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칼 사이로 손바닥의 온기가 전해졌다. 은은한 시더우드 향까지 함께 느껴지자, 하루 종일 팽팽하게 긴장해 있던 최수빈의 신경이 순식간에 풀어졌다.그녀는 주민혁의 품에 기대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안 힘들어요. 애들이 좋아하는 거 보니까 나도 좋더라고요.”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듯, 조용히 발걸음 소리를 낮춰 아이들 방을 나왔다.거실 소파 옆에 막 앉으려던 순간, 최수빈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화면에는 ‘엄마’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최수빈은 잠시 멈칫하더니 아이들이 깰까 봐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엄마.”최수빈은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곧 휴대폰 너머로 이혜정의 지친 듯하면서도 홀가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수빈아, 좋은 소식 하나 알려주려고. 네 아빠... 이혼에 동의했어.”최수빈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휴대폰을 쥔 손끝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정말이요? 엄마, 이상한 조건 같은 건 안 걸었어요?”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지난 몇 년 동안, 부모님의 결혼 생활은 이미 껍데기만 남은 지 오래였다.최진식은 도박에 빠져 집안 재산을 적잖이 날렸고 걸핏하면 이혜정에게 모진 말을 퍼부었다.지난 세월의 정과 차마 끊어내지 못한 미련만 아니었다면, 이혜정은 진작 이혼했을 것이다.얼마 전 최수빈이 이혜정을 도와 이혼 소송을 진행했을 때도, 최진식은 갖은 방법으로 발목을 잡았다. 말도 안 되는 위자료를 요구하며 버티던 사람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니 믿기지 않았다.“안 걸었어.”이혜정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드디어 오랜 짐을 내려놓은 듯, 어딘가 홀가분함이 느껴지기도 했다.“그 사람도 이제 지친 모양이야. 오늘 오전에 서류에 서명했고 절차도 다 끝났어. 수빈아, 엄마 이제야 자유로워졌어.”최수빈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마침내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그래서 코끝을 훌쩍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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