈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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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0화

주민혁은 낮게 웃더니 최수빈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같이 가자.”두 사람은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율이와 시후는 이미 거실에서 기다리다 지친 얼굴이었다.두 사람이 내려오자 율이가 곧장 달려와 주민혁의 다리를 끌어안았다.“아빠, 빨리 스키 타러 가요!”“그래.”주민혁은 허리를 숙여 율이를 안아 올리고 시후에게도 손짓했다.“가자. 아빠가 데리고 가줄게.”스키장에는 사람이 붐벼 곳곳에서 웃음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왔다.율이와 시후는 눈밭에 들어서자마자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두 손을 뻗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받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주민혁은 먼저 아이들과 함께 스키와 폴을 빌렸다. 그리고 기본자세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기 시작했다.눈밭 위에 서서 시후의 손을 잡고 균형 잡는 법과 멈추는 법을 하나씩 가르쳐주는 그의 목소리와 태도는 한없이 다정하고 침착했다.최수빈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주민혁의 다정한 옆모습을 보는 내내 입가의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왜 안 와?”시후를 가르치고 난 주민혁이 그녀를 돌아보며 웃었다.“와서 한 번 해봐.”최수빈은 손을 저었다.“난 됐어요. 넘어질까 봐 무서워요.”“내가 있는데 왜 넘어져.”어느새 다가온 주민혁은 대답도 채 듣지 않고 최수빈의 손을 잡더니 스키 한 세트를 건넸다.“한번 해봐. 생각보다 쉬워.”최수빈은 결국 그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스키를 신었다.그런데 막 몸을 일으킨 순간, 발밑이 미끄러져 몸이 그대로 뒤로 넘어가려 했다.“어머!”놀란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으나 예상했던 통증은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품 안으로 안겨들었다. 주민혁이 그녀를 안정적으로 받아낸 것이었다.그는 놀라 굳어버린 최수빈을 내려다보다가 참지 못하고 웃었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여기 있잖아.”눈을 뜬 최수빈의 앞에는 깊고 짙은 주민혁의 눈동자가 있었다.코끝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 두 사람은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그의 숨결이 뺨을 스쳤다. 옅은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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